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25화 (325/846)

325화

점심 나가서 먹을 거 같아

진행되는 게임.

―왜 진짜 날아다니눜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진짠데?

―파사딘이 날아다녀……

―엄마 나 저거 사줘!

시청하고 있는 건 오정환의 방송을 보는 팬덤만이 아니다. 까까오팟TV 팟수들의 눈에도 두 눈 똑똑히 각인된다.

'…….'

해당 스트리머 또한.

프로게이머의 게임을 관전하기 위해, 오정환의 흑역사를 적립하기 위함이었다.

경쟁 플랫폼을 응징한다.

그런 소소한 언더독의 반란이야말로 배준식이 그리고 있던 그림이었는데.

─날아다녀욧님, 쿠키 100개 감사합니다!

더 플라잉 파사딘……

<쿠키 100개 감사합니다! 방금은 진짜 날아다니는 것 같긴 했는데.>

―ㄹㅇㅋㅋ

―배신자들 뭔데?

―그냥 술통에 튕긴 거 가지고 오바 쩌네

―우가우가로 꺼지라곸ㅋㅋㅋㅋㅋ

조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오정환이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라인전도, 한타도 현저한 차이로 이기고 있다.

'역시 3밴갓은 이유가 있나?'

3밴갓.

다대기를 일컫는 여러가지 별명 중 하나다.

적팀이 무조건 3밴을 하게 만드는 위엄을 지녔다.

반대로 3밴을 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약점을 돌려 까는 멸칭이다.

그렇기에 게임 시작 전부터 다소의 불안은 안고 있었다.

파앙!

굴러가는 술통.

스킬샷 적중률은 가장 가시적인 기준이다.

채팅창에서 갈고리가 수집되는 타이밍에.

<아무리 프로게이머라도 팔다리를 스스로 자른 건 에바긴 했지.>

―에반데

―에바쨩 하악하악!

―삼진 에바!

―프로가 저걸 못 맞히면 안되지 ㅉㅉ

여론을 수습한다.

놀라워하는 반응은 결국 한때다. 까까오팟TV는 파프리카TV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다.

경쟁 플랫폼의 BJ를 칭찬한다?

'배신자'라 불리며 조직의 쓴맛을 보게 되는 건 스트리머라고 예외이지 않다.

'…….'

그 당사자.

다대기는 칼칼한 순댓국에 소주 한 잔이 무척 땡긴다.

그도 그럴 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미드 차이다.

솔로킬을 당했으니 빼도 박도 할 수 없다.

이후 파사딘이 풀려버리고, 게임이 터진 결정타로 작용했다.

'갑자기 날아오는 게 어디 있냐고…….'

영 찜찜하긴 하지만 말이다.

결과에 승복하는 것과 별개로 납득하기 힘들다.

중소 기업 게임이다 보니 렉 같은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그래도 패배는 패배.

구질구질하게 변명을 늘어놓고 싶지 않다.

프로게이머라면 억울한 패배도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05] BJ코물쥐사생팬 (고르키): 상체 차이 ㅅㅂ

[20:08] BJ코물쥐사생팬 (고르키): 하 진짜 쓰레기들만 잡아주네

[20:10] 잘하는정글 (리심): 저분 프로임

[20:13] BJ코물쥐사생팬 (고르키): 어쩌라고 팔다리 잘렸잖아

[20:15] 잘하는정글 (리심): ㅋㅋㅇㅈ

그러기 힘든 것도 있을 뿐.

채팅창의 징징거림이 평소보다 유난히 거슬린다.

'아니, 뭐 지들은 모든 챔프 다 잘하나?'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에는 자신도 몰랐다.

프로와 아마는 솔로랭크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다르다는 사실을.

솔로랭크 1위.

그 빛나는 자리를 일부러 포기한 이유다.

진짜 실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No pain, no gain이다.

『패배』

하지만 가끔씩 답답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라니 같은 새끼들이 입을 터는 걸 보면 지건이 매우 마렵다.

'말을 말자.'

못하는 챔피언만 골라서 하면 다이아는커녕 플래로 떨어질 놈들이 말이다.

구구절절한 설명을 하는 것도 귀찮다.

쿠웅!

아무리 설명해도 모른다.

일찐들이 지건으로 쿡쿡 찔러주듯 굳이 몸으로 확인 시켜줘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2픽: 아 ㅅㅂ 또 만났네

3픽: ?

5픽: 아 제발 전판 싸움은 전판으로 끝내요

2픽: 아니 1픽 다대기임

3픽: 진짜네

3픽: 그럼 좋은 거 아님?

큐가 잡힌다.

전판에 있던 잔챙이가 껴있는 듯 부산스럽다.

