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화
이미지의 가치
실제로 먹방의 부상과 함께 주목받았다.
'궁금하잖아.'
웬만한 사람의 일주일치 식단을 한 끼에 몰아 먹는다.
그중 대부분이 똥으로 나온다고 쳐도 신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왜 살이 안 찌지?
저러다 골로 가는 거 아니야?
그 의문은 자연스럽게 화제로 연결된다.
─봄이열성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럴 줄은 알았지만 정말 가차 없으시네요
"오늘부터 숙제에요. 하루에 2시간씩 헬스. 시청자분들이 잘 감시를 해주셔야 우리 봄이가 또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습니다."
―숙제ㅋㅋㅋ
―쳇바퀴네
―집에 무슨 운동기구가 다 있누ㄷㄷ
―운동하는 것도 방송하나요??
그 관심은 방송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대체 얼마나 운동해야 체중이 유지될까?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물론 우리 봄이가 푸드파이터급 대식가는 아니지.'
하지만 몸집을 고려하면 식사량이 너무한 것도 사실이다.
꾸역꾸역 먹기 위해서는 얼마나 운동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만든다.
"헥헥헥……."
"물 마셔."
런닝머신을 쳇바퀴처럼 열심히 뛴 봄이가 물을 꼴깍꼴깍 맛있게 마신다.
절대 괴롭히려는 게 아닌 건강을 위함이다.
'먹방BJ들은 건강 문제를 달고 살거든.'
건강 문제가 으레 그렇듯 미리미리 관리하는 것이 옳다. 특히 봄이는 여캠이기도 하기 때문에 외모도 받쳐줘야 한다.
─봄식당팬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은 먹방이 없나요 ㅠㅠ
"500개 감사합니다! 운동 열심히 하면 먹방도 할 수 있을 거예요."
"헉! 저 열심히 할게요. 완전 열심히 할게요!"
―봄이ㅋㅋㅋㅋㅋㅋ
―봄이 정신 못 차렸어
―운동 하고 먹으면 ㅇㅈ이지
―2시간으로 됨?
아직은 한창 클 시기.
강제적인 금식보다 식단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다.
'방송 외의 시간은 가볍게 먹고, 탄수화물을 줄이면 괜찮겠지.'
먹방BJ의 습관을 만들어나간다.
우리 봄이와 동거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보름간 마음껏 먹고 마셨다!
그 과정에서 BJ생활을 알았고, 과식의 대가도 깨달았다.
"헥헥헥……."
나름대로 적성에 맞는 모양이다.
자기 관리는 내가 틀은 잡아줄 수 있어도, 실천하는 건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
지난 여름 방학에는 꾸준하게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긍정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지금은 산책 나간 강아지처럼 헐떡대며 런닝머신을 달리고 있지만 우리 봄이도 분명 크고 있다.
언젠가 고치 속에서 나온 나비처럼 우화할 것이다.
그 시기가 머지않았다.
유산소 운동 외에도 시키고, 외모 관리에도 투자한다면 정말 연예인 부럽지 않을 거라는 게 나의 안목이다.
"오빠 저 운동 열심히 했어요!"
"그래."
"맛있는 걸 먹어도 되는 걸까요?"
"그렇구나."
"떡볶이 먹고 싶어요 떡볶이!"
"……."
―역시 떡볶이 귀신
―2시간 운동 페이백인데?
―떡볶이녀 어디 안 갔누
―행복하면 됐지 ㅋ
아닐 수도 있고.
* * *
고정팬층으로부터 무르익던 이야기.
BJ하와와의 정해진 결말은 일반 커뮤니티에서도 소소한 화제가 되고 있다.
─하와와 결국 다이어트 하네ㅋㅋ
[뜀박질 하는 봄이. jpg]
이럴 줄 알았음!
└엄청 먹긴 하더라
└정환이가 많이 봐준 거 ㅋㅋㅋ
└근데 다이어트 한다고 먹방 안 하면 노잼인데
글쓴이― 먹방은 계속 한대!
크지는 않지만 자연스럽다.
일상적인 대화의 주제가 될 수 있을 만큼 높은 인지도와 좋은 이미지를 구가하고 있다.
BJ에 대한 선입견을 생각한다면 이례적.
그녀가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빛을 발한 결과물이기도 하거니와.
