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12화 (312/846)

312화

서걱―!

사람 몸통만 한 크기의 큼지막한 고깃덩이.

식칼로 두 동강 내버리는 광경은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

그 고깃덩이가 썩어있다면 더더욱.

퍼렇다 못해 꺼멓게 보일 지경이다.

이런 고기를 먹는다고 내놨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드라이에이징이라고 고기를 숙성한 거예요. 겉부분 잘라내고 먹으면 됩니다."

"너무 많이 자르는 것 같아요. 어떻게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봄이야……

―뭘 살려 화타도 아니고ㅋㅋㅋ

―먹으면 안돼;;

―그거 지지야 지지!

오정환의 방송에 이목이 모이고 있는 이유다.

차후에는 유튜브 등에서 시도 때도 없이 추천 영상에 뜨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고기를 굳이 그렇게 먹는 사람이 적다.

가히 컬쳐쇼크격의 임팩트.

커뮤니티를 통해 2차로 퍼져나간다.

단순한 캡처 한 장만으로도 어그로가 팍팍 끌린다.

─봄식당 썩은 고기 대박인데?

[썩은 고기 단면. jpg]

안쪽 단면 졸라 이쁘다;;

└안 썩은 부분 먹는 거임?

└헐 탈 안 나나

└드라이에이징이라고 썩은 고기 먹는 거 있음

└저걸 집에서 만들어 먹다니 ㄷㄷ

썩은 고기.

드라이에이징을 모른다면 신기할 수밖에 없다.

그 한 번의 계기를 통해 알게 되자, 없던 관심도 무럭무럭 샘솟는다.

세상에 고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보는 방식으로, 처음 보는 스케일의 먹방을 하는 BJ가 있다니?

─그 썩은 고기 먹방 다시 보는 방법 없음?

짤 말고 영상으로

한 번 진득하게 시청해보고 싶은데

└썩은 게 아니라 드라이에이징이라고 ㅄ아

└무식하네

글쓴이― 지도 첨 봤을 거면서 먼저 봤다고 아는 척은;

└그거 오정환이 유튜브에 올렸다고 했을 걸?

가뜩이나 쏠리고 있던 이슈에 기름을 끼얹는다.

직접 보고 싶을 만큼 관심이 올라간다.

그리고 그 방법은 하나뿐.

Channel 봄식당―「홈메이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과연 그 맛은?!」

한 유튜브 채널이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탄다.

2013년에도 동영상 플랫폼으로 익히 알려져 있기는 했지만.

─유튜브에서 봄식당 보고 왔는데 개쩌네 진짜ㅋㅋ

근데 영상 마지막에 구독과 좋아요 해달라던데

좋아요는 알겠고

구독은 뭥미?

└페북으로 따지면 팔로우, 파프리카TV로 따지면 즐찾일 걸?

글쓴이― ㅇㅋㅇㅋ 그럼 해야지

└나도 구독함!

└생방송 못 보는 사람들한테는 개꿀이더라

아무래도 생소하다.

어쩌다 포털 사이트에 링크가 뜨면 한 번쯤 클릭해보는 정도.

유튜브를 주로 활용하는 사람은 적다.

화제가 된 덕분에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구독자가 늘어난다.

「오늘도다이어트」

5시간 전。

#봄식당#고기#배신

[BJ하와와 고기 먹방. jpg]

다이어트 먹방 아니었어?

나 완전 뒤통수 맞은 느낌!

―내 말이 정말 어이 없어

―방송 컨셉 안 지켜?

―불편하긔!

오늘도다이어트? ― 22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비판 어린 시선도 있다.

이전의 시즌1, 2.

다이어트 먹방이라는 컨셉으로도 유명세를 탔기 때문이다.

치지직……!

시즌3은 그냥 먹방이다.

그것도 식욕을 참을 수가 없게 만드는 수준이다.

숙성의 과정에서 농축된 풍미가 화면 너머로도 전해진다.

겉보기에 묵직한 고기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익어간다. 칼로 서걱! 단면을 썰자 선홍색의 핏기가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오늘도다이어트」

5시간 전。

#봄식당#고기#배신

[봄식당 유튜브 영상. avi]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참으라고 ㅡㅡ

이거 완전 시청자들에 대한 배신 아니야??

―이건 못 참지ㅋ

―나 오늘 삼겹살 먹어도 다 봄식당 잘못이야!!

―무슨무슨 죄로 방심위에 신고하면 청와대에서 해결해준대!

