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04화 (304/846)

304화

충분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화제다.

─롤아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고작 게임 좀 못한다고 타박을 주느냐 이노오오옴~!!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다.

어느 쪽 말도 틀리지 않다.

얼핏 그렇게 보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게임 가지고 뭐라 하지 말라는 아재들, 동네 조기 축구회에 공도 제대로 못 받는 60대 할아버지 오셔서 나보다 어린 것들이 공놀이 가지고 뭐라 하지 말라고 하면 개빡칠 거잖아요.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역지사지를 한 번 해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재들 눈물의 독수리 타이핑!

―이러면 역지사지 씹가능이지ㅋㅋㅋㅋㅋ

팀한테 뭐라 안 하는 사람이 착한 거지, 하는 사람이 나쁜 것은 아니다.

탈주도 못 하는 그지 같은 시스템이라 패배+시간 낭비까지 엄청난데.

'게임 가지고 화내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니까?'

차후에는 선수 목에 폭탄 목걸이 거는 감독도 생길 정도다.

물론 그건 극단적인 경우지만,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화 좀 낼 수도 있다.

"진짜 개ㅈ같이 못하네!!"

"안 되는 걸 어쩌라고 X발!"

―ㅋㅋㅋㅋㅋㅋㅋㅋ

―거……, 쒸뿔……, 못할 수도 있지

―펑이조도 해탈했네

―진짜 개ㅈ같이 못하긴 해^^

실력이 선을 넘어서 문제지.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는 말은 딱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처신 잘하라고.'

본인도 답답할 수 있다.

아니, X발 안 되는 걸 어떡해?

일단 머릿속에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인지시키는 게 필요하다.

"축구 좋아하세요?"

"아, 당연하지 좋아하지. 내가 호날두 광팬인데."

"그럴 거 같았어요."

알기 쉬운 비유를 들어서 말이다.

롤의 기본적인 틀은 축구로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실소가 나올 정도로 간단하다.

'축구로 따지면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가 있잖아.'

근데 만약 수비수가 자기가 공격하고 싶다고 나가면 어떻게 될까?

그런 일이 낮은 티어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펑이조의 럭키가 로밍을 갔다.

성공시키기는커녕 적 정글러에게 역으로 당하고, 아군까지 죽이는 대참사를 일으킨다.

"아~~! X발 정글 차이 봐."

"제가 보기에는 정글 차이 이전에 님 능지 차이가 좀 심한 거 같거든요?"

"능…… 뭐요?"

―이건 몰라?

―능지 딸려서 못 알아먹는 거 봐ㅋㅋㅋㅋ

―지가 죽어 놓고

―근데 뭐가 문제임?

게임을 잘한다는 것은 별 게 아니다.

자신의 포지션에 부여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것이다.

'자기 역할도 못 하면서 남 역할에 참견하는 게 아니라.'

갱을 가는 것은 정글러의 역할이다.

라인전을 지는 미드가 로밍에 턴을 쓰는 건 최악의 판단이다.

"아니, 쟤네 정글이 안 왔으면 성공했잖아!"

"그럴 수도 있겠죠."

"그치? 그치?"

물론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가 못한 거지, 자신이 잘해서 이기는 게 아니다.

'판수로도 못 올라가는 애들이 그래서 그래.'

게임 한 판, 한 판이 운에 좌우된다.

명확한 방향성이 없으니 이겨도 져도 경험치가 안 쌓인다.

반대로 말하면 방향성을 잡는 순간 아무리 못해도 언젠가 올라간다.

내가 조언하고자 하는 건 그런 것이다.

"님 미드잖아요. 정글 아니잖아요."

"당연한 소리를 왜 해요."

"니가 자꾸 뽀록으로 킬 먹으려고 하잖아! 지 라인전도 처발리면서!"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이 다 시원하네 ㅎㅎ

―미드 처발리니까 도망가는 거임 내가 봄

―펑이방에서 저 말했으면 블랙했겠지?

일단 미드 역할을 수행할 줄 알아야 한다.

로밍이라던지, 솔킬이라던지 그런 건 그다음이다.

"제가 다이아한테 들었는데 잡기술 배워야 티어 올라간다고 하던데;"

"누군진 몰라도 그 새끼 아가리 좀 닥치게 만들어요."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놈이 문장부터 외우는 꼴이다.

이거 미쳤습니다, 이거 못 막습니다, 한 천재 게이머가 개발한~ 이런 제목의 롤튜브 백날 본다고 실력이 안 느는 이유다.

'잡기술이라는 건 수능 30일 기적, 다 먹고 다이어트 이런 부류의 책이랑 똑같은 거야.'

