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화
오정환팀이 바론을 먹고 게임을 굳힌다.
─레드팀의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조금 허무할 정도로 말이다.
바론 버프의 힘으로 대치 구도가 강제로 뚫린다.
─상상 속의 끠들스틱이 대체 뭔 씹소리냐?
아니 오정환도 그렇고 씨지맥도 그렇고 골 때리네
└오정환은 맥이려고 한 소리 아님?
└저게 진짜 뭔 소리냐
└C언어 문제 있어
└한국말로 하라고!
그리고 상상 속의 끠들스틱.
잘 커도 워낙 잘 커버렸다.
일반적인 정글러가 이룰 수 있는 수준의 성장이 아니다.
"고전파팀이 어쩔 수 없이 사리는 사이에 끠들스틱은 정글몹 쓸어 담으면서 완전 괴물이 되었습니다."
"괴물!"
"조냐는 물론이고 라죽모까지 떴는데……, 지금 혼자 세계관이 다르죠?"
―괴물ㅋㅋㅋㅋ
―세계관이래
―오정확식 해설 아님?
―클끼리 이 새끼 오정환 베꼈네 ㅉㅉ
그런 끠들스틱이 근처에 숨어있다.
포지셔닝이 평소보다 한 발자국 뒤쳐지게 되고, 이는 곧 포탑의 철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미니맵에서 고전파팀이 차지하는 지역이 점점 줄어든다. 이는 곧 시야가 사라진다는 의미고, 상상 속의 끠들스틱이 더욱 활개치게 된다.
─느린식혜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상상 속의 끠들스틱이 대체 뭔 소리임?
"100개 감사합니다!"
"채팅창에서도 자꾸 이야기가 나오네요? 뭐 신종 어그론가? 아무튼 각 잡고 설명을 드리자면 솔랭과 대회의 차이점부터 시작을 해야 되는데……."
롤드컵 준우승.
LCK 3대 정글러.
정글계의 코끼리라고 할 수 있는 클끼리는 대략적인 의미를 추측할 수 있다.
끠들스틱은 시즌3 솔랭에서 OP로 명성이 자자하다.
하지만 유독 대회에서는 찬밥 신세고, 어쩌다 나와도 성적이 처참하다.
그 이유.
바로 시야 때문이다.
캐스팅에 1.5초가 걸리는 궁극기의 특성상 위치를 대략 특정만 해도 갱킹이 안 통한다.
"러너리그의 결승전은 제가 알기로 관계자분들도 주시하고 있는 걸로 알고."
"아, 진짜요?!"
"혹시 주최자이신데 모르셨어요?"
"아니, 뭐 소문은……. 소문은 많이 들었는데 제가 뭐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짜 관계자들도 인정하는구나
―클피셜이면 말 다 했지
―감동이네
―아 그래서 C언어 해석 뭐냐고ㅋㅋㅋㅋ
운용이 굉장히 어렵다.
솔로랭크는 몰라도 대회에서는 말이다.
그럼에도 오정환은 잘 수행하고 있는 이유.
'상대의 시야를 다시 한번 읽고 플레이하는 거겠지.'
이론상 가능한 플레이다.
하지만 고전파팀이 사실상 프로팀이라는 걸 감안하면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다.
보면 볼수록 감탄이 나오는 경기력.
클끼리가 열심히 떠드는 사이에도 시야 장악을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끠룩끠룩! 끠룩끠룩!
그리고 필연적인 결과.
끠들스틱이 궁극기로 벽을 넘는다.
시야가 없었던 고전파팀은 그대로 휩쓸린다.
점멸 반응을 해도 맞점멸로 따라가니 의미가 없다.
무시무시한 광역 데미지가 인접한 적들을 갈아버린다.
─트리플 킬!
끠들스틱의 궁대박 한 번에 한타가 종결된다.
참고 참아 터트린 한 방이 원기옥처럼 게임을 끝낸다.
─클끼리 오정환 극찬하네
얼밤에서 영입 제안했다는 소문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본인이 말했는데?
└경기 전에 전화 통화한 거 보면 모름?
글쓴이― 경기 시작하고 봄;
└ㄹㅇ 다 거르고 그냥 존나 잘하긴 해
이견의 여지가 없는 정글 캐리.
KDA도, 딜량도, 마지막 궁극기 대박까지 알아보기 쉽게 게임의 승리를 견인했다.
그 고전파팀을 상대로 말이다.
하지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러너리그의 관심을 독차지한 건 좋은 일만이 아니다.
