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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290화 (290/846)

290화

쿵! 쿵! 따!

잭트의 3타.

강력하게 내려쳐지는 위엄은 사실 챔피언의 성능과 별 상관이 없다.

'저 쪽발이 새끼 진짜.'

평타 기반 챔피언, 속칭 칼챔들이 가진 공통된 특징이다. 플레이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성능 차이가 천차만별이다.

즉, 잘하는 사람이 잡을수록 강력해진다.

썬데이는 그만한 기량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분한 상황이다.

「섞고, 섞고, 돌리고, 섞고!」

싱지드의 파밍을 눈 뜨고 좌시할 수밖에 없다.

개서스와 달리 상성이란 면에서 밀린다.

상대의 포지션 스왑.

당황스럽긴 했지만 고작 그 정도로 폭주 기관차 같은 자신을 막지는 못한다.

따!

으하하하!

CS를 먹으려고 하는 싱나드를 3타가 담긴 W로 때린다. 바로 넘기며 도망가는 걸 도약으로 따라가 가로등을 돌린다.

파라락―!

쿵! 쿵! 따!

스턴을 걸고 3타를 박아 넣는다.

잭트와 싱지드의 딜교환.

보통은 잭트쪽이 독뎀 때문에 손해를 본다.

'무식한 쪽발이는 쿵쿵따의 기원이 한국이라는 것도 모르는가?'

3타를 두 번 먹일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라인 주도권을 잡고 패시브 풀스택을 쌓은 스노우볼이다.

위협적인 무빙과 패기가 이를 가능케 만든다.

썬데이가 상대의 실력을 얕잡아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발버둥 쳐라!」

롤을 1 대 1 게임이 아닐 뿐.

적 정글이 뚜벅뚜벅 걸어온다.

손을 천천히 올리자 자신의 이동 속도가 느려진다.

별일은 아니다.

원래 칼챔의 특성상 갱킹을 자주 당한다.

하지만 딜교환을 패놓으면 갱승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

'아니, 씹 뭐 이딴……!!'

그럴 수가 없다.

잭트의 무기인 가로등이 슬로우 모션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쿵쿵따 두 번만 더 박아도 싱지드와 러브샷을 할 수 있는데.

─자이스키님이 학살 중입니다!

아예 스턴이 걸린 거면 모를까.

이루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 공격 속도가 썬데이의 복장을 터지게 만든다.

<이거 탑 또 죽으면 쓰읍…….>

<역갱을 오던가.>

<가봤자 이길 수가 없잖아. 쇠약 맞으면 그냥 뭐 챔피언이 멈추는데;>

아군이 역갱을 쳐줬더라면.

그것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경험으로 깨달았다.

개서스의 쇠약이 말이 안 된다.

'미치겠네 진짜?'

갱킹을 당하는 건 라이너들의 숙명이다.

그걸 흘리고, 받아치는 것까지 실력에 포함된다.

그것이 안 된다.

타겟팅 스킬이라 피할 수도 없고, 공격도 안 되고, 지속 시간도 무려 5초에 달한다.

슈우우우─

그렇게 갱킹을 당한 의미는 크다.

맞라이너인 싱지드가 무럭무럭 큰다.

탱챔을 칼챔으로 뚫으려면 당연히 성장이 받쳐줘야 한다.

「운이 좋다고? 이건 운명이야!」

하지만 플랜A가 실패했을 뿐이다.

잭트를 키우진 못했어도, 바텀 라인은 여전히 건재하게 유지되고 있다.

─고전파님이 코물쥐님을 처치했습니다!

코가 뻥 뚫리는 듯한 광경이다.

고전파의 트페가 로밍을 성공시킨다.

팽팽하던 바텀 라인의 균형을 무너지게 된 건.

<그냥 한타 봐도 될 것 같은데?>

<조합적으로 크게 안 밀려. CS도 앞서고 있으니까 원딜 지키면서 하면 이기겠다.>

<…….>

가벼운 마음가짐이다.

체급 차이.

그냥 단순하게 잘한다는 것만큼 팀으로서 든든한 게 없다.

'그게 맞지.'

아무리 탑신병자라도 챌린저다.

이성적으로 바톤을 넘겨주는 게 옳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감성적으로도.

그냥 미쳤다.

같은 챌린저이자 프로게이머의 눈으로 봐도 정상이 아니다.

「반짝이는 황금색!」

미드 라인.

트페가 골드 카드를 뽑는다.

나이즈가 책을 펼쳐 속박을 걸려는 타이밍에.

띠잉―!

