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24화 (324/846)

324화

간혹 있다.

아니, 상당히 자주 겪는다.

'솔랭 하다 보면 프로게이머 만나지.'

처음 만나보면 누구 만났는지 일일이 기억도 하고, 리플레이도 소장하고, 실력도 엄근진하게 평가를 내린다.

어느 순간 현자 타임이 오게 돼서 그렇지.

─순댓국매니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상대 다대기에요!

"순댓국에 넣는 그?"

-넣으면 칼칼하지ㅋ

-깍두기 국물까지 넣으면 침 꼴깍!

-프로게이머 말하는 듯

-아니 다대기를 몰라?

솔로랭크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일반 게임 이겼다고 잘난 척을 한다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듯이 말이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다르다.

프로들은 솔랭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승리를 한 것에 연연하면 오히려 지는 기분이 든다.

─미니언이 생성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더 압도적으로 이기려고 하는 편이다.

탑티어 선수를 리스펙트 하는 거지, 어중이떠중이 상대로 밀린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다.

파앙!

시작되는 라인전.

굴러오는 술통이 발치에서 터진다.

그와 동시에 채팅창이 주르륵 떠오른다.

-순댓국 마렵다

-다대기 우습게 보면 안되는데……

-솔랭 1위 출신 아님?

-대회에서는 좆박아도 솔랭은 잘하지

그도 그럴게 프로게이머.

어중이떠중이 선수도 아니다.

다대기에 대해서는 지금 유저들보다 훨씬 잘 아는 입장이다.

'칼칼하지.'

개인적으로 양념장을 타듯이 넣는 것보다 한 번 끓이는 걸 선호한다.

젓다 보면 온도가 내려가기도 하거니와, 김치찌개 덜 끓인 것처럼 맛이 제대로 우러나지 않는다.

마찬가지의 이야기다.

현재 다대기가 잡은 챔피언.

숙련도가 미숙하다는 사실이 벌써부터 엿보인다.

파앙!

술통이 또 터진다.

얼핏 적중시켰다.

그 사실에만 집중해서 본다면 채팅창처럼 불안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어차피 1렙Q는 맞아봤자 안 아파.'

체젠에 의해 상쇄가 되는 수준으로, 뭣하면 포션 하나 빨면 그만이다.

중요한 그 이후.

라인이 어디에 조성되냐가 게임의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파앙!

구리가스의 술통이 또 굴러온다.

내가 맞아주니 신이 나서 또 던진 것이다.

세 번째까지 맞아줄 의향은 없기에 가벼운 무빙.

'슬슬 아차 싶을 걸?

이 시절의 구리가스.

미드 AP메이지로 쓰였다.

상성을 타지 않는 1티어 픽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 말이 완벽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어떤 챔피언이라도 약점은 있고, 라인전 구도에 따라 상성이 역전된다.

벌컥벌컥!

2레벨을 찍은 구리가스가 술을 마신다.

체력과 마나가 회복되고, 공격력이 상승하며, 받는 피해량까지 감소하는 희대의 개사기 스킬이다.

─AP가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구리가스 진짜 개사깈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요. 저거 진짜 리메이크 해야 되는데."

-ㄹㅇ

-진짜 리메이크 되면 웃길 듯

-게임사 보고 있지?

-W 한 번 쓰면 얻는 게 몇 개야ㅋㅋㅋㅋㅋ

하지만 목이 탄다.

구리가스의 심정은 전혀 다르다.

술통을 세 번이나 굴리며 소모된 마나.

초반 견제도 만족할 만큼 하지 못했다.

포탑 앞에 라인을 프리징하자 근접 챔피언인 구리가스는 매우 답답하다.

'그래서 1렙 E찍고서 근거리 디나이를 했어야지.'

챔피언마다 상대법이 다르다.

스킬을 찍는 순서도, 라인전 주요 포인트도 기타 등등 세세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 있다.

프로게이머들은 그것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여러 챔피언을 두루 잘해야 하고, 플레이 방향도 팀게임에 초점이 맞춰진다.

파앙!

첫 단추를 잘못 꿴 스노우볼.

구리가스는 없는 마나를 쥐어짜 억지로 라인을 민다.

미니언에 맞으면서 라인을 홀드시키자 속이 더욱 타들어간다.

「구리가스 Lv5- CS 30 - 0/0/0」

「파사딘 Lv5- CS 36 - 0/0/0」

자연스럽게 CS 차이가 벌어진다.

