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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321화 (321/846)

321화

지옥이 찾아왔다.

<아~ 여기 완전 지옥이야 지옥. 현세에 무간지옥이 있다면 이 구간이지. 인정?>

"그렇군요."

―영혼이 없는데?

―제발 좀 닥치래ㅋㅋㅋㅋㅋㅋㅋ

―표정

―지옥은 맞네 ㅋ

솔로랭크에서는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 팀에 있으면 이기는 게임도 지게 만드는 개씹폐급쓰레기 팀원을 만나는 일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인일 확률도.'

유저 수가 적은 천상계의 특성 때문이다.

당장 게임을 이기는 게 급선무다 보니 쌍욕을 박을 수 없다는 게 천추의 한이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정해진 결말에 귀결된다.

그 속도가 나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다 보니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 도구 새끼 스킬 쓰는 꼬라지 봐~! 방금 봤어요?>

"……."

<전판 폐급 새끼를 또 만나 가지고. 팀운 왜 이러냐 진짜.>

―아가리로 게임하네

―벌써 뒤지는 거 실화냐ㅋㅋㅋㅋㅋㅋ

―그냥 공감해!

―진짜 서폿 폐급임?

관우가 차가 식기 전에 돌아왔듯, 코물쥐는 첫 웨이브가 도착하기도 전에 돌아갔다.

그 자체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바텀이 원래 그래.'

서포터가 들어가는데 호응을 안 할 수도 없고.

같이 휩쓸려서 죽는 것이 원딜러의 잘못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잘못이지.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만 당했습니다!

탑이 갱킹을 당해 죽었다.

정글러는 카정을 들어갔다가 백업을 온 라이너에 포위돼서 죽었다.

"이건 뭐 공포 게임도 아니고 혼자 살아남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팀원들은 리트 중

―와

―아니 X발 코물쥐 한 명 꼈을 뿐인데 이 X랄이 난다고?

어떻게 보면 운이 나쁘다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일단은 그래도 다이아2 구간이다.

<이게 제 팀운이에요. 진짜 지옥이라니까?>

"……."

<그나마 정환님이 미드니까 살아있는 거지 솔랭이었으면 다 죽고 4분에 게임 터졌어!>

인과 관계가 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건이 터지진 않는다.

이유가 없이 당한 게 아니라, 당할 만하니까 당하는 거다.

'팀운이 나쁜 사람은 스스로 팀운을 씹창으로 만들고 있는 게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는 편이 좋아.'

정글러가 역버프를 했다.

3렙 내지 풀캠프를 돌고 바텀 시팅을 할 거라는 건 굳이 설명까지 필요 없는 부분이다.

근데 바텀이 죽었다.

노리쉬라는 유리한 스타트를 한 주제에.

허망해진 정글은 카정이라도 치려다 죽고 만다.

<저 피해자에요 진짜. 게임사에 내 안티 있어! 이거 한 번 확인해봐야 돼. 아 매칭 말도 안돼~.>

"……."

―어이가 없으니까 그냥 씹네ㅋㅋ

―증거는?

―피해자의 콧물이 증거랍니다

―콧구멍 감수성 ㄷㄷ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탑도 마찬가지.

바텀 X발 새끼들이 첫 단추를 잘못 낀 게 대역죄인이다.

'누구 지건이 가장 아픈지 가르쳐주고 싶긴 해.'

물론 코물쥐도 매판 이러는 건 아닐 테고, 정말 불가피한 상황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리플레이를 돌려본 것도 아니니 확신할 수 없다.

그냥 안 봐도 비디오인 새끼라서 그렇지.

근거도 없이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근거가 딱히 필요 없을 뿐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이 학살 중입니다!

구구절절한 설명을 붙이는 게 인도적이긴 하겠지만, 사실 거의 대부분의 케이스는 그냥 무빙만 봐도 답이 나온다.

잘하는 새끼인지 못하는 새끼인지 딱 보면 안다고.

<아~~!! X발련아 왜 그러는 거야 진짜!>

"……."

<지옥이다 지옥~ 사탄도 감탄하겠어! 도대체 어떻게 이겨야 되지?>

사탄이 롤유저가 아니길 간절히 바래야 할지도 모른다.

고작 게임을 못한다는 이유로 무간지옥에 갇힌다면 억울할 수 있으니 말이다.

'티어랑 상관없이 일반 유저들도 알게 모르게 다 느끼잖아.'

우리 원딜 못하는 새끼 같은데?

후반 가면 답이 없으니 무리수를 두게 된다. 필연적으로 게임이 모 아니면 도 막장으로 진행된다.

아군이 조급한 이유가 혹시 자신 때문이 아닐지.