2픽: 또 자체 3밴 하고 클끼리 마냥 우장창창 싸재끼겠지

3픽: 클끼리는 왜 때려;

2픽: 클끼리한테는 미안

5픽: 에욱

전판의 가장 큰 패인.

다대기라고 모를 리가 없다.

솔로랭크를 우습게 보기에 별 대수롭게 여기지는 않지만.

'귀찮게 하네.'

前솔로랭크 1위의 위엄.

그 별 쓰잘데기 없는 커리어를 꺼내야만 정신을 차릴 모양이다.

「보이지 않는 검이 가장 무서운 법.」

노밴.

그리고 픽을 고른다.

그와 동시에 채팅창이 또 부산스러워진다.

3픽: 수고했어!!

4픽: 고맙다!

2픽: 넌 영웅이야, 다대기!

2픽: 믿고 있었다구!

2픽: 어서 와!

5픽: 나뭇잎 마을 ON

강자에게 순종하는 어린 양들에게는 관심 없다.

지금 짜증이 일고 있는 이유는 하나.

'오정환이라고?'

그 날아다니는 파사딘을 분쇄해줄 시간이다.

* * *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다.

특히 천상계에서는 전판에 만났던 상대를 또 만나기도 한다.

─달고나커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다대기 지금 자드로 10킬 대학살 중임ㄷㄷ

"그래요? 확실히 주챔 잡으면 잘하시나 보네."

―분노의 솔랭ㅋㅋ

―응 발렸어~

―전적 199패 1승 [최근 전적 1승] : 너 개못하잖아

―오정환 미만잡 ㅅㄱ

안 그럴 때도 있고.

무슨 동네 오락기에서 100원 다시 넣는 것도 아닌데 상대를 골라서 만날 수 있을 리 없다.

'애초에 하이큐가 걸린 거여서.'

만난 것 자체가 우연이다.

우연이 거듭될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쉽다.

화락!

챠라락―!

라인전.

적 자드가 WQE 견제를 해온다.

파사딘의 대표적인 카운터격 챔피언이다.

―오

―Q를 안 맞아주네

―자드 당황잼ㅋㅋㅋㅋㅋㅋ

―역시 재능충인가?

표창을 맞다 보면 순간 킬각이 잡힐 수 있다.

반대로 맞지 않으면 라인전이 수월하게 넘어간다.

서걱!

부왁―!

가끔씩 빡쳐서 들어오면 침묵.

미니언 사이에 숨어서 살살 심기를 긁기만 해도 딜교환을 이긴다.

'실력 차이도 있고.'

AD 상대로는 오히려 지금의 파사딘이 쉽다.

마법 실드라는 계륵보다 침묵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구오오……!

이렇듯 말이다.

표창을 자꾸 피하자 분노 조절을 실패한다.

일부러 거리를 줬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부왁!

구웅!

들어오는 자드를 향해 침묵을 먹이고 뒷궁극기.

3초 동안 빠듯하게 딜을 욱여넣어야 하는 자드에게 애로사항이 꽃핀다.

―자붕아……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침묵 개사기!

―파사딘이 자드 하드 카운터임?

얼핏 그렇게까지도 보일 정도다.

파사딘의 OP 유무와 상관없이 자드는 전통적인 카운터다.

'바보 같은 실수를 해주니까 쉽게 이기는 거지.'

전판과는 다르다.

아무리 프로가 챔피언 숙련도가 부족해도 기본적인 딜교환 메커니즘에서 실수를 저지르진 않는다.

없는 틈을 비집어 여는 것과, 그냥 대놓고 실수를 해주는 건 천지 차이다.

다딱이 자드는 그냥 적당히.

구웅!

앞궁극기 평타.

자드는 멍청하게 맞딜을 한다.

자신의 체력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나서야 뒤늦게 점멸을 쓰지만.

부왁―!

치지직……!

가는 길에 같이 걸어준다.

QE점화.

혹시라도 동귀어진을 노리면 귀찮아지기 때문에 빼는 타이밍을 기다렸다.

―해치웠나??

―와 솔킬

―파사딘으로 무슨 자드를 잡네 ㄷㄷ

―딜계산 보소

본인은 느낄지 모르겠지만 머릿속에서 두들길 수 있는 계산기의 성능 차이다. 굳이 잡기술까지 꺼내지 않아도 기본기 선에서 정리가 된다.

'다딱이들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하지.'

잘하는 자드였으면 CS 먹을 때마다 이지선다 걸고, 킬각 눈치 계속 주면서 압박을 한다.

카운터픽의 이점을 살려 라인 주도권을 쥔다.

궁극기를 쓸 때도 먼저 침묵을 뺀다.

