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17화 (317/846)

317화

리스크가 있다면 리턴도 있다.

마찬가지로 그 역도 성립할 수밖에 없다.

─고기내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니 스테이크 썰다가 삼겹살 먹방 하는 거 실화임?

"내가 뭘 먹든 무슨 상관이야. 더럽게 떽떽대네! 뭐 별풍이나 쏘고 지적질 하던가."

―ㄷㄷ

―이제 오정환 콘텐츠로 어그로 안 끔?

―흑화했누

―이이잉 기모링~!

고기맨의 방송.

하루에 수십만 원씩 나가는 적자를 결국 감당하지 못한다. 이에 이전의 평범한 먹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말이 도로아미타불을 의미하진 않는다.

─고기맨 이 새끼 민심 ㅈ됐네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배짱 장사하던 놈인데

열혈까지 등 돌리면 별풍 수급 어디서 하누?

└대기업 건든 죄지

└초반 어그로는 잘 끌었는데 너무 감당 못하게 판을 벌려 놓음글쓴이― ㄹㅇ

└지 주제에 벗어나는 일을 한 거짘ㅋㅋㅋ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다.

보라판에서는 딱히 드물지도 않다. 타BJ의 콘텐츠를 베껴서 방송하는 일.

아니, 그 이상의 심한 짓을 저질러도 괜찮다.

간장을 마시든, 병역을 거부하든, 성공하기만 하면 거대한 팬덤이 실드를 쳐준다.

반대로 실패를 하면?

짊어지는 리스크가 배가 된다.

강자 독식, 약자 멸시가 기본 베이스인 곳이 보라판이다.

─개추요청) 봄식당 Mk2들 박제. jpg

[봄식당 따라한 BJ들. jpg]

이 철면피 새끼들 쪽팔리게 개추 좀 ㄱㄱㄱㄱㄱㄱ

└개추

└민심도 조지고 방송도 조졌누

└얼굴 까고 방송 하는 리스크를 모르네ㅋㅋ

└환빡이들 화력 보소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는 소소한 화제가 되고 있다.

과몰입 시청자들의 심심함을 달래주기 위한 땅콩으로 말이다.

그 실상은 차라리 조리돌림을 당하는 편이 낫다.

일반BJ면 모를까. 업체를 낀 BJ들은 쪽이 팔리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돈 꼬라박은 연놈들 어떡하죠?"

"어쩌긴 돌려."

"벌써……요?"

"장사 원투데이해?"

"민경이는 몰라도 부배는 남자라 수익이 별로 안 될 텐데요;"

"방법 가르쳐줘?"

"……처리하겠습니다."

실질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

업체를 끼고 방송하는 것.

이는 든든한 뒷배임과 동시에 언제 자신을 찌를지 모를 양날의 검이다.

'부배 그 녀석은 판다TV에서 벗방 삐끼라도 시키면 되겠지.'

유광석에게 소속된 BJ 둘도 먹방을 했다.

방송이 크고 싶다길래 지원을 해줬지만, 커뮤니티에서 떠드는 대로 실패하고 말았다.

손해 본 지원금은 전부 빚. 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도 문란하다.

BJ들이 유흥을 위해 돈을 빌리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얼마나 빌렸지?"

"큰 걸로 한 장 정도. 근데 형님!"

"왜?"

"성인 방송 돌리기 시작하면 이미지가 많이 망가지는데 재고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새끼는 어차피 안될 놈이니까 동정심 가지지 말고 처리해."

"알겠습니다……."

보라BJ의 특성상 수입이 많다.

자칫 경제 관념이 희박해지는 일까지 생긴다.

도박에 중독된 이들이 따서 갚는다고 생각한다면, 일부BJ들은 방송해서 갚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회수가 힘들어지는 BJ들은 성인 방송이나 2차로 굴린다.

물론 최후의 수단이다.

데리고 있는 BJ가 더 쓰기 힘들어지는 건 업체 입장에서도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아무튼 저는 형님 말씀대로 따르겠지만 회계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직언을 드리자면 저희도 긴장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돌리라는 거잖아."

"그게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오정환 같은 녀석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번에도 먹방BJ를 키우려고 한 거고요."

"……."

대기업BJ는 자신도 한둘 데리고 있다.

