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화
조합적으로도 불리함이 예고되었던 경기.
─25분에 대천사를 올린다고? [2]
─나이즈 2여눈ㅋㅋㅋㅋㅋㅋㅋ
─나이즈 템트리 진지하게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18] +2─AD나이즈 이거 미쳤습니다……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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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결국 게임을 뒤집는다.
지켜보던 시청자, 해설을 하는 현역 프로게이머까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나이즈 이거 완전히 괴물―!"
"괴물은 됐고요."
"……네."
"나이즈가 마나소드에 대천사까지 올렸잖아요. 이런 건 저희 브실골에서도 욕 먹을 만한 템트리인데 프로게이머의 시각으로 어떻게 보시나요?"
"원래 젊은 친구들이 신박한 시도를 많이 하긴 합니다. 이건 좀 성공적인 예 같고."
―↑늙은 친구
―아재요……
―닉 가리고 보면 브론즈 예능겜 ㄹㅇ임ㅋㅋㅋㅋㅋㅋ
―에욱
AD계수가 있는 챔피언도 아닌데.
그 기묘한 선택이 성공하는 정도를 넘어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
<나이즈 너무 센데.>
<이거 그래도 개서스 싱지드 노딜이야.>
<오케이. 순삭각 한 번 노려보자.>
―이걸 멘탈을 잡아?
―대단하네
―나였으면 아군 미드 머리 위에 빽핑 100번 찍음
―응 미드 고전파야
물론 고전파팀.
게임 외적인 이야기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
초―집중하여 역전각을 진지하게 노리고 있다.
그 순간은 분명 온다.
솔로랭크가 아닌 팀게임이기에 가능하다.
맞출 수 있는 '킬각'의 범위가 훨씬 정교하다.
「운이 좋다고? 이건 운명이야!」
트페의 궁극기가 켜진다.
나이즈의 뒤를 잡으며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엄호하던 개서스에게 쇠약이 걸리긴 하지만.
띠잉―!
결국 스턴이 아니다.
손을 뻗는 게 느려지는 것이지 기다리기만 하면 언젠가는 닿는다.
앞선 실수를 거울삼아 깔끔하게 성공시킨다.
하앗!
퉁! 퉁! 투앙―!
쇠약을 걸 수 있는 건 한 명뿐이라는 제약도 있다.
점멸로 파고든 신짜장의 삼연격을 막을 수가 없다.
―??
―실드량 뭔데?
―ㅁㅊ
―개극혐이다 진짜
불리한 상황에서 볼 수 있는 최선이다.
아무리 잘 커도 딜러는 딜러.
CC연계를 걸고 점사를 먹이면 녹게 돼있다.
「대천사의 한숨」 ― 2100 Gold
마나 +1000
주문력 +60
5초당 마나 재생 +10
최대 마나의 3%에 해당하는 주문력을 얻습니다.
현재 마나의 25%를 소모하여 소모한 수치와 같은 보호막을 얻습니다.
그 과정이 만만치가 않을 뿐.
여눈으로 올릴 수 있는 두 번째 아이템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나이즈의 체력바 위에 하얀 바코드가 덮어진다.
그 수치는 마나량의 1/4인 약 1천에 달한다.
띠잉―!
띠이잉……!
그럼에도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다.
트페가 위험을 무릅쓰고 두 번째 골드 카드를 박는다.
러브샷을 방지하는 조냐 사용까지 완벽하다.
─끠글렛님이 의진맨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추가 골드 : +500G)
그렇게 최선의 판단을 성공시킨다.
상대의 주력 딜러를 잘랐다는 건 게임 흐름에 유의미한 영향을 가져온다.
「쥐도 새도 모르게!」
상대 딜러가 한 명이 아니라서 문제다.
고전파팀이 나이즈를 자르는데 집중한 사이 토이치가 프리딜각을 잡았다.
"상상 속의 토이치가 계속 딜각을 잡고 있어. 잭트랑 랄라가 살짝 서성이는 거 보이지? 토이치가 왼쪽에서 나오나? 오른쪽에서 나오나?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야!"
―상상 속의 토이치ㅋㅋㅋㅋㅋ
―말하는 거 봐
―C언어 빡세네
―너무 꿈만 같은 소리 아님? ㅎㅎ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을 뿐 예상이 가능하다.
동시각 씨지맥의 방송.
특유의 화법으로 한타를 해설하고 있다.
'결국 개서스는 한타에 들어가면 다인 마크가 불가능한 챔피언이야. 스택도 낮지. 그럼 도출되는 결과가 뭐냐? 토이치는 죽는다.'
얼핏 정신 없어 보이는 난전에서도 챌린저쯤 되면, 그중에서도 특별하다고 꼽히는 소수는 뚜렷한 주관을 가진다.
