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296화 (296/846)

296화

게임의 밸런스.

그것은 의외로 시간이 해결해줄 때가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스타크래프트겠지.'

2001년 이후로 자잘한 버그 패치 외에는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유저들의 수준에 따라 엄청나게 밸런스가 격동한다.

소위 말하는 맵빨도 있지만, 연구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의 현상은 LOL에도 있다.

구오오……!

자드의 궁극기.

초기, 도 아니고 출시 3년차까지는 프로도 어버버하다 당해주기 일쑤였다.

그림자와 위치를 바꿔가며 신출귀몰하게 딜 넣을 거 다 넣고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써컹! 써컹!

서걱!

그래서야 아니 된다.

자드도 특정한 메커니즘이 있는 챔피언이고, 내가 죽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한이 아니다.

실제로 차후에는 그렇게 된다.

자드의 너프 사항을 롤백시키고, 수은으로 자드궁을 풀 수 없게 돼도 유저들이 알아서 적응한다.

챠라라락―!

사샤샤샥―!

이렇듯 말이다.

당황하지 않고 표창 타이밍만 기다린다.

무적 판정의 알파 슬래쉬로 코앞에서 피해낸다.

마이가 자드를 상대로 상성에서 우위에 서는 이유.

그 하나로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화락!

치지지직……!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그어지는 그림자 베기와 타들어가는 점화.

위험 신호가 울린다.

체력이 떨어지면 WEQ로 다시 들어올 심산이다.

순간적인 폭딜면에서는 자드가 마이보다 우월한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써컹! 써컹!

마이의 진가는 지속딜에 있다.

가장 위험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상정했다.

알파를 돌리며 자드를 향해 광클을 찍어두었고.

'몰락.'

상대의 이동 속도를 빼앗는다.

그 분만큼 내 이동 속도는 빨라진다.

그림자 베기의 둔화는 마이라서 씹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오정환님이 고전파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추가 골드 : +432G)

표창을 피하고, 맞딜을 박아 넣을 수만 있으면 이긴다.

그렇게 판만 깔리면 상성 차이로 귀결된다.

―와

―와 안 죽어

―와웅

―오졌다

―마이플스토리 본좌 ㄷㄷ

―살 떨려……

―내가 아는 마이랑 좀 많이 다른데?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그런 요약이 가능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아무리 표창을 피해도 궁극기딜이 엄청나다.

'그걸 상쇄할 수 있으니 상성이란 거고.'

명상으로 말이다.

킬을 따면 스킬 초기화.

다시 한 번 명상을 외워 바닥까지 바닥 났던 체력을 간신히 지탱한다.

이를 머릿속에서 그려내는 능력도, 실제로 행하는 능력도 고전파에게 미칠 수 없다.

하지만 회귀라는 이름의 테라버닝을 마친 몸이다.

찰칵!

간발의 차이로나마 이겼다.

그 의미는 네 번째 세트와 마찬가지로 게임의 구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 * *

마지막 세트.

이전 네 세트와는 명백한 차이를 보이며 시작했다.

"마이가 천상계 기준으로는 솔랭에서도 잘 안 나오는 챔피언이거든요?"

"거의 트롤 챔프 아닌가요?"

"솔직히 좀 그런 감이 있는데……. 그래서 오히려 뭔가 있나?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다!

―5252 조로냐구ㅋㅋㅋ

―ㄹㅇ 암 것도 안 함

―마이플스토리~

고요했다.

상대적으로 말이다.

특별한 액션 없이 오로지 정글링 위주로 게임을 풀었다. 하지만 그 말이 긴장감이 풀어졌다의 동의어는 아니다.

무려 32팀이 출전한 역대급의 아마추어 러너리그 결승전의 마지막 세트이니까.

─오정환님이 고전파님을 처치했습니다!

폭풍 전의 고요였을 뿐이다.

그 모든 과정이 하나의 결과를 위함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앜 괴물!"

"괴물간의 대결에서 최후의 승자는 오정환님의 마이가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일단!"

―괴물!

―나라는 괴물을 막아버리다니 ㄷㄷ

―둘 다 괴물인데?

―진짜 미쳤다

양팀의 에이스간의 일기토가 펼쳐졌다.

보는 이들을 전부 숨 막히게 만든 혈전에서 살아남은 것은 오정환의 마이.

위이잉……!

러브샷이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다.

간신히 잡았을 뿐 몸이 타들어가고 있다.

쿨타임이 리셋된 명상으로 목숨을 지탱한다.