연이 있는 BJ까지 셈하면 손가락이 부족하다.

그 전부를 합해도 오정환 하나에 미치지 못해서 문제지.

단순히 잘 나가기 때문만이 아니다.

방송 진행 능력도 탁월하고, 대박 콘텐츠를 찍어내고, 무엇보다 이미지가 좋다.

'방송사 경력까지 있는 친구에, 영상도 아주 비싼 값 주고 의뢰까지 했는데 그걸 걸러?'

얼마 전 편집자 구인에 열을 올린 이유이기도 하다.

직원을 침투시키려 했다. 오정환의 방송 노하우를 뺏어오고, 대기업BJ인 그의 약점을 잡기 위함.

고작 그 정도의 목적이 아니다.

유광석은 오정환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데리고 있던 원석 리야를 빼앗긴 원인이 그 녀석이다.

마음 같아서는 찢어 죽이고 싶다.

뒷배가 없었다면 진작에 저지르고도 남았다.

억지로 참고 있는 분노를 터트릴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

* * *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막상 업계에 있다 보면 망각하게 될 뿐이지.

'RPG게임에서도 그렇잖아.'

자리요 ㅡㅡ

응 니 묫자리요~

하고 대가리를 찍다 보면 비매너 유저로 낙인찍힌다.

사냥과 레이드, 아이템 구입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이미지가 나빠지면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건 한낱 게임에서도 배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스틸 길드, 비매너 길드가 으스대고 다닌다.

거의 웬만한 온라인 게임에서 나타날 만큼 일반적인 사례다.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지만, 많은 사람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

찰리 채플린의 반영웅주의적 명언은 되새겨볼 만하다.

굉장히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보라판에서는 여전히 일상과도 같다.

어떻게든 뜨기만 하면 된다!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한 풍조가 만연해있다 보니 도덕적으로 해이해지기가 쉽다.

'그렇게 큰 놈들이 정상적으로 방송하겠어?'

하꼬BJ들의 콘텐츠를 강탈한다.

정상적으로 방송하는 BJ들만 손해 본다.

차후 2020년 이후 보라판의 성장이 정체되는 이유다.

적폐만 남았으니까.

능력 있는 크리에이터들은 다른 플랫폼으로 다 빠져 나간다.

고인물화, 그들만의 리그가 되며 대중화에 실패한다.

─비타500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 진짜 대인배다 나 같으면 쌍욕 박았을 텐데

"베낀 건지, 비슷한 건지 거기까진 잘 모르겠지만 BJ라는 직업이 누구나 실수할 때가 있으니까 초범이면 너그럽게 봐주세요."

―와

―이걸 참네

―오정환 당신은 도덕책……

―정작 그 새끼들은 자폭했는데ㅋㅋㅋㅋㅋ

반복의 사슬을 끊고 싶다.

불합리한 일을 당했음에도 그러려니 하며 참고 있었던 연유다.

'솔직히 말해서 조지는 건 일도 아니지.'

내가 몇 마디 하면 팬들이 뒤집힐 것이다.

커뮤니티에서도 난리가 날 테고, 그 사람은 평생 먹을 욕 다 먹게 된다.

하지만 나는 세상의 기준이 아니다. 스스로 눈치채지 못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마치 군대에서 분대장 달 때 마음먹듯이 말이다.

내 딴에는 부조리 없앤 건데?

후임들 입장에서는 아니라는 것은 군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다.

"먹방이라는 게 음식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꾸웨엑……."

"콘텐츠 준비는 BJ의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물이라는 사실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미친놈아

―봄이 먹지 마!

―일단 봄이의 노력은 알게꼬요

―봄이 눈깔 뒤집혀;;

표면적인 이유는 그러하다.

진짜는 어차피 안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고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닌데.'

민감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시대적으로 안 먹히는 콘텐츠라는 게 있다.

고급 음식 먹방.

한두 번이면 모를까 별풍선만으로 콘텐츠 비용을 충당하기 힘들다.

때문에 규모의 경제.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니면 나처럼 대기업BJ던가.

치지직……!

물론 나도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니다.

불판 위의 고기가 먹음직스러운 소리를 내며 익어간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

─머거본고기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와 삼겹살 맛있겠다!