자신이 보는 시야를 고전파팀도 공유한다고 확신한다.
쿵! 쿵! 따!
씨지맥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토이치가 나타나는 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반응이 빠르다.
무섭게 일점사가 시작된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결과가 다소 상이할 뿐.
고전파팀의 대응은 물론 완벽했지만, 토이치가 한타를 쓸어 담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왜 날파리처럼 발버둥 치고 있냐고 상대방한테! 날파리처럼 왜 발버둥 치고 있는 거야 전부 다!?"
―날파리ㅋㅋㅋㅋㅋㅋ
―ㄹㅇ 날파리 쫓는 거 같네
―일렬로 오다 다 쓸림ㅋㅋㅋㅋㅋㅋ
―그냥 도망가지
챌린저 레벨에서 한타는 한 끗 차이다.
딱 1초만 더 먼저 점사를 시작하면 결과가 180도 바뀔 수 있다.
그것을 해냈다.
그럼에도 날파리가 돼버린 데는 씨지맥이 미처 상정하지 못한 변수가 껴있었기 때문이다.
우우웅─!
개서스의 E스킬.
라인전 단계에서는 쏠쏠한 견제기도 되고, 라인 클리어도 된다.
주력 스킬은 아니다 보니 누구도 놀라우리만큼 주목하지 않았는데.
「씹고! 뜯고! 맛보고! 꿰뚫고! 끄하하하하!」
이어지는 광경에서 연결점을 찾는다.
다시 한번 리플레이를 본 클끼리 해설에게서 진심 어린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게임을 취미로 하는 시청자분들은 신경을 안 쓰실 수도 있는데, 저희 같은 프로게이머."
"역시 현역 프로시니까!"
"스킬 효과나 쿨타임을 하나하나 외우기도 하거든요. 개서스의 장판에는 방어력을 40 깎는 효과가 있습니다."
―역시 LCK 3대 정글러 ㄷㄷ
―초식의 왕 클끼리!
―40이나 깎음?
―왜 이렇게 세나 했는데……
몰려오는 적들을 향해 개서스가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다.
탑 개서스면 모를까.
정글 개서스는 스택이 빈약하고, 아이템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기껏해야 고기 방패.
상대가 대놓고 무시하면 그마저도 못한다.
하지만 가진 바 스킬을 아주 적절하게 활용했다.
장판의 위치가 절묘하다. 토이치의 궁극기가 배는 강해진다.
순식간에 녹아버린 것은 고전파팀이 되었다.
「절망해라!」
그리고 잔당의 마무리.
쇠약이 도망가는 트페를 붙든다.
만지작거리던 골드 카드를 간신히 던져도 언 발에 오줌 누기다.
─펜타 킬!
마무리……!
토이치가 쫓아가 마무리한다.
고전파팀 입장에서 최상의 구도로 시작한 한타마저 뒤집지 못했다.
─꿀챔만함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개서스 정글 살 만한 약인가요??
"나도 진짜 궁금하다!"
"저도 프로 정글러로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명품 조연.
분명 킬은 나이즈와 토이치가 쓸어 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서스에게 시선이 쏠리는 건 기분 탓이 아니다.
─본인 미드인데 이번 판 오정환 버스 아님?
개서스가 전라인 다 풀고 한타도 딜각도 만들어준 거 같은데 ㅇㅇ└네 다음 백정
└본인 XX인데 특) XX 아님
└캐리는 결국 라이너지
└개서스 스택이 너무 낮음!
커뮤니티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처음 보는 픽.
플레이 방식도 어처구니가 없다.
공격 속도가 느려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가시적으로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오정환님이 이전 세트에서 완벽한 정글 캐리를 아~ 물론 패배하긴 했지만."
"네, 그렇죠. 오정환님 스타일이 그렇잖아요?"
"이번 세트는 정글 버스의 교과서 같네요."
―정글 버슼ㅋㅋㅋㅋㅋㅋ
―이게 버스라고?
―응 버스~
―원래 정글은 버스 타는 라인이지ㅋ
정글=백정이 당연하던 시기.
정글러의 역할은 라이너를 키우고, 라이너를 보좌하는 것이었다.
그 두 가지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몸부림 쳐라!」
우우웅─!
미드 라인.
바론을 먹은 오정환팀이 포탑을 압박한다.
개서스가 쇠약을 걸고, 장판을 까는 것만으로도 고전파팀은 뒷걸음질 친다.
"지금 개서스가 별 거 안 하는 같아도 앞에서 딱 버티고 서있으면 고전파팀은 이니시를 걸 수가 없어요."
"쇠약 때문에?"
