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화
메이플 향우회
BJ오정환의 방송.
─지금 오정환 방송 여자 누구임? [5]
─BJ하와와 졸라 귀엽네 ㅁㅊㅋㅋㅋㅋㅋㅋ [2] +5
─나 김롤붕의 첫사랑이 시작됐다…… [1] ―1
─봄이 뭐냐? 댕청한 거 컨셉이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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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판팬들에게는 역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러너리그 우승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기행을 선보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 명의 롤유저로서의 이야기다.
그의 진짜 스토리는 다른 데 있다.
메이플스토리 이전에 BJ로서 진행하는 콘텐츠가 게임 하나가 아니다.
특히 친하게 지내는 여캠들과의 케미.
그중에서도 BJ하와와는 오정환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나이대가 워낙 어려 여캠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다는 게 옥의 티인데.
─BJ하와와 ㄹㅇ 여친 삼고 싶네ㅋㅋㅋㅋㅋ
나 김롤붕의 여친 1호로 삼아줄 의향 있다
└선 넘네
└아청법 위반입니다 삐빅!
글쓴이― 나랑 동갑인데 왜 틀딱 새끼가 ㅈㄹ임?
└아ㅋㅋ 급식이면 ㅇㅈ이지
시즌3 롤판 팬덤의 상당 수는 급식이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그들에게 있어 18세의 아리따운 소녀는 스트라이크존이다.
무엇보다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2년이라는 시간을 아예 허투루 보내진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녀가 워낙 어린 컨셉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최근의 변화도 이해할 만하다.
<저도 정말 담아둔 이야기가 많아요.>
<그래.>
<어째서 만날 때마다 물어뜯는 거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그렇구나.>
―당연히 이상하지ㅋㅋㅋㅋㅋ
―생각 ON
―이걸 눈치 채네
―사람 머리를 대체 왜 깨무냐고!
떡국 먹방.
누구나 1년에 한 번씩은 찍는 그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를 한 살 먹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그동안 당했던 설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의아한 구석이 한두 개가 아니다.
─정환이가 봄이 갈구는 거 대본 아니었냐?
노대본으로 여고딩 머리를 그냥 깨문 거임?
미친놈인가……
└그걸 이제 알았누
└안 미치면 보라판에서 못 살아남지ㅋㅋㅋㅋㅋ
└둘이 소꿉친구임ㅋ
└능지 상승한 봄이를 보니 감개무량하다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도 화제가 된다.
두 사람의 케미는 익히 유명하고, 방송 초창기부터 여러가지 스토리를 낳았다.
개중에는 있다.
여전히 기대하고 있는 팬들.
정말로 사람 일이라는 게 지나고 보면 모르는 것이다.
「가지가지나뭇가지」
5시간 전。
#하와와#봄이
[BJ하와와 최신 근황. jpg]
18살 봄이…… 이건 귀하군요
「어그로맨」
5시간 전。
#봄이#성장
[17살 봄이. jpg]
[18살 봄이. jpg]
봄이 성장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박소연」
5시간 전。
#오정환#떡볶이녀
봄이 이 기세로 성인 되면 오정환 후회 안 할 자신 있을까? 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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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가 아닌, 방송인으로서 쌓은 입지도 상당하다.
오정환과 하와와의 관계는 방송 동료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미리 깔아둔 노이즈 마케팅과 맞물리며 이슈가 된다.
여러가지 뇌피셜이 난무하면 난무할수록 화제성은 커져 간다.
* * *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 봄이도 성장을 하지.'
신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도 말이다.
특히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빠르게 성숙한다.
"꾸웨에엑……."
"우리 봄이 대가리 너무 작아."
"너무 아파요. 머리를 대체 왜 깨무는 거예요!"
―봄이 괴롭히지 마!
―미친 새낀가?
―애가 싫대잖아
―머리 진짜 작긴 하네 ㅎㄷㄷ
그렇기에 매년 관리가 필수 불가결하다.
애정 표현을 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도록 만든다.
'유치한 장난은 원래 자주 하면 안 어색해.'
어쩌다 가끔 하면, 그리고 하는 쪽이 망설이면 그런 분위기가 생긴다.
그리 되지 않도록 통과 의례를 만든 것이다.
"제 머리를 씹어봤자 아무런 이득이 없어요."
"쫀득쫀득해."
외국으로 치면 볼키스 인사인 '비쥬'가 있다.
