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88화 (288/846)

288화

러너리그 결승 첫 번째 세트.

LCK 결승전 언급 + 커뮤니티의 화제에 힘입어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LOL) 러너맨. 러너리그 결승! 고전파팀 vs 오정환팀」_ ?86, 974명 시청

본방 시청자만 10만 명에 가깝게 몰렸다.

평소에도 많은 편이긴 하지만 앞자리가 거진 두 배에 가깝게 차이 난다.

물론 유입이다.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면 실망하고 돌아갈지 모른다.

그럴 걱정이 벌써부터 사그라든다.

하아!

첫 한타부터 그 콤보가 나왔으니까.

세간에서 그토록 뜨거운 감자가 됐던 문제의 장면이 다시 한 번 재현된다.

―저게 그 오정환킥임?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개잘하네 진짜

―조금 다른 거 같긴 한데……

엄밀히 따지면 다르다.

배인에게 음파를 맞혀두지 않았다.

얼핏 평범하게 느껴지는 인섹킥과 같은 부류.

이~쿠우!

음파를 맞히고 날아가 와드 방호로 걷어찬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반응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다.

─코물쥐님이 끠글렛님을 처치했습니다!

배달된 배인.

에어본이라는 최상급 CC기 판정에 의해 점멸도 못 써보고 그대로 터진다.

심지어 꼬치가 꿰인다.

입롤로만 여겨지던 당구킥이 정면 한타에서 실행됐다.

토이치의 프리딜각이 자연스럽게 잡힌다.

"아니, 리심으로 무슨 풀리츠크랭크 하듯이 적 챔피언을 뽑아오나요? 이건 마치……."

"얼밤의 자랑 매라신!"

"제 리심과 싱크로율 100%네요."

"네?"

―???

―러너도 못 받아주눜ㅋㅋㅋㅋㅋㅋ

―이건 못 참지

―클끼리형 아가리해……

결승전을 해설하는 클끼리가 깜짝 놀라 침을 튀길 만도 하다. 리심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슈퍼 플레이 중 하나가 나왔다.

중 하나.

화제가 된 영상과 똑같은 플레이는 아니다.

그렇기에 대비하지 못했고, 한타는 오정환팀의 승리로 귀결되는 듯했다.

파아앙!

고전파의 산드라가 날뛰기 전까진.

못 큰 산드라.

존재감이 다소 옅었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챔피언의 평가 또한 낮다. 라인전에서 재미 보지 못하면 썩는다. 그런 유통기한이 무색하게도.

파바바바밧―!

꽈득!

잘 다룬다.

양 갈래로 퍼진 두 개의 구체가 광역 스턴을 선사한다. 곧이어 여섯 개의 구체가 코물쥐의 콧구멍에 통통통! 경쾌한 소리를 내며 박힌다.

─고전파님이 코물쥐님을 처치했습니다!

싸해지는 분위기.

하지만 한타는 여전히 팽팽하다.

챌린저 원딜과 교환한 셈 치면 덤까지 얹어줘도 남는 장사다.

꽈득!

산드라도 궁극기 원콤 뺴면 시체다.

더 이상 위협적인 딜러가 없는 셈이고, 오정환팀이 잠식해나갈 거라 보였는데.

─더블 킬!

눈을 뗄 수가 없다.

모두가 이미 끝났다고 여긴 한타.

산드라의 외줄타기가 상상치도 못한 이변을 만든다.

파아앙!

그럼에도 어찌저찌 제압이 될 거라 여겼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아껴둔 점멸이 적진 와해의 각도를 절묘하게 비튼다.

―고전파 강림

―고전파 해버렸다……

―이게 고전판가??

―고전파! 고전파! 고전파! 고전파! 고전파!

광역 스턴.

궁극기로 떨어진 구체들까지 사방으로 퍼진다.

분명 오정환팀의 승리라고 생각했던 한타가 비벼져 버린 순간이다.

"진짜 너무 대단하네요 양팀 모두……."

"저는 골드라서 그런지 표현이 안되는데 정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청자들은 대체 무슨 일어났는지 어리둥절하다.

러너맨도 마찬가지다. 현역 프로인 클끼리가 리플레이를 보며 한타의 과정을 되짚는다.

이~쿠우!

이니시.

깔끔하다 못해 아름다웠다.

한타 개시를 알린 오정환의 배달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처음에는 저는 이거……, 배인이 점멸 반응하는 게 맞지 않았나? 예상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이러면 무죄죠."

"와~ 관전 버근가? 너무 빠른데요?!"

"일단 그건 건너뛰고, 여기서 산드라의 판단이 기가 막힙니다. 솔직히 빠별 그 새끼였으면 눈 돌아가서 앞점멸로 리심 제압 먹었어요."

