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화
최소 10년치 딸감
상상치도 못한 이변이 펼쳐진다.
글자 그대로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말이다.
─오정환 더 나이트메어 ㄷㄷ
─제게는 잊고 싶은 기억이었습니다……
─엄마 내 이름은 왜 오정환이 아닐까요??? 엄마 내 이름은 왜 오정환이 아닐까요???
─마이플스토리가 왜 흥하는 거냐ㅋㅋㅋㅋㅋㅋㅋ
.
.
.
다섯 번째 세트를 시작한 시점에서도 말이다.
거의 자포자기가 아니냐?
그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LOL) 오정환. 한국 넘버원 솔정글러 이의 있나?」
_ ?132, 892명 시청「LOL) 러너맨. 러너리그 결승! 고전파팀 vs 오정환팀」_ ?96, 974명 시청
「LOL) 대한미국년. 열심히 합니다. 이쁜 채팅!」
_ ?11, 682명 시청
그렇기에 더욱 시청자들의 관심을 잡아끈다.
오정환 방송의 시청자 수가 본방을 넘어선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굴러 들어온 돌이었던 그가.
<마이를 꺼내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있죠.>
<혹시 준비해온 필살기였다던가?>
<그건 아니고. 제가 메이플스토리를 했다 보니까.>
<아…….>
―메이플ㅋㅋㅋㅋㅋㅋ
―진짜 메이플 때문에 한 거였다고?
―에반데
―자포자기로 픽했구나
경기가 끝난 후의 인터뷰.
기존 팬층과 롤판 팬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전부 잡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이플 유저로서 정환이 너무 자랑스럽다
손가락 없어서 메이플 한다는 소리 들을 때마다 개짜증났는데 롤충 새끼들 그깟 게임 좀 먼저 시작했다고 부심은 ㅉㅉ
└―면―
└팩트) 그깟 게임 좀 먼저 시작했다고 온갖 부심 다 부리는 새끼들은 RPG충들이다 └꼬우면 뭐다?
└휴먼 너는 오정환이 아니다
그도 그럴게 그의 근본이 메이플스토리다.
대한민국 청소년·청년이라면 최소 한 번씩은 해본 RPG게임.
오정환은 메이플로 엄청난 인기를 끈 BJ다.
LOL이 득세하며 퇴색되긴 했어도 팬덤이 어디 간 건 아니다.
─오정환 실력 아직도 인정 안 하는 게. jpg
[꽃게 분쇄하는 짤. jpg]
그런 게는 살 가치가 없다
└ㄹㅇㅋㅋ
└욕하려고 들어왔는데 까비
└저 맛있는 걸 다 부수네
└오정환 진짜 재능충이긴 하더라
그리고 롤판 팬덤.
오정환에 대한 평가가 박했다.
일부 개선되긴 했어도, 어디까지나 일부에 불과했다.
때문에 러너리그 우승이라는 대형 사건은 의미가 있다. 오정환이라는 이름을 롤판팬들이 잊을 수 없게 만드는 계기다.
'…….'
그 주최자인 러너맨으로서는 달가울 수가 없다.
기존 롤BJ 1위로서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작정하고 열은 대회였다.
하필 오정환이 우승을 해버리며 죽 쒀서 개준 꼴이 되었다.
그의 팬이던, 하다못해 안티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력을 과시했다.
'대단하긴 하네.'
BJ이기 전에 한 명의 롤유저로서 러너맨도 수긍한다.
단순히 게임만 잘하는 거면 모를까.
오정환이 대회에서 선보인 행보는 BJ로서도 놀라웠다.
이슈 메이킹.
BJ라면 누구나 원한다.
그 뒤치다꺼리가 워낙 만만치 않다 보니 엄두가 나지 않을 뿐이지.
과감하게 질러버린다.
화제를 키우고 베팅.
매번 이기지 않았다면 이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나 같으면 정말 피곤해서라도 못 할 텐데.'
일반 시청자들은 모른다.
수만 명의 시청자들이 뇌피셜을 쏟아내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기 짝이 없는 상황인지.
단순히 대회를 운영하는 것조차 십년 감수했을 정도다.
무난하다 생각했던 해설도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오정환이 아니었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다.
BJ는, 자신들은 항상 사건의 중심에 서야 한다.
그 피곤하기 짝이 없는 부담을 짊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최고의 자리에 있기 위해서는 말이다.
그만한 자격이 아직 자신에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순히 인정하며 언젠가 다시 되찾아올 날을 기약한다.
"와 오정환……."
