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09화 (309/846)

309화

유튜브

유튜브.

차후에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보편적인 직업 중 하나가 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당연히 아니다.

무슨 일이든 분기점이 있다.

예시를 꼽자면 분명 여러가지.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하다고 여겨지는 건.

'빅도서관이 방송에 나가서 수익 인증했을 때지.'

tvN의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말이다.

광고만으로 한 달에 천만 원 이상의 수익이 난다는 게 당시에는 컬쳐 쇼크였다.

그 사건이 지금으로부터 반년 후.

미리미리 준비를 해서 나쁠 것은 없다.

이를 할 만한 최적의 인재가 눈앞에 있다.

"봄이야."

"봄이에요."

"우리 봄이 맛있는 거 먹을까?"

"맛있는 거! 그치만……."

"킹치만 뭐?"

"또 이상한 걸 먹이려고 하는 게 아닐까요?"

ㅋㅋㅋ

지난 2년간 부쩍 성장한 봄이가 눈썹을 치켜뜨며 자신의 의문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얼마나 귀여워.'

외모도 귀엽고, 먹는 것도 잘 먹도, 똥도 잘 싸고 클끼리가 부럽지 않을 지경이다.

당연히 마음 같아서는 잘해주고 싶다.

하지만 예능에서 괜히 망가지는 게 아니듯 그런 컨셉이 필요할 때가 있다.

본의치 않게 우리 봄이를 뿔나게 만든다던지.

적어도 그런 걱정은 덜어도 된다.

파프리카TV와 달리 유튜브는 담백하다.

일반 시청자의 니즈에 맞추는 편이 잘 먹힌다.

"우리 봄이 뭐 먹고 싶어?"

"제가 말을 한다고 과연 반영이 되는 걸까요? 전 다이어트만 안 했으면 좋겠어요~."

ㅋㅋㅋ

신뢰가 조금 바닥 난 모양이다.

의심 어린 눈썹을 치우지 않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깨물어주고 싶다.

"꾸웨엑……."

"너무 귀여워."

"너, 너무 아파요!"

물론 유튜브도 자극적인 방송을 하려면 할 수는 있다.

단순 수익만 본다면 그것이 잘 먹히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乙혜를 석방해야 하는 이유! 이런 영상 만들어서 올리면 그냥 통장에 돈이 수천만 원씩 꽂혀.'

농담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현재는 물론, 2020년 이후에도 잘 먹힌다.

그런 멍청한 인간이 어디 있을까? 실제로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당연하게도 비판 또한 감수해야 한다.

진짜 얼굴이 두껍거나, 코가 크지 않는 이상.

코물쥐를 말하는 게 아니라 코가 큰 만화가가 있어서 하는 말이다.

"지, 진짜 머리가 너무 아파요."

"그래."

"오빠는 제가 얼마나 참고 사는지 모를 거예요!"

"그렇구나."

봄이의 볼따구가 정말 학창 시절 학예회 때.

교문 앞에서 파는 헬륨 풍선처럼 큼지막하게 부풀어 오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 봄이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그에 걸맞는 콘텐츠를 꾸려야지.'

단순히 돈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방법을 한두세네 가지가 아니다.

코가 큰 만화가처럼 한다거나.

솔로랭크 1위를 꼼수를 써서 찍고 그게 뭐 대단하다는 듯이 잼민이팬들을 만든다거나.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다.

그런 방법은 결국 한계가 있어서 문제지.

크리에이터 본인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시청자들이 생긴다.

내가 목표하는 건 그들만의 스타가 아니다.

우리 봄이의 커여움이라면 월드 클래스를 목표로 해도 문제가 없다고 확신한다.

"제 머리는 주먹밥이 아니에요."

"맞아. 큰 고기 같은 느낌이지. 한입에 확!"

"제 머리는 음식이 아니에요! 먹으면 안되는 거예요."

눈썹이 부들부들 떨린다.

평소 쌓인 불만을 제대로 토로하려는 듯 깊게 들이마신 숨을 천천히 내쉰다.

'반응 하나하나가 정말 버라이어티하지.'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다.

국내에서만 방송을 하면 모를까. 세계적으로는 언어의 장벽이 분명 존재한다.

아무리 자막을 달아도 전달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할리우드 배우들의 표정 연기가 풍부한 이유일 것이다.

"그럼 우리 봄이도 물어뜯을래?"

"오빠 머리는 너무 크고 단단해요."

"이 자식이?"

"꾸웩―!"

발성에 의한 표현력도 훌륭하다.