아끼려고 해도 아낄 수가 없게 만들기 때문에 방금처럼 수월하게 흘리는 건 불가능하다.

─치즈●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다대기 자드 이렇게 털어줬으면 프로 접었을 듯? ㅋㅋ

"치즈 형님 500개 감사합니다! 다대기 선수가 운이 좋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감히 프로를?

―전판에 탈탈 털었는데

―지금 LCK 프로들이 빈집털이지 오정환이 없잖아!

시청자 입장에서는 다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팬심까지 더해지면 소위 말하는 억빠가 형성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나 잘한다고 빨아주네?

BJ들도 딱히 달가워하지 않는다.

억빠는 결국 억까를 양산한다는 걸 모를 수가 없다.

'인방충, ㅈ방충 거리는 거 다 알거든.'

BJ라고 눈이나 귀가 없는 게 아니니 당연하다.

때문에 이지선다.

그러려니 하며 방송하거나,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거나.

─우리집강아지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가 프로 데뷔하면 LCK 휩쓸 텐데 아쉬움……

―ㄹㅇ

―LCK 빈집이지ㅋ 오정환이 없잖아

―다대기도 터는 거 보면 재능은 재능임

―왜 프로 안 함?

내가 하려는 건 후자다.

BJ로서 방송 흥행에 목적을 둔다면 그 이상 가는 선택지가 없다.

리스크도 큰 편이 아니고.

'까놓고 말해서 이길 수밖에 없는 판이야.'

프로는 이겨도 본전이다. BJ는 져도 딱히 타격이 없고, 이기면 엄청난 방송 어그로를 끌 수 있다.

노리스크 하이 리턴.

방송 콘텐츠로 이보다 더 적격이 없다.

약간의 안티는 감수해야겠지만 말이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게임은 일방적이다.

나라고 매판 팀운이 나쁠 리 없다.

그럼에도 방심할 수 없는 게 다이아 구간.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운좋은적군님이 멍청한아군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추가 골드 : +432G)

게임을 지는 방법을 알고 있다.

바텀이 1킬을 따기 위해 막대한 손해를 용납한다.

언제 어느 때, 어떤 식으로 비벼질지 예상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중요한 게 무력.

구웅!

부왁―!

바텀에 당도한다.

QE를 긁으며 간을 본다. 1 대 3을 할 수 있을지 어떨지.

'여기 티어라면 해줄 거 같은데?'

궁극기를 타고 온 쇈에게 거리를 준다. 어슬렁거리자 참지 못하고 도발을 그어온다.

구웅!

그 시점에서 결정된다.

잘 큰 파사딘의 궁극기가 꼬그모를 즈려밟는다.

한나가 회오리를 써봤자.

─적을 처치했습니다!

지켜줄 스킬이 충분치 않다.

아니, 본인의 목숨도 위험하다. 쇈이 뻘짓을 한 시점에서 버리고 도망가야 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무력과 캐리력.

코물쥐피셜 이 지옥 같은 구간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있는 편이 수월하다.

―캬ㅑㅑㅑㅑㅑㅑㅑ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더 플라잉 파사딘?

―이러니까 프로도 털리짘ㅋㅋㅋㅋㅋ

자칫 비벼질 수 있었던 게임.

상대의 희망을 분쇄시키며 다시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다.

─그저갓정환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대 정 환

─qpx1309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진짜 캐리 머신이네 ㄷㄷ

─롤배우는중님, 별풍선 300개 감사합니다!

파사딘 좀 가르쳐주세요!

.

.

.

시청자들이 원한다면 맞춰주는 것이 BJ의 일이다.

전판의 뽕과 맞물리며 무수히 많은 악수 요청이 쏟아진다.

'그런 직업이니까.'

절대 평가가 아니다.

시청자들의 환상을 잘 이용해야 한다. 그 방법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이골이 나있다.

"제가 강의 방송도 하고 그러긴 하는데 한동안은 할 수가 없으니 양해 바랍니다."

―그 강의ㅋㅋㅋㅋㅋㅋ

―성별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짐

―그게 맞지

―ㄹㅇ 지금 다 솔로랭크 돌리는데

마침 물도 들어왔으니 하지 않는 게 바보.

아니, 프로게이머와 BJ의 방식은 다른 것이 당연하다.

'여하튼.'

방송은 계획대로 무난히 흘러간다.

커뮤니티의 반응까지 포함하면 더욱 흡족하다.

단순한 롤BJ였다면 말이다.

내 최종 목표는 롤판이 아니다.

그렇다고 보라판도 아니다.

모든 것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스토리를 잘 짜야 한다.

까톡!

점심 나가서 먹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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