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05화 (305/846)

305화

롤여캠?

티어에 대한 욕망은 끊이지 않는 화제다.

─다이아면 엽떡 시킬 때 쿨피스 서비스로 준다며?

인생 편하겠다

└이제 알았음? 째트킥!

└어쩐지 쿨피스 시키지도 않았는데 넣어주더라

└다이아인 사람들은 다 알지ㅋㅋㅋ

└뭐야? ㄹㅇ임??

LOL은 등급제 게임.

상위 티어는 선망의 대상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더 짙게 배어난다.

경쟁이 생활화되어 있다. 좋은 학벌, 좋은 집안 등을 따진다. 한낱 게임이라 할 수 있는 LOL도 예외가 아니다.

─피시방 알바 누나가 내 티어 보더니 번호 줌ㅋ

이게 다이아야

└서비스로 아이스 커피도 준다던데

└와 부럽다!

└라는 내용의 애니 추천 좀

└나도 다이아 가보고 싶다……

워낙 국민 게임이다.

10대·20대의 절대 다수는 해본 적이 있다.

즉, 보편적인 취미 생활의 한 종류라 인정받는다.

취미 생활을 잘하기 위해 돈을 쓰거나, 과외를 받는 건 한국에서 드물지도 않다.

인간 관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이아부터는 버스 탈 때 할인 해준다더라

클끼리는 챌린저라 무임승차한다던데……

└몰랐냐? 카드 찍으면 다이아입니다! 소리 나옴

└그래서 난 형 카드 쓰는데ㅋㅋㅋ

└클끼리 챌린저임?

└요즘 얼밤에서 하는 꼬라지가 무임승차겠지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아무리 한국 사회가 스펙을 지나치게 신경 쓴다고 해도,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하지만 분명히 있다.

자격지심 때문이든, 순수한 흥미 본위든, 돈과 시간을 써서라도 게임을 잘해지고 싶은 별종은 말이다.

"안녕하세요~!"

"간만에 합방 진행하게 됐는데 여성BJ시니까 채팅창 발언 수위 지켜주시고, 선 넘는 분들 매니저들이 컷 좀 해주세요."

―넵ㅋㅋ

―여캠 합방은 ㅇㅈ이지

―ㅓㅜㅑ

―저게 수박이여 가슴이여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다른 의도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다.

별풍선을 쏘고 롤을 배우고 싶다고 한 시청자가 알고 보니 하꼬 여캠.

'뻔하디뻔한 목적이지.'

비슷한 케이스의 일을 한두 번 겪어본 게 아니다.

원활한 방송 진행을 위해 알고도 속아주기로 했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ㄹㅇ 환순이임?

"사상 검증에 민감한 점 양해 드리겠습니다."

"아 저……, 솔직히 러너리그 보고 팬 됐어요."

―솔직하게만 말해도 괜찮지 ㅇㅇ

―걍 예뻐서 ㄱㅊ

―올~

―유입들 오 ㅇㅈㄹ 하는 거봐ㅋㅋㅋㅋㅋ

겜청자들의 치트키이기도 하고.

최근 조금 진지한 방송을 지향했지만, 기본적으로 가벼운 분위기를 선호한다.

'이해타산 따지면 골 아파.'

질척질척한 보라판의 잣대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나도 신경을 덜 써도 된다는 점이 좋다.

"제 방송을 보셨으면 아실 텐데 어느 정도 각오는 하셔야 돼요."

"네!"

"좀 서러울 수 있어도 괜찮아요?"

"저 원래 짓궂은 시청자들 많이 봐서 그런 거에 면역 있어요!"

BJ다희라는 분.

롤방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외모는 평범하지만 가슴은 꽤 있는 편이다.

'리야보다 모양이 별로이긴 한데.'

피부까지 감안한다면 비교가 안 된다.

딱히 사적인 감정이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관없다.

"포지션이 어떻게 되세요?"

"저……."

"제가 맞춰볼게요. 킹리적 갓심에 의하면 미드 같은데."

"어떻게 아셨어요?"

―왜?

―왜긴 씹 시선을 봐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못 참지

―탱글탱글하잖아ㅋㅋ

하지만 IT업계의 대부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아무런 좋은 것도 새로운 것을 이길 수는 없다고.

'김태희가 여친이어도 오나미랑 바람 피는 게 남자라고 하지.'

새로운 여자를 마다하진 않는다.

몸매는 꽤 합격점이다.

리야와 달리 지방이 적어서 겉보기에는 나은 점도 있다.

――――――――――――――――――――――――――――+아이디― 다희짱짱걸

전적― 215승 231패

티어― BRONZE Ⅳ 75LP

? 럭키― 49%

? 아링― 51%

? 산드라― 43%

? 까타리나― 37%

? 쏘나― 45%

+――――――――――――――――――――――――――――

그런 그녀의 아이디.

