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화
치이익……!
조리용 토치가 강력한 화력을 내뿜는다.
불판 위의 대파가 거의 숯이 될 수준으로 빠르게 익어간다.
"형님들~ 이게 바로 그 스페인 음식 칼솟타다라고 합니다! 이 대파를 칼솟이라고 한다던데 타가지고 칼솟타다인가? 하하!"
―헐
―와 완전 새까맣게 태웠네
―칼솟타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립 죽여버리고 싶네요^^
오정환의 방송에서 나왔던 아이템.
고기맨은 그대로 벤치마킹하여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어디서 이런 건 진짜 기가 막히게 찾아낸단 말이야?'
어그로가 안 끌릴 수가 없다.
그을음이 묻은 수준이 아니라 아예 새까맣게 태운 수준이다.
처음 보는 시청자라면 반드시 놀란다.
드라이에이징이라 불리는 썩은 고기도 그렇고 방송 콘텐츠로서 가히 제격이다.
─레몬스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 새끼 이제는 그냥 안면몰수했네ㅋㅋㅋㅋㅋㅋ
"네? 무슨 소리죠? 아~~ 내가 오정환님 콘텐츠를 따라했다고?"
이를 따라한다.
콘텐츠의 성공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오정환의 팬덤이 X랄을 한다는 단점도 따라와서 문제지.
'슬슬 터질 줄 알았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사실은 고기맨도 인지하고 있다.
더 이상 욕 한두 마디 먹는 정도로 넘어갈 수 없다.
"저도 오정환님 방송 재밌게 보거든요~ 보다 보니까 너무 맛있어 보이더라고. 시청자 형님들도 인정하시죠?"
―그건 맞지 ㅋ
―그래서 왜 따라했냐고
―따라쟁이 ㅉㅉ
―너 혹시…… 없니?
그렇기에 정면 돌파.
채팅창의 여론이 좋지 않다. 아무리 팬이라고 포장을 했어도 이실직고한 셈이니 당연하다.
─착한패드립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앰뒤짐? 앰뒤짐? 앰뒤짐? 앰뒤짐? 앰뒤짐?
"10개 감사합니다! 그래도 후원은 하고 욕하시네."
반대로 말하면 예상 가능한 반응이었다.
자신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대부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걸 나쁘게 생각하고 말고는 사람 나름이고.'
오리온 초코파이가 원조라고, 롯데 초코파이를 안 사먹지는 않잖아? 가격이 싸거나 접근성이 좋으면 사먹는 게 소비자다.
파프리카TV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그 정도는 별 이슈 아닌 거 같은데.
이미 확인을 마치고 거는 승부다.
─먹방팬임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음식에 특허낸 것도 아니고 맛있게만 먹으면 됐지
"먹방팬님 500개 감사합니다! 저도 그 말을 하고 싶었어요~ 맛있는 음식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법이죠!"
팬덤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어차피 볼 사람은 보고, 안 볼 사람은 안 본다.
다소의 출혈은 감수해야겠지만 속시원히 밝혀두는 편이 낫다.
'앞으로도 계속 따라할 건데 뭐.'
오정환의 콘텐츠는 신박하다. 따라하면 최소 중박은 보장된다.
맨땅에 헤딩 하느니 욕 좀 먹고 돈 먹는 게 훨씬 편하다.
"말하는 사이에 대파가 완전히 새까맣게 탔네……. 괜찮습니다! 이건 원래 태워서 먹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오정환 방송에서 다 봄
―난 못 봤음
―와 신기하다
―오정환이 먹던 대파랑 좀 다른데?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오정환의 방송을 보는 게 아니다.
못 본 사람들도 있고, 놓친 사람들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이 내 방송을 찾아와서 볼 거 아니야.'
오정환과 비슷한 급의 퀄리티를 유지한다면 말이다.
칼솟타다를 먹자 신기하다는 채팅창 반응이 줄을 잇는다.
─고기먹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고기는 없음?
"아, 먹어야죠; 안 그래도 정말 맛있는 부위를 사왔습니다."
물론 메인은 고기.
비싼 소고기만큼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먹방이 없다.
'한두 푼이 아니긴 한데…….'
비싸도 너무 비싸다.
자신도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야 고급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를 매일 같이 먹어 치우고 있다. 어떤 날에는 하루에 두 끼 이상.
