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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292화 (292/846)

292화

커뮤니티에도 속보로 전해진다.

─현재 끠글렛 상황 요약. jpg

전적 199패 1승 [최근 전적 1승] : 너 개못하잖아

전적 199승 1패 [최근 전적 1패] : 야 다시 떠!

전적 199패 1승 [최근 전적 1승] : 응 안 해~

└벌써 합성을 했다고?

└아무튼 펜타킬 함!

└이건 ㄹㅇ 폭딸 쳐도 ㅇㅈ이지

└응 다시 해야 됔ㅋㅋㅋㅋㅋㅋ

도발.

시청자들 입장에서 가장 재미있는 상황이다.

오정환팀의 원딜 코물쥐가 고전파팀의 원딜 끠글렛에게 선전포고 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롤유저 중에 실력에 자부심이 없는 사람이 없고, 천상계 유저라면 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코물쥐는코가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끠글렛님 상심하지 마요ㅋ

"어그로 끌지 므스으."

―어쩔 수 없지ㅋㅋ

―상대가 코물쥐인데

―비가 오면 옷 젖듯이 당연한 거라구~

―어금니 꽉 깨물었네ㅋ

잃을 게 없는 사람이다.

이기면 당연한 거고, 지는 순간 잊을 수 없는 흑역사가 적립되는 불공평한 상황.

'지도 다 알면서!'

지가 잘해서 딜각 나온 것도 아니고, 라인전도 시궁창 쥐새끼 마냥 처맞았다.

누가 봐도 실력이 하늘과 땅 차이다.

쿨한 척 무시하고 싶어도 시청자들이 자꾸 어그로를 끈다.

끠글렛으로서는 심기가 심각히 불편하다.

원딜러로서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다.

<그냥 방송 꺼. 안 해도 되잖아.>

<그럴까?>

<그래, 왜 자꾸 어그로 끌려주냐.>

그런 사소한 감정 때문에 경기를 그르칠 수 없는 노릇이다.

방송이 일인 BJ면 모를까.

'그래, 나는 프로게이먼데.'

어쩌다 운 좋게 한 번 이겼을 뿐이다.

그 사실을 다음 경기로 가르쳐주면 된다.

<배인 말고 라인전 털 수 있는 픽하면 어때?>

<그것도 괜찮지.>

아주 철저하게 말이다.

이전까지는 한타를 바라보는 조합을 했었던 게 사실이다.

'배인이 멋있기도 하고.'

그냥 가볍게 이길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무난히 크면 든든한 보험이고, 슈퍼 플레이의 여지도 많다.

하지만 다른 챔피언이라고 못하는 게 아니다.

저런 코만 큰 아마추어?

작정하면 라인전부터 터트려줄 수도 있다.

지금까지 봐줬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준다.

적당히 패면 알아서 주제 파악하고 꼬리를 말 것이다.

「행운은 멍청이를 싫어하는 법이지.」

최근 메타픽.

미스 포텐은 라인전을 터트리기에 적합하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CC기에 취약하다는 건데.

<쟤네 끠들 가져가는데?>

<엉. 정화 들게.>

그조차 정화를 들면 해결된다.

프로게이머 중 캡잭이 반응 속도로 유명하지만 자신도 그에 못지 않다.

'힐 없어도 라인전은 충분히 개패놓지.'

사소한 스트레스.

이를 풀 만한 기회가 바로 찾아온다. 밴픽이 끝나고 세 번째 세트가 시작된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인전을 아주 터트려 놓을 것이다.

끠글렛이 그러한 자신감을 표출하는 건 결코 오만이 아니다.

탕!

타당!

배인과는 비할 수 없게 라인전이 세다.

그동안 숨구멍이라도 트여준 건 배인 같은 라인전 똥챔을 해줬기 때문이다.

'니가 나랑 맞파밍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이 다딱이 새끼야!'

감정을 담아 두들겨 팬다.

CS를 하나 먹을 때마다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준다.

실력 차이를 인지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구웡!

물론 버틴다.

광우스타가 힐을 하고, 물약도 쪽쪽 빨아재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한계점에 도달한다.

<쟤네 정글 올 수 있어. 아래 캠프야.>

<알아. 와도 이겨.>

그렇게 되기 전에 정글러가 풀어주러 올지 모른다.

뱅기의 충고를 끠글렛은 적당히 듣고 흘려 넘긴다.

너도 오던가?

그런 시답잖은 자존심이 아니다.

가슴은 뜨거워도 머리는 냉정한 상태를 유지한다.

'와봤자 5레벨인데 뭘 할 수 있겠어.'

기껏해야 공포.

정화로 풀면 그만이다.

