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89화 (289/846)

289화

과거의 회상.

제 정신이 아니게 된 팀원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도, 도망가!"

<망가?>

<혼돈! 파괴 망가!>

실력파BJ, 스트리머들과 팀을 결성해 프로팀 결성을 목표로 했다.

CK팀들 생각보다 별 거 없더라?

스크림을 하며 자신감이 차올랐다. LCK팀들에게 도전장을 건넸다.

하위권팀들을 상대로 호성적을 거뒀고, 그 기세를 바탕으로 SKT T1과 스케줄을 잡은 건 최악의 실수였다.

탕! 써걱―!

타다다다당―!!

분명 이겼다고 생각한 한타.

테디의 사미라가 스타일 S를 휘날리며 궁극기를 사용한 순간, 우리팀은 그 자태를 넋 나간 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은 모르지.'

챌린저BJ들은 게임도 잘하면서 왜 프로에 도전하지 않을까? 시청자들의 순진한 의문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는 소리다.

벽을 느낀다.

어째서 프로가 프로인지.

바텀 억제기가 10분에 나가는 경험은 트라우마가 되기에 충분하다.

<님은 정글이라 모르겠지만 고전파님이랑 맞라인 한 번 서보면 정신 나가요.>

"네."

<기분 나쁘게 말해서 죄송한데 진짜 정신 나갈 것 같아요.>

―백정이 알겠냐고ㅋㅋ

―점심 나가서 먹을 것 같애~~~~

―그 정돈가?

―나름 할 만했던 거 같은데

거의 그 급으로 평가받는다.

전성기의 고전파, 레전설해버린 레전설, 테디의 더 플라잉 사미라.

이 세 명의 선수들을 만나면 지금까지 한 롤이 소꿉놀이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청자들이랑 솔랭이나 돌리면서 애써 웃는 거지.'

악몽 같았던 스크림에서 헤어나오기 위해서 말이다.

피해자의 수에 반해 증언이 적은 이유는 현실과 악몽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단 진정하세요."

<네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진 없고요. 힘내봐요."

<하;; 근데 진짜 몰라요 안 만나보면……. 그건, 그건…… 악몽이야.>

테디의 더 플라잉 사미라를 만나본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한다.

내가 갱킹을 가줬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내가 챌린전데, 그래도 한국에서 50위 안에 드는데. 갱 받고도 라인전을 털리고, 심지어 미드 차이로 게임을 지면 어떤 기분이 들겠어?'

바텀에 갱킹을 가도 테디의 사미라가 스타일 S를 휘날리는 자태를 넋 나간 채 바라봐야 했던 경험과 겹친다.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 * *

─팩폭하러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고전파 버스 인정하시는 부분입니까?

<……인정해야죠.>

―이걸 사네

―올~

―블랙 당할까 봐 쫄려서 100개 쐈네ㅋㅋㅋ

―역시 갓전파!

끠글렛의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게임을 이겼지만 이긴 게 아닌 이도 저도 아닌 붕 뜬 마음이다.

'뭐, 어쩌겠어.'

그래도 지는 것보다는 낫다.

아마추어가 아닌, 이제 곧 프로게이머가 될 사람으로서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다.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고전파는 자신이 인정하는 몇 안되는 유저 중 하나다.

나이를 떠나서 존경심마저 들 정도.

─충신지빡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리심도 인정하십니까? ㅋㅋ

<내 방송에서 당장 나가, 이 밥버러지 새끼야!!>

―ㅋㅋㅋㅋㅋㅋ

―선 넘네……

―아이~씻팔!!! 강퇴 맛 좀 볼래?

―처신 잘하라고ㅋㅋ

물론 인정을 못하는 대상도 있다.

끠글렛의 높은 자존심이 오정환의 리심을 애써 무시한다.

'…….'

속으로는 안다.

차마 입밖으로 내지르지 못할 뿐.

대놓고 반응하려고 이를 아득바득 갈았음에도 몇 번이나 졌다.

인정해버리는 순간 마음이 꺾인다.

반대로 넘어서면, 한 차원 더 엄청난 원딜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리심 밴할까?>

<아니, 안 해도 돼.>

<너 자꾸 한타에서 포커싱 당하길래.>

<아 됐으니까!!>

<빡쳤네? 빡쳤나 본데?>

<그만 놀려. 대회 중이다.>

밴을 하는 것은 인정한다의 동의어나 다름없다.

한 번 더 상대해서 이번에야 말로 이기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아니, 좀 답답하네.'

그러한 생각을 끠글렛만 하는 게 아니다.

탑솔러인 썬데이도 게임 내내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시원한 솔로킬.

