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화
화제는 가을철 갈대숲에 불이 번진 듯 퍼져나간다.
이종격투기 ― 「오정환 합방으로 떴던 롤여캠 근황」
樂 SOCCER ― 「우가우가 롤청자들 평균 티어를. Araboza」
도탁스(DOTAX) ― 「그 롤여캠이 휴방 할 수밖에 없었던. EU」
일반 커뮤니티에도 전파된다.
일반 네티즌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독특한 상황.
─가만히 있는 BJ한테 왜 X랄하는 거임?
[BJ다희 우유통. jpg]
지들이 뭔데 남 게임 하는데 일해라절해라야?
└ㄹㅇㅋㅋ
└게임이 메인이 아닌데ㅋㅋㅋㅋㅋ
└잘하는 거 보고 싶으면 챌린저 방송 보라고!!
└처자 우유통이 마음에 드는군
LOL이라는 게임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사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그리 생각하지만, 방송이라는 건 한두 명이 보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불편한 조금을 꺼내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다.
방송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만으로 만족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참사.
─여캠계의 큰 별이 졌구나
[BJ다희 전신샷. jpg]
길 잃은 어린 양은 어디로 가야 하오
└ㅠㅠ
└리야 방송 봐
└그냥 여캠은 좀 부담스럽긴 하지ㅋㅋㅋ
└적당히 선정적이고 좋았는데 아쉽다……
여캠은 관상용이다.
적어도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그러하다.
지속적으로 보기에는 분위기가 감당 안 된다.
이쁜 얼굴도 하루이틀이지.
스티브 잡스가 괜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게 아니듯, 얼굴 하나 보고 시청하기에는 질린다는 측면이 크다.
"롤 해봤어?"
"친구들이랑? 동아리 오빠들이랑 PC방도 가고 그래요."
―동아리 오빠랑 PC방 ㅗㅜㅑ
―채팅창 미쳤네ㅋㅋㅋㅋㅋ
―'인싸'
―대학에서 여신이겠지?
하지만 이 광활한 대우주에 또 다른 별이 떠오르지 않을 리 없다.
오정환의 방송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지금 오정환 방송에 나오는 여캠 존나 귀엽지 않음?
내 후배였으면 맨날 밥 사주고 싶다 ㄹㅇ
└여캠 아님 킹반인임
글쓴이― ㄹㅇ?
└코망이라고 유명한 환순이임ㅋㅋㅋㅋㅋ
└그래봤자 또 '다희'할 예정
게임 여캠은 접근성이 높다.
해당 게임을 하는 유저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해 봄직하다.
그리고 LOL은 명실상부 대세 게임.
『애청자 증가수』
1. 코코망이♪ ↑ 892
2. 오정환 ↓1
3. 러너맨 ↓1
4. cgvMax ↓1
5. 롤티처 ―
가시적인 애청자 증가로 반영된다.
방송을 본 수만 명의 시청자 중 상당수가 그녀의 방송국에 문을 두들긴다.
『코코망이♪의 방송국』
─코망이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합니다 [12] +21
─눈나 방송 하면 매일 봐줄게! [3] +2
─다이아) 코망님 ㄹㅇ 재능 있음 [1]
─이이잉~ 기모링~! [5] ―127
.
.
.
그녀 자신은 BJ조차 아님에도 말이다.
애청자가 벌써 1만 명.
방송국 내 여론은 어지간한 인기BJ를 방불케 한다.
─코망이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합니다
BJ가 인기를 얻는 게 힘든 거지
일단 유명해지기만 하면 그냥 방송만 하면 돼요
솔직히…… 이거 로또에요
이런 기회 인생에 두 번 안 옵니다!
└니 인생이나 노 저어라
└ㄹㅇ 나 같으면 함
└게임 하면서 쉽게 돈 벌 수 있는데ㅋㅋㅋㅋㅋ
└이 새끼들 또 얼마나 X랄을 하려고?
하지만 이는 결코 축북이 아니다.
앞선 선례에서 충분히 증명이 되었다.
정상적인 시청자들은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코망이 방송 시작하면 좋긴 한데
X발 좀 불안하다
또 개청자들 몰려가서 X랄하면;
지들이 병신이라고는 추호도 생각 안 해서 설득도 안 됨└원래 가해자는 몰라
└꼭 선 넘는 새끼들이 있음
└지켜주자
└지켜주긴 뭘 지켜 문화재도 아니곸ㅋㅋㅋㅋㅋㅋ
누구에게나 개방된 개인 방송의 특성상 짓궂은 시청자들이 있다.