최소 생존은 할 수 있고, 깊이 들어오면 역으로 잡아먹는 것도 가능하다.

탕!

타당!

라인을 거세게 푸쉬한다.

적 정글이 올 수밖에 없게 만든다. 소위 '드리볼'이라고 하는 플레이다.

자신이 갱킹을 흘리면, 그 사이에 아군은 다른 곳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런 철저한 계산 하에 저지른 공격이었는데.

끠룩끠룩! 끠룩끠룩!

난데없이 끠들스틱이 튀어나온다.

예상하고 있던 타이밍이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잠깐 X발?!'

궁극기 갱이었다.

아직 6렙을 찍을 타이밍이 아닌데 어째서?

한가롭게 의문을 해소할 때가 아니다.

칼 타이밍의 정화.

공포가 걸렸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힘들 만큼 빠른 반응을 해냈지만 의미가 없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순수딜에 쓸려 버렸으니까.

끠글렛으로서는 어안이 벙벙하다.

<쟤 왜 6레벨이야? 라인 먹었어?>

<그랬으면 콜했지.>

<일단 나중에 따지고 집중해.>

<…….>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 * *

정글 개서스.

그런 필살기성 전략은 당연히 두 번은 먹히기 힘들다.

밴의 유무 이전에 적어도 앞전 세트 같은 실수를 안 해준다.

스펠도 정화를 들 테고, 잭트 같은 칼챔을 선픽하지도 않는다.

이전 판에서는 잘 풀렸지만 다음 판도 잘 풀리리란 보장은 없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여러가지를 준비해야지.'

조커픽을 꺼내는 걸 전제로 깔고 있었다.

애초에 정면 싸움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다. 챌린저 다섯 명, 그것도 예비 롤드컵 우승팀이 상대이니 말이다.

끠룩끠룩! 끠룩끠룩!

그렇기에 먹힐 수 있는 전략도 있다.

끠들스틱의 궁극기가 벽을 넘는다.

까마귀떼가 적들을 집어삼킨다.

―이걸 그냥 당해준다고?

―대박이네

―개빡쳐서 라인 밀다가ㅋㅋㅋㅋ

―끠글렛님 상심하지 마요ㅋ

공포를 칼정화로 풀고 점멸로 도망가도, 맞점멸로 따라가 갈아버린다.

끠들스틱의 6레벨 갱킹은 매우 강력하다.

'근데 이게 잘하기 때문에 당하는 거야.'

얼핏 뭔 개씹소리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뛰어난 유저일수록 게임을 체계적으로 플레이한다.

게임 시간 5분대.

끠들스틱의 갱킹이래 봐야 공포 원툴이다.

정화로 흘려 넘길 수 있으니 라인전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제가 경험치룬을 들어서 레벨업이 좀 빨라요."

―헐

―아 어쩐지 6렙 존나 빠르더라

―그게 됨?

―롤에서 테라버닝이라니 ㄷㄷ

특성에서 5%, 룬에서 6% 도합 11%의 경험치가 추가로 오른다.

메이플의 테라버닝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지만 LOL이라는 게임 특성상 매우 크다.

'특히 정글은.'

정글몹이 있어야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정글 캠프에서 6레벨이 딱 찍힌다.

상대가 절대 예상할 수 없는 한 발 빠른 타이밍.

[08:50] 여름다 (광우스타)님이 가고 있음!

[08:50] 여름다 (광우스타)님이 가고 있음!

첫 갱킹의 성공은 추가 스노우볼로 굴러간다.

본래라면 체급 차이로 인해 후벼 팔 곳이 없는 적팀에게 약점이 생겼다는 소리니까.

쿵! 쾅!

여름의 광우스타가 점멸로 들이박는다.

유사 말파궁이 적 바텀 듀오를 이쁘게 띄운다.

끠룩끠룩! 끠룩끠룩!

그 위로 떨어진 끠들스틱의 궁극기는 지우개다.

적 정글도 역갱을 보고 있던 모양이지만 상관이 없다.

'성장형이야.'

잘 크는 순간 찍어 누른다.

그 성장 속도가 말이 안되는 수준이다.

정화도 빠진 상대는 그 자리에서 시체가 된다.

─오정환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모든 종류의 경험치가 추가로 오른다.

킬은 Gold뿐만 아니라 경험치도 쏠쏠하다.

한 번 더 쓸어 담자 레벨 차이가 쫙 벌어진다.

[09:20] 오정환 (끠들스틱): 리심 ―6레벨

[09:20] 오정환 (끠들스틱): 9레벨까지 50% 획득

앞으로 돌 정글 캠프까지 생각하면 3렙 차이가 예약이다. 시간대를 생각하면 말이 안되는 레벨링.