이후로 탑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리심의 난입으로 인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엔 상체 게임 좀 하면 안돼? 나 진짜 개팰 자신 있는데.>

<오~.>

<근데 진짜 패야 돼. 자이스키 저 새끼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한국이 일본 식민지였으면 더 좋았을 거래.>

<아니, 진짜로??>

<미친놈이네 한국 서버 하는 주제에…….>

<우리가 독립 운동은 못했어도 자이스키는 때려잡아야지!>

팀 자원을 조금만 투자해준다면 충분히 캐리할 수 있다.

두 번째 세트의 밴픽.

상대의 픽을 본 썬데이는 확신이 선다.

'개서스라고? 이건 각이다.'

첫 번째 세트로 확인했다.

상대는 자신보다 세 수는 아래다.

킬 한두 개 먹고 트포 띄우는 순간 탑에 고속도로를 개통시킨다.

「자, 한번 해 보자구!」

그리고 캐리력을 가진 챔피언.

전판에 했던 다리우트는 너무 극단적이었다.

라인전을 리드하지 못하면 할 수 있는 게 고기 방패다.

<개서스 상대로 괜찮아?>

<1킬 따는 쪽이 게임 끝날 때까지 패는 상성이야.>

<아하.>

<정글 신경 안 쓰고 작정하고 패면 무조건 이겨. 혹시 1킬 따주면…….>

<알았어.>

<혼자 1 대 2 하면서 탑캐리 씹가능해.>

괜한 오만이 아니다.

탑솔러로서의 자부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응당 가져야 할 애국심.

'저 쪽발이 새끼 대가리 한번 깨줘야지.'

잭트로 잘 풀리기만 하면 게임을 지배하는 게 가능하다. 라인전과 스플릿 푸쉬는 물론, 한타까지 좋은 이상적인 챔피언이다.

"와 잭트……, 보통 LCK도 그렇고 탑솔러들이 칼챔 꺼내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않나요? 그런 이야기를 조금 들었는데."

"아무래도 팀게임은 안정적인 게 좋거든요. 그런데 썬데이 선수는 LCK 경력도 있고, 리스크 높은 픽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보입니다."

―안정적인 거ㅋㅋㅋㅋㅋㅋ

―LC게이

―그래서 러너리그 봄

―안정적인 걸로 우장창창 싸는 이유는 뭐임?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잘 풀렸을 때를 기준으로는 말이다.

올라오는 과정에서, 그리고 방금 첫 세트에서도 무력을 보여준 썬데이다 보니 신뢰를 받는다.

'휴…….'

러너맨으로서도 안심이다.

고전파팀의 승리를 단언했는데 게임이 정말 박진감이 넘쳤다.

주최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지만, 베팅을 한 입장에서는 살이 떨렸다.

썬데이의 픽 또한.

LCK 3대 정글러 클끼리가 보증을 해주니 안심이 된다. 러너맨도 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게임 보는 눈이 일취월장했다.

"제가 보기에는 고전파팀의 체급이 워낙 세다 보니까 개서스가 스택 쌓기 전에 게임이 터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대로 보셨네요! 역시 러너맨님이 티어는 지금 골드."

"얼마 전에 실버로……."

"뭐 어차피 브실골플다이아 다 비슷하니까. 게임 보는 눈은 티어랑 다르죠."

―오~

―러너형 인정 받네 갬동

―현역 프로라 다딱이도 브론즈 취급하네 ㄷㄷ

―에욱

현역 프로게이머이자 LCK 최고의 정글러 중 한 명이다. 클끼리는 브론즈나 다이아나 별 차등을 두지 않는다.

'내가 은퇴해도 챌린저 정도는 기본으로 달지.'

그런 그에게도 러너리그의 결승전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선수들의 실력 뿐만 아니라 픽에서도 게임 이해도가 돋보인다.

「행운의 여신이, 내게 미소를 짓는군.」

고전파팀이 가져간 챔피언.

탑캐리 조합의 마스터키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트페의 글로벌 궁극기는 스플릿 푸쉬에 힘을 더해준다.

"현 미드 삼대장 나이즈와 트페를 반반씩 나눠 먹는 구조 같지만, 사실 트페 입장에서는 나이즈가 아무리 잘 커도 골카 던지고 튀면 끝입니다."

"나이즈가 기동력이 좋은 챔피언은 아니다 보니 아!"

"잭트가 사이드 주도권을 쥐는 순간, 강팀의 특권인 131운영 돌리면서 게임이 원사이드하게 끝날 가능성 농후합니다."