Channel 봄식당―「케이크를 쉽게 먹은 봄이가 쳇바퀴를 구르는 방법ㅋㅋ」
그 이외의 접점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유튜브에는 여전히 그녀의 영상이 올라가고 있고, 인기는 날이 갈수록 치솟는다.
"엄마, 세상은 참 따듯한 거죠?"
"미친놈아 겨울이야!"
"이 방송은 항상 봄이에요~"
유튜브의 추천 영상.
유튜브는 현재 주류 플랫폼은 아니지만, 일반 유저들도 알게 모르게 이용한다.
다른 영상 플랫폼들보다 확실히 좋기 때문이다.
유튜브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할 뿐 쓰고는 있다.
─주부닷컴) 아들이 재미있는 영상을 추천해줬어요!
[봄식당 영상. avi]
제 아들 또래 여자아이가 음식을 먹는 프로그램인데
잠깐 봤더니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아들 녀석이 이런 타입이 취향이면 어쩌지 ㅎㅎ
└유튜브네요
글쓴이― 유튜브가 뭐죠?
└올리신 영상이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있는 거예요. 화질이 좋다 보니 저도 자주 써요└저도 본 적 있어요! 방송사 프로그램은 아닌 것 같은데 재밌더라고요
높은 접근성. 훌륭한 퀄리티.
두 가지가 합쳐지자 일반 시청자들의 유입도 가속화된다.
인터넷 방송과 동떨어진 사이트에서도 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튜브의 대중화에 혁혁히 일조하고 있다.
'음……, 이게 뭐지?'
즉, 불특정 다수의 눈에 노출된다.
이는 홍보라는 가시적인 효과도 있지만, 때때로 귀찮은 것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잠깐 이리와 보게."
"저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래. 젊은 녀석 아무나."
"……."
송용준은 상사의 부름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린다.
반항 심리?
그렇다기보다는 자신을 '아무나' 취급하는 늙은 상사가 싫다.
'이다윤 저 꼰대 자식.'
사내에서 유명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기업 삼성 출신으로, 한때는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하지만 현재는 하청 업체인 이곳으로 좌천당한 신세다.
좋았던 시절을 잊지 못하고 늘 거만하다 보니 평판이 좋지 않다.
"무슨 일이시죠?"
"인터넷에서 재밌는 걸 발견했는데."
"예."
"이게 뭔지 자네 정도 나이면 알까 싶어서."
그래서 생긴 별명이 월클좌.
자신이 아직 월드 클래스급이라며 회식 자리에서 엄포를 놓은 이후 부하 직원들에게 뒤에서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
"예, 뭐 알긴 압니다만. 이걸 뭐 어쩌시게요?"
"왜긴~ 이번에 추진하는 사업의 홍보를 맡겨보면 어떨까 해서."
"네?? 부장님의 안목을 믿기는 하지만 이건 좀;"
"야. 나 아직 월클이야 월클!"
"……."
분명 능력은 있다.
삼성맨으로서의 위엄은 이제 없지만, 이곳 바론광고기획에서는 실세 중 한 명이다.
'내가 책임지는 것도 아니고 상관없겠지?'
그런 이다윤 부장의 심기를 거스른 이유.
딱히 그의 아이디어를 반대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래도 되나?
"여기는 유튜브라고 영상 올리는 곳이에요."
"노리터나 판도라 같은 플랫폼이잖아?"
"노리터는 좀 틀딱이고;"
"뭐?"
"아, 아닙니다."
유튜브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 플랫폼이 어떤 곳인지도, 보고 있는 영상의 내용물에 대해서도 안다.
'봄이야…….'
화면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다.
자신이 자주 챙겨보는 BJ.
최근 유튜브에도 영상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팬으로서 모를 수가 없다.
전혀 다른 이미지의 머리 벗겨진 상사가 이걸 어쩌다 보게 됐는지.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자질구레한 사유가 아니다.
"우리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그 뭐였더라?"
"바나나 카스테라 광고 말이죠."
"그래, 그거! 저 화면 속 아이가 먹게 만들면 광고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오~"
상사의 장단을 맞춰주기 위한 감탄사가 아니다.
광고는 당연하게도 돈을 지불한다.
그것도 상당히 많은 액수.
BJ하와와의 팬이다. 팬으로서 BJ가 잘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다.
가능하면 성사시키고 싶은 마음이다.
"근데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왜?"
"아니, 그게 존경하는 이다윤 부장님의 월클급 안목의 비결이 궁금해서요."