'그래서 LTE끠들이라고 불렸지.'

예상보다 한발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

상대의 체계적인 플레이가 OMR카드를 한 개씩 밀려 쓴 것처럼 꼬여버린다.

[11:10] 오정환 (끠들스틱)님이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이는 직감으로 게임 하는 일반 유저들보다 훨씬 영향이 크다. 상대는 내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제가 지금 용 치고 있어도 상대는 전 라인 사려요. 왜? 상상 속의 끠들스틱이 대신 갱을 해주고 있으니까."

―?

―이 새끼 씨지맥 같은 소리하네

―일부러 맥이려고 하는 말 아님?

―꼬우면 결승 오라고~ㅋㅋ

궁극기로 언제 덮쳐올지 모른다.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상대 라이너들은 심신 미약 상태에 걸리고 만다.

'이걸 그래서 씨지맥 감독이 그렇게 말하잖아.'

상상 속의 트런들!

갱킹을 막 대신 해준다고.

상대가 시야를 못 먹게 견제를 한다는 전제 하에 실제로 성립되는 말이다.

적 정글이 무지막지하게 잘 크면 어마어마하게 까다롭다. 갱킹은 당연하고, 2 대 1이 아니면 마크가 안되니 인원 배분에도 차질이 생긴다.

그 허점을 노릴 수가 있다.

턴을 전혀 소모하지 않고 용을 챙긴다.

그러한 와중에도 상상 속의 끠들스틱은 갱킹 중이다.

탕!

타당!

바텀 라인.

딜교환이 매우 치열하다.

도합 4데스를 박고도 라인전을 보란 듯이 리드하고 있다.

실력 차이를 과시한다.

상상 속의 끠들스틱 탓에 움츠리고 있던 어깨를 드디어 피려고 했는데.

"이쿠요~."

<何ですて?>

―앗

―진짜 일본인이라 알아듣네ㅋㅋㅋㅋㅋㅋ

―난데스데?

―일본말 나와서 반가웠나 봄

레드팀 블루 정글에서 궁극기로 벽을 넘는다.

상상이 아닌 진짜 끠들스틱의 갱킹이 재앙처럼 떨어진다.

'끠들스틱은 위치를 숨겼을 때 특히 무서운 정글러지.'

궁극기가 떨어진 시점에는 이미 늦어버린다.

적 바텀 듀오를 또다시 깨끗하게 청소하고 모습을 숨긴다.

* * *

세 번째 세트.

1 대 1의 팽팽한 흐름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요한 경기.

[15:38] 오정환 (끠들스틱)님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조금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흘러가고 만다.

초반 갱킹으로 이득을 본 건 맞지만 이후의 움직임이 의아하다.

"레드 사이드의 시야로만 보시면 끠들스틱의 위치가 안 보여요."

"아 그렇네요!"

"고전파팀 입장에서는 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맹점을 이용하는 솔바론!"

―오~

―역시 프로는 게임 보는 눈이 다르네

―이게 옵저버지

―코봉아 배우자……

추가 갱킹을 가지 않는다.

딱히 교전 유도도 없고, 어떻게 보면 움직임이 멈췄다.

그럼에도 오브젝트는 죄다 챙겨가고 있다.

그냥 미니맵만 보면 납득이 안될 수 있는 부분.

현역 프로게이머이자 LCK 3대 정글러에 빛나는 클끼리가 해설한다.

'역시 느낌 있다니까?'

공격적인 정글러는 찾아보면 은근히 많다.

초반에 갱갱갱 다니면서 터트리는 애들 말이다.

하지만 꼭 한 번 뇌절을 해서 다 이기던 게임 비벼버린다.

"다 사리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갱 가봤자 역풍 맞을 수가 있잖아요?"

"아~."

"이해하고 말하시는 거예요?"

"아니, 그게 납득을 해야 하는 흐름 같아서;;"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관조하고, 가장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것.

'물론 끠들스틱 같은 챔피언으로 잘 컸으니까 가능한 거긴 한데…….'

자신의 주력 챔피언인 아모모나 스캐너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한다.

애초에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자체가 아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 점을 인지하고 있다.

자신의 성장까지 고려해 폭넓은 판단을 내린다.

보면 볼수록 탐이 날 수밖에 없는 인재다.

─이것도 오정환 캐리가 아님?

오정환 정도면 백정이 킬 먹을 만하다 개추

└응 블루는 미드 거야

└조용히 올라가는 추신수ㅋㅋㅋ

└아 버스는 못 참지

└클끼리가 해설해주는 거 들으니까 좀 알겠더라

커뮤니티의 평가 또한.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정글러.

롤판에 굴러온 돌이었던 오정환의 입지는 더 이상 높아진 수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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