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13화 (313/846)

313화

오정환의 폭탄 발언.

─BJ가 직원을 뽑는다고?

무슨 기업도 아니고

다달이 월급 주는 게 애들 장난인 줄 아나

└팩트) 보라판에서는 흔하다

└보라BJ자너ㅋㅋ

└매니저처럼 열정 페이로 부려 먹겠다는 소리 아님?

└한국에선 이렇게 한단 말입니다!

커뮤니티에서는 화제가 된다.

그도 그럴 게 일반 시청자들 눈에 보이는 BJ는 글자 그대로 개인 방송인. 대규모의 방송사와는 다르다. 설명이 붙을 것도 없이 당연하다.

갑작스러운 직원 영입 공고는 의문을 낳을 만도 하다.

─영상 편집만 할 줄 알면 지원할 수 있는 거임?

해볼까

프리미어 정도는 다룰 줄 아는데

└프리미어는 쉽지ㅋㅋ

└영상 편집이 ㅈ으로 보이누?

글쓴이― 흠 안되나;

└최소 에펙은 해야지 양심 털렸네

그 이유 또한.

영상 편집.

관련 학과도 있을 만큼 일반적인 직업 중 하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방송사의 문을 두들길 때다.

BJ의 입지가 썩 높지 않던 시절이다.

BJ가 고용한 직원이라니?

실소가 나오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인데.

공지― 『유튜브 편집자 구인합니다』

근무지☞ 재택

근무시간☞ 주 5일, 10시~7시까지 (자율 점심시간)

급여☞ 월 [email protected]

지원자격☞ 포토샵, 프리미어 사용자/ 먹방에 대한 이해가 있으신 분우대사항☞ 애청자, 봄이에 대한 애정 (사심X) [email protected]로 이력서와 간단한 자기소개 보내주시면 확인 후 연락 드리겠습니다

한 편의 공지가 세간의 반응을 바꿔 놓는다.

기껏해야 간단한 알바 정도로 여겼던 일이 생각보다 훨씬 본격적이다.

─오정환 직원 해볼 만한 거 같지 않음?

최저 시급 5천원도 안되는 형국에

진짜 진지하게 ㅈ소보다도 나은데

└ㄹㅇ임

└200이면 적은 거 아니야?

글쓴이― 첫 월급 200이 ㅈ으로 보이누;

└잼민이특) 월500이 기본인 줄 앎

준수한 급여. 대우와 조건도 좋다.

'덕업일치'는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이상이다.

그럴 기회가 거의 없어서 그렇지.

커뮤니티에서 일파만파 화제가 커지게 된 건 필연이었다.

─영상 편집 별로 안 어려움

[우대사항☞ 애청자, 봄이에 대한 애정 (사심X)]

기본적인 건 1주일이면 떡친다

어차피 방송 보고 뒹굴 거면 지원이나 한번 해보셈

└돈 받고 뒹구는 게 개꿀이긴 하지

└저거 우대사항 의미 있음?

└갠붕이 희망고문으로 써놓은 거잖아ㅋㅋㅋ

└우대사항만 보면 나 킹능성있는데

허들이 낮다.

하고 싶은 사람은 널렸다.

무엇보다 일 자체가 재미있을 것 같다!

BJ는 많이 알려져 있으면서도, 동시에 아무것도 모르는 직업이다.

BJ가 보여주고자 하는 면 이상은 볼 수가 없다.

─오정환 직원 되면 만날 수 있겠지?

ㄹㅇ 실물 한 번 보고 싶다

봄이도 하악하악

└응 재택 근무야~

글쓴이― 그래도 면접은 하지 않겠음?

└편집 잘하면 밥 한 번 사줄지도

└오 개꿀이긴 하네ㅋㅋ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르는 기회.

관심은 시간이 지나도 꺼질 줄을 모른다.

단순한 흥밋거리 아닌, 보다 진지한 방향으로 발전한다.

인터넷 방송은 작년과 비교도 안 되게 성장했다. 대기업BJ들은 어지간한 비인기 케이블 채널에 맞먹는 시청자 수를 가졌다.

오정환은 그중에서도 탑급.

그의 직원이라면 부끄럽지 않은 직장이다.

아니, 그 이상을 넘어 인방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감투에 가깝다.

"저희 애들을 침투시켜 보는 건 어떨까요?"

"흠……."

"잘하면 오정환 약점도 잡을 수 있고, 최소한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재밌네. 진행시켜!"

가치를 알고 있다면 더더욱.

업체에서도 이번 사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오정환의 일거수일투족은 인방판에 있는 이상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방송 노하우만 배워와도 본전은 되겠고.'