오늘도다이어트? ― 나도 화력 보탤게!

그것이 마음에 안 든다.

방송의 컨셉이 바뀌었을 때 기존 팬층의 반발이 생기는 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Channel 봄식당―「뿌슝빠슝! 고기만 먹고 살을 빼는 방법이 있다?!」

다 오해였다는 이야기다.

추가로 올라온 영상이 다이어트 추종자들의 마음도 사르르르 녹게 만든다.

「오늘도다이어트」

2시간 전。

#봄식당#고기#배신

[봄식당 저탄고지 다이어트. avi]

이거 나만 몰랐어??

고기만 먹어도 살 뺄 수 있대!!

―헐 대박 사건

―그게 말이 돼? 먹을 거 다 먹고 어떻게 빼

오늘도다이어트? ― 녹서스 의과대학 미드 탈론 교수가 저탄고지 하라 했대!

―이거 보고 하루만에 5kg 뺏긔 ㅠㅠ

위장 속의 지방 또한.

자극적인 유튜브 영상의 매력에 빠져든다.

기존 팬층과 유입 팬층의 민심을 전부 잡는데 성공한다.

* * *

유튜브.

파프리카TV와는 성격이 다른 플랫폼이다.

방송의 스타일도 다르게 진행하는 것이 옳다.

─봄이먹여살림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오즘 봄이 밥 잘 주셔서 쏩니다^^

"봄이먹여살림님 1000개 감사합니다! 근데 저탄고지 다이어트 중이라 밥은 먹일 수가 없어요."

―저탄고지ㅋㅋㅋ

―그게 됨?

―아무튼 다이어트임!

―봄이만 행복하면 괜찮아……

파프리카TV는 열혈들의 입김이 크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별풍선을 많이 쏜 사람이 갑이다.

'그런 구조야.'

일반 시청자들의 민심?

중요하긴 하지만 2순위다.

불편하든 말든 어차피 개개인은 발언권이 없다.

치지직……!

별풍을 쏜 시청자의 요구대로 구워준다.

올리브유에 재워둔 통연어. 당연하게도 매일 고기만 먹으면 질리기 마련이다.

"완전 침 꼴깍꼴깍이에요!"

"맛있어 보여?"

"저 생선도 엄청 잘 먹어요~."

우리 봄이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밥값이 충당되니 고퀄리티의 음식을 먹일 수가 있다.

톡! 톡!

그리고 회도.

도마 위에 식칼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스테이크로만 먹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식재료다.

'자투리로는 샐러드 정도 만들면 되겠고.'

저탄고지라는 변명이 있다 보니 초밥은 패스한다.

그 정도 빠져 있어도 연어 풀코스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먹방매니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이 집 얼마면 예약되나요;;

"100개 감사합니다. 봄식당이기 때문에 우리 봄이만 먹을 수 있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후후후! 부럽쬬? 부럽쬬? 부럽쬬?"

―봄이 요두방정ㅋㅋㅋㅋㅋㅋ

―봄이 행복해!

―와 진짜 미쳤다

―이건 전국 봄버지들이 다 인정하지 ㅋ

오늘의 메뉴는 연어다.

상차림을 하기가 무섭게 조건 반사로 움직이는 봄이의 머리를 꽉 움켜쥔다.

"꾸웩―!"

"인서트 해야지."

유튜브는 임팩트다. 번지르르한 겉보기가 필요하다.

잘 차려진 한 상은 카메라로 줌 한 번 해주는 게 예의.

"흐으응~!"

"맛있어?"

"이게 행복이란 거예요~."

―ㅋㅋㅋㅋㅋㅋ

―너무 맛있게 먹는다

―이런 애한테 맨날 재활용 쓰레기를……

―진작 좀 이렇게 해주지!

그 후에야 봄이 입에 가져갈 수 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먹어 치운다.

와구와구!

와사비까지 얹어서.

고기뿐만 아니라 연어의 느끼함도 잡아준다.

한국인으로서 그 정도로는 아쉬울 뿐이지.

"연어만 먹으면 물리니까 회무침도 만들어보겠습니다."

"회무침!"

"그리고 회에도 토치로 살짝 어레인지를 줘서 타다끼로 만들어볼게요."

"오빠 사랑해요!"

토치의 강력한 화력으로 연어살의 겉부분을 지진다.

식칼로 썰자 겉과 안의 색깔 대비가 아주 또렷하다.

