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화
결승전.
―이걸 비비네
―오정환팀이 이긴 거 아니었음??
―고전파가 씹캐리했지 ㅋ
―어둠의 LCK가 빛의 LCK보다 재밌눜ㅋㅋㅋㅋㅋㅋ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흘러가던 접전도 슬슬 막바지에 향한다.
그에 따라 관전 포인트도 구체화되고 있다.
─경기력도 경기력인데 선수들 수준이 미쳤네
특히 오정환이랑 고전파
└갓전파는 ㅇㅈ이지
└오정환 면제겜 랭커 출신 아녔음?
글쓴이― ㅇㅇ
└결승전 보면 그딴 소리 못하지
양팀의 승리 공식.
가장 존재감을 과시하는 선수.
벌써 네 번째 진행된 경기의 과정에서 드러났다.
"간단합니다! 오정환팀에서는 오정환님이 괴물이고, 고전파팀에서는 고전파님이 괴물이에요!"
"괴물!
―아앜 괴물!
―나라는 괴물을 막을 수 있겠어?
―양팀에 괴물이 있었네ㅋㅋㅋㅋㅋ
―황밸 보소
상당히 드문 일이다.
스타 플레이어.
말로 표현하면 쉽고, 솔랭에서도 그리 드문 일은 아니지만 대회 게임에서는 거의 없다.
LOL이라는 게임의 특성상 말이다.
5 대 5의 팀플레이 게임이기에 역으로 한 명이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치는 것이 힘들다.
"특히 이렇게 고수준의 게임에서는."
"와! 고수준이요?"
"이제 와서 새삼스럽다는 느낌인데. 이 팀 그대로 LCK에 나가도 적어도 허무하게 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오……
―LCK 우승에 롤드컵 준우승에 빛나는 클끼리 센세가 말씀하시니 믿음이 가네요!
―막 롤드컵 우승하는 거 아님?
―좀 띄워주니까 롤드컵 우승 ㅇㅈㄹㅋㅋㅋㅋㅋ
모두 잘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띈다?
그 자체부터가 쉽지 않거니와, 시청자들도 평소 프로 리그를 봐왔다.
확실히 특별하다.
그렇게 분류될 만한 유저다.
고전파는 몰라도 오정환에 대해서는 몇 번째 반복된 재평가가 내려질 수밖에 없다.
「그럼, 다시 수련에 정진하겠소.」
「두려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고전파팀에서도 그렇게 된다.
결승전조차 진지하게 임하지 않기로 화제를 모았기에 더욱 시청자들의 관심은 커져 간다.
─정글 3밴은 오정환을 인정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음?
리심, 끠들, 토이치
물론 다른 라인에서도 쓰려면 쓸 수 있겠지만
└빼박이지
└리심, 끠들은 오정환 저격 빼박이고 토이치는 코물쥐 아님?
└응 토이치도 오정환이 더 잘함
└슬슬 쫄리나 봄ㅋㅋㅋㅋㅋ
세트 스코어 2 대 2.
빈말로라도 봐주면서 했다고 볼 수 없는 치열한 과정을 거쳤다.
고전파팀도 이제는 여유가 사라졌다.
"사실 프로 선수 중에도 5전 3선승제를 꽉 채워보는 경험이 있는 선수가 거의 없거든요?"
"프로분들 중에서도요?"
"아무래도 결승전밖에 없으니까요. 이 정도까지 오면 반쯤 탈진해요. 양팀 모두 집중력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을 겁니다."
클끼리의 진중한 경험담이 긴장감을 더한다.
본방만 11만 명, 전체 시청자 수가 20만 명을 훌쩍 넘긴 정말 LCK에 준하는 자리이니 무겁게 받아들여진다.
'……제발.'
러너맨 또한.
고전파팀에게 올인 베팅을 했다.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창에서 은근히 신경 쓰이는 메시지가 많았다.
―러펠레ㅋㅋㅋㅋㅋㅋ
―오정환팀이 씹압살하네
―오정환이 대세인가?
―골딱이라 게임 보는 눈이 없누
네 번째 세트 초반, 승기가 오정환팀에게 넘어갔을 때 말이다. 다행히 고전파의 활약으로 역전이 됐지만 가슴이 철렁했다.
그도 그럴 게 오정환.
호감 가는 동료BJ이긴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쟁자가 아닐 때다.
롤판 최고의 BJ는 자신이어야만 한다.
