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화
파프리카TV.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롤프리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걸 생각하면 비약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애청자 증가수』
1. 오정환 ―
2. 하와와 ↑ 1
3. 코코망이♪ ↓1
4. 먹방맨 ↑ 15
5. 고기맨 ↑ 32
애청자 증가수는 대세를 알 수 있는 가장 가시적인 지표다.
그 순위권에 먹방BJ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는 결코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일.
─오정환은 진짜 인정할 수밖에 없긴 하네;
[실시간 시청자 순위. jpg]
오정환 움직이자마자 물갈이 된 거봐
└보라의 神
└갠붕이가 인정한 자 ㄷㄷ
└이건 먹방이잖아ㅋㅋ
└??? : 먹방이라는 게 사실 보라에서 온 거거든요~
오정환이 보라판에 복귀를 선언한 여파다.
이를 인정하지 않기에는 그동안 보여준 것이 너무 많다. 그렇기에 생기는 부작용도 있어서 문제지.
「먹방) 고기맨. 오늘의 고기는 업진살! 이거 살살 녹습니다~」_ ?1, 892명 시청「먹방) 먹방맨. 호화 고기 먹방 클라스 이거 미쳤습니다」_ ?1, 323명 시청「먹방) 개맥주. 한 천재가 발견한 맥주 먹방 이거 못 막습니다」_ ?965명 시청
유행처럼 번져 나간다.
하이에나 같은 이들.
오정환의 콘텐츠를 따라하는 먹방BJ들이 관찰되고 있다.
─지금 고기 먹방 하는 BJ들
전부 봄식당 Mk2라고 보면 되는 거지??
└ㅇㅇ
└뭐 하루이틀 일이냐ㅋㅋㅋㅋㅋ
└재밌으기만 하면 됐지
└꼬우면 먹방 10시간씩 하던가~
한국에서는 사실 드문 일도 아니다.
무언가 하나 떴다 하면 비슷한 카피캣이 우수수 생긴다.
하물며 보라판.
상위권BJ들이 하위권BJ들의 콘텐츠를 빼앗는다.
그 반대의 상황은 보통 일어나지 않는데.
─오정환 시청자들은 X랄 안 하나?
보통 보라 대기업한테 깝치면
개청자들이 몰려가서 조져 놓잖아
└오정환이 무슨 철꾸라지냐ㅋㅋㅋ
└비교적 깨끗함
└팬덤이 딱히 X랄병 하는 이미지는 없을 걸?
└애초에 뒤탈이 없으니까 따라하는 거지 ㅋ
뒷감당이 무섭기 때문이다.
BJ 본인도 난리를 피겠지만, 가장 두려운 건 바로 팬덤이다.
생방송 시청자만 수천 명. 잠재적 팬덤은 당연히 그 이상이다.
그만한 이들이 방송에 몰려와 행패를 부린다면?
'괜찮아.'
고기맨은 그 점을 인지하고 있다. 커뮤니티에서 떠드는 것.
자신이라고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가 없다.
대기업BJ들의 행패가 심하다. 크루라 불리는 단체까지 있어서 섣불리 건들다가는 BJ생 종 치는 수가 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괜찮다. 오정환은 일부 여캠을 제외하면 친목질을 일삼지 않는다.
건드리면 큰일 난다는 소문도 듣지 못했다.
─오정환팬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 콘텐츠 따라하네 ㅉㅉ
"와~ 오정환팬님분 또 오셨네! 따라하다뇨~ 듣기 거북한 소리하시네. 저 아이디부터가 고기맨인데 고기 좀 먹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어휴
―팬이 BJ 욕 먹이네 ㅋㄷ
―누가 보면 고기에 특허낸 줄ㅋㅋㅋㅋㅋ
―이이잉~ 기모링~!
일부 비판적인 시선은 있다.
가끔 오정환의 팬들도 찾아오고, 커뮤니티에서도 욕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얻을 수 있는 것이 한두 푼이 아닌데 말이다.
무엇보다 BJ에게는 어그로가 숙명이라고 들었다.
욕을 먹고 돈을 번다면 그것만큼 개꿀인 일이 없다.
노이즈 마케팅.
화제는 오히려 성장의 계기가 된다.
커뮤니티에서 언급도 많아지고, 시청자 수도 확연하게 늘어났다.
─고기맨<<< 얘는 오정환 대놓고 따라하네
염치라는 게 없나?
바로 어제 한 특수 부위 먹방 똑같이 하면 티가 안 날 거라고 생각하나?