―얼밤이 만든 그 131 탈수기 운영 말인가요??

―프로는 다르네

―해설들은 이런 거 안 말해주던데

―클끼리가 LCK 해설하면 퀼리티 엄청 높을 듯!

실력 차이 + 조합 차이.

가드 불능의 공격이 이미 예고돠었다.

그말인 즉, 파훼법도 마음만 먹으면 짜낼 수 있다.

'그게 안 되지.'

안 그래도 힘이 강한데 탑에 몰아주기까지 할 작정이다.

간신히 유지되던 균형이 폭삭 무너질 거라는 게 불보듯 뻔하다.

심지어 개서스.

대회에서 쓰기에 적합한 픽이 아니다.

개인의 피지컬은 돋보일지언정 역시 아마추어 리그라는 생각이 턱밑까지 차올랐는데.

「한잔하겠나?」

그렇기에 약 빨은 밴픽도 가능했다.

* * *

의진맨.

차후 LCK에 운식당을 차리게 되는 프로게이머다.

'그런데 벌써부터 벽을 느끼면 프로의 꿈을 포기하게 될지도 모르잖아.'

책임감을 느낀다.

그가 러너리그에 참가하게 만든 장본인으로서 말이다.

내가 아니었다면 겪지 않았을 일.

이대로 두면 의진맨은 프로를 포기하고, 운식당을 키워나가 백종원에 준하는 외식 사업가로 성장할 수도 있다.

그런 미래를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

「몸부림 쳐라!」

미드 갱킹.

매우 간단하게 이루어진다.

유체화를 쓰고 뚜벅뚜벅 걸어가 쇠약을 건다.

「반짝이는 황금색!」

물론 대응이 된다.

고전파의 트페가 0.1초만에 골드 카드를 뽑는다.

살아 뒤로 돌아 던지고 튀면 아슬아슬하게 살 수 있겠지만.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평캔이라는 어이 없는 실수가 터져버린다.

그 한 끗 차이로 나이즈가 책을 펼쳐 속박을 거는 데 성공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네요."

―평캔?

―??

―고전파님?

―갑자기 즙이라고?

명백한 실수.

그 이면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쇠약이 걸린 대상은 이동 속도만 느려지는 게 아니다.

? 개서스

W ― 쇠약

대상의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를 35% 감소시킵니다. 스킬 레벨에 따라 5초 동안 최대 47%~95% 감소합니다.

이동 속도 저하량의 절반만큼 공격 속도가 감소한다.

차후에는 그렇게 패치가 되지만, 현재는 적용 수치가 완전히 같다.

쿵! 쿵! 따!

탑라인.

잭트가 싱지드를 압박하고 있다.

상성임이 무색하게도 실력빨로 찍어 누른다.

「절망하라!」

뚜벅뚜벅 걸어가 건다.

그 정직하기 짝이 없는 갱킹을 알고 있었다는 듯 잭트가 가로등을 붕붕 돌리며 뛰어든다.

파라락―!

하앗!

싱지드를 스턴.

그와 동시에 신짜장이 부쉬에서 튀어나와 점멸E를 찌른다. 역갱을 맞으며 갑분싸가 연출되는 듯했지만.

으하하하!

싱지드가 신짜장을 뒤로 넘긴다.

유일하게 달라붙어 있는 잭트는 그다지 유의미한 데미지를 박아 넣지 못하고 있다.

'스턴 걸린 기분이겠지.'

고전파가 괜히 실수를 한 게 아니다.

어마어마하게 느려진 공격 속도는 잭트와 같은 브루저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반격기도 빠져 손쉽게 마무리된다.

물론 아슬아슬하다.

한 명을 잡긴 했어도 신짜장이 건재하다.

「발버둥 쳐라!」

포위망을 좁히고 쇠약을 건다.

돌진기 쿨타임이 돌아온 신짜장이 바로 붙어오지만 3타를 찌르는 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진다.

―이게 먹힌다고?

―아니 개서스 정글ㅋㅋㅋㅋㅋㅋ

―???

―역갱 맞고 이기네

개서스 정글.

극한의 RPG를 지향하는 트롤픽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초반 갱킹 및 교전 지향형 정글이다.

'싸우면 무조건 이기거든.'

사거리 700의 타겟팅 CC기 쇠약이 가진 사기성이 가능케 해준다.

걸린 놈은 평타를 때리기도 힘들어지니 2 대 2가 성립이 안된다.

더불어 밴픽 심리전.

잭트의 하드 카운터라고 할 수 있다.

싱지드를 잡은 자이스키가 라인전을 리드한다.

기죽은 팀원들의 포텐셜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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