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03화 (303/846)

303화

타격감을 인정받은 샌드백

LOL은 게임이다.

하지만 다른 게임들과 구별되는 무언가가 있다.

─롤시청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펑이조 개못하네……

"보기 싫으면 나가 이 새끼야!"

―응 니 방송 아니야~

―강퇴해보셈 무빙으로 피해줌

―에혀ㅋ

―진짜 개드럽게 못하긴 한다……

게임 장르도 특이하고, 등급전 방식인 것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차이점은 즐기는 방식이다.

"시청자분들 말씀도 일리가 있는 게 방금 좀 무리하긴 했어요."

"존나 난 즐겜하고 있는데 나 까려고 눈 뒤집혀서 X랄하는 거잖아!"

(나만) 즐(거운) 게(임).

LOL에서 즐겜의 의미는 변질되었다.

똥을 싸고 자기 합리화하기 위해 내뱉는 방어기제로.

'즐겜이라는 건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플레이 자체를 즐기는 거지,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트롤이 아니야.'

메이플 시절에는 흔한 인삿말이었다.

즐메~

즐던~

즐바~

즐+해당 게임의 약자.

LOL부터 잘못 사용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 이유에 대해 심도 깊게 고찰해볼 필요성이 있다.

[12:03] 미드의코물쥐 (르풀랑): 펑이조님 상심하지 마요ㅋ

[12:05] 정글의코물쥐 (콩머스): 펑이조님 상심하지 마요ㅋ

"저, 저 상심하지 말라는 ㅈ같은 새끼들은 어디서 꾸역꾸역 나오는 거냐?"

―코물쥐충

―ㄹㅇㅋㅋ

―진짜 별말도 아닌데 빡침

―상대가 나잖아~

상심하지 말라는 말에 빡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저 말도 즐겜의 연장선인데 말이다.

'롤은 결국 승부에 집착하게 돼있어.'

그리고 그것이 맞다.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며, 한 명이 못하면 나머지 팀원들이 피해를 받는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한 명이 엘리돼도 나머지가 멀티 먹고 테크 잘 타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

LOL은 때려 죽여도 안 된다.

최소한 1인분은 해줘야 한다.

'즐겜'이라는 말이 변질된 이유일 것이다.

『패배』

자칭 즐겜러.

펑이조의 게임을 한 번 관전해보았다.

과정과 결과 모두 썩 훌륭한 쪽과는 거리가 멀다.

"아니, 진짜 ㅈ같이 못하시네요."

"닥쳐요 X발!"

―ㅋㅋㅋㅋㅋㅋㅋㅋ

―속마음이 그대로 나왔누

―진짜 좀 심해……

―그러니까 심해지ㅋㅋ

본인이 배우고자 한다.

그러려면 일단 상태를 알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환자의 상황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롤이 정말 잘 만든 게임인 게.'

이렇게 못하는 놈도 변명이 청산유수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우리 정글, 우리 미드, 우리 서폿 어쩌고저쩌고~.

롤유저로서 공감은 가지만 그것이 과연 배우고자 하는 사람의 자세일까?

정말 티어를 올리고 싶은 거면 고찰이 필요하다.

─거품펑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가 보기에 펑이조는 뭐 배워야 함?

"전 솔직히 더 할 말이 없어요. 이미 다 시청자분들이 짚어주셨는데."

"……."

롤이라는 게임이 자기가 할 때는 ㅈ도 안 보여도, 남이 할 때는 훈수 존나 마렵다.

진짜 이상한 말만 좀 거르면 대개 건설적인 방향이다.

'바둑이나 체스도 그러잖아.'

대부분의 게임이 그러하다.

즉, 게임을 잘해지는 방법은 특별한 게 아니고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중요한 건 이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쟤네가 알면 뭐 얼마나 안다고? 챌린저야? 프로게이머야?"

"님은 실버한테도 배워야 하는 브론즈잖아요."

"……."

―ㅋㅋㅋㅋㅋㅋㅋㅋ

―펑이조방에서 말하면 블랙함

―존나 속시원하네

―브론즈가 원하는 거 존나게 많아!!!!!

그것이 없다.

매우 안타까운 이야기긴 하지만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는 케이스다.

'심지어 이건 나도 마찬가지야.'

사람이 자존심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아집에 빠지기가 쉽다.

그래서 나는 새 게임 시작할 때 한 가지 대전제를 설정한다.

게임을 여러가지 하다 보니 생긴 가치관 같은 것이다.