고기값만 수십만 원이 드니 별풍선을 환전해도 적자에 시달린다.
'토치는 또 오지게 비싸고.'
오정환을 완벽하게 따라하기 위해서다.
10만 원 상당의 조리용 토치.
이딴 게 있다는 것도 방송을 보고 처음 알았다.
미래를 위한 투자다. 그렇게 여기며 큰 마음먹고 구입했다.
오정환을 따라하기 위해 허리띠를 질끈 졸라매고 있다.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줄 지름길이니까.
이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카피 방송을 진행해나간다.
* * *
콘텐츠.
시청자들의 생각 이상으로 상당히 매우 정말로 몹시 완전 힘들다.
'그냥 단순히 신박한 콘텐츠를 떠올렸다고 끝이 아니야.'
이거면 무조건 대박 나겠지? ㅋㅋ
세상일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우리 봄이가 아장아장 뛰어노는 모습도.
─봄이사랑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봄이가 메인인 영상은 유튜브에 안 올라오나요?
"100개 감사합니다. 아직은 예정이 없습니다."
―진짜 귀여운데
―손 흔드는 거봐!
―힐링된다……
―유튜브 올라가면 하루에 한 번씩 볼 듯ㅋㅋㅋ
실제로 있다. 브이로그라고 하는 날먹 콘텐츠.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일상생활 유튜브를 그렇게 부르게 된다.
'사실 일반인이 해봤자 별 의미 없는데.'
예쁘게 잘생긴 애들은 가능하다. 그들의 일상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우리 봄이라면 그 조건을 차고 넘치게 충족시킨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안 하는 이유.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콘텐츠는 너무 앞서가도 실패할 수 있다.
"봄이야."
"봄이에요."
"배가 좀 꺼졌어?"
"저 소화력 하나는 자신 있어요~!"
ㅋㅋㅋ
이런 캐릭터가 받아들여지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음식부터 공략하고 있다.
'물론 유명해지면 유행을 선도할 수 있어.'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똥을 싸더라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줄 거라는 허언처럼 말이다.
아직은 그 과도기이기에 욕심을 부려서는 안된다.
"우리 봄이 커피 한 잔 마실까?"
"후후후, 저 커피도 마실 줄 아는 어른이에요~."
"그래."
"그치만 저 시럽은 추가하는 편이 좋아요."
"그렇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빠삭한 고기와 달달한 커피!
―초딩 입맛
―아직 어린 애긴 하지 ㅎㅎ
열심히 크는 중이다.
언젠가 고치에서 빠져나온 애벌레처럼 아름다운 나비로 우화할지 모른다.
아님 말고.
─봄이열성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근데 커피까지 마시면 너무 칼로리 많지 않음?
"헉!"
"괜찮습니다."
―왜 이렇게 착해?
―불안한데
―착해도 문제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갈구려고……
봄이가 눈치를 본다.
아메리카노는 싫고~ 시럽 듬뿍 넣으면 살찔 거 같고~.
'적절한 대안이 있지.'
스타벅스에 들어간다.
딱히 좋아하는 브랜드라기보다는 한 가지 꼼수가 있기 때문이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메리카노 물 반만 채워서 주시고, 포션 버터도 하나 주세요."
방탄 커피.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다.
일반 커피에 무염 버터를 섞는 버터 커피의 일종이다.
"맛이 그냥 그래요."
"여기 휘핑이랑 시나몬 좀 올려주실 수 있나요?"
"네, 알겠습니다!"
―당연히 못 먹지ㅋㅋㅋㅋㅋ
―점원 웃는데?
―저건 뭔 괴식이야
―봄이 얼굴 찡그려
현재 시점에서는 유행을 하지 않았다.
우리 봄이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기 위함이다.
"시럽도 좋지만, 크림도 제법 괜찮은 선택이었어요."
"그래."
"맛있는 커피도 다이어트도 하고, 일석이조인 거예요~."
"그렇구나."
달달한 휘핑 크림이 들어가자 꿀떡꿀떡 마신다.
당연하게도 진짜 방탄 커피와는 다르지만.
'그나마 스타벅스는 커스텀도 되고, 동물성 지방 함량이 높아서 흉내는 되지.'
어차피 뒤룩뒤룩 처먹은 시점에서 다이어트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우리 봄이만 행복하면 되었다.