정확하게 손속을 교환한다.

늦지도 빠르지도 않다.

상대가 스킬 콤보를 넣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고전파 더 나이트메어라고 할 수 있지.'

스킬 모션을 보고 반응하는 미친놈.

자신이 탑솔러라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캐리의 바톤을 넘긴 것은 고전파를 신뢰하기 때문도 있다.

크롸라라라―!

용한타.

킬 스코어는 약간 밀리지만 전력적으로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쟤네 리심도 없고.>

<…….>

<특별히 변수는 없을 것 같으니까 진영 유지하면서 천천히 싸워보자.>

팀의 맏형인 뱅기의 오더 하에 이루어진다.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뿐, 그로서도 억울한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가는 대로 다 당해줘 애들이~.'

라이너 입장에서는 한 번 죽어도 내가 이겨!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정글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상대 정글이 컸다는 것.

정글 주도권이 밀리게 된다.

특히 캐리형 정글을 하는 오정환의 스타일상 골치가 아프다.

[18:50] 장뱅기마스터 (신짜장): 개서스 ― 청동의 솔라리 펜던트

이번 세트에서는 그러지 않고 있다.

전형적인 정글의 템선택.

팀파이트 아이템으로 한타를 보강한다.

'전판처럼 미친 짓은 할 수 없겠지.'

갑자기 원딜의 위치가 초동역학 위치전환기 당하는 참사 말이다.

변수가 없다면 체급과 구도 차이로 한타가 귀결된다.

즉, 이긴다.

라인전은 모를까.

전 세트와 마찬가지로 한타는 결국 티어+팀게임 이해도에 장사가 없다.

<어, X발! 나이즈 템 봐.>

<좀 잘 크긴 했지.>

<아니……, 2코어로 마나소드 올렸는데?>

<미쳐버린 거신가.>

걱정되는 게 있다면 적 라이너들의 포텐셜이다.

싱지드도, 나이즈도 한타 좋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챔피언이다.

'뭔데, 저거?'

당연히 마법사 챔피언이다.

일일이 말하기도 민망할 만큼.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AD 아이템을 올렸다.

[19:05] 장뱅기마스터 (신짜장): 나이즈 ― 마나소드

추측되는 이유가 있다면 단 하나.

값이 싸기 때문이다.

아이템을 당겨 써서라도 반드시 한타를 이기고 싶다.

프로 레벨에서 게임 내 모든 것은 심리전을 기반으로 한다. 사소한 무빙 하나가 게임을 터트리는 일이 실제로 심심치 않다.

<이번 한타에 영혼 갈아 넣을 생각인가 보지.>

<쟤네 그럼 무조건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뒤로 빼면서 싸우면 질 수가 없겠다.>

아이템 하나로도 상대의 의도가 읽힌다.

안 그래도 여유가 있던 한타 구도가 더더욱 질 수가 없게 흘러간다.

'깊이 들어오는 거 궁극기로 한 번 튕겨주기만 해도……'

자신이 한타에서 어떤 플레이를 할지.

미리 머릿속에서 그려 놓기 때문에 실수를 할 건덕지가 없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캐리를 선언했던 썬데이도 게임이 말리자 고기 방패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수비적인 포지셔닝을 잡는다.

치직!

챠륵!

챠자장―!

나이즈의 딜을 적당히 맞아주기만 하면 된다.

체력이 절반쯤 빠지면 CC기 걸고 빠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더블 킬!

의진맨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한여름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다.

* * *

타인의 롤 실력을 상승시키는 것.

당연하게도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다이아 이하는 아예 기본도 못하니까 기본만 가르치면 되는 거고.'

그리고 마음가짐 자체가 엇나간 새끼는 좀 때리는 거고.

그 이상으로 롤을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그마&챌은 가르칠 수 없다.

내가 코치가 아니니까.

그런 뻔한 이야기 이전에 불가능하다.

실제 코치들도 고전하는 일이니 당연하다.

'그게 되면 프로씬에서 못하는 선수가 왜 생기겠어.'

보통 챌린저 구간쯤 되면 자기만의 롤 세카이가 확고한 애들이 많아서 남이 조언을 한다고 일취월장 하는 일은 드물다.

단기간에 실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치직!

챠륵!

챠자장―!

나이즈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적들에게 스킬을 던지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더블 킬!

의진맨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것이 조금 세게 박힐 뿐.

잭트와 신짜장이 순식간에 녹고 만다.

점멸을 쓸 타이밍도 재지 못하고 사르르르.

'마나소드 나이즈가 진짜 미쳤지.'