"정말 물건 아닙니까?"
"BJ로 썩기는 아까워. 그 사실을 본인도 인지하고 있을까 모르겠는데."
물론 대회의 여파는 고작 BJ들간의 알력 다툼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십 만명이 지켜봤다.
개중에는 롤판 관계자들도 당연히 포함됐다.
각팀 프로팀들도 세심한 주의를 살피면 지켜봤다.
오정환이 잘해서?
리심으로 말도 안 되는 피지컬을 선보여서?
"고전파 생각보다 별거 없는데?"
"원래 그렇지. 아마추어들이 프로씬 오면 다 거품 뽀록 나는 거야. 그게 관례고."
그 이전의 이야기다.
고전파의 출전 소식은 LCK 내 모든 프로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솔로랭크에서 그에게 안 털려본 프로가 없으니까.
─이번 러너리그 가장 추한 새끼. Real
그건 바로 고전파
'솔랭에서 상대할 사람이 없다'
'프로들도 고전파 만나면 버스 탄다'
'고전파가 프로 데뷔하는 순간 LCK 대격변'
역대급 천재 괴물로 부풀려졌지만 현실은 챌린저 4명 끼고 러너리그 준우승아 그저.
.
.
^무^
└러너리그 우승은 씨지맥도 하는데ㅋㅋㅋㅋㅋㅋ
└무관따리 미드
└LCK 오면 바로 앰빠따한테 참교육 당할 듯ㅋㅋㅋㅋㅋ└자드로 솔킬 따인 건 ㄹㅇ 추함
그런 고전파의 비공식 데뷔 무대였다.
팀원 또한 워낙 걸출해 우승 후보로 이견이 갈리지 않았고, 결승전까지 올라온 과정도 일방적인 폭행에 준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결과.
오정환팀의 극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의 유서 깊은 전통에 따라 고전파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개추요청) 오늘자 그 미드 하이라이트. gif
[미드에서 CS 놓치는 장면. gif]
[오정환에게 솔킬 따인 장면. gif]
아무리 솔랭 1위 딸딸이 쳐도
커리어는 모든 걸 말해준다
롤 보는 인간이면 모를 수가 없음 ㅇㄱㄹㅇ
└아마추어 우승도 못하는 역대급 신인ㅋㅋㅋㅋㅋ
└다대기나 미드킹도 예전에는 고전파만큼 포스 쩔었지 └LCK 우승자인 클끼리가 고전파 영입 안 하고 오정환 눈독 들이는 이유가 있음└이거 뭔가 익숙한데?
누군가 뜨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 욕 먹는 사람도 있는 세계다.
* * *
순수실력도르라는 게 있다.
'어떻게 보면 놀리는 말로도 느껴지는데.'
본질은 그렇지 않다.
LOL이라는 게임은 팀 게임이고, 잘하는 사람일수록 실수하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멸추김밥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고전파님 상심하지 마요ㅋ 상대가 오정환이잖아!
"100개 감사합니다. 솔직히 져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운이 좀 받쳐졌네요."
―정글 차이 씹발랐지
―겸손한 거 보소
―고전파 씹거품임
―정글이 미드 딴 건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참 재밌는 점이다.
잘하기 위해서, 못할 수밖에 없다는 것.
남들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것은 어렵다.
'병사로서 묻어가는 것과 장군으로서 결단을 내리는 건 난이도가 완전히 달라.'
이미 마이가 커버렸다.
그 상황에서 자드가 1 대 1을 하다 졌다.
그걸 자드의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여건이 너무 박하다.
애초에 못 크게 하거나, 다른 선수가 마이를 마크하거나, 아니면 본대 이니시를 쫙― 열어서 스플릿 여지를 없애야 했다.
캐리하려던 고전파만 욕 먹게 된 억울한 상황.
─어떻게 미드가 정글한테 솔킬을 따이지?
[오정환에게 솔킬 따이는 고전파. gif]
그 대단한 걸 고전파가 해냅니다 ^오^
└솔랭 1위도르
└솔랭이랑 대회는 상관 없다니까?
└최단툌ㅋㅋㅋㅋㅋㅋ
└LCK 갈 것도 없이 러너리그선에서 정리됨 ㅋ
실제 프로씬에서는 드물지도 않다.
프로게이머나 BJ나 같은 준공인의 경우 남들한테 까이는 게 익숙하고, 본인들도 대부분 납득을 한다.
가장 힘든 것은 욕 먹는 이유가 억울할 때지.