대부분이 아닌 모든 BJ들이 가지는 고민이다.
시청 인원이 적다면 모를까.
관심이 워낙 엄청나게 쏠려있다 보니 대다수 시청자가 조심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LOL) 코코망이♪. 시청자님들 충성! 코망이 방송 시작합니다」_ ?5, 892명 시청
그렇기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태풍의 눈이 되어버린 코코망이의 방송에 롤판 물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코망이도 '다희'해버리면 어캄?
또 그런 일 일어나면
오정환 책임 있다고 본다
└지가 하는 건데 왜?
└오정환도 간접적으로 책임 있지
└그게 왜 오정환 책임임ㅋㅋ Wls새끼들이 병신이지
└제발 눈호강 좀 하자……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된다.
또 같은 결말에 귀결되지 않을지.
기대 반, 걱정 반 속에서 서은의 방송이 시작된다.
* * *
여자 롤BJ.
추천을 안 하는 것과 별개로 매우 잘 먹히는 콘텐츠인 건 사실이다.
'거의 치트키 수준이지.'
롤방송 보는 시청자들?
까놓고 말해서 9할 5푼이 남자다. 꼬추가 득실득실한데 여자에 대한 면역까지 낮다.
예쁜 여자가 롤한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온다. 최소 한 번은 클릭을 안 할 수가 없다.
그것이 좋은 일만이 아닐 뿐이지.
─롤방훈수충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응~ 내가 너보다 잘해. 1대1 떠?>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쫄? 쫄?
―업계 포상인데?
유쾌하게 받아 넘겨줘야 한다.
서은이의 방송.
내가 조언해준 대로 잘하고 있는 모양이다.
'상상 이상으로 진짜 힘들어.'
기세로 찍어 누르는 건 남자 대 남자 사이에서나 통한다. 소위 말하는 가오가 있어서 여자한테는 안 지려는 남자들이 있다.
이긴다고 뭐 좋은 것도 아닌데.
그런 Wls들이 한 줌만 있어도 감당이 안된다.
상대하는 법을 배우는 게 최선이다.
<오빠들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에요? 방송 켰을 때는 그렇다 치는데~ 방송 끄고 나서 쪽지가 진짜 농담 안 하고 100통이야.>
―100통ㅋㅋㅋㅋㅋ
―쪽지로도 훈수를 둔다고?
―다 애정이야……
―찔리는 놈들 속출ㅋㅋㅋㅋㅋ
여캠은 악녀가 돼야 한다.
진짜 여캠만큼 독사가 될 필요는 없어도, 능구렁이 정도는 되는 편이 방송이 원활하다.
'시청자들을 조련해야 돼.'
끌려다니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다.
방송의 주도권을 잡고, 당당하게 나가야 개청자들이 알아서 고개를 박는다.
『받은 편지함입니다. (읽지 않은 쪽지 69통)』
「블랙 좀 풀어주세요 블랙 좀 풀어주세요 블랙 좀 풀어주세요」
「안녕하세요 제가 코망님 방송을 어제 정말 하루종일 봤는데」
「라인전 문제점 일단 저도 롤알못이기 때문에 최대한 설명을」
「코망이 문제점 1. 라인전을 너무 사린다 2. 스킬을 좀 공격적」
.
.
.
그렇게 잘해도 스트레스는 필연이다.
X랄병 걸린 놈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정 작용?
그런 게 가능한 인원 수와 방송 컨셉이 아니다.
'원래 그래.'
자기 입장에서는 잘해주고 싶은 건데,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은 참견으로 느낄 수 있다.
저 수많은 쪽지들도 대부분 선의의 마음으로 보낸 것일 테다.
<언제까지 쪽지로 괴롭힐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실화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X발 멘탈 터질 만하네
그래서 힘들다.
그 점을 혼자서 끙끙 앓고 있을 필요가 없다.
시청자들에게 시원하게 공개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콘텐츠로 이용하는 거지.'
개인 방송은 모든 것이 콘텐츠다.
정확히는 그렇게 만들 수 있다. 그걸 하고 말고는 BJ의 기량.
컨설턴트로서 설계를 해줬다. 방송을 시작하게 되면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뻔하게 아는 입장이다.
<솔직히 쪽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카톡 보여요? 훈수 개오져!"
―오빠?
―남친 유출 ㄷㄷ
―친오빠겠지ㅋㅋㅋㅋㅋㅋㅋㅋ
―친오빠도 방송을 본다고?