그 누가 보더라도 우리 봄이의 심정을 백분 공감할 수 있다.

'물론 시작 단계야.'

BJ는 배우가 아니다.

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상을 지향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필수 불가결하다.

"저 더 이상 못 참겠어요!"

"그래."

"하루에 정말 열두 번씩은 물어뜯기는 것 같아요. 이러다가 머리에 빵꾸 뚫리겠어요!"

"그렇구나."

ㅋㅋㅋ

애틋한 동거 생활.

아무리 절친한 사이였어도 문제가 생기기 쉽다.

그런 트러블을 한 방에 해결시키며 콘텐츠까지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

"우리 봄이 맛있는 거 먹을까?"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면 안 되는 거예요!"

"고기 먹을 건데?"

"고기는 못 참아요!"

우리 봄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세상의 하지마루다.

* * *

세간에서는 LOL이 주목받고 있다.

「LOL) 개맥주. 스태틱 확정 치명타? 치도리 세코 이거 미쳤습니다」_ ?2, 892명 시청「LOL) 메도우미헌터. 【프리시즌 개떡상 블클 가랜…… 이거 못 막습니다 ㄹㅇ】」_ ?1669명 시청

「LOL) 김병만. 한 천재 정글러가 만들어낸 새로운 동선 무조건 통합니다!」

_ ?500명 시청.

.

.

특히 파프리카TV.

실시간 시청자 순위 상위권의 BJ들은 거진 롤이다.

다른 콘텐츠로는 방송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도 하다.

─아니 이게 대체 파프리카TV냐 롤프리나카TV냐ㅋㅋㅋㅋㅋ

[실시간 시청자 순위. jpg]

롤 아니면 살아남을 수가 없네 ㅉㅉ

└팩트) 겜방은 별풍 안 터진다

글쓴이― 기본 청자 수가 다른데 등신아! 방송 할 맛이 나겠냐?

└꼬우면 롤을 하던가요

└꼬우면충들 ㄹㅇ 지건 마렵네

한국 사회에서는 그리 드물지도 않다.

무언가 떴다 하면 우르르!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서 그걸 안 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특히 급식을 맛있게 먹는 나이대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파프리카TV의 엄청난 롤 시청자의 근원은 젊은 피 수혈에 있다.

─하와와 복귀 일정 떴다. Real

[오정환 방송국 공지. jpg]

봄식당 시즌3 Coming Soon

└이왜진?

└오모시로이한 급식충이 있다ㄷㄷ

└추천글 올려

└돌아오셨습니까 폐하……

그 급식을 누구보다 맛있게 먹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BJ하와와의 정식 복귀에 이목이 모이는 이유다.

그녀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오직 롤만으로 점철된 파프리카TV.

보라판 골수 시청자들로서는 염원한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급식들에게 진정한 방송을 가르쳐준다.

그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봄식당은 흥행이 보증된 콘텐츠다. 매 시즌 거듭해오며 고정 시청자층을 탄탄히 쌓았기 때문이다.

「봄이대가리」

7시간 전。

#봄식당#오정환

[오정환 방송국 공지. jpg]

봄식당 시즌3 한다고 하네요!

「작심삼일다이어트」

7시간 전。

#다이어터#봄식당#희망

봄식당 보면 다이어트 할 만하겠지……?

「먹방매니아」

8시간 전。

#하와와#봄이

이 시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식용 생기게 만드는 봄이의 먹방 시작한다네요♪

.

.

.

먹방의 본좌로서 말이다.

파프리카TV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그녀의 명성은 익히 알려졌다.

「궁금함많음」

6시간 전。

봄이가 누군데 이 소란임?

들어본 적도 없는데

―떡볶이녀를 몰라?

―걔 있잖아 먹방 하는 BJ

―맛있게 먹는 여고딩 하면 생각 날 텐데……

궁금함많음? ― 아 알겠다!

커뮤니티와 SNS 등지를 통해 2차·3차로 퍼져나갔다.

아 걔?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인지도를 구가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 인기BJ의 복귀.

보라판 시청자들의 기대가 괜히 무르익은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먹방은의진맨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형 힘내 ㅠㅠ

"100개 감사합니다. 요즘 먹방 진짜 힘들긴 하네요."

└김군 다음은 보라판 쇠퇴야 ㅠㅠ

└운식당 진짜 콘텐츠는 좋은데

└님 챌린저 아님?

└그냥 롤을 해……

먹방BJ로 유명한 의진맨.

자체 콘텐츠인 운식당은 경쟁력이 있다.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맛집으로 호평받는다.