앞뒤 상황을 고려 안 하고 못한 장면만 딱 캡처해서 조리돌림하면 정말 화병 나 죽는다.
'사실 전문가들 탓이 커.'
비판도 팬심이 있으니 하는 것이다.
잘못된 건 모르고 까는 팬들이 아니라, 돈 받으면서 제 역할 못하는 e스포츠 전문가들.
차후 2023년에 가시화된다.
경기 해설에 전문성이 추가되며, 예측이 60% 이상 틀리는 전문가들은 모가지가 잘린다.
─제육김밥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노잼 러너맨 방송 보다가 오정환 방송 보니까 신세계임ㅋㅋ
"또 팬가입 감사합니다. 방송마다 색깔이 다르니까 취향껏 보시면 될 것 같아요."
―ㅇㅈ
―러너맨 방송 2년차인데 좀 노잼이긴 함ㅋㅋㅋㅋ
―정환이 방송감 ㅆㅅㅌㅊ
―마치 대전 같은 느낌
선수 본인이 알아서 극복할 문제다.
롤판 팬들이 워낙 박쥐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년 후에 보면 믿고 있었다고 젠장! 나뭇잎 마을 찍는 일이 매년 일어난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정말 징글맞을 거야.'
어차피 나에게 중요한 건 방송쪽이다.
롤판에서도 기반을 닦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럴 목적으로 참가한 러너리그이기도 하다.
러너리그는 동시 시청자 수 10만 명 이상의 역대급 흥행을 하는 아마추어 대회다.
롤판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참가가 필수 불가결했다.
─나진프론트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오정환님 방송 끝나시고 쪽지 확인 가능할까요?
―와
―ㅁㅊ 1000개
―헐 뭥미?
―설마 진짜 나진프론트냨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이상의 흥행을 해버려서 문제지.
나의 참전이 유의미한 변화를 낳았다.
그렇기에 딱히 죄책감이 생길 부분은 없다.
'정말로 방송이 노잼이시긴 해.'
방송을 못한다는 게 아니라 담백하다는 의미다. 약간 독일 다니엘 느낌.
방송인으로서는 나쁘지 않지만 BJ로서는 애매해다. 실제로 그것이 약점으로 작용하여 롤판 1인자 자리에서 내려온다.
향후 5년간 러이갓 강점기가 시작되는 가장 큰 이유다.
"1000개 정말 감사하긴 한데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프로에 뜻이 있지 않습니다."
―진짜로?
―오정환이 없으니까 LCK 프로들이 꿀 빨잖아!
―프로씬에서 마이 나오면……
―입으로만 펜타킬 하는 러이갓이랑은 비교가 안됨ㅋㅋ
그 러이갓이 없다.
내가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롤판에서도 나의 입지를 공고히 해나간다.
'그게 다른 BJ들 입장에서도 좋아.'
러너리그가 흥행한 건 사실 운빨이 컸다.
롤판의 성장세 + 초대박 선수 라인업이 겹쳐지며 엄청난 시너지를 낳았다.
그런 행운이 연이어 지속될 리 없다.
러너리그는 차후 시즌3, 4 계속되지만 이전의 영광을 되찾지 못한다.
우연이 아닌 필연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총대를 메고 독자적인 콘텐츠를 진행한다면 롤판 BJ들도 낙수 효과를 볼 것이다.
"롤을 시작하고, 대회 참가하고, 정신 없이 게임만 했었는데 이제 여유가 생겼으니까 평소 방송으로 되돌아가겠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만 하고 종료할 테니 시청자분들도 푹 쉬세요."
―수고해쓰
―갓정환! 갓정환! 갓정환! 갓정환! 갓정환!
―보라의 神
―이이잉~ 기모링~!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그런 느낌.
애초에 방송이라는 것은, 특히 파프리카TV는 혼자 잘 나가는 게 불가능하다.
롤판이든 보라판이든 BJ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여하튼.'
아무리 미래의 지식이 있고, 우승할 자신이 있었다고 한들 그걸 해내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망했을 때의 플랜도 많이 고심을 했는데 잘 풀려서 다행이다.
고민이 많다는 건 심력 소모가 크다는 말.
나만 잘하는 것도 아니고, 팀을 풀기 위해 온갖 똥꼬쇼를 다 했다.
솔직하게 힘들어 뒤지겠다고 할 만한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힐링이 필요하다.
BJ라는 직업은 정말 재충전 없이는 할 수가 없다.
프로BJ로서 그 점을 상정해두지 않았을 리가 없다.
딩동―♪
새로운 동거인이 초인종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