문화적 특성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이상하게 볼 것만은 아니다.
'그렇게 느끼도록 만드는 거지.'
하지만 언제까지 속일 수는 없다.
우리 봄이도 눈치가 생기기 시작했다.
슬슬 머리에 피가 말라가는 걸지도 모른다.
"저 강력히 주장할 거예요!"
"그래."
"저 단호히 거부할 거예요!"
"그렇구나.'
―우리 봄이 대드는 거 봐ㅋㅋㅋㅋㅋㅋ
―봄이야……
―봄이 전성시대
―정말 거부할 수 있겠어?
자신의 대우에 불만이 생겼다.
고등학교 생활을 하며, 개인 방송을 진행하며, 주위에 친구들이 조언을 받으며, 심적인 변화가 생겼어도 이상하지 않다.
언제가 한 번은 넘어야 할 산.
어떻게 대응할지 상정을 해두고 있었다.
우리 봄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세상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럼 내가 너를 한 명의 숙녀로 대해야 돼?"
"숙녀로 취급해주세요―!"
"그럼 선을 그어야겠네."
"??"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 봄이와 쎄쎄쎄 하고, 자유롭게 놀러 다니고, 허물없이 대할 수 있는 것은 남자 대 여자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시각도 말이다.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사생활이 노출이 되면 어? 하는 시선이 생기는 것이 보통이다.
지금까지 안 생긴 것은 나이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 둘이 맛있는 거 먹으러도 못 다녀."
"어째서 그런 거예요!"
"남녀칠세부동석 몰라? 도덕 시간에 배웠잖아. 남녀가 엄연히 유별한데 사석에서 친목을 도모하면 오해하는 시청자들이 생길 수 있는 거야."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아 맞지 맞지
―정환이랑 사귀는 줄 알았잖아ㅋㅋ
―ㄹㅇㅋㅋ만 치자
―이걸 먹을 걸로 구워 삶는다고?
순수한 이미지.
좀 더 엄밀히 표현하면 정신적 성숙이 걱정된다.
그 이면에는 내가 매년 노력을 해온 결과물이 뒷받침된다.
'원래부터 데리고 놀기 딱 좋은 아이이기도 했고.'
나를 워낙 잘 따라서 가능했다.
사춘기가 오지 않도록 진로를 잘 잡아주고 있다.
봄이의 친구들도 순수함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절대 먹을 거 때문에 하는 타협이 아니에요."
"그래."
봄이와 타협점을 찾는다.
여전히 불만 사항이 있는 듯하지만, 평소 하던 짓이 있다 보니 갸우뚱하면서도 납득한다.
'그런 거지.'
봄이와 허물없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현대 사회의 개쩌는 급식충이 아닌, 옛스러움을 간직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그래."
"저 새로운 게임도 하고 싶어요."
"우리 봄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롤 할 거예요 롤!"
"……."
―??
―봄이도 롤을 알아?
―그거 안돼 지지야……
―롤은 못 참지ㅋㅋㅋ
절대 허락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 * *
메이플스토리.
대한민국 청소년·청년이라면 안 해봤을 수가 없는 국민 게임이었다.
이었다, 과거형의 이야기.
─거품펑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펑이조는 롤 안 함?
"……."
―올
―롤 절대 안 하지~
―나 펑이조의 자존심이 용납 안 하자너
―저 새끼 눈치 없네ㅋㅋ
이전만 한 성세를 자랑하지 못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세 게임+파프리카TV 최고의 흥행 보증 콘텐츠라는 느낌이었지만.
'X발.'
병크가 있었다.
돈슨의 병맛스러운 대처가 게이머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로 인해 메이플스토리의 게임 점유율이 크게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그것이 펑이조에게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가장 큰 경쟁자인 오정환이 메이플을 떠났으니까.
까놓고 말해 나머지 BJ들? 자신의 아래에 있는 떨거지들이다.
─충신지빡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으면 샤우팅을 쳐주세요
"닥쳐 이 새끼야!"
―이건 못 참지ㅋ
―반응 속도 보소
―오정환만 있었으면……
―펑이조는 진짜 콘텐츠 재능이 없다
메이플BJ 1위.
본래 자신이 목표했던 길을 다시 걷는다.
장기로 삼는 현질 콘텐츠로 잼민이와 급식충들의 이목을 끈다.
'X발.'
도저히 먹히지 않는다.
너무 현질 원툴이라?