"이건 정말 대형 사고가 터졌습니다."

"아, 그거……."

"왜 이것돈데!"

경기 시작 전에도 짚었다. 승부는 양팀 에이스의 캐리 유무에 갈릴 수 있다고.

그것이 가장 극단적이고, 가시적인 방법으로 표현된 것이다.

사샤샤샥―!

살아남은 마이는 라인을 푸쉬한다.

흡혈로 다시 체력을 채우자 고전파팀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가 없다.

<누구 한 명 막으러 가야 할 것 같은데?>

<본대 덮치면 안돼?>

<우리가 이겨도……, 바론 먹는 게 아닌 이상 손해야.>

이전 세트의 자드처럼 말이다.

1 대 1을 무조건 뚫을 수 있는 무력을 가진 존재는 운영적인 의미로도 굉장히 성가시다.

탕!

탕!

끠글렛은 투덜대면서 사이드로 발걸음을 옮긴다.

본대에서 한 명 빠진다면 그것은 원딜이 될 수밖에 없다.

'아, 짜증 나네.'

당연히 쉽게 이길 줄 알았던 결승전이다.

이 정도로 시간이 끌린 것도,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못한 것도 원딜러로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퀴리릭!

타앙!

그러니까 먹여준다.

자신의 위치를 강제시킨 장본인에게 총알을 툭툭 쏜다.

스트레스도 풀 겸, 여차하면 견제하다 잡을 수도 있고.

'꺼져 이 새끼야!'

열이 받았는지 자신에게 다가온다.

평타 몇 대 더 때리며 카이팅 치고, 그것이 크리로 터지면 정말로 킬각이 나온다.

실제 솔랭에서는 드물지도 않다.

감정적으로 하다가 상대에게 꽁킬을 내주는 경우 말이다.

그것이 가끔 자신이 될 때도 있어서 문제지.

「잘 보고 배우게!」

다가오는 마이에게 적당히 투망을 쏘고 거리를 벌린다. 둔화로 느려지면 평타를 몇 대 더 쏘다 궁극기로 마무리하는 패턴.

'어, 어?!'

마이에겐 통하지 않는다.

둔화 무시의 궁극기로 빠르게 달려온다.

어어? 소리만 연발하다 순식간에 써컹써컹!

<얘 궁 빠진 거. 아…….>

<마이잖아.>

<마이 킬 더 주면 안되는데;>

자드를 잡을 때 모든 것을 소비한 건 맞다.

하지만 킬리셋.

멘탈이 나가있던 끠글렛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

평소였다면 굳이 생각까지 안 해도 자연스럽게 인지했을 것이다.

분노가 시야를 좁히고 말았다.

찰칵!

그 스노우볼은 매우 크게 굴러간다.

안 그래도 킬을 딴 마이가 웨이브+꽁킬까지 마신 결과.

"고전파팀 지금 초―비상입니다!"

"또 손 드는 사람이 없나요?"

"아니……."

―아ㅋㅋ

―그만 베끼라고!

―재밌으면 됐지

―클끼리님 상심하지 마요ㅋ 상대가 오정환이잖아

엄청나게 성장했다.

CS라는 뒷심이 든든하게 받쳐지는 상황에서 킬까지 마셨다.

아이템은 물론, 레벨링도 라이너와 동급이다.

파라랑~!

그 의미는 팀과 어우러졌을 때 훨씬 성가시다.

의진맨의 트페도 이제 사이드에 있을 수 있다.

전처럼 자드가 대놓고 압박할 수 없으니까.

"마이의 움직임도 굉장히 좋고, 그걸 받쳐주는 의진맨님!"

"원래 먹방 하시는 BJ이신데 롤도 챌린저고 대단합니다."

"운식당이 그렇게 맛있다고 프로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해요."

―프로들도?

―와 ㄷㄷ

―LCK에도 진출했네

―의진맨의 운식당은 ㅇㅈ이지

반대로 고전파팀은 애매해진다.

자드가 사이드를 뚫어내길 한없이 기다릴 수도 없고, 자드는 한타를 하기에 좋은 챔피언도 아니다.

<이거 시간 끈다고 뚫을 수 있는 구도가 아닌 거 같은데…….>

<트페 곧 조냐 나온다.>

<그냥 한타 봐야 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디코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지만 고전파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나만 잘하면 이길 수 있어.'

완벽은 자신의 마인드.

그 어떤 상황이라도 돌파구는 있다.