그런 것도 기본기가 있는 사람들한테나 도움이 되지.

LOL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변해도 브실골플의 비율이 안 변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두둥장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슈퍼 플레이를 해야 올라가는 거 아님?

"맞아요. 근데 슈퍼 플레이는 골키퍼가 골을 넣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미드필더가 가끔 슛찬스를 보는 걸 말하는 거예요."

터무니없는 짓은 한 번의 우연에 그친다.

골 넣는 골키퍼라는 말이 있어도, 그걸 주 전략으로 쓰는 골키퍼는 없잖아.

'골대가 훤히 비는데.'

방금 전, 펑이조의 플레이가 그러했다.

물론 의도적으로 CS를 버리고 로밍 가는 잡기술도 있지만 벌써부터 욕심 낼 게 아니다.

"복창해봐요. 내게 축구는 살인이다, 아니 롤은 살인이다."

"네?"

"그만큼 진지하게 하라는 거예요."

"……."

―사, 살인……?

―완전히 미쳤군

―저 녀석 귀찮아……

―하하 이상한 녀석♪

태도와 방향성.

이 두 가지가 확립되면 티어가 안 올라가는 게 더 힘들다.

'그 마음을 먹는 게 가장 힘든 거지.'

본인도 힘들겠지만, 사실 가르치는 입장이 더 빡세다.

수능 9등급한테 동기 부여하는 꼴이다.

실력도 인성도 빻은 펑이조.

그런 개차반의 티어를 올려준다?

정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혹시 저도 강의 좀 받을 수 있을까요? ㅎㅎ

당연하게도 주된 목적은 따로 있다.

* * *

커뮤니티에서는 찬반 여론에 불이 붙어있다.

─'내게 축구는 살인이다' 난 이말 공감 가던데?

체육 선생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축구 참가하면

날 비롯한 찐따들 전부 수비수로 짬처리 당하는데

어쩌다 우리 있는 레드존까지 공 넘어오고 골이라도 먹히는 날이면 전원 '사형'임……

└바로 이해되누ㅋㅋㅋㅋㅋ

└그, 그만 그만해……

└단체로 PTSD행

└이런 의미의 발언이었어?

그도 그럴 게 독특하다.

일각에서는 씨지맥의 화법을 따라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올 만큼.

한 가지 확실한 건 화제가 된다.

자극적이고, 독특한 콘텐츠는 커뮤니티에서 잘 먹히는 떡밥이다.

─속보) 오정환 코칭 받은 펑이조 티어

――――――――――――――――――――――――――――+아이디― 펑이조

전적― 67승 72패

티어― SILVER Ⅴ 0LP

? 르풀랑― 52%

? 까타리나― 47%

? 트와이스 페이크― 51%

? 아모모― 39%

? 신짜장― 41%

+――――――――――――――――――――――――――――감동의 실딱이 달성

└그렇게 갈굼 받고 실버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가성비 맞냐?

└그래도 올라가긴 하네

└오~ 신기

그냥 대놓고 욕을 박으니 말이다.

그것도 상당히 인기BJ.

방송을 본 적은 없어도 어디서 들어본 적은 있는 인지도다. 대한민국 청소년·청년인 이상 메이플스토리를 한 번은 하기 때문이다.

그 메이플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두 BJ의 실랑이.

"이거 현질 많이 해주면……, 그래도 팀운 좀 올라가겠지? 조금은?"

―진심으로 하는 소리임??

―돈슨 게임인 줄 아누

―메이플에서는 이렇게 한단 말입니다!

―사고방식이 우리와는 다릅니다;

롤판에서는 신선할 수밖에 없다.

게임의 기본적인 가치관부터가 일반인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RPG게임의 랭커들.

지들끼리는 좋았겠지만, 사실 일반 유저들에게는 적폐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메이플 랭커인 내가 롤에서는 브론즈?

시청자들로서는 BJ가 수모를 당하는 게 아주 유쾌하게 받아들여진다.

─펑이조 애청자로서 속시원한 점. Realfact

롤에서도 충성 지키고 있지만 ㅈ같았던 점 서술해봄

1. 티어 올린다면서 쓰레기 챔프만 한다

2. 좋은 챔프 하면 양학(?)이라는 개소리를 늘어놓는다

3. 팩트를 말하는 시청자는 모조리 블랙을 때려넣는다.

#펑이가 혹시 플래 가면 인정하겠다 (통일되기 전엔 그런 일 없을 듯)

└응 과몰입

└니가 뭔데 인정을 하냐 마냐임? ㅋㅋㅋㅋㅋㅋ

└팬이나 BJ나 똑같이 역겹네

└그저 ^급^

그의 팬덤에게도 말이다.