나는 이 게임의 뉴비니 한 달 동안 병신이야.

욕을 듣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좋게 말하면 상관이 없는데 존나 비꼬듯이 말하잖아!"

"님도 스공 1만따리가 레이드 껴달라고 하면 바로 쌍욕 박을 거잖아요."

"……."

그 욕을 듣는 것이 도저히 참기 힘들다.

펑이조의 경우 메이플 랭커로서의 프라이드 때문에 특히 그런 모양이다.

메이플 랭커인 내가 롤에서는 브론즈?

라노벨에서는 유쾌한 일이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냥 거지 같은 상황이다.

'어쩔 수 없어.'

메이플에서 잘난 거지, 롤에서 잘난 게 아니니까.

내가 게임 가치관을 가지게 된 것도 아집에 빠지지 않기 위함이다.

"진짜 솔직히 말씀드리면 님 ㅈ같이 못하는데 마인드도 너무 쓰레기 같아요. 마치 못생긴 놈이 성격도 드러운 것처럼."

"……."

―너무 솔직한데?

―저기요 딜미터기 터졌어요

―이 새끼 코물쥐 갈구는 것도 그렇고 빠꾸없네

―팩트) 팩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자존심이라는 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서 알고도 실수하는 일이 역사 교과서에도 아주 흔하게 나온다.

'그래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딱 한 달만 참는 게 낫지.'

펑이조는 게임을 드럽게 못한다.

향후 시즌10까지 브실골을 전전한다.

그렇게 되는 것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이 개차반인 탓이 크다.

코물쥐와는 케이스가 완전히 다르다.

코물쥐는 애초에 잘하는데 한발 더 내디디는 탈일반인이 어려웠을 뿐이고, 펑이조는 일반인 중에서도 최약체다.

"님도 브론즈였잖아요. 말을 왜 그렇게 ㅈ같이 해요?"

"저는 브론즈일 때 욕먹어도 가만히 있었어요."

"그럼 나도 가만히 있어야 돼? 무슨 가마니도 아니고."

"님이 배우러 왔잖아요."

"……."

그런 실력을 개선하고 싶으면 당연하게도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노력이 아니라, 쓴 약도 삼킬 줄 아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게 힘들지.'

본인이 싫다면 강요할 수는 없다.

게임을 꼭 잘할 필요는 없잖아?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 롤은 반드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펑이조 슬슬 후회하겠다ㅋㅋ 정환이 스파르타인데

"아니, 근데 어차피 브실골일 거면 그냥 롤 안 하거나 보기만 하는 게 나아."

―?

―네?

―님 시청자도 브실골인데요?

―봄이도 브실골임 (아마)

게임에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다이아에서도 팀한테 X랄하는 새끼들 물론 있지만, 싸움의 이유가 승리라는 명확한 목적에서 기인한다.

'낮은 티어에서는 별 이유도 없이 꼽을 주는 잼민이들이 있어서.'

내 CS 왜 먹냐!

아이템 그거 왜 갔냐!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적이 아니라 아군이랑 싸우는 게임 같다.

브실골에 오래 있으면 잘할 수 있는 사람도 못해진다.

팀한테 욕을 먹는 게 두려워진다.

욕을 먹어야 잘해지는 게임인데.

"님 그래서 딱 정해요."

"뭐, 뭘요?"

"메이플에서 연도 있으니까 도와드릴 수는 있는데 저는 피드백이 센 편이에요. 그게 싫으면 님 하던 대로 하면 돼요."

"……."

펑이조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롤은 No pain, no gain이 가능할 만큼 만만한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부들부들! 부들부들!

우리 봄이에게 말이다.

두 눈을 땡그랗게 뜬 봄이가 진동 모드로 떨고 있다.

LOL이 얼마나 척박한 게임인지 깨달았다면 다행이다.

'그러니까 롤을 하지 마.'

하는 입장에서 말하기 뭣 하지만 정신병 게임이다.

즐겁게 메이플 하면 되는데 왜 굳이 롤을 해서 고통을 받아?

그런 미래가 뻔히 보인다.

우리 봄이를 위해 다크나이트를 자처한다.

* * *

갑작스러운 해프닝.

─속보) 펑이조 오정환집에 쳐들어옴ㅋㅋㅋㅋㅋㅋ

─반응 보니까 짜고 치는 거 같은데

─응 주작

─펑이조 꺼지고 봄이 데려오라고!!