자드도 쓰기에 따라서 한타에서 충분히 활약이 가능하다.

팀원들이 원하는 대로 완벽한 한타를 목표로 한다.

* * *

고전파는 분명 엄청난 선수다.

비교 대상조차 없어 표현을 하는 것이 난감할 정도로.

'하지만 결코 패배가 없는 선수는 아니지.'

만화책이나 소설이 아니니 당연하다.

전설이라 불리는 선수의 등에는 웬만한 사람은 좌절하고도 남을 수많은 상처들이 남아있다.

이를 극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항상 완벽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상상하기도 힘들 만큼 버거운 일이다.

「완벽은 없음. 완벽이라는 목표는 계속 변함. 멈추지 않음. 따라갈 수 있지만, 붙잡을 수 없음.」

어떤 특이한 생물체의 말대로 고정된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분야에 성취를 한 사람일수록 그 자리에서 안이해지기 쉽다.

아니, 그것이 보통이다.

실제로 고전파를 이겼던 대부분의 선수들이 겪은 말로다.

이 거대한 세계에서 계속 정상을 유지한다는 건 제정신으로는 불가능하다.

구오오……!

불리한 한타.

우리팀이 아닌, 적팀에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없는 각을 비틀어 연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자드가 코물쥐를 암살하는 데 성공한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속담이 탄생하게 된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런 슈퍼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오를 수가 없는 자리지.'

불가능을 극복해야 한다.

나 같은 범인은 때려죽여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하고자 하는 것은 보다 간단.

「생각의 속도!」

이미 열려버린 한타에 후진입한다.

잘 큰 마이.

뿜을 수 있는 성장 기대치가 자드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사샤샤샥―!

써컹! 써컹!

자타공인 LOL 최강의 한타를 자랑하는 마이의 위용을 뽐낸다.

듣도 보도 못한 미친 스피드로 달려들면 상대 챔프는 어어? 소리만 연발하다가 순식간에 써컹써컹!

─오정환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판이 깔린 이상 상대팀은 더 이상 챔피언이 아니라 300G짜리 미니언으로 전락한다.

킬을 딴 순간 스킬쿨이 아예 100% 초기화된다.

'잘 큰 순간 말이 안 돼.'

잘 크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서 그렇지.

그 과정을 스토리텔링으로 어떻게든 풀어제꼈다.

한타까지 오게 된 시점에서 승리는 확신하고 있었다.

화락!

챠라락―!

굳히는 과정. 결코 방심하지 않는다.

그림자가 깔리며 쏟아져 오는 표창은 맞는 순간 그냥은 안 끝난다.

사샤샤샥―!

그림자가 빠졌다는 건 생존기가 더 이상 없다는 것.

한타를 뒤집기 위해 무엇을 할지.

경우의 수는 하나밖에 없었다.

역으로 카운터 친다.

점멸로 그어진 알파 슬래쉬가 자드를 긋는다.

순간적인 기지로 그림자와 위치를 뒤바꾸어도.

─트리플 킬!

쿼드라 킬!

이미 판이 깔렸다.

초기화된 궁극기로 지옥 끝까지 따라가 마무리한다.

그렇게 또 한 명 잡으면 다시.

―갓스터이 ㄷㄷ

―펜타! 펜타!

―펜타 내놔 씹새끼들아!

―이건 뭐 거의 살아 움직이는 살인 전차네……

따라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종종 걸음으로 본진으로 열심히 후퇴하는 끠글렛의 케이틀린을 긋는다.

─펜타 킬!

마지막 적 처치!

명상 편캔으로 고통 없이 보내준다.

후반 한타를 대승했다는 것은 게임의 승리에 직결되는 의미다.

<바론? 바론?>

<넥서스 가야지 게임 안 끝내?>

<끝낼 수 있나? 딱 말해!>

<竹島は…….>

"끝내요. 끝내."

―정환이가 말하니까 바로 듣네

―그럼 들어야짘ㅋㅋㅋㅋㅋㅋ

―팀장님 말씀하신다

―이 와중에 자이스키 정신 못 차렸누

러너리그의 우승에도.

마지막 다섯 번째 세트의 결정타를 박는다.

고전파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완벽함을 무너뜨린다.

나 같은 범인은 기껏해야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코끼리 다리 만지듯 얼추 인식하는 것이 전부다.

내가 그를 이겨도 언젠가 그 이상의 완벽함을 갖추게 될 테지만.

'고전파가 가질 우승 하나쯤은 뺏어올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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