└티나면 뭐함ㅋㅋㅋ 저작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응 여긴 한국이야~
└그 새끼 좀 고깝긴 하던데
└그래서 재밌음? 볼 만함?
그러한 고기맨의 목적.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비판적인 여론이 점점 더 짙어진다.
약간의 욕이라면 노이즈 마케팅이지만, 너무 많으면 이미지가 손상된다.
그것을 감안해도 남는 장사.
─고기맨 시청자들은 모르고 보는 거임?
오정환 따라하는 거
팬들도 팬들이지만 시청자들도 어지간히 멍청하네
└다 알고 보는 거지ㅋ
└나는 둘 다 봄
└따라쟁이 중에서는 그나마 낫더라
└오정환이 맨날 방송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라고ㅋㅋㅋㅋㅋ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이라는 건 24시간 할 수가 없다.
특히 먹방은 하루에 가능한 횟수가 제한돼있다.
그것이 아쉬운 시청자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방송 시간만 겹치지 않으면 낙수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빵또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요즘 환없고왕이네 ㅎㅎ
"빵또아님 100개 감사합니다! 혹시 오정환님이 없으시면 제가 왕이라는 말……? 와~ 그렇게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
―환없고왕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거 ㄹㅇ임
―고기맨이 잘 굽긴 해 ㅇㅇ
고기맨은 그 점을 인지하고 있다.
다수가 욕한다 하더라도, 한 줌만 팬이 된다면 충분히 장사가 가능하다.
'어, 저게 먹혀?'
'아~ 오정환 방송 안 키는 시간대에.'
'하긴 대기업BJ들은 방송을 자주 안 하니까.'
고기맨의 성공을 본 다른 BJ들도 영향을 받는다.
누가 봐도 개꿀인데.
뒤탈도 없는 거 같은데.
깨진 유리창 이론.
한 명의 성공이 여러 명의 후발 주자를 양성한다.
한 번의 실패를 맛본 업체들도 관심을 보인다.
"저희도 이 기회에 먹방BJ를 육성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오정환 따까리로 한 명 넣자고 한 건?"
"그건 아쉽게 실패를 해서;"
직원을 침투시키려 했다. 방송 노하우를 배우기에 스파이만 한 짓이 없다.
다수의 업체에서 오정환의 영상 편집자 구인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전부 실패.
아쉬움에 발만 동동 구르던 차에 이를 성공시킨 BJ가 나온 것이다.
가만히 보니 재미가 상당해 보인다.
'오정환이 유입시킨 먹방 시청자를 우리가 흡수한다라?'
대기업BJ는 많을수록 좋다.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여줄 말 말이다.
오정환이 말을 듣지 않아 고심하던 업체들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다가온다.
* * *
이따금 있는 일이 아니다.
글자 그대로 심심하면 터지는 수준이다.
─에스프레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요즘 고기 먹방BJ 많아진 거 보셨어요? ㅋㅋ
"예, 봤습니다. 한우 소비량 증진에 기여를 한 것 같아서 가슴 한 켠에 뿌듯함이 들더라고요. 한우 홍보대사라도 어디 안 시켜주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시켜줘야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일이 반응하기도 뭣한 일이다.
그런 사람들이 따라하는 목적이야 뻔할 뻔자니까.
'돈 때문이지.'
돈의 가치를 삶에서 1순위에 두는 사람들이 있다.
개개인별로 판단 기준이 틀리기 때문에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BJ생활을 해보면 결국 돈은 시답잖은 것이다.
러이갓 같은 BJ가 돈은 겁나 벌었어도 부럽지는 않은 것처럼.
치지직……!
신념이라고 하면 거추장스럽다. 자신만의 확고한 방향성은 지녀야 한다.
불판 위에서 아주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치이익……!
그 위로 토치로 갈겨준다.
위에서도 아래서도 화력으로 찍어 누른다는 느낌으로 아주 강하게 굽고 있다.
―???
―저러다 불 날라;
―환이 빡쳤네 ㅋㅋ
―정환님 마음이 새어 나오고 있어요!
아니, 태워버리고 있다.
우리 봄이의 눈알이 불판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어쩔 줄을 몰라한다.
─태운거불편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니, 태운 거 먹이는 건 에반데;
"괜찮습니다. 제가 먹을 거 아니에요."
"히잉……."
―에바참치요
―에반게리온요
―삐빅! 삼진 에바입니다
―발암물질 어쩌려고;
인터넷 방송 이대로 괜찮은가?
자극적인 먹방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딱히 그런 것까진 아니고.'
까맣게 태운 대파다.