남한테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신뢰를 주는 게 먼저라는 도덕 교과서에서 배웠던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성이 있다.

뚜루룽~♬

똥이 역류한다.

부스터를 키고 달려오는 풀리츠크랭크.

인형 뽑기 기계 안의 인형이 된 기분을 맛보아야 한다.

―오

―그냥 쓱 피하네

―이걸 점멸을 아껴?

―피하면 ㅇㅈ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 피한다.

무빙과 마찬가지로 스킬샷도 티어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피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맞는 순간 게임이 끝났다는 부담감이 크다.

'고통롤이라는 건 이런 거야.'

내가 한 번이라는 실수하면 지는 상황.

잘되면 내 덕~ 못하면 아군 탓~ 같은 형편 좋은 소리를 지껄일 여유도 없다.

[05:20] 그냥정글 (녹텀)님이 위험 신호를 보냄!

[05:20] 그냥정글 (녹텀)님이 위험 신호를 보냄!

다이브가 온다.

적 차르반 4세가 포탑 뒤에서 뚜벅뚜벅 걸어와 W평.

쿠! 챠앙!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깃창은 맞는 순간 죽는다.

피해도 죽는다.

포탑 앞에서 호응을 대기하는 아링을 향해.

―뒤질 뻔했네

―캬아아ㅏㅏ

―점멸 타이밍 오졌다

―ㄴㅇㅅ

점멸Q를 먹인다.

침묵.

유혹 연계를 방지하며 E는 차르반에게 뿌려 발목을 잡는다.

[05:35] 오정환 (파사딘): 차르반 4세 ― 점멸

[05:35] 오정환 (파사딘): 차르반 4세 ― 점멸

점멸 교환에 생존.

적 정글의 턴도 한 번 뺀 셈이니 이득이긴 하다.

당했으면 게임 끝나는 리스크에 비하면 턱도 없는 리턴이라 문제지.

'이기고 싶은 마음이 정말로 절실하면 깊은 유혹의 꽃미남을 빙의해야지.'

환상의 똥꼬쇼!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동준씨가 클레멘타인으로 진 수십 억의 빚을 갚았듯이 말이다.

불리한 상황을 역전하고 싶다면 그 정도의 각오는 있어야 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적 더블 킬!

지 마음대로 안 풀린다고 꼬라박는 게 아니라.

바텀에서 또 사고가 터진다.

솔로킬을 내주며 게임을 지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어둠이여……!」

이를 틀어막기 위해 필사적이다.

늑대를 먹고 6레벨을 찍은 녹텀이 첫 궁각을 잰다.

딸피가 된 애씨를 노린 건 분명 해봄직한 판단이다.

쩌저정!

샤악!

한 가지를 감안하지 못했을 뿐.

워낙 잘 커버린 탓에 같은 6레벨이다.

그 위화감을 미리 체크하지 못하며 역으로 당한다.

<야 그거 아닌 거 같은데? 하……, 진짜 레전드다. 안 그래도 힘든데 백정 새끼 하는 거봐. 이러는데 게임 어떻게 이기냐고~!>

[07:38] 코물쥐 (토이치): 녹텀 ― 17초

[07:38] 코물쥐 (토이치): 녹텀 ― 17초

[07:39] 코물쥐 (토이치): 녹텀 ― 16초

남탓을 하며 아군핑을 찍는다.

어떻게 보면 코물쥐의 심정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구웅!

부왁―!

아직 한 발 남았다.

녹텀의 죽음은 의미가 있다.

내가 바텀에 도착하는 시간을 벌어줬으니까.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오정환님이 숟가락아님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추가 골드 : +500G)

궁극기를 빼준 것은 물론, 불을 꺼준 것도 말이다.

코앞에 당도할 때까지 생각도 못한 듯 허무하게 당해준다.

'정글이 사람이라 할 만하겠는데?'

내가 턴을 벌어준 사이에 정글링을 빠듯이 돌았다.

6레벨을 찍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결과다.

문제는 꼴리는 대로 하는 놈.

지 망했다고 손 놓고 네이스 네이스만 외치고 있으면 아군 입장에서 복장 터진다.

<네이스~! 쥐엔장 믿고 있었다구~!!>

―?

―우두르급 태세 전환ㅋㅋㅋㅋㅋ

―이걸 치워주네

―와 개터질 뻔

롤이라는 게임 특성상 누구나 망할 때가 생긴다.

하지만 아다리가 안 맞았을 뿐.

세세하게 놓고 보면 잘하는 팀원인 경우도 적지 않다.

'자기 팀운이 얼마나 좋은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것도 실력이야.'

실제로 말이다.