환자의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하이 리스크이기에 하이 리턴을 기대해봄 직하다.

"제가 티어 올려드리면 뭐 해줄 거예요?"

"뭐해 드릴까요?"

"아~ 그걸 또 말로 해야 아나?"

―zz?

―이걸 사심을 챙긴다고?

―보라 ON

―응 어차피 고자야~

여러 의미로 말이다.

펑이조의 경우는 상당히 다그쳤지만, 사실 세상일이라는 게 쉽게 가는 방법도 존재한다.

'까놓고 말해서 귓등으로도 안 들을 거잖아.'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아무리 내가 열심히 가르쳐도 네~ 네~ 하다가 물어보면 5분 전에 말한 거 기억 못 한다.

말 몇 마디만 섞어도 보인다.

패션 겜덕이라는 게.

전형적인 남자들과 친해지기 위해 게임을 하는 여자다.

"챔피언 여러가지 하시네요?"

"네, 저 요일마다 하는 챔피언이 달라요!"

"됐고, 제 솔루션 받으려면 하라는 대로 하셔야 돼요."

롤판에서는 드물지도 않다.

소위 말하는 빠순이 팬덤.

선수 경기력에는 관심 없고 얼굴이나 스토리 보고 빠는 이들처럼 말이다.

'물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는 또 모르는 거지만.

하루이틀로 교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게임 실력은 어렸을 때부터 차곡차곡 쌓인다.

한국이 e스포츠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게 PC방 문화였듯이 말이다.

여자들은 대부분 안 했다. 하더라도 가벼운 리듬 게임.

대전 게임의 기본 개념이 빈약하면 뭐라 말해도 뜬구름 잡는 소리로밖에 안 들린다.

"챔피언 딱 한 가지, 아니 밴이나 뺏겼을 때 고려해서 두 가지만 하세요. 산드라랑 모르피나."

"어, 저 럭키를 더 잘하는데……."

―?

―아니, 왜?

―아링이 유일하게 승률 50% 넘어요!

―진짜 모르겠네

그나마 알아듣게 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백종원 아저씨가 골목 식당에서 괜히 메뉴판을 파괴하는 게 아니다.

'뿌노스 빙의해야지.'

이 집 메뉴가 왜 이렇게 많아?

아직 정체성이 자리 잡지 못한 초보 사장님들에게 많은 메뉴는 독이 된다.

메뉴를 줄여서 집중해야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저를 믿고 따라와 주셔야 저도 도움을 드릴 수 있거든요?"

"네, 말씀하시는 대로 해볼게요!"

LOL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챔피언 하나만 판다고 존나 잘해지진 않지만, 반복 학습에 의해 여유라는 것을 얻는다.

'군대에서 행군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걷고 있는 것처럼.'

평소에는 의식해서 하던 것들을 기본적으로 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라인전 CS 받아먹기도 바빴는데 미니맵을 살펴보니 정글 동선이 이러하네?

스스로 깨달을 만큼 만만한 인재는 아니다.

떠먹여 주는 게 필요하고, 모스트 챔피언을 거른 채 산드라와 모르피나를 강요한 이유다.

─여캠물소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왜 하필? 둘 다 요즘 메타에서 1티어 아닌데

"여자 챔피언 중에 저거 두 개가 그나마 쉬워요."

"?"

―아

―코럼 킹쩔 수 없지ㅋㅋㅋㅋㅋㅋㅋ

―맞춤형 코칭ㄷㄷ

―여자들특) 예쁜 챔만 함^^

남자들의 경우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납득을 한다.

정확히는 내가 너보다 위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것.

'챌린저가 이거 미쳤습니다 하면 믿어버리잖아.'

그럴듯한 근거와 기세.

상하 관계를 굳이 나누려는 경향이 있다.

사실 어느 쪽도 틀린 이야기가 아니라도 말이다. BJ에게는 필요한 능력이다.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 혹은 펑이조처럼 고집불통인 놈들도 상대해야 하는 탓이다.

─슴가보러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근데 브론즈면 미드하기에 피지컬 너무 부족하지 않음? 그냥 서폿 하는 게 날 거 같은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기 주장이 확실한 편을 좋아한다.

'차라리 그런 사람은 설득이 가능해.'

진짜 노답인 건 근거도 없이 누가 그랬다고 하니까 믿는 놈이다.

요점을 짚어주면 나도 설명하기 편하다.

"롤에서 피지컬은 포르노의 스토리와 같아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별로 상관없어."

"어머, 포르노!"