'술 한잔해야 되는데.'

안타깝게도 봄식당의 손님은 한 명뿐이다.

연어 한 마리가 여러가지 형태로 봄이 뱃속에 쏙쏙 들어간다.

―졸라 맛있겠다……

―배고파

―오정환 요리 왜 이렇게 잘함?

―원래부터 요리는 잘했지ㅋㅋㅋㅋㅋ

난이도도 썩 높지는 않다.

고기의 연장선. 거의 생것에 약간의 가공을 했을 뿐이다.

한두 번만 연습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까놓고 말해서 재료비가 거의 전부야.'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그렇기에 더욱 어려운 측면이 있다.

봄이 밥값 대다가 집안 대들보가 뽑히게 생겼다.

─유튜브시청자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유튜브에서 드라이에이징 보고 팬가입해요!

"100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밌게 봐주세요."

―유튜브 유입이 있다고?

―유튜브가 뭐야?

―편집본 올리는 곳인데 볼 만함ㅋㅋ

―드라이에이징 쩔었지

그래서 필요한 것이 유튜브.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 커뮤니티에서 드라이에이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웻에이징이긴 한데.'

Wet aging(습식? 숙성).

한 마디로 말해서 야매로 하는 드라이에이징이다.

특별한 노하우를 요구하지 않다 보니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다.

유튜브는 그런 것이 잘 먹힌다.

뭔가 대단해 보이는데 사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방구석 고든 램지가 양산된다는 단점은 존재한다.

와구와구!

쉽고 간단하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선점과 배우.

전자를 갖추기 매우 좋은 기회고, 후자는 이미 한 마리 존재한다.

"저 요즘 매일매일이 꿈만 같아요!"

"맛있어?"

"고기를 이렇게 마음껏 먹을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우리 봄이 요즘 고기 엄청 먹어서 방귀 냄새나."

"아니에요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찔렸어?

―고기 많이 먹어서 민감해졌네!

―부정하면 더 수상한데ㅋㅋ

우리 봄이의 먹성을 이보다 더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법이 없다. BJ 입장에서 유튜브는 잘만 키우면 든든한 적금이다.

'방송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기만 하면 되니까.'

유튜버들처럼 굳이 뭐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뭐 하려고 하지 마!

김정균 감독이 괜히 그런 명언을 내뱉은 게 아니다.

하지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유튜브와 개인 방송은 다르다.

BJ로서의 인기와 유튜버로서의 성공은 전혀 별개라고 할 수 있다.

─봄이사냥개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는 봄이도 응원합니다^^

"봄이사냥개!"

―저 씹악질ㅋㅋㅋㅋㅋㅋ

―누군데?

―봄이방 유명한 악질

―봄이가 기억해주네 부럽다

방송의 포인트를 잘 잡아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그렇지만, 편집이 좋아야 배우의 연기력도 살아난다.

'유튜브는 특히 그래.'

편집자빨을 엄청나게 받는다.

과장 조금 포함하면 유튜버는 별로인데 편집자 때문에 뜬 채널도 있을 정도다.

전문 편집자 구하면 되겠네!

그런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BJ의 편집자는 애청자 중에서 구하는 것이 옳다.

'그 방송이 왜 재밌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잖아.'

솔직히 말해서 편집은 하다 보면 는다.

그렇게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 게 아니고, 존나 잘해봤자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즉,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해당 BJ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

팬 중에 괜찮은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고용할 만하다.

"방송 재밌게 봐주시는 시청자분들 감사하고, 요즘 유튜브를 통해서도 많이 봐주시고 계시거든요?"

"그런 건가요?"

"자신이 영상 편집에 능숙하거나 배우는 중인 분들. 눈치 보지 말고 지원해주세요."

―오 직원을?

―고용되면 봄이 만날 수 있나요!

―열정 페이면 ㄹㅈㄷ

―겨우 유튜브 영상 편집하려고 직원까짘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진지한 일이다.

우리 봄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세상이 공짜로 굴러갈 리가 없는 것이다.

'진짜 본격적으로 해야지.'

최근 사료값이 만만치 않다.

등골이 휘청이다 못해 허리 디스크가 걸릴 지경이다.

영상 편집까지 혼자 하고 있다 보니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하다.

"오빠 저 다 먹었어요!"

"그래."

"깨끗하게 싹싹 비웠어요! 잘했죠? 그쬬?"

"그렇구나."

우리 봄이의 명이 다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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