"아……, 빠별님."

"그럼 그거 왜 그랬냐고 한 시간동안 싸우고 저희팀의 분위기가 원래 그렇습니다."

―앗

―럭키 롤붕잌ㅋㅋㅋㅋㅋㅋㅋ

―얼밤은 '진짜'야

―역시 빠별님이 최고시다!

클끼리가 속사포처럼 쏟아낼 만도 하다.

평소의 불만도 쌓였겠지만, 사실 냉정히 봐도 틀린 판단은 아니다.

이미 패배한 한타.

뭐라도 하나 가져가면 이득이다.

패배했다는 생각을 안 했기에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어차피 리심은 모든 게 다 빠졌으니까. 그렇게 위협은 안되거든요. 음파만 안 맞으면!"

"다 피하네요."

"선수들도 사람이라서 제압킬이 있으면 탐이 날 만도 한데 포커싱이 정확했어요. 이건 정말 프로 레벨에서도 보기 드문 플레이."

어째서 미드가 캐리 라인인지.

고전파가 유명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심지어 말린 상황에서 존재감을 입증해냈다.

트리플 킬을 먹고 아이템을 보강한다.

어디서 만들어 먹은 듯한 CS가 든든하게 뒷심을 받쳐준다.

"산드라 지금 완전히 괴물 됐습니다. 괴물!"

"괴물은 조금 식상한데."

"이미 있는 거라고요? 밤을 새서 준비해온 건데;;"

―괴물!

―괴라는 나물?

―오정환 유행어 쓰는 거 추한데ㅋㅋㅋㅋㅋㅋ

―고전파 괴물은 ㅇㅈ이지

팽팽했던 게임.

균형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엄밀히 따지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아!

오정환의 리심도 돋보인다.

날아간 음파가 배인에게 적중한다.

긴장감 있는 공기는 장본인들이 더욱 느끼고 있다.

'오기만 해봐.'

끠글렛은 신경 치료를 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어금니를 꽉 깨문다.

방심.

아니, 같은 상황에 또다시 처한다고 해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분한 마음이다.

고작 다이아에 지나지 않은 상대에게 진심으로 화가 나있다.

발차기로 들어오는 순간 선고로 밀칠 생각이었는데.

이~쿠우!

투웅!

선입력을 해뒀다.

날아온 리심을 향해 말이다.

이러면 최소 방생, 잘하면 몰락 빨면서 역으로 족칠 수가 있다.

─오정환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런 미래를 허락하지 않는다.

오정환의 리심이 배인을 1 대 1로 찍어 누른다.

"괴물! 짜릿할걸? 나라는 괴물!"

"그거 요즘 식상하다니까요?"

"……아무튼 방금 리심도, 배인도 정말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을 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요."

QQ로 날아온 척한 건 페이크.

와드 방호로 거리를 좁혀 범의 일격을 먹였다.

선고로 밀쳐지자마자 놀리듯이 따라가 마무리한다.

그 수준 높은 스킬 교환에 순수한 감탄을 내뱉는다.

프로게이머인 클끼리가 봐도 아마추어 수준의 경기가 아니다.

"전 오정환님 리심이 거의 제 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네??"

"선입견이 있을 수 있는데 제 리심 장난 아닙니다. 스크림 하면 상대팀에서 밴해요 무서워서."

―선입견X 눈치O

―연습이 안될까 봐 무서워서……

―형 아가리 하자

―더 플라잉 클끼리 ㄷㄷ

공격적인 아이템 세팅.

원딜러가 풀콤보를 맞으면 버티지 못한다.

정글러로서 정말 보기 드문 캐리력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고전파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더블 킬!

어디까지나 정글러 치고는 말이다.

진짜 캐리롤을 하는 미드라이너에는 미칠 수가 없다.

반대편에서 일어난 교전에서 고전파팀이 대승을 거둔다.

<이거 충분히 할 만한데?>

<어차피 배인 못 커도 고딜이니까 앞라인부터 녹이자.>

<승혁이가 토이치 마크하겠지.>

<…….>

<승혁아 듣고 있지?>

그 의미는 크다.

미드 라인이 초반부터 집중 견제를 당했다.

무너졌던 딜 밸런스가 어느새 정상 궤도를 찾은 것이다.

꽈득!

실력 하나로 이를 가능케 했다.

산드라의 성장이 무섭다.

게임 판도에 미치는 영향력도 더해질 수밖에 없다.

"오정환님이 저에 비견될 정도로 리심을 굉장히 잘 다루시긴 하는데."

"아, 네……."

"챔피언이 가진 한계라는 게 있거든요? 후반에 가면 힘이 떨어지는 게 리심의 숙명입니다."