―미친놈앜ㅋㅋㅋㅋㅋ

―네??

―아 그거 알지 ㅎㅎ

―여캠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네

우리 봄이도 아니고.

알 거 다 알면서 뭐 쑥스러운 척을 해.

'그런 뻔한 가식은 집어치우시고.'

롤은 피지컬 중요도가 낮은 게임이다.

처음 흥행했을 때부터 나오던 이야기다.

도타나 카오스 등 기존 AOS보다 조작이 쉽지 않아?

그래서 무시하던 여론도 있었지만, 결론은 차후에 정리되는 그대로다.

정점이 되는 게 어려운 거지, 어느 정도는 누구나 한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차피 그녀의 목표는 다이아가 아니다.

시청자들의 눈이 안 썩을 정도의 평범한 실력.

'예를 들어서 내가 핑 200으로 게임을 해도 점수를 못 올리진 않을 거 아니야.'

판수는 조금 더 걸린다. 챔피언폭도 제한이 된다.

전형적인 피지컬 낮은 유저들이 가진 특정이다.

이를 기준으로 말해준다.

피지컬이 없어도 할 수 있는 플레이.

아니, 생각이 없어도 할 수 있는 플레이.

"미드의 기본은 라인을 밀고, 시야를 먹는 거예요."

"딜교환은 어떻게 해요? 콤보 같은 것도."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세요."

―?

―라이너인데요?

―서포터도 아니고ㅋㅋㅋㅋㅋㅋㅋ

―그냥 혜지 하자 ㅎㅎ

딜교환은 라인을 미는 쪽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산드라와 모르피나는 라인 푸쉬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챔피언이다.

'중요한 건 라인을 밀고 뭘 하느냐지.'

방향성.

라인을 밀면 선턴을 잡을 수 있다.

그 귀중한 걸 땅바닥에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이렇듯 말이다.

다희의 산드라가 적 정글 신짜장에게 갱킹을 당해 죽었다.

"아 모야 진짜……."

―보였는데

―와드 박아 놓고 뭐함?

―암 걸린다

―ㄹㅇ 브론즈는 브론즈네ㅋㅋㅋㅋㅋ

자기 턴인데 왜 죽어?

그게 다 뭘 해야 할지 모르다 보니 일어나는 참사다.

'와드를 박아도 꼭 부쉬에다 박아.'

와드는 멀리 박아야 한다.

강가나, 적 칼부.

바로 옆 부쉬에 박아봤자 갱킹이 왔을 때 반응하는 게 쉽지 않다.

심지어 챌린저도 예외가 아니다.

정신 없을 때는 미니맵 보기 힘들어. 적 정글러도 바보가 아닌데 당연히 대쉬기 써서 달려오지.

"그럼 딴 건 안 해요?"

"다른 거 하지 말고 딱 이것만 하세요. 저 믿고."

"네!"

여자들의 경우 보다 간단하면서도 난해하다.

주위의 신뢰를 보고 판단한다.

마침 그 상황이 조성돼있다.

'롤드컵 3회 우승의 명장 김정균 감독이 괜히 뭐 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신 게 아니지.'

무슨 일이든 일단 기본부터다.

피지컬이 부족하다면 더더욱이다.

이렇게 1인분 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을 하면.

파아앙!

파바바바밧―!

일어나게 된 용한타.

다희의 산드라가 정신 없이 스킬을 쏜다.

지나가던 행인이 봐도 키보드를 막 눌렀다는 건 알겠다.

"아 죽었당~."

"괜찮아요. 한 명 데려갔으니까."

―오

―역시 산드라라 1명은 데려가네

―1인분 함

―진짜 스킬샷 심한데ㅋㅋㅋㅋㅋㅋㅋㅋ

피지컬의 부족?

남들보다 잘 크면 해결되는 문제다.

실력을 템빨로 커버칠 수 있는 건 RPG게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브론즈잖아.'

라인을 밀며 CS를 먹는데 집중한 다희와 달리 다른 유저들은 평균의 성장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간단한 스킬 구조.

QWER을 대충 난사만 해도 1인분은 한다.

―와 이걸 이기네

―ㅁㄷㅊㅇ

―확실히 미드가 쩔긴 하네요 ㅎㅎ

―슴매우커 ㄷㄷ

게임을 이긴다.

그보다 중요한 건 게임의 과정이다.

브론즈 특유의 개판 싸움 속에서도 산드라는 고고했다. 본인의 성장이 말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정균 감독의 명언을 숙지하며 뭐 하려고 하지 않고 사고를 안 친 점도 좋았다.

'뭐, 그렇게만 하면 골드까지는 무난하게 가긴 할 텐데.'

당연하게도 별 의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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