마나가 없으니 라인 주도권도 없는 셈이다.

힘들어야 할 초반 라인전을 무난하게 넘긴다.

─롤방에돈쏟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블루는 정글 거라며?

"블루는 제 겁니다."

-네?

-의진맨 오열

-러너리그때 한 판 빼고 다 처먹었잖앜ㅋㅋㅋㅋㅋ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블루.

파사딘의 승리 공식이 완성된다.

아무래도 하이큐에서는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험난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솔랭은 초반에 승패가 거의 결정되는데.'

초반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챔피언이다.

얼핏 개사기 같아 보여도 안 쓰이던 챔피언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파앙!

굴러오는 술통.

마법 실드가 있다면 간단히 상쇄시킨다.

Q에 침묵이 달려있다는 것은 장점으로만 볼 부분이 아니다.

구웅!

부왁-!

이제부터는 달라진다.

앞궁으로 뛰어넘으며 EQ.

일방적인 딜교환이 무엇인지 가르쳐줄 시간이다.

구웅!

부왁-!

블루에 의해 샘솟는 마나.

정말 간단하면서도 안정적인 딜교환 메커니즘으로 라인전을 찍어누른다.

-와

-다대기 아무고토 못하넼ㅋㅋㅋㅋㅋㅋ

-프로 맞음?

-이러다 킬각 잡히겠는데?

힘든 과정을 버텨낸 보람이다.

상대의 라인전 미숙과 미래에서 빌려온 숙련도를 활용해 수월하게 해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그것이 승리를 의미하진 않아서 문제지.

파사딘도 약점이 있는 챔피언이고, 게임 스피드가 올라가면 힘들다.

'내가 잘해도 아군이 못하면 강제로 지는 게 LOL이지.'

그러한 상황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무난하게 가다가는 기껏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는 분기점.

벌컥벌컥!

다대기도 이를 알고 있다.

팀게임을 지향하는 프로게이머이니 당연하다.

혹시 모를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물약을 빨며 패시브를 돌린다.

더 시간을 주면 각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들어갈 수도 없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난감함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

구웅!

부쉬에서 궁극기를 쓴다.

중첩이 쌓일수록 마나 소모는 커지지만 데미지도 강력해진다.

'이를 맞힐 방법이 없어서 문제인 건데.'

차후에 16레벨 왕귀론이 굳혀지는 이유다.

궁 3렙 정도는 찍어야 우르프 모드 하듯이 밟고 다닐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정도라면 가능하다.

네 번까지 모은 중첩.

두 눈 뻔히 뜨고 포탑 안쪽에서 사리고 있는 구리가스를 향해.

-?

-와 솔킬!

-방금 버퍼 걸린 거임?

-?????

즈려밟고 포탑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중첩된 궁극기와 QE 점화면 반피 구리가스는 한 방에 터진다.

'잡기술이지.'

궁점멸.

700의 거리를 가진 궁극기와 400의 거리를 가진 점멸을 합해 1100의 거리를 한 번에 이동한다.

상대로 하여금 반응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활용할 상황이 자주 나오진 않지만, 이따금 빈틈을 찌르는 한 방은 된다.

찰칵!

그것이 고수준의 게임에서는 매우 의미가 크다.

아니, 그냥 단순하게만 봐도 좋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웅!

부왁-!

1코어가 완성됐다.

박히는 데미지의 체감이 달라진다.

설사 약간의 실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쿠우!

적 정글러.

리심이 음파로 날아와 깽판을 부린다.

구리가스의 호응이 더해지며 위험천만해 보인다.

'절대 안 죽지.'

얼핏 말이다.

딜탱급 탱킹에 레벨도 앞서있으니 죽을 일이 없다.

가뿐하게 궁 두 번으로 살아 돌아간다.

초반 이득을 본다는 건 이런 의미다.

게임 난이도가 훨씬 하락하고, 만약 아군의 호응이 있었다면 역대박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미친놈들이다.

바텀에서 정신 나간 다이브를 치며 미드에서 정글턴을 뺀 이득을 이자까지 붙여서 페이백 해준다.

─정글만해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다대기 억제해놔도 정글러가 사고 치넼ㅋㅋㅋㅋㅋㅋ

"점심 나가서 먹을 것 같네요 정말."