업체들까지 참전하며 판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간다.

* * *

대기업BJ쯤 되면 더 이상 개인이 아니다.

설사 자신이 홀가분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주위에서 결코 가만 놔두지 않는다.

'보라BJ들이 사업성을 띄게 된 것도 처음부터 본인들이 원했던 건 아니야.'

돈과 권력은 표리일체(表裏一體).

리갈하이의 명대사처럼 얽히고설킬 수밖에 없다.

인방판에서 영향력은 어떤 의미에서 봤을 때 권력이다.

보라판에서는 딱히 드물지도 않다.

BJ사회가 조그맣긴 하지만, 그 안에서 굴러가는 이권은 결코 작다고 보기 힘들다.

"신청해준 분들이 너무 많은 관계로 본의치 않게 콘테스트 형식이 된 점 양해바랍니다."

―오

―대체 몇 명이나 몰린 거얔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난리도 아니지

―진짜 200 줘요??

때문에 주변인은 잘 가려서 받아야 한다.

'직원'이라고 부르는 측근은 특히 말이다.

'그래서 보통 지인이나 가족을 많이 두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인맥 안에서만 고르다간 자칫 숲에 갇힐 수 있다.

숲 안에서는 숲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방송의 방향이 자칫 시청자들의 니즈를 벗어난다.

"콘테스트라고 뭐 대단한 건 아니고요. 제 독단과 편견으로 추린 1차 면접 통과자 중에서 최종 합격자를 시청자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선발해보고자 합니다."

―독단과 편견ㅋㅋㅋㅋㅋㅋㅋ

―엄청 많았나 보네

―이 새끼들 꽁돈 먹으려고?

―이걸 콘텐츠로 해버리네 ㄷㄷ

실제로 드물지도 않다.

특히 영상 편집은 실력 뿐만 아니라 해당BJ와 팬덤을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유튜브에서는 더욱 중요하고.'

그래서 나는 관리자는 지인 중에서 뽑고, 편집 및 각본은 팬 중에서 뽑는 편이다.

1차 면접 과정에서 어느 정도 마음에 정해두었지만.

뿌슝빠슝!

콘텐츠로 이용하지 않으면 섭할 노릇이다.

이만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이걸 그냥 그러려니 하며 넘어간다?

'프로BJ가 아니지.'

지원자들이 자신이 만든 영상을 하나씩 보냈다.

실제로 유튜브 편집자를 뽑을 때 그 사람이 만든 영상을 가장 확실한 커리어로 쳐준다.

─홍설렁탕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뭔가 병신TV 같아서 좀 그런데;

"저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아이디어도 좋은데 편집 실력이 아직 미숙하시네."

―딱 아시네ㅎㅎ;

―벼락치기로 공부했나 본데?

―200만원 꽁으로 먹으려고ㅋㅋㅋㅋㅋ

―일단 탈락!

시청자들과 함께 보고 있다.

영상 관련해서 자격증도 있고, 관련 경력도 있겠지만, 느낌적인 느낌만큼 중요한 게 없다.

'경력이 쩌는 사람이 지원하지도 않을 테고.'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ㅋㅋ

두 번째 지원자.

영상의 첫머리인 인트로부터 심상치 않다.

뿌슝빠슝!

확실히 일반인은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스친다.

나조차 그럴 정도니 시청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제로콜라충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게임 끝났는데?

"100개 감사합니다. 제가 200으로 고용할 수 있는 분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와~ 이력서 보니까 실제로 방송국에 근무한 이력이 있으시네!"

―헐

―어디 방송국임? 직책 높았음?

―기껏해야 따까리겠지ㅋ

―따까리도 여기선 왕이야……

프리미어는 물론 애프터 이펙트까지 마스터한 듯 보인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응용 프로그램을 만질 줄 안다는 걸 영상의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상 편집이 알면 알수록 만만하지 않긴 해.'

어지간한 유튜브에 나오는 수준은 한 달이면 배운다.

하지만 그건 기본적인 거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뤄야 할 프로그램이 한두세네 가지가 아니다.

나도 영상 편집에 일가견이 있다 보니 알고 있다.

이만한 사람은 구하기 힘들다.

급여를 상향 조정해서라도 고용할 가치가 있는 실력이다.

뿌슝빠슝!

그것이 결정적인 근거가 되지 못할 뿐.

다음 영상.

퀄리티는 첫 번째 영상보다 괜찮지만 아무래도 타이밍이 안 좋았다.

─봄이사냥개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인트로 해야 하는지 몰라뜸;;

"100개 감사합니다. 봄이사냥개님이 만드신 영상인 모양이네."

―악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딜 감히?