─코물쥐는코가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경험치 룬들고 6렙 빨리 찍었대요!
"정말요? 와……, 뭐지? 경험치룬은 있는지도 몰랐네."
"특성쪽에서는 서포터들이 가끔씩 찍죠. 보통 라이너들은 안 찍는데 준비해온 조커 카드였가 봅니다."
승리의 비결.
일부 시청자들의 의해 알려진다.
수십만 명의 두뇌가 모인 브레인스토밍이 가능케 만든다.
'그런 방법이 있다고?'
LCK 최고의 정글러 중 한 명인 클끼리도 깜짝 놀란다. 위화감을 느끼긴 했지만, 정신 없는 경기 중에 콕 짚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끠룩끠룩! 끠룩끠룩!
새로운 정보를 전제하에 생각해보면 납득이 가는 장면이다.
끠글렛이 첫 번째로 도륙당하는 광경이 리플레이로 송출된다.
―끠글렛님 상심 크시겠네ㅠㅠ
―어쩔 수 없지 상대가 코물쥐인데~
―상대가 나잖아ㅋ
―멘탈 터져서 방종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핏 그렇게도 보였다.
도발을 받고, 라인전을 찍어 누르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가 갱킹을 당하고 만 것.
"지금 5분 40초인데 끠들스틱이 궁극기를 들고 있어요. 사실 이 장면 자체가 시사하는 점이 상당히 많거든요?"
"예상을 못 했던 거군요!"
바보 같은 실수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사후 해석이 더해지며 끠글렛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회복시킨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진정한 방법이 있다면 승리뿐이다.
그 때문에라도 같은 실수를 또 하진 않을 텐데.
"오정환팀이 또 끠들스틱을 가져오네요? 그 경험치룬 전략을 다시 시도할 생각인가 보죠?"
"한 번 잘 먹힌 전략은 두 번 써도 충분히 유효합니다. 만약 고전파팀이 파훼법을 준비했다면 그건 그대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겠고요."
―올
―수준 높네 ㄷㄷ
―끠글렛 이 새끼 방송 왜 껐냐고 ㅠㅠ
―'일부' 시청자 때문에 꺼버렸자너~
클끼리의 명품 해설이 더해지며 이어지는 네 번째 세트는 밴픽 단계부터 주목 받는다.
* * *
필살기성 전략.
그렇게 단정 짓지 않아도 될 만큼 완성도가 높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파훼법은 있어.'
원래는 공격력쪽에 치중된 룬을 유틸쪽으로 돌린 것이다. 따라서 초반 전투 능력이 약해진다.
상대가 대놓고 카정을 온다?
교전에서 디스어드밴티지가 생긴다.
단기간에 그 약점을 인지했을지는 모를 일이다.
"여러분들도 슬슬 눈치를 챘겠지만 저와 여름이 보통 사이가 아니거든요. 알콩달콩 둘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무시하는데?
―응 안 받아줘ㅋㅋ
―정하다 추환아
―여름좌 한국어 패치 많이 됐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여름과 나의 사이도 친구 이상 연인 미만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다.
'여하튼.'
끠들스틱을 연속으로 사용하는 건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어디까지나 가능성.
상대가 파악을 못했어도 이상하지 않다.
까놓고 말해서 젠지처럼 똑같은 전략만 쓰는 프로팀도 있는데.
불과 10분 남짓한 시간에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낙관적인 기대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하물며 결승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부딪혀볼 작정이다.
「누구도 날 막지 못해!」
진행되는 밴픽.
상대팀에서 광우스타를 가져갔다.
여름의 픽을 뺏음과 동시에 끠들스틱 카운터란 의미도 있어 보인다.
"상대팀에 광우스타 있으면 끠들스틱 하기 까다로워지긴 하죠."
―ㄹㅇ
―궁 썼는데 밀치면 딥빡ㅋㅋㅋㅋ
―한타 카운터 아님?
―역시 챌린저라 얄짤 없네
챔피언으로 카운터 치는 것은 가장 간단하며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특히 상대는 챔피언폭 자유도가 매우 넓은 편이니까.
'상성 고려 안 하고 배인 꼴픽 박잖아.'
원래는 배인 꼴픽 박으면 지건을 존나 먹여야 하는데 아군은 콧구멍에 지건을 박히고 있다.
그러한 체급 차이까지 상정을 하고 있었다.
「당신의 뜻대로, 싸우겠소.」
리심을 가져온다.
그와 동시에 채팅창에서 갈고리가 수집된다.
정글을 이미 가져와 놓고 어째서?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이지.'