실시간 게임에서 잘잘못을 완벽하게 따질 수 있는 사람이면 프로게이머나 코치 해야 한다.

일반 유저는 때려죽여도 불가능하다.

<진짜 이거 솔랭이었으면 그냥 쌍욕 박고 오픈하는 건데 보이시죠? 이게 제 팀운이에요~.>

"……."

<말이 안돼 말이. 여긴 지옥이야!>

스스로 무간지옥에 갇혀서는 안 된다.

자기 실력이 덜떨어지면, 얘가 좀 덜떨어지면 가자미형 플레이라도 해서 팀운을 상승시키는 게 옳다.

'팀원 입장도 한 번 들어봐야지.'

안 본 지 잠깐 지났다고 본래의 코물쥐로 되돌아왔다.

그래서 코물쥐는 삼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는 속담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한 옛사람들의 지혜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고.

구웅!

부왁―!

나는 내 캐리롤에 집중한다.

바텀 킬과 빅 웨이브를 마시고 완성된 억겁의 지팡이.

파사딘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제부터 아링은 숨 못 쉬지.'

하물며 상성.

6레벨 전과는 다르다.

이제부터 아링은 고양이 앞에 쥐, 내 앞의 리아처럼 몸을 허락할 수밖에 없다.

슈웅~♡

후웅!

스킬을 함부로 쓴다면 더더욱.

흔히 있는 실수다.

과감한 거리 조절로 실수를 유도시킨 후에.

구웅!

부왕―!

앞궁으로 뛰어넘어 뿌린다.

QE를 맞은 아링은 체력만 깎인 게 아니다. 침묵과 둔화로 인해 3초 동안 빌빌대다가.

─오정환님이 학살 중입니다!

종잇장인 몸은 툭 건들기만 해도 찢어진다.

솔로킬을 따며 게임의 흐름을 바꿔 놓는 데 성공한다. 마음을 놓기에 턱도 없어서 그렇지.

쿠! 챠앙!

「버거킹!」

배달을 온다.

도주 루트.

차르반 4세가 깃창으로 따라와 궁극기를 때려박는다.

아무리 파사딘의 궁극기가 사기라도 무한은 아니다.

앞선 교전으로 소모까지 있던 상황인데.

「혼자 남았구나……!!」

녹텀의 시팅.

정상인끼리는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다.

미드 라인을 봐주고 있었고, 적절한 타이밍에 커버갱이 도착한다.

─더블 킬!

킬양보까지.

도덕 교과서를 괜히 보라는 게 아니다.

거기 쓰여진 대로만 살면 전세계에 불화가 있을 수가 없다.

―녹텀 느낌 있는데?

―ㅁㄷㅊㅇ

―바텀 숨만 셔도 이기네ㅋㅋㅋㅋㅋㅋㅋ

―엄마 내 이름은 왜 오정환이 아닐까요? 엄마 내 이름은 왜 오정환이 아닐까요? 엄마 내 이름은 왜 오정환이 아닐까요?

물론 나도 그렇게까지 올바르게 살고 싶진 않지만 어느 정도 선이라는 게 있다.

볼 때마다 못하는 새끼가 남탓을 하니까 기가 차지.

'나는 솔직히 남탓해도 된다고 생각해.'

까놓고 남 맞잖아?

근데 막장이라 불리는 조폭들 사이에서도 규칙과 규율이 있듯이 남탓에도 해도 될 게 있고 안될 게 있다.

<네이스~! 이게 미드지!>

"……."

<이런 미드 좀 잡아줘야지. 전판 그 나이즈 개새끼 생각나서 또 빡치네.>

딱히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싶은 게 아니다.

한심하기 짝이 없어도 일단은 팀원.

이기기 위해서는 필요한 전력이다.

크롸라라라―!

미션이 걸려있으니 말이다.

용한타.

바텀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대는 내줄 생각이 전혀 없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코물쥐도 이길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

되도 않는 평타 짤짤이를 하려다 이니시를 당해 죽는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스로잉이다. 코물쥐라면 반드시 할 것이라 믿었다.

제물로 삼은 셈 치며 프리딜각을 가져온다.

구웅!

부왁―!

내 책장을 넘길.

앞궁으로 스킬을 박음과 동시에 적들의 포커싱이 나를 향한다.

시기적절한 소등이 상대의 신경을 분산시킨다.

「어둠이여……!」

마피아 게임이 시작된다.

자신이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적들은 녹턴을 찾아 뭉친다.

─오정환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임포스터는 한 명이 아닐 뿐.

시야가 좁아진 적들을 하나씩 요리한다.

─더블 킬!

트리플 킬!

날이 밝아졌을 때는 시민들의 패배가 정해진 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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