시청자들 입장에서 좀 더 재미있게 말이다.
MSG를 뿌려 자극적인 맛을 더했다.
「훈수 두는」
「애들의」
「마음을 알겠다」
「진짜」
「존나 못하네」
「니 존야 가놓고 뒤에서 왜 사리냐? 나 같으면 앞점멸로 들어가서 궁 쓰고 존야 눌렀겠다. 아무것도 안 하고 사리는 게 집에서 니 모습이랑 판박이네 에혀」
<답장도 안 하는데 계속 한다니까? 미친놈이야!>
―현실 남맼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한테 버르장머리없네
―응 친오빠는 패도 돼
―처남이 많이 짓궂네 ㅎㅎ
방송이다.
예능에서 대본을 짜서 방송을 진행하듯, 개인 방송에서도 비슷한 행위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이걸 기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떤 유명PD의 말대로 예능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지나치게 리얼리티를 추구하면 시청자들의 입맛에 안 맞는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재미.
이를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하다.
음식 MSG 쓰듯 조금 정도는 필요하다.
─롤방큰손임님, 별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서은이가 진짜 고생 많네ㅋㅋㅋㅋㅋㅋㅋ
<큰손 오빠 2000개 땡큐땡큐! 근데 오빠도…… 훈수 좀 많이 하지 않았어?>
―아 들킴ㅎㅎ
―열혈도 훈수충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방 가관이눜ㅋㅋㅋㅋㅋㅋ
―훈수 둘 거면 풍 쏘고 하라고!
대박 맛집들의 비결이 MSG인 이유일 것이다.
아무런 편법 없이 맛이든 재미를 짜내는 건 현실적이지 못하다.
'물론 그런 것도 다 기본기가 받쳐주니까 가능한 거지.'
잡기술이라는 것은 기본기가 충실할 때 빛을 발한다.
서은의 방송적 재능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꼈다.
이후 어깨너머로 배우며 대략적인 감도 잡았다.
내 컨설팅까지 더해지니 방송 성공은 따놓은 당상이다.
딩동―♪
물론 이런 걸 해주는 건 내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희에게는 미안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오빠♡♡"
"그래."
"저, 저 엉망진창으로 해주세요. 저 잘했잖아요. 네? 네?"
"……."
조금 미안한 것도 있고.
방송을 끝낸 서은이 찾아왔다.
본의치 않게 험하게 다룬 적이 있다 보니 약간은 가책을 느낀다.
'덕분에 튼튼한 멘탈을 가지게 된 셈 치자.'
시청자들이 욕을 하고, X랄을 해도 살갑게 받아들인다. 그마저도 희열로 느끼는 독특한 성벽.
BJ로서의 능력을 개발했다는 긍정적인 관점도 가능할 것이다.
"케, 켁……."
잘해주고 있다. 약간 정도는 상을 줄 만하다.
검은 가죽으로 된 초커에 손가락을 넣어 당긴다.
드러나는 하얀 목.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간다.
이 얇은 목을 꽉 잡아 조이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야."
"오빠, 오빠, 오빠……."
"……정신 차려."
"오빠 저 몸이 뜨거워요♡ 마음대로……, 다뤄주세요."
통제가 안 되는 인간은 짐승이다.
그리고 나라고 막 험한 짓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취향에 어울려주는 거지.
"헐~'
무엇보다 교육에 안 좋다.
방에서 나온 봄이가 목격한다.
충격을 먹은 듯 입을 금붕어처럼 뻐끔뻐끔댄다.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 거예요!!"
"아니야. 그렇지?"
"네, 네……."
사정을 설명한다.
하마터면 다른 사정이 될 뻔하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우리 봄이 있다고.'
방학 동안 동거를 하고 있다. 그런 쪽의 동거가 아니기 때문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학교 후배다.
BJ를 할 예정이다.
목에 모기가 있어서 잡아줬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실례했습니다! 그럼 저 가볼게요."
"그래."
"오빠 저 근데 상은……."
"다음에 줄게. 다음에."
"꼭요!"
어설프기 짝이 없는 변명이지만, 서은이도 즉석으로 말을 맞춰준다.
유야무야 상황을 종료시키고 빨리 귀가하게 만든다.
"이상한 언니였어요"
"……감기 걸렸나 봐."
"약 먹고 푹 자야 돼요."
무언가 의아한 점은 남는지 고개를 갸웃댄다.
그것을 깨달을 나이가 사실은 됐는데, 안 된 게 다행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여하튼.'
우리 봄이와의 애틋한 동거 생활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