끠들 정글을 꺼낸 시점에서 말이다.
끠들스틱은 꼭 정글로만 쓸 필요가 없는 챔피언이다.
─천상계관전충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끠들 서폿 그거 렛미잭스가 파는 약 아님?
"그분이 좀 유명하죠."
―개씹트롤 같은데
―끠들 서폿으로 다이아1 찍은 그 또라이 ㄷㄷ
―지가 하기 싫었다고 여름이 주네
―짬처리 당함ㅋㅋㅋㅋㅋ
여름에게 알콩달콩 가르쳐줬다.
끠들 서폿은 QWE가 전부 타겟팅이다 보니 숙련도 요구치가 높지 않다.
하지만 인식이 좋지 않다.
시즌2부터 해오던 장인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폿계의 이단아 취급을 받는다.
'렛미잭스라고 닉값 못하는 유저.'
굉장히 유명했다.
저런 챔피언을 대체 왜 하냐고.
나중 시점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끠들 서폿을 헛했으니 말이다.
네 번째 세트.
시청자들의 포커싱은 바텀 라인에 쏠린다.
신기한 서포터.
신기한 BJ.
시청자 수의 추이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준다.
'그냥 어그로만 끄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좋다.
쓰는 법을 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렛미잭스는 끠들스틱 숙련도는 높았지만 쓰는 법을 몰랐다.
꾸엑! 꺅! 꺅! 꺅!
1레벨 E스킬.
끠들스틱의 손에서 날아간 까마귀가 적들 사이를 튕기며 데미지를 준다.
전형적인 짤서폿이다. 탱서폿인 광우스타를 상대로 상성에서 우위에 선다. 물론 짤서폿은 난이도가 높지만.
'끠들은 여차할 때 공포 쓰고 토까면 끝이거든.'
공포의 지속 시간이 무려 3초에 달하던 시절이다.
차후처럼 정밀+헤르메스로 개나 소나 강인함 50%를 찍지도 않는다.
라인전은 물론 한타까지 사기적이다.
이런 챔피언을 렛미잭스는 W선마를 해서 게이처럼 사용하다 보니 나쁜 선입견이 생길 만도 했다.
꾸엑! 꺅! 꺅! 꺅!
바텀이 처음으로 주도권을 잡는다.
끠들스틱이 자랑하는 타겟팅 견제가 적들 사이를 마음껏 헤집는다.
'운이 나쁘면 미니언 먹어서 아군 원딜한테 욕 듣기도 하는데.'
운이 좋으면 적한테 2번 튕겨서 명치딜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름이는 운이 좋다.
* * *
네 번째 세트.
상정에도 없었던 1 대 2의 열세는 제아무리 고전파팀이라 하더라도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니, X발 왜 또 나한테 튕기는데?>
<진정해. 힐 있어.>
<쥐꼬리만 하잖아!>
특히 끠글렛.
멘탈이 반쯤 나가있다.
한타 때문에 라인전이 약한 조합을 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내가 왜 상심을 해야 하는데 이 코만 큰 다딱이 새끼가!'
머릿속에서 자꾸 재생되고 있다.
코물쥐에게 들은 도발을 이전 세트에서 되갚아주지 못한 결과다.
LOL은 멘탈 게임.
상위권 유저일수록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결승전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의 억울한 패배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까꿍!
멘탈이 무너진다.
평소 같았으면 안 했을 실수를 하고 만다.
아차 하는 사이 끠들스틱의 점멸 공포.
꾸엑! 꺅! 꺅! 꺅!
츄르릅─
까마귀가 튕기며 빨대가 꽂힌다.
지속된 견제로 누더기가 된 끠글렛은 심각한 위기에 빠진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공포에 이어 침묵까지.
맞점멸 반응을 못 한 시점에서 그대로 얻어터져야 한다.
물론 억울하다.
'아니, X발 3번 튕기는 거 실화냐??'
광우스타가 적 원딜을 마크해줬음에도 죽고 만다.
단순한 불운.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기에는 이미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5전 3선승제.
한 세트를 더 내주는 순간 끝이다.
그런 위기 의식을 살면서 느껴본 적이 없다.
'뭐지 버근가?'
평소처럼 적당히, 완벽하게 플레이하고 있던 고전파로서는 의아하다.
아군들이 안 하던 실수를 연발하며 벌써 2패나 내줬다.
흘러가는 게임 상황도 썩 유리하지 않다.
이러다간 정말 져버린다.
결승전을 패배하는 일이 생길 수가 있다.
'음~ 제대로 해야겠다.'
고전파가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