"클끼리 선수는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결과!"
"사실 처음에는 당연히 고전파팀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오니까 정말 해봐야 알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도 굳이 한 팀을 꼽는다면?"
"굳이 따지면 저도 고전파팀. 아무래도 오정환팀은 오정환님의 경기력이 계속 고점만 찍고 있다 보니까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도 됐거든요."
―클끼리도?
―러너맨형이랑 똑같네요
―내가 보기에도 그럼!
―저러다 틀리면 2025년까지 클펠레 되는 거 아님?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자신의 눈이 틀린 게 아니다.
현역 프로도 같은 결과를 예상하고 있다.
물론 결과에 다다른 과정은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보이지 않는 검이 가장 무서운 법.」
고전파팀의 픽.
악몽과도 같았던 자드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채팅창에서 의아한 반응이 나올 만도 하다.
"어째서 전 세트를 캐리한 챔피언을 또 열어주는 거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네."
―ㄹㅇㅋㅋ
―자드 할 것도 아니면서 왜 살림?
―저 간단한 걸 생각을 못하네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ㅉㅉ
씨지맥의 방송에서도.
게임적 지식이 남다른 그의 입장에서는 오정환팀의 밴픽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진다.
'전판에 실수를 했으면 고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내가 감독을 하면 저런 바보 같은 실수는 절대 안 할 텐데.'
아무래도 아쉽다.
본래라면 자신이 올라왔을 무대다.
보다 깐깐한 시선으로 밴픽을 살피고 있다.
객관적으로 봐도 납득이 힘들다.
네 번째 세트를 멱살 잡고 캐리한 일등공신이다.
무엇보다 자드는 플레이 성향이 다르다.
"1~3세트는 고전파님이 약간 팀을 받쳐주는 픽을 했잖아? 근데……, 그러다가 자꾸 지니까 심정의 변화가 있었나 봐. 그래서 자드 같은 하드캐리형 암살자를 고르는 게 아닌가 해."
―?
―C소리 ON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여전히 설명 ㅈ같이 하누
모 아니면 도다.
자드는 망하는 순간 암살도 안되고, 한타도 별로인 이도 저도 아닌 픽이 된다.
반대로 흥해버리면 게임 내 존재감이 어마무시하다.
이전 세트에서 제대로 증명했다.
이를 풀어준 이유는 경기의 결과에 따라 두고두고 지적 받을지 모른다.
중요한 결승 무대에서 밴픽 고집으로 진다니 농담거리도 아니다.
「나의 검은 당신의 것이오.」
결국 경기력으로 입증하는 수밖에 없다.
오정환팀이 가져간 챔피언.
채팅창과 커뮤니티의 반응이 다시 한 번 터트린다.
* * *
고전파.
역대 최고의 LOL 플레이어로 e스포츠 역사상 최정점에 위치한 선수, 라고 해도 단 하나의 과장이 아닐 것이다.
그런 그의 최전성기를 상대하고 있다.
만만할 수가 없는 일이라는 사실은 한 시도 잊은 적이 없다.
사샤샤샥―!
마이를 픽한 것 또한.
알파 슬래쉬가 시원하게 정글몹을 가른다.
쭉쭉 빠르게 해나가는 정글링 루트는 이전과 그대로다.
―마이플스토리라니……
―이건 에바야 형
―갑자기 초심을 찾는다고?
―결국 못 이기니까 보라로 가버리누ㅋ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은 조금 생뚱맞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딱히 반대 어린 시선은 없었다.
'뭐, 당연하지.'
캐리하고 있는 사람이 하고 싶은 거 하겠다는데.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당연히 이기고 싶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게임의 상황은 난전이다.
아군도 실수를 하지만, 적팀도 실수가 많아졌다는 게 달라진 점이다.
'아무래도 힘들지.'
한쪽이 원사이드하게 끝낸 게임이 아니라 엎치락뒤치락을 4연속 주고 받았다.
심적으로 피로가 쌓인다.
맞기만 하던 아군도 익숙해졌다.
상대의 허점을 노려서 킬교환에 성공한다.
물론 가장 달라진 건.
화락!
챠라락―!
미드 라인.
자드의 견제가 무섭다.
그림자를 깔며 그어지는 QE가 트페의 살점을 깎아낸다.
구오오……!
이어지는 궁극기.
당황스러운 킬각임에도 트페는 탈진을 걸고 침착하게 무빙한다.