-점심 나가서 먹을 거 같애ㅐㅐㅐㅐㅐ

-다이아도 이러는구나

-사람 사는 곳 똑같네 ㅋ

-ㄹㅇ 백정 새끼들 중에 제대로 된 새끼가 없음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적 미드&정글 턴을 빼줬음에도 불구.

바텀에서 되도 않는 짓을 하다 역으로 손해를 만든다.

'원래 그래.'

게임을 지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렇게 보일 만큼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줄 안다.

아군의 특징이다.

그런 특징을 안 가지고 있으면 챌린저에 있을 것이다.

그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커버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구웅!

부왁-!

바로 내가 무력이 있는 것이다.

아군에게 맞춰주는 플레이해봤자 답답함만 배가 된다.

'게임의 중심이 내가 돼야 돼.'

잘 크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계속 던질 테니까.

구웅!

부왁-!

압박한다.

미드 라인의 숨통을 조여 놓으면 상대 입장에서 신경이 안 쓰이기도 힘들다.

동시에 핑.

[13:35] 오정환 (파사딘): 드래곤 - 1:10 후 재생성

[13:36] 오정환 (파사딘): 드래곤 - 1:09 후 재생성

안 찍어주면 모른다.

지금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최소 12번은 찍어줘야 심각성을 인지한다.

'다른 건 몰라도 용핑은 알아듣거든.'

어떤 일이든 기준이 정해지면 이후의 행동이 매우 간단해진다.

사이드에서 그지 같은 사고 안 치고 용 타이밍을 신경 쓴다.

크롸라라라-!

솔직히 나로서는 그리 좋지가 않다.

파사딘이 아무리 어그로 핑퐁이 쩔어도 결국은 소수 교전이 더 맞는 챔피언이다.

-5 대 5 이길 수 있나?

-그냥 주지

-바텀이랑 정글이 너무 ㅄ이다

-적 원딜 5킬임 ㄷㄷ

그런 세세한 점까지 따지지 않아도 대충 보인다.

상대가 워낙 세다.

그에 반해 아군은 약하다.

'파사딘도 아직 제대로 탄력 받은 시점이 아니고.'

줄 건 줘!

LCK식 운영을 시전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이성적인 판단인 것은 사실이다.

믿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용 한타 대치 구도.

유리한 상대팀은 막무가내로 이니시를 걸어온다.

타라랑~♬

적 쏘나의 점멸센도.

걸리기만 하면 이긴다는 생각이다.

아쉽게도 아군 두 명이 맞으며 감성센도는 아니게 됐다.

'구리가스에게도 비슷한 고유명사가 있지.'

바로 다대기로부터 비롯되었다.

궁극기인 술통 폭탄을 더럽게 못 쓴다.

해외에서도 'DADE'라고 불릴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파아아앙-!

떨어진다.

스킬샷이라는 건 본인의 센스+평소 습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쉽게 고치기 어려운 것이다.

주챔피언인 자드, 트페, 나이즈.

전부 팔이 짧고 스킬을 맞히기 쉽다.

아예 대놓고 원거리인 구리가스를 못할 만도 하다.

구웅!

그 급류를 오히려 탄다.

착탄지를 예상해 앞궁극기.

밀려나며 적 원딜의 코앞에 배달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오정환님이 억울한원딜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추가 골드 : +500G)

대형 참사가 일어난다.

적의 주력 딜러가 쓰러진 이상 파사딘의 쇼타임이 예약된다.

-술통을 어따 던져ㅋㅋㅋㅋㅋㅋㅋㅋ

-적팀 좆됐네

-이건 진짜 미드 차이 아님?

-이이잉~ 기모링~!

한 번 뛸 때마다 적이 죽는다.

그 행복한 한타를 일어나게 만들어준 장본인.

'다행히 스피릿이라는 선수가 그 이상을 보여주며 잊히게 되지.'

17년도 롤드컵에서 삼성을 우승시켜준다.

두 구리가스 장인 모두 삼전드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역시 한국 사람은 삼성을 써야 한다.

핸드폰도 갤럭시를 구입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궁극기로 점프점프.

딜러가 없어진 적진은 놀이터다.

도망가는 적 잔당들을 쓸어담고 있는데.

─테디베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니 진짜 파사딘이 날아다니네 ㄷㄷ

-이왜진??

-어떻게 파사딘이 날아다니냐곸ㅋㅋㅋㅋㅋㅋ

-더 플라잉 파사딘……

-악몽일 만한데?

이런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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