"100개 감사합니다. 한국 사람이면 이거 못 참죠."

"못 참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봄잌ㅋㅋㅋㅋㅋ

―그냥 고기면 다 좋은 거야?

―봄이야……

ㅋㅋㅋ

칼로리 높은 거면 뭐든 잘 먹는다.

우리 봄이는 해맑게 웃고 있지만, 비싼 고기를 보러온 시청자들은 불만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BJ는 방송 아이템에 너무 의존하지 않는 게 좋아.'

눈이 휘둥그레지는 스케일이 방송을 보는 계기가 될 수는 있어도, 꾸준히 보게 만드는 건 결국 BJ 본인의 매력이다.

그리고 이미지.

2세대 먹방은 사실 겉만 번지르르하다.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한 달 안에 따라할 수 있는 그리 어렵지 않은 난이도다.

즉,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다.

음식이라는 건, 한국인에게 밥상이라는 건, 편안함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넓은 의미에서 먹방도 마찬가지다.

"맛있어?"

"웁웁웁!"

"그래."

"웁웁웁웁웁!"

"그렇구나."

우리 봄이처럼 말이다.

미련하게 입안 가득 고기쌈을 밀어 넣은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실소를 자아낸다.

'얼마나 구여워.'

커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다.

그런 봄이의 매력이라면 나의 컨설팅이 오히려 거추장스럽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우리 봄이 오빠가 쌈 싸줄게."

"웁웁웁!"

"맛있어? 하나 더 먹어."

"웁웁웁웁!"

―애 죽어;;

―저게 다 들어가네

―봄이 볼따구 터져욧!

―개쩐다

상추쌈과 깻잎쌈을 각각 왼쪽 볼따구와 오른쪽 볼따구에 밀어 넣어준다.

조금 고통스러워하긴 하지만 이내 입을 다무는 데 성공한다.

'이게 성공하네.'

꾸역꾸역 부지런히 턱을 움직인다.

작은 햄스터 같아서 보는 재미가 있다.

입안에 있던 내용물을 목에 삼키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고기에 빠져 죽는 기분이었어요."

"그래."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렇구나."

ㅋㅋㅋ

본인이 행복하면 되었다.

누구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남을 밀어내고, 누구는 가진 것을 뺏기지 않을까 안절부절할 때, 우리 봄이를 보면 참 덧없는 고민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코주부고기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삼겹살 배 터지게 먹였으면 100만원은 굳었다 ㅇㅈ?

"삼겹살은 정말 질리지가 않긴 해요. 자꾸자꾸 들어가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우 왜 사줬누?

가성비를 조금 고려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굳이 삼겹살이 아니더라도 블랙앵거스나 육우든 다른 선택지는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아깝다는 소리는 아니다.

인생에 두 번은 오지 않는 고등학교 2학년(진)의 겨울 방학. 특별한 체험을 시켜줬다고 생각하면 되는 일이다.

'유튜브의 성장도.'

BJ의 매력이라든지.

잘난 듯이 말하긴 했지만 유튜브는 콘텐츠 중요도가 높다.

해당 유튜버가 누구인지 썩 관심을 안 가지는 라이트 시청자층이 많기 때문이다.

'유튜버'라는 직업 자체가 알려지지 않은 시기.

유튜브를 보는 시청자들의 열에 아홉은 그러하다.

돈을 투자해 스케일을 키운 콘텐츠는 보람이 있을 것이다.

"저 요즘 완전 포식하고 있어요~."

"그래."

"매일매일이 너무 행복해요. 꿈만 같아요!"

"그렇구나."

아닐 수도 있고.

우리 봄이가 행복하면 되었다.

토실토실 살이 올라 어찌나 귀여운지 모른다.

─저탄고지맨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슬슬 다이어트각이 보인다 ㅎ

"100개 감사합니다."

"그, 그럴 리가 없어요. 그럴 리가 없어요……."

―요즘 많이 먹긴 했지

―봄이야 현실을 직시해!

―살 쪄도 귀여움

―눈치 보는 거봐ㅋㅋㅋㅋㅋ

미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나이대다.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철썩 같이 믿은 봄이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모양이다.

그조차 하나의 콘텐츠?

BJ에게 있어 역경도 방송이다.

꿋꿋하게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내가 없다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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