* * *
치지직……!
고기가 맛있는 소리를 내며 익어간다.
고기맨은 오정환의 방송을 벤치마킹하여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고기조아님, 별풍선 300개 감사합니다!
오늘도 맛있는 고기 구우시네요!
"고기조아 형님 300개 감사합니다! 이러다가 열혈 다시겠어~."
―오우
―300개면 본전 뽑나?
―본전은 ㅅㅂ 턱도 없짘ㅋㅋㅋㅋㅋㅋㅋ
―빨리 구워!
그 출혈이 만만치는 않지만.
오정환의 방송 아이템이 너무 비싸다.
고기는 100g에 몇 만 원씩 하고, 조리 도구도 정말 한두 푼이 아니다.
'그래도 비싼 만큼 효과가 있으니까.'
방송의 성장을 위한 투자다. 인기BJ가 되면 회수하고도 남는다.
실제로 고기맨의 시청자 수는 불과 열흘만에 곱절의 곱절은 불어났다.
─마시쩡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냥 보기 뭣해서 팬가입합니다^^
"마시쩡님 팬가입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팬클럽 가입과 애청자 수 또한.
이전의 지지부진했던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최근의 매일매일은 믿기지가 않을 지경이다.
이대로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지나면 중견급BJ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아니, 대기업BJ도 꿈이 아닐 거라 여겼는데.
「LOL) 고기맨. 한우 부채살 1kg! 초대박 먹방 갑니다」_ ?1, 222명 시청
어느 순간 성장이 지지부진해진다.
처음 하루이틀은 그럴 수도 있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를 수가 없다.
'아이씨;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
매우 신경 쓰고 있으니까.
수십만 원을 쏟아붓고도 성과가 없으니 목이 안 타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퀄리티를 줄이면.
─먹방팬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오늘 고기는 때깔이 별로네?
"먹방팬님 100개 감사합니다. 아니, 그게;; 카메라 구도가 안 좋나? 이것도 맛있는 고긴데;'
―저거 수입산 아님?
―내가 고기 아는데 저거 절대 한우는 아님ㅋ
―오늘은 별로구만유~
―한우맨 먹방 가자 ㄱㄱ
시청자 수가 더 빠져나간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떠올린 경쟁자들도 있어 긴장을 풀 수가 없다.
'아니, 씨발 어떡하지…….'
울며 겨자 먹기로 방송 한 번에 수십만 원씩 쏟아붓는다. 지금까지 이룬 것을 유지하기 위해 말이다.
어떻게든 잔머리를 굴려봐도.
―커피에 버터는 왜 타서 먹어?
―우엑
―밥맛이 뚝 떨어지네요;;
―먹자맨 방송 가자 ㄱㄱ
오정환의 아이템.
신박하다 생각해서 따라해 봤지만 반응이 영 미적지근하다.
결국은 다시 쌔가 빠지게 고기를 굽는 수밖에 없다.
'하, 그래도 최소 적자만 안 나면…….'
미래를 위해서라는 이름으로 인내할 수 있다.
그마저도 쉽지가 않다.
애시당초 본전과는 거리가 멀었고, 방송의 성장을 감안했던 것이다.
그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목표치를 달성하는 일이 요원해진다.
고기맨이 세웠던 계획이 근간부터 흔들린다.
"먹방BJ 육성하던 건 어떻게 됐지?"
"아 그게 성과는 제법 있는데요……."
"근데 왜?"
"콘텐츠 준비 비용이 하루에 거의 100만원씩 나갑니다."
"……."
고기맨의 급성장을 보고 따라하던 업체들에서도 비상이 걸린다.
오정환의 보증된 콘텐츠와 세간의 엄청난 관심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대기업BJ 육성.
대승적 차원에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
수천만 원 정도로 차세대 먹방 스타를 육성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다.
'한 달에 3천씩 나간다고? 그거 맞아?'
시청자는 제법 유입시켰다.
나름대로 어레인지해서 재미도 보았다.
투자금의 액수가 상상 이상으로 너무 들어서 문제지.
"그래도 오정환이 먹방을 접으면 우리가 다 흡수할 수 있지 않겠어?"
"아 그것도……."
"왜 또?"
"시청자들도 고기에 점점 질려하는 거 같기도 하고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