자드의 공격을 최대한 흘린다.
띠잉―!
파라랑~!
그리고 손에 뽑은 골드 카드를 날린다.
투사체가 도달하기 전에 자드는 그림자와 위치를 뒤바꿨지만, 반대로 말하면 생존에 성공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찍어서 맞췄네
―아무튼 살았으면 됐지 휴;
라인 주도권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
세 갈래 카드를 던지며 웨이브를 꾸역꾸역 클리어한다.
힘든 과정일수록 보람 또한 있는 법이다.
'자기 나름대로 무언가 얻은 게 있겠지.'
고전파 더 나이트메어를 겪으며 말이다.
최소한 운식당의 비밀 레시피라도 하나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것이다.
사샤샤샥―!
그렇게 라이너들이 피똥을 쌀 때.
나는 조용히 정글링에 힘을 준다.
이는 절대 등골을 빨아먹는 게 아닌 계산 하에 내리는 판단이다.
'지금까지 하도 박살 내고 다녔으니까.'
그냥 마이를 꺼내면 '게임을 지고 싶은 것인가?' 십중팔구 그런 생각이 격하게 난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을 엮어두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전 세트에서 워낙 다양한 방식으로 초반 갱킹을 먹였다.
'마이도 뭔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적들이 상상 속의 마이와 싸우고 있을 때.
사샤샤샥―!
정글링을 돈다.
와드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는 게 포인트다.
이러면 정말로 상대는 언제 어디서 덮쳐올지 모르는 마이에 신경을 낭비한다.
―존나 편안하네
―정글이 시몬스 침대야?
―나는 모르겠다……
―진짜 이거 지면 결승 끝나는데 또라이다 또라이
롤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게임이다.
심리적인 부분이 매우 크다.
물론 꼬일 가능성도 있지만 세상에는 해볼 만한 도박이라는 게 존재한다.
실낱 같은 가능성을 비틀 수 있다면 더더욱.
마이를 고른 것이 겨우 메이플BJ로서의 사명감 때문일 리 없다.
─적이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게임의 주도권.
상대가 꽉 휘어쥐고 있다.
그 근거가 라인전이 끝난 이후 사이드 주도권에 있음은 두말해서야 입아프다.
서걱!
서걱!
단순히 강할 뿐만 아니라 힘이 있다.
마주서는 상대를 물러나게 만드는 압력.
미니맵의 절반 가량을 자드가 지배한다.
'전성기의 고전파.'
게임을 이기는 것이 호락호락할 수가 없다.
설사 어떻게든 사려서 킬을 내주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반대쪽 본대에서 손해가 생긴다. 혹은 그전에 빈틈을 뚫리던지. 아등바등한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사샤샤샥―!
그렇기에 힘을 비축했다.
치열하게 주고 받는 게임 구도에서 오직 나만이 한 걸음 떨어져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찰칵!
코어템이 갖춰지는 순간을 기다리며 말이다.
결국 게임을 종결시키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자드를 이기는 거지.'
혹은 그 반대.
시청자들도 넌지시 짐작하고 있다.
내가 노리는 큰 그림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
―일기토 가나요?
―마이 존나 커서 모른다
―안 되는데 수은은 떠야 이길 텐데……
대놓고 화면을 통해 보이니 당연하다.
자드의 스플릿을 내가 막는다.
아군은 본대쪽을 압박한다.
'도박이지.'
해볼 만한 도박.
고전파의 자드는 분명 위협적이지만, 이기는 게 불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채팅창에서도 간간히 이야기가 올라온다.
이론적인 자드의 상대법.
가장 대표적인 것은 수은을 올리는 것이다.
「수은 장식 머리띠」 ― 1550 Gold
마법 저항력 +45
챔피언에게 걸린 모든 해로운 효과를 제거합니다.
차후에는 CC기만 제거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온갖 걸 떨쳐낸다.
블러디 궁, 자드 궁, 끠즈 궁, 다리우트 피철철 기타 등등 어지간한 전부 다.
정말 사기적인 대신 비싸다.
쓸 데도 없는 마법 저항력을 올려준다.
안 그래도 빠듯한 기회비용을 낭비할 수는 없다.
「생각의 속도!」
믿고 있는 건 단 하나.
피지컬? 아니, 오히려 뇌지컬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피지컬로 보이는 무언가다.
'바로 경험치지.'
테라버닝을 하는 건 도란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