.

.

.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개인 방송의 특성상 으레 생긴다. 펑이조의 예고 없는 방문은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방송을 하는 본인들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는 흥미진진한 떡밥이다.

─아니, 주작이고 말고를 떠나서

오정환이 펑이조 까는 게 찐텐이라 개재밌는데

ㄹㅇ 팩폭 오지게 갈김

└거의 악의 있는 수준 같던데?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해줌ㅋㅋㅋㅋㅋ

└걔는 원래 그래

└오정환은 메이플도 빡겜 하는 놈임

그 진행 또한.

방송 어그로는 누구나 끌 수 있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은 오롯이 BJ의 실력이다.

그것이 차고 넘친다.

오정환의 방송 진행 능력은 보라판에서부터 정평이 나있다.

─민초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님 이러다 펑이조 울어요 ㄷㄷ

"자존심 상해서요? 이게 자존심 상하면 시즌10까지 브실골로 지내면 돼요. 본인 선택이죠."

"……."

―진짜 울겠는데?

―그, 그만……

―나만 아니면 돼애애엑~!

―에이, 아무리 그래도 시즌10에는 올라가 있겠지ㅋㅋ

롤판에서의 입지도 말이다.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러너리그를 우승한 오정환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엄청난 위업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고평가받는다. 그도 그럴 게 사실상 프로팀.

─관계자 피셜) SKT T1이 스크림 휩쓸고 있다

고전파를 막을 수가 없어서 프로팀들 비상 떨어짐

스프링 시즌 다크호스라고 평가가 자자함 ㄷㄷ

└다크호슼ㅋㅋㅋㅋㅋㅋㅋ

└고전파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이딴 게 관계자면 나 같은 롤붕이도 해도 되겠누

└그럼 오정환은 얼마나 잘하는 거임? ㅋㅋ

결승전 상대였던 고전파팀이 소속된 신생 프로팀이 데뷔 예정이다.

커뮤니티에 종종 떡밥으로 던져지고 있다.

그에 비례해 오정환의 위상은 올라간다.

그런 오정환과 펑이조의 합동 방송.

기존 팬덤에게도 환영할 만한 속보다.

─간만에 메이플 출신 합방하는 거 보니 정겹긴 한데

펑이조는 왜 또 오정환한테 찍소리도 못 하누

└티어 차이

└롤은 티어가 깡패임 ㅇㅇ

└팩트) 원래 못했다

└좀 측은할 정도로 욕 듣네

메이플 팬덤에게는 익숙하다.

오정환이 펑이조에게 호통치는 장면. 레이드도 자주 했다 보니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자극적이다 보니 잘 먹힌다. 방송 콘텐츠로서는 분명 훌륭하다.

그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어서 문제지.

─오정환 너무 기고만장하지 않음?

지도 얼마 전까지 브론즈였던 주제에

같이 방송하는 브론즈한테 존나 꼽주네

└ㄹㅇㅋㅋ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함

└근데 펑이조 그 새끼도 악질이야

└오정환 너무 빡겜러임

롤판 팬덤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오정환이 인기를 얻은 건 극히 최근.

아직 위엄 있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반감을 가지는 시청자들도 생긴다.

화제의 크기가 크다 보니 자연스럽게 찬반 논란에 불이 붙는다.

─왜 고작 게임 가지고 욕까지 들어야 함?

오정환 이 새끼 컨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러너리그때부터 팀원한테 훈수 밥 먹듯이 두던데 브론즈한테도 이러는 거 보면 병이다 ㅉㅉ└펑이조는 지가 배우러 온 건데?

└'고작 게임 가지고'

└그저 ^틀^

└하도 갈구니까 봄이도 정색하더라

자극적인 콘텐츠.

방송 어그로를 쉽게 끌 수 있는 반면, 비판적인 시각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양날의 검인 특성을 지녔다.

제대로 살릴 수만 있다면 방송적 영향력을 확장시킬 수 있다.

─오정환이 펑이조 브론즈 탈출시킬 수 있을 거라고 봄?

욕먹어도 티어만 올릴 수 있으면 개꿀이긴 한데

└장시간 가르치면? 하루이틀로는 글쎄

└배운다고 늘면 브실골이 90%냐ㅋㅋㅋㅋㅋ

└에바임

└공부는 주입식이라도 되지 롤은 확실한 정답이 보이지 않는 겜이라 힘들어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결과뿐.

세간의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오정환의 방송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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