"흐흐, 내 안목이 월클급이긴 하지."
다소의 아부를 하더라도.
잠자코 들어보면 납득이 안되는 이유도 아니다.
'오~ 그러고 보니 조회수가 많네. 5만?'
바론광고기획.
여러가지 광고 업무를 처리한다.
공중파에 나오는 거창한 것도 있지만, 절대 다수는 단가가 저렴한 인터넷을 통한다.
개중에는 있다.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한 공식적인 루트 외에도 블로그나 커뮤니티 게시글 같은 비공식적인 루트도 말이다.
"이런 영상 플랫폼도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말씀이시군요?"
"그러취!"
"그러고 보면 판도라에 광고 의뢰 사례가 있긴 하죠. 물론 개인이 아니고 플랫폼."
영상을 클릭했을 때 나오는 15초의 광고.
하지만 그건 공식 루트지 비공식의 루트는 아니다.
'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유명하다는 건 돈이 된다.
실제로 조회수가 잘 나오는 블로그는 돈을 받고 식품 등을 홍보해주기도 한다.
『봄식당』 구독자 1.55만명
「케이크를 쉽게 먹은 봄이가 쳇바퀴를 구르는 방법ㅋㅋ」 ― 조회수 5.1만회 · 1일 전 「국내산 족발中+막국수+음료355ml 세트 vs 봄이」 조회수 2.1만회 · 2일 전 「오빠 몰래 떡볶이 시켜 먹기ㅋㅋㅋㅋㅋㅋㅋㅋ」 ― 조회수 2.5만회 · 3일 전
이에 충족한다.
플랫폼의 시스템은 잘 알 수 없어도, 조회수와 댓글 등은 가시적인 지표다.
평균적으로 2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댓글 반응도 좋고, 음식이라는 하나의 콘텐츠로 통일돼있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시청자들이 전부 음식을 좋아한다는 소리니까.
광고 타겟을 잡기가 수월해진다.
"확실히 음식은 음식 블로거한테 맡기는 게 가장 효과가 좋으니까요."
"근데 말이야."
"네?"
"요즘 블로거들의 평판이 안 좋잖아~. 효과도 시원찮다는 게 업계 평이고."
블로거지.
1, 2년 전부터 오르내리게 된 신조어다.
일부 블로거들이 갑질을 하거나, 광고에 목을 매다 보니 생겨났다.
그 결과.
블로거의 신뢰성이 낮아졌다.
방문자들이 돈을 받고 쓴 게 아닌지, 허위 광고는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다.
'유튜브는 블로그는 아니니까 일단 그럴 걱정은 없겠네.'
그러면서도 조회수가 높다.
꼰대라고만 생각했던 이다윤씨가 어째서 삼성에서 활약할 수 있었는지 납득이 간다.
광고 업계는 돈냄새를 잘 맡아야 한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는 쪽이 떼돈을 번다.
그중에서도 잔뼈가 굵은 이다윤 부장이라면.
"그냥 순수한 의문인데……."
"뭐?"
"만약 한다면 단가는 어느 정도가 될까요?"
"돈을 왜 줘?"
"네?"
"샘플이면 됐지~ 우리는 뭐 땅 파서 장사하냐?"
꼭 좋은 쪽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했다.
드물지도 않다.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 후려치는 일.
'…….'
인기 블로그에 상품을 홍보한다.
그것이 얼마나 한 가치를 지녔는지.
순수하게 취미로 블로그를 한 사람은 모를 수 있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 바보.
광고인으로서 자신도 같은 생각이다.
돈을 떼먹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만족하면 그만이다.
"아니, 그래도 업계 평균이라는 게 있는데;"
"평균이고 나발이고~ 초기 개척자에게는 위험 부담이 따르는 거지. 그걸 포함하면 오히려 우리가 받아도 돼."
샘플이나 견본만 주고 땡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하필 자신이 팬인 BJ.
'…….'
말단 직원인 손용준은 따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엎지른 물을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쟤 입장에서도 좋은 거야. 공짜로 바나나 카스테라를 왕창 먹을 기회잖아?
"아, 예……."
"딱 보니까 아무거나 잘 주워 먹던데."
"그건 맞죠."
상사가 까라면 까야 한다.
권유 메일을 보내보라는 명령을 수행해야만 한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사소한 반항이 있다면.
'눈치 빠른 오정환이라면…….'
그녀의 보호자이자 방송 선배.
걸어볼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