나이즈는 정말 오래된 챔피언이다.

기나긴 역사동안 OP였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건.

「마나소드」 ― 2100 Gold

마나 +1000

공격력 +20

5초당 마나 재생 +7

최대 마나의 2%에 해당하는 공격력을 얻습니다.

단일 대상 스킬 및 기본 공격이 현재 마나의 3%를 소모하여 그 두 배에 해당하는 마법 피해를 입힙니다.

마나소드의 데미지가 마법 피해이던 시절이다.

QWE에 모두 터지다 보니 시너지가 말이 안되는 수준이다.

「몸부림 쳐라!」

그 프리딜 환경을 제공한다.

개서스 정글.

조금 까놓고 말하면 쇠약 셔틀이다.

'쿨감템 올려서 W 쓰고 고기 방패 하는 거지.'

우습게 보기 쉽지만 AS 딜러는 5초 동안 아예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스킬이다.

공격 속도가 겪어보지 못한 정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반짝이는 황금색!」

골카를 뽑은 트페.

나이즈에게 던지려고 하지만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공격 속도가 95% 떨어졌다는 건 그런 뜻이다.

─트리플 킬!

나와 싱지드가 앞라인을 든든히 잡아준다.

나이즈의 프리딜이 멈추지 않고 이어지며 적들을 쓸어버린다.

―나이즈 왜케 세?

―마나소드 씹ㅋㅋㅋㅋㅋㅋㅋ

―왜 되는데

―대장군 강림 ㄷㄷㄷ

조금 심각한 데미지로.

판을 깔아주고, 데미지를 상승시켰다면 평소 이상의 포텐셜이 충분히 나온다.

<미쳤다, 미쳤어 이거 진짜 속는 셈 치고 가봤는데…….>

<캐뤼~!>

<중간중간 평타까지 섞으니까 딜로스 구간도 없네.>

캐리를 한 의진맨이 멋쩍은 듯 감탄을 내뱉는다.

물론 그도 챌린저고, 상황은 인지하고 있지만 적어도 자신감은 되찾았다.

'할 수 있다와 아무리 해도 안된다는 천지 차이니까.'

보통 영화에서도 괴물이나 외계인이 인류를 위협할 때.

꼭 주인공이 퍼블 딴 다음부터 일반인과 무능한 정부도 해법을 찾는다.

아무리 괴물이라도 쓰러지지 않는 건 아니다.

죽어라 괴물!!

클끼리 해설이 LCK에서 심심하면 외치듯이 때리면 결국 죽는다.

<다음 템 어떻게 가요?>

"그냥 대천사 올려요. 마나로 딜 넣는 챔프인데."

<오옹~.>

―너무 막 부르는데?

―2여눈 에반데

―아니 템트리 레전드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나통 4천 되겄다

물론 이런 류의 사파픽.

유통기한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주문력이 올라가도 마나소드가 더 강해지진 않으니 말이다.

'대천사까지 올리면 대장군이 아니라 육군 참모총장이지 그냥.'

마나소드는 나이즈의 전성기를 당겨준다.

2여눈 템트리는 안 그래도 높은 나이즈의 왕귀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킨다.

쿵! 쿵! 따!

사이드 라인.

잭트가 라인을 푸쉬한다.

그 패기로운 모습에 그만 쫄아버릴 수가 있다. 인간인 이상 말이다.

전판의 상태가 그대로 지속됐다면 감정적인 판단을 내렸을지 모른다.

챠륵!

나이즈가 궁극기를 켜고 달려가 속박을 건다.

잭트는 기다렸다는 듯 가로등을 붕붕 돌린다.

파라락―!

하앗!

세트 메뉴로 따라 나온다.

잘 큰 나이즈를 끊어 먹겠다는 설계를 정글러와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딜 미침?

―머고 이거

―의진맨! 의진맨! 의진맨! 의진맨! 의진맨!

―이 약은 사야 돼……

잭트와 신짜장의 점사에 체력이 순간 딸피까지 깎였다. 하지만 침착하게 풀콤보를 넣자.

─의진맨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더블 킬!

나이즈 특유의 광역딜이 펑펑 터진다.

그 하나하나에 마나소드의 추가 데미지가 묻어난다.

상황이 급반전된다.

'쫄지만 않으면 충분히 이겨.'

LOL이라는 게임에서 자신감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딜러가 망설이면 이길 한타도 져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앞으로는 그럴 일이 없다.

든든한 딜러가 확보된다.

역전을 당하지 않고 승리를 굳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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