하지만 흥행이 지지부진한다.

롤판에서 홍보가 되고 있다고 해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먹방도 슬슬 한물 간 콘텐츠 아니냐?

까놓고 말해서 개나 소나 하는 건데

우리집 강아지도 먹방 하루에 3번은 찍는다 ㄹㅇ

└강아지 잘 먹누

└우리집 강아지는 편식하더라 사료 좋은 거 줘도 안 먹는데 어캄?

글쓴이― 몰라요;; 츄르 타주던가

└꿀팁 감사합니다!

먹방붐이 일어난지도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다.

아류라고 할 수 있는 BJ들이 정말 많이 탄생했고, 시청자들의 눈에도 슬슬 식상해지고 있다.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대박 흥행을 거두는 건 불가능하다.

그동안 큰 성공을 거둔 만큼 짊어져야 할 부담감의 크기도 커진다.

─봄식당 시즌3 대본 유출. txt

봄이 : 맛있는 거! 맛있는 거!

정환 : (대충 겉만 맛있게 해줌)

봄이 : (눈 부릅 뜨고 노려봄)

└ㅋㅋㅋㅋㅋㅋㅋㅋ

└개추

└시즌3 벌써 다 봤눜ㅋㅋㅋㅋㅋ

└이러고 다이어터들의 먹방 ㅇㅈㄹ 추하다 ㅈ정환!

보라판에서는 흔한 현상이다.

잘 나가는, 혹은 잘 나갈 법한 BJ를 견제하는 것.

제아무리 오정환이라 하더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새끼가 하는 일마다 다 성공을 하면은 어떻게 되겠냐?"

"돈을 많이 벌겠죠?"

"우리가 하는 일이 안 되잖아 이 새끼야!"

몇몇 업체에서 훼방을 놓는다.

오정환과 척을 지는 건 그들로서도 원하지 않지만, 티가 나지 않는 정도라면 해봄 직하다.

'세상에 지만 잘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지.'

초를 친다.

그토록 자신있어 하는 봄식당이 애매하기 짝이 없는 결과로 끝나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보라판에서 오정환의 입지도 줄어들 것이다.

상대적으로 자신들이 먹을 파이의 양이 커진다.

전체 파이가 작아지고 말고는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업체들에게 신경 쓸 바가 아니다.

「보라) 오정환. 봄식당 시즌3 개업합니다」_ ?6, 974명 시청

긍정과 부정.

양측의 관심을 모두 받으며 새로운 봄식당이 개업을 알린다.

* * *

먹방은 대리만족의 성격을 띈다.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그것을 먹는 자신을 상상한다.

'근데 한 번 본 걸 두 번 보긴 좀 그렇잖아.'

롤처럼 매판 다른 상황이 펼쳐지는 게 아니다.

누가 먹어도 치킨은 치킨이고, 족발은 족발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차후 그것이 문제가 된다.

밴츠, 실버쿠폰 등 1세대 먹방BJ들의 몰락.

메뉴만 다른 먹방이 시청자들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우리 봄이 왜 이렇게 신났어?"

"오빠가 고기를 사준다고 했어요. 저는 믿어 의심치 않아요~."

―ㅋㅋㅋㅋㅋ

―봄이야……

―응 콩고기야^^

―또 어떻게 뒤통수를 맞으려곸ㅋㅋㅋㅋㅋ

ㅋㅋㅋ

그냥 보기만 해도 재미있는 아이도 있지만 말이다.

택시 옆자리에 앉은 봄이가 신바람이 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물론 BJ 본인의 캐릭터가 좋으면 롱런 할 수는 있긴 한데.'

콘텐츠는 당연히 받쳐주는 편이 좋다.

1세대 먹방BJ들이 저물었다는 건, 2세대 이후가 주목 받게 되었다의 동의어다.

끼익―!

택시가 멈춘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봄식당 시즌3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장소.

─환빡이12호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응 또 봄이 맥이기 할 거 다 알아."

"헉!"

"한 가지는 맞네요. 저는 오늘 봄이를 맥일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연?

―봄이 깜놀한 거봐ㅋㅋㅋㅋㅋㅋㅋ

―어느 정도 예상되긴 하는데……

바로 마트다.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채팅창에서 일부 싱거운 반응이 올라올 만도 하다.

'요리라면 이미 운식당이 있는데.'

프로게이머들도 자주 찾는 맛집.

고작 그 정도를 위해 시즌3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았을 리 없다.

2세대 먹방을 할 것이다.

1세대와 차별화되는 점을 한 단어로 축약한다면 바로 '스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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