주력 게임을 바꾸는 건 민감한 일이다.

충성도 높은 시청자가 적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것이 있다.

BJ가 행복하기만 하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 말이 오냐오냐 해준다의 동의어는 아니다.

─펑충신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실버되더니 또 정신 못 차리고 던지네?

"뭔 개소리야! 내가 겨우 실버 가지고 만족할 거 같아? 어울리는 자리까지는 가야지."

―브론즈요?

―고향 회귀 선언ㄷㄷ

―그래도 마인드는 사람 됐네

―아 브실골은 못 참지ㅋ

시청자들이 원하는 기대치라는 게 있다.

메이플에서 랭커였던 펑이조가 롤에서 빌빌대고 있으니 안타까움이 사무친다.

자존심이 있으니 배우지도 못 한다. 총대를 멘 충신들만 갈려 나갔다.

그런 상황에서 오정환의 개입.

『펑이조의 방송국』

─펑이조 플래티넘 가능할 거라고 봄? [3] ―1

─오정환이 그래도 메이플 출신이라고 신경 써주네 [17] +5─메이플 향우회 결성 가즈아! [1] +2

─초심 찾았구나 펑이형 +1

.

.

.

펑이조의 팬덤은 환영하고 있다.

한 마디만 잘못해도 목이 뎅겅―! 썰리는 공포 분위기에서 벗어났다.

뿐만 아니라 납득이 된다.

생판 모르는 BJ라면 반감이 생겼겠지만, 오정환과는 이러니저러니 인연이 깊다.

[Best Comment]― 펑이형은 롤로 넘어와서도 정환이한테 맞네 ㅠㅠ 乃21└니 지건이 제일 아파……

─댓글이 살렸다

└이건 킹쩔 수 없지ㅋㅋㅋㅋㅋㅋ

└펑이! 펑이!

오정환이라면 인정할 수 있다.

메이플 팬덤에게 지지를 받는다.

롤판 팬덤들 사이에서도 점점 여론이 굳혀진다.

─오정환은 펑이조 구박할 만한 게

지도 0승 10패로 배치 브론즈 찍고

나락에서 다이아1까지 기어 올라갔는데

브론즈에서 팀탓하고 메부심 부리는 같은 메이플 랭커인 펑이조가 얼마나 한심하게 보였겠냐?

└면제겜 부심ㅋㅋㅋㅋㅋㅋㅋ

└지건 마렵네

└듣고 보니 팰 만했는데?

└사실 가장 억울했던 건 자신일 텐데 한 마디도 안 하고 여기까지 올린 거 보면 근본이란 게 있음

오정환이 롤판에 넘어와 보인 행보.

가히 기행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성장과 성과는 결코 행운이 아니었다.

같은 상황에 처한 펑이조를 키워내며 증명하고 있다.

그 여파는 보다 가시적으로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오정환 진짜로 롤 잘 가르치는 거 아님?

여름좌도 오정환 작품이잖아?

코물쥐도 러너리그 이후로 실력 급상승했고

진짜 티어 올릴 수 있는 거면 나도 받고 싶네

└오정환 작품 ㅓㅜㅑ

└별풍 쏘던가

―ㄹㅇ? 별풍 쏘면 해주나?

└여름이 보면 사실 욕 안 해도 됐던 거 아닐까……?

롤 시청자의 절대 다수는 라이트 유저다.

높은 수준의 게임을 보다 보면 하고 싶은 마음도 일어난다.

당연하게도 불가능하다.

천상계?

챌린저 대전?

너무 먼 나라 이야기다.

태양을 바라볼수록 알게 되는 건 눈부시다는 사실 뿐이다.

─다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혹시 저도 강의 좀 받을 수 있을까요? ㅎㅎ

"1000개로 통 큰 팬가입 감사합니다. 방송을 보셨겠지만 제가 약하게 말하면 효과가 하나도 없어요. 여성 유저시면 다른 코스도 있긴 한데."

―??

―왜 여자는 달라?

―크흠……

―남자랑 썸탈 수는 없잖아ㅋㅋㅋㅋㅋ

약은 맛이 쓸 때, 주사가 아플 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다. 효과가 없을 때 불량품으로 낙인이 찍히는 거지.

보다 현실감이 와닿는다.

자신과 비슷한, 혹은 더 열악한 여건의 유저가 올라가는 과정을 똑똑히 보았다.

─지금 정환이방 풍력 미쳤네 ㅎㄷㄷ

─롤판 큰손 이렇게 많았냐?

─오정환이 브론즈 출신이라 저티어 마음을 앎

─메이플 만렙인데 오정환식 마이 가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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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환의 방송에 큰손들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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