―그만해 형 믿어줄게

―안쓰럽다

―역시 포킹학파 권위자 ㄷㄷ

―맞는 말이라 더 웃김ㅋㅋㅋ

그에 반해 정글은 떨어진다.

오정환은 프로씬에서도 주목 받을 만큼 리심의 포텐셜을 끌어내는데 일가견이 있지만 결국 리심은 리심이다.

크롸라라라―!

두 번째 용한타.

이전과는 상황이 180도 다르다.

굳이 해설을 의식해서 듣지 않아도 시청자들도 피부로 와 닿는다.

꽈득!

꽈득!

바닥을 계속 잡아 뜯고 있는 산드라.

근처에 간다면 궁극기 풀딜을 맞고 터지게 될 미래가 너무나도 쉽게 그려진다.

―응 우리 미드 고전파

―개무섭다

―내가 원딜이면 탈주함

―이이잉~ 기모링~!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패기는 구구절절한 부연 설명을 생략하게 만든다.

이윽고 머릿속 상상이 어렵지 않게 현실화 된다.

파아앙!

파바바바밧―!

코물쥐의 콧구멍이 박하 사탕을 먹은 것처럼 뻥 뚫린다. 스친 거라곤 스턴에 궁극기밖에 없는 것 같은데.

"오정환팀도 정말 잘해주고 있지만 고전파팀은 챌린저가 다섯 명이잖아요?"

"예!"

"한타 이해도부터 솔직하게 차이가 납니다. 방금 토이치가 물린 것도 그렇고……."

어, 이게 죽어?

할 만한 것까지 전부 킬각이다.

그 능력이 한국에서 50위 내에 드는 괴물 다섯이 뭉쳤다.

꽈득!

괴물 중의 괴물.

챌린저 1위 고전파 앞에서 코물쥐는 이비인후과 선생님 앞의 비염 환자처럼 마음대로 조물딱 당한다.

후반 한타에서 원딜, 그것도 캐리형 원딜의 책임감은 막중하다.

허무하게 잡혔으니 한타가 기울었다고 보는 것도 당연한 결론이다.

─오정환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불리한 와중에도 빈틈을 찌른다.

리심이 적진을 제집 드나들 듯 들어가서 이득을 보고 빠져 나온다.

가히 서커스와도 같은 절묘한 플레이.

하지만 클끼리의 말대로 근본적인 챔피언의 한계가 발목을 잡는다.

"리심이 음파 맞히고 들어가면서 시선을 분산시키는 플레이는 훌륭한데! 챔피언이 가진 한계? 한계를 극복한다고?!"

분명 그래야만 한다.

누구 한 명 배달하기만 해도 초―대박.

초반을 리드한 시점에서 리심은 할 거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아!

이~쿠우!

음파로 들어가 갑작스레 점멸.

각도를 틀며 당구킥을 성공시킨다.

적 한 명을 그대로 끊고 와드 방호로 빠져 나온다.

하아!

그리고 다시 음파.

딜리심의 묵직한 공이 적중한다.

한 번 묘기를 부릴 때마다 유효타를 먹이고 돌아온다.

─더블 킬!

그렇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상황이다.

상대의 허점을 노려야 하는 리심과 달리 산드라와 배인의 딜각은 무너지지 않았다.

방심 또한 점점 줄어든다.

흘러가는 한타의 승리는 예정돼있을 수밖에 없었다.

* * *

게임의 패배.

연습 경기에서는 숱하게 겪어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치즈●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캐리는 정환이가 했는데 왜 지들잌ㅋㅋㅋㅋㅋㅋㅋㅋ

"500개 감사합니다."

―ㅈ됐네

―초상집 분위기 ㄷㄷ

―여기 왜 이렇게 곱창 났죠?

―이제 겨우 1패인데……

대회에서는 진 적이 없다.

패배를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와 닿는 상실감의 크기도 다르다.

"그래도 충분히 승산 있었고, 으쌰으쌰 해서 다음 판은 이겨봅시다."

<정환님.>

"네."

<정환님은 진짜 몰라서 부럽네요.>

"……."

고작 그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상대가 어중이떠중이었다면 분한 정도로 끝났을지 모른다.

<혹시 벽 느낀다는 거 아세요?>

<아…….>

<なるほど??? 。>

너무 잘한다.

불합리하다고 느껴진다.

그것도 챌린저인 의진맨의 입에서 나오자 팀원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준다.

<오정환님은 게임 시작한 지 얼마 안됐잖아요.>

"네."

<차라리 그게 다행이야. 진짜 하아…….>

깊은 한숨의 의미를 모를 수가 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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