채소는 태워도 발암물질이 생기지 않는다.
생두를 태워서 만든 커피를 남녀노소 즐기잖아?
"이걸 정말 먹어도 되는 걸까요?"
"괜찮아."
"저는 자신이 없어요……."
"너를 믿는 나를 믿어!"
조금 심각하게 태웠다. 채팅창에서 난리가 날 만도 하다.
우리 봄이 먹이는 것에 걱정이 안 들 수가 없다.
'당연히 벗겨서 먹는 거지.'
물론 파를 말이다.
겉은 타고 속은 달달한 군고구마 같은 느낌이다.
태운 껍질을 벗기면 새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로메스코 소스에 푹 찍어서 먹는다.
"흐으으응……!!"
"맛있어?"
"의외로 달달한 게 먹을 만해요~ 마치 군고구마 같아요!"
―진짜?
―혹시 협박 받고 있다면 왼쪽 눈을 깜빡여주세요
―파종류 구우면 맛있긴 하지
―벗겨 먹으면 ㅇㅈㅋㅋ
엄밀히 따지면 함양파.
대파보다 양파에 가까운 채소다.
한국에서 양파나 마늘 구워 먹듯 그렇게 별일은 아니다.
'스페인 요리이긴 한데 한국에서도 그렇게 이질적이진 않지?'
그럴듯한 음식이다.
얼핏 고급으로도 보여서 유튜브 콘텐츠로서는 제격이다. 한 가지 단점이 있긴 하지만.
"너무 맛있어요! 너무 맛있어요!"
"그래?"
"고기로 느끼해진 입안을 깔끔하게 달래주었어요~ 저 식욕이 무럭무럭 솟아나요!"
"그렇구나."
굽는 과정에서 맛이 변했어도 결국 양파는 양파다.
많이 먹으면 다음 날에 피똥 싸는 정도로는 안 끝난다.
'미운 놈 대파 하나 더 먹이지 뭐.'
우리 봄이가 맛있게 먹어 치운다.
이전에 만들어둔 썩은 고기와 번갈아가며 부지런히 턱을 움직인다.
─치즈●님, 별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먹방 잘 안 보는데 이번 건 진짜 재밌네ㅋㅋㅋ
"치즈님 2000개 감사합니다! 우리 봄이 사료값에 신경 쓴 보람이 있네요."
"헉!"
―사료값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깜놀
―봄이 체하겠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림!
비싸고 맛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매일매일 차려주는 가지각색의 고기 밥상을 온몸으로 즐기고 있다.
치이익……!
조리용 토치.
대파를 먹는 사이 식은 고기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올려준다.
진짜 불맛이 자연스럽게 배어든다.
"오빠 있잖아요."
"그래."
"저는 사실 피가 뚝뚝 흐르는 것보다 빠삭하게 구운 게 좀 더 취향이긴 해요~."
"그렇구나."
ㅋㅋㅋ
먹이는 보람이 살짝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느 쪽이든 정도의 차이지 둘 다 좋아한다.
지금의 생활도 매우 흡족해하고 있다.
'아주 신바람이 났지.'
가끔 보면 덩실덩실 춤을 춘다. 온몸의 흥을 주체하지 못할 지경이다.
당연하게도 밥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다.
"맛있게 먹었어?"
"후~ 저 배가 완전 빵빵해요."
"산책 하러 갈까?"
"네! 저 오빠가 저번에 사준 옷 입고 나올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야……
―옷도 사줌? 호강하네
―애완 봄이 에반데ㅋㅋㅋㅋㅋㅋㅋㅋ
판교의 중심이다.
아직 판교가 그렇게 활성화된 시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놀거리는 차고 넘치게 즐비하다.
'정말 한두 푼 드는 게 아니지.'
우리 봄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세상은 말이다.
1월 말.
다행히 날씨가 좋다. 산책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우리 봄이도 떡국을 많이 먹었다.
나름 여자라는 사실을 과시하듯 준비에 다소 시간이 걸려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이소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님 고기맨 대파 먹방 한대요 구워서ㅋㅋㅋㅋㅋㅋ
"대파 맛있죠. 저도 아까 먹어보니까 고기랑 잘 어울리더라고요."
―벌써?
―방송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냥 대놓고 따라하네
―진짜 또라인가? 일부러 그러나?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시청자가 일부 보인다.
BJ의 입장을 헤아려리는 시청자는 참으로 고마운 노릇이다.
'근데 괜찮아.'
아무것도 안 해도 말이다.
가끔은 무소식이 희소식일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