―현실에서 봄이 사냥하려고;

―쳐내죠 ㅇㅇ

너무 잘 만든 영상을 봐버렸으니까.

민심은 휩쓸리기 쉽다.

채팅창은 이미 두 번째 영상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지.'

영상 퀄로 뽑을 거면 뭣 하러 공지사항까지 올려.

잡코리아 같은데 올려서 경력 보고, 관련 작품 보고 판단했겠지.

─봄이실화냐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근데 봄이 귀여운 부분 잘 짚긴 한다

"그러네요.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셨나 보네."

유튜브 영상. 특히 BJ의 것은 전체 길이가 길다.

방송을 최소 2시간 이상은 하는데 이를 10분 내외로 짧게 편집해야 한다.

'일이 돼버리면 보는 게 힘들어.'

재미있는 영화는 2시간이 후딱 간다.

재미없는 영화는 하염없이 핸드폰 시계만 체크한다.

이를 거의 매일 해야 한다.

넘기면서 봐도 유튜브각을 뽑을 수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과는 차이가 난다.

―그런가?

―사냥개좌 영상이 투박하긴 해도 포인트를 잘 잡은 듯 ―응 방송국좌 못 잃어ㅋㅋㅋㅋㅋ―나도 사냥개!

지원자들의 영상은 유튜브에 임시로 올려두었다. 시청자들이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말이다.

유튜브 홍보가 겸사겸사 진행된다.

'그래서 말이 편집자지 매니저 역할도 겸해.'

그런 과몰입 시청자 중에서 뽑는다.

쓰기에 따라 독도 약이 될 수 있다. 사생팬과 열성팬은 한 끗 차이다.

「투표 발표」 ― 마음에 드는 영상은?

1. 1번 영상 (2251표) 12.9%

2. 2번 영상 (7392표) 42.6%

3. 3번 영상 (5711표) 32.9%

4. 4번 영상 (1074표) 6.2%

5. 5번 영상 (892표) 5.1%

민주적인 방식으로 시청자 투표를 받았다.

민심에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

상당한 차이로 두 번째 영상이 앞서게 되었다.

"하지만 저는 제 독단과 편견으로 3번 영상을 뽑겠습니다."

―?

―이 새끼 봄이 괴롭히려고ㅋㅋㅋㅋㅋ

―아니, 뭐요?

―봄이사냥개와 죽 잘 맞겠네 ㅋ

민주주의임과 동시에 자본주의인 나라다.

돈 대는 사람 마음대로 하는 거지.

채팅창에서 다소의 소란이 인다.

'당연히 반발이 있겠지.'

이럴 거면 투표 왜 했냐고.

투표를 반영할 생각이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첫 번째 이유가 페이를 못 맞춰드려요. 200 받을 거니까 신청한 거 아니냐고? 처음 한두 달은 그럴 수 있지. 근데 적어도 연단위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난."

―킹리적 갓심

―파맛 첵스 사건이 생각나네요ㅎㅎ

―부정선거 규탄한다!

―그렇긴 하네

저 정도 경력에 실력까지 겸비한 사람?

언제 또 업계에 다시 불러서 나갈지 모른다.

'애초에 장난삼아 휴직 기간에 신청한 걸 수도 있고.'

편집자마다 영상 스타일이 다르다.

퇴직이 빈번하면 시청자들이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

─봄이팬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영상 계속 돌려봤는데 2번좌는 봄식당 몇 번 안 본 거 같음

"솔직히 저도 그걸 좀 느꼈어요."

결정적으로 애정.

편집 실력은 연마할 수 있지만, 봄이에 대한 애정은 시간이 지난다고 반드시 느는 게 아니다.

'그리고 전부터 주시했는데.'

봄이사냥개.

봄이 방송의 네임드 어그로다. 유명 방송이라면 오히려 없는 게 더 이상하다.

그렇게 관심을 받으면 엇나가는 새끼들이 꼭 생긴다.

봄이사냥개의 경우 자신의 컨셉을 지키면서 선도 안 넘은 걸로 기억한다.

그런 곱게 미친놈이 필요하다.

방송이란 것은 혼자 할 수 없다.

반드시 좋은 직원과 함께해야 한다.

"물론 확정은 아니고 최종 면접을 본 후에 시청자분들께 말씀 드리겠습니다."

―찜찜한데ㅋㅋㅋㅋㅋㅋ

―2번좌 지지자 97% "편집 대선은 부정선거"

―초박빙 속 사냥개 승리 전망 2번좌 "선거 조작" 주장―투표가 범죄다 낄낄 ^^

그 과정까지 포함해서 이슈를 더 불린다.

유튜브는 아직 홍보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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