규모를 늘리면 충분히 자극성을 더할 수 있다.
돈을 물 쓰듯이 쓰는 것에 대리 만족을 느끼는 수요는 여전하다. 문제가 있다면 그런 걸 보는 이들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거지.
『강화에 실패하여 강화 단계가 하락하였습니다.』
『강화에 실패하여 강화 단계가 하락하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강화도 오질나게 안된다.
아무리 항아리 도박으로 벌어 놓은 돈이 많고, 금전적 지원이 있다고 해도 Show me the money 친 게 아니다.
결국 규모의 경제.
시청자가 많아야 돈이 되는 구조다.
최근 메이플 시청자 수가 워낙 적어지다 보니 본전치기도 안되는 실정이다.
─오정환이 진짜 메이플BJ 중 거물이긴 했네
솔직히 다른 BJ들은 메이플 인기에 편승했을 뿐이지
자체적인 콘텐츠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잖아
오정환은 게임 실력 + 콘텐츠까지 괴물임
보라나 롤에서도 잘 나가는 이유가 있음
└오정환 그립다
└다시 메이플 안 하나?
글쓴이― 까놓고 말해서 뭐가 아쉬워서 함ㅋㅋ
└롤에서도 메이플 한다던데 킹능성 있지 않음?
여론 또한.
그럴 수밖에 없다.
다른 메이플BJ들도 노력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오정환이 보여준 기대치가 워낙 높다 보니 비교가 된다.
메이플 시청자들이 롤로 이탈한다.
메이플판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펑이조의 고민은 커져 간다.
자신 혼자서는 대세가 돼버린 이 흐름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니, 메이플BJ가 메이플 말고 뭘 해야 돼?'
'오정환님은 뭔가 자연스럽게 하던데. 그 자연스러움이 뭔지 모르겠다;'
'메이플은 진짜 ㅈ망각인가? 다른 코인 타야 되나?'
그런 생각을 펑이조 혼자만 했을 리 없다.
호랑이가 없으면 늑대가 왕.
다른 메이플BJ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메이플BJ 1위 자리를 노렸다.
새로운 콘텐츠를 짠다면?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모은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실패를 하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메이플BJ들은 게임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나?
롤BJ들은 대회를 열거나
자기들끼리 가끔 이상한 거 하는데
메이플BJ들은 진짜 혼자 게임만 하네
└그걸 이제 알았음? 째트킥!
└오정환 있을 땐 그래도 같이 레이드도 하고 그랬는데 └조선족도 때려잡고ㅋㅋ└오정환이 특이한 거고 메이플BJ들 원래 다 현질충 아니냐?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게 쉬울 리가 없으니까.
방송 경력 하루이틀로 할 수 있는 난이도가 아니다.
어떻게 각 잡고 투자해봐도 흐지부지한 결과로 끝난다.
─메청자입니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신규 보스 나왔던데 그거라도 공략해보면 안 돼요?
"그거……, 나오자마자 해본 거 알잖아? 깨라고 만든 게 아닌 걸 어떡해?"
―오정환은 깨던데
―ㅋ
―노오력이 부족하구만!
―요즘 것들은 말이야 해볼 생각을 안 해~
오정환에 의해 보는 시청자들의 보는 눈만 높아졌다.
그냥 대놓고 돈슨에서 깨지 말라고 만든 걸 다짜고짜 깨는 인간은 그 자식밖에 없다.
'시청자들이 너무 X랄이야. 풍도 안 쏘면서.'
'신규 보스 공략법이 땅 파면 나오는 줄 아나;'
'대체 오정환은 어떻게 했대냐?'
날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오정환이 있던 시절이 그립다. 잘 나가는 메이플BJ가 한 명 있을 때는 낙수 효과가 달콤했다.
그 오정환이 메이플을 접고 시작한 게임.
최근 LOL이 얼마나 잘 나가는지는 같은 BJ로서 모르기도 힘들다.
어떻게 꼽사리를 끼고 싶다.
동시에 혹시 나도?
자신도 메이플BJ고, 레벨은 오정환에 밀리지 않는다.
진지하게 각 잡고 해보면 오정환만큼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앉은 자리에서 이틀도 밤새본 적 있어.'
'내가 여캠은 몰라도 게임은 전문 분야지~.'
'마이인가 뭔가로 메이플스토리 하면 된다며? 개쉽네.'
메이플BJ들의 대탈주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