"장판도 거슬리고요. 방금 펜타킬 먹고 토이치 완전 괴물 됐거든요?!"
"괴물!"
―괴라는 나물?
―아아앜 괴물!
―그놈의 괴물은 씹ㅋㅋㅋㅋㅋㅋ
―클끼리 오정환밈 열심히 미네 ㅎㅎ
조연이라는 게 얼핏 쉬워 보여도 너무 튀거나 너무 존재감이 없으면 참사를 불러일으킨다.
주연이 활약하는 것을 도리어 방해하기도 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프로씬에서는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능력이다.
그렇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개서스 느낌 있게 하는데?"
"스택 욕심 부리다 합류 못하는 일도 없고, 해야 될 거 딱딱 수행해주고 있네요."
프로씬에서 원하는 정글러의 이상.
러너리그의 결승은 프로 관계자들도 진지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캐리형 플레이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아마추어 중에는 은근히 있다.
아군 등골 쪽쪽 빨아먹고 커서 캐뤼캐뤼 씹캐뤼~ 이러고 다니는 지건 마려운 놈들 말이다.
놀라운 캐리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어차피 대회에서는 저렇게 못한다.
그것이 현재 LCK의 상식이다.
주시했던 건 피지컬적인 부분.
"차르반이나 쇈 정글도 시키면 곧잘 하겠는데?"
"에이~ 쇈은 진짜 틀딱이나 하는 거죠."
"그렇긴 하지."
그것이 있다.
조연으로서도 자신의 역할을 절도 있게 수행해낸다.
딱 프로씬에서 탐을 내는 인재상이다.
"개서스 정글 같은 거 한다고 하면 어떡하죠?"
"그런 건 안 시키지~."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여줄.
검증되지 않은 픽은 쓰지 않는 LCK의 유구한 전통은 이미 형성되어있다.
* * *
트라우마.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 당시가 아니면 평생 극복하지 못할지도 모를 만큼.
<와아아아~!! 다행이다 진짜. 이겨서.>
"집중하면 충분히 할 만해요."
<손에 땀 난 거봐…….>
―나이즈 씹캐리~
―의진맨 저렇게 좋아하는 거 첨 보네ㅋㅋㅋㅋㅋ
―일방적인 경기 아니었음?
―너무 오바하는데
직접 겪어봤으니 알 수밖에 없다.
나중에 다른 팀과 스크림을 해서 이겨도 저게 만약 테디의 사미라였으면~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만한 적을 이겨냈으니까.'
의진맨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것도 당연하다.
시청자들에게 보이는 것 이상으로 게임을 하는 당사자들은 압박감을 느낀다.
<블루 주셔서 할 만해진 것 같기도 하고 헤헤.>
"……."
벽을 넘어섰다는 것.
이길 수 있다는 것.
그 한 번을 경험한 이상 적어도 멘탈이 문제가 돼서 게임을 지는 일은 사라진다.
<캐뤼캐뤼 씹캐뤼~ 원딜 차이 딱 대!>
―?
―코물쥐네
―뭐지
―지금 펜타킬 했다고 축제 분위기임ㅋㅋㅋ
사실 벽을 느끼는 것도 재능의 하나다.
코끼리를 다리를 만지면서 이것이 거대한 동물이라고 인지하는 사람과, 그냥 단단한 기둥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천지 차이다.
<내 캐리 아니야?>
<펜타킬 먹은 사람이 캐리지~!>
오히려 그것이 나을 수도 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은 아마 이런 상황을 두고 만들어졌을 것이다.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정작 킬 먹여준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ㅋㅋ
"1000개 감사합니다. 나머지 경기도 집중해서 이겨볼게요."
―ㄹㅇㅋㅋ
―코물쥐 라인전 똥 싸다가 킬세탁 오지게 함
―콧구멍에 지건 꽂아주고 싶네
―와 X발 너무 간 떨린다
멘탈이 나갈 일은 없으니까.
단순하고 씩씩한 것은 장점으로 봐도 되는 부분이다.
'못하는데 징징거리기까지 하면 답 없지.'
평소의 단점이 절반만 드러나서 다행이다.
어차피 딜각은 상체가 깔아주니 자신감 있게 딜만 박아도 충분하다.
<끠글렛님 너무 상심하지 마요.>
그리고 멘탈이란 것은 모든 유저들이 겪는 문제다.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오히려 잘하기에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도 있다.
<상대가 나잖아. 비가 오면 옷이 젖는 거랑 같은 거라구~ 챌린저 9등? 오우 쉣! 상대가 나였을 뿐이야.>
―네?
―존나 신났네ㅋㅋㅋㅋㅋ
―끠글렛 오열
―아ㅋㅋ 꼬우면 펜타킬 하등가~
끠글렛의 방송에도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