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36화 (336/846)

336화

상당히 진지한 일이다.

<안녕하세요, 바론광고 이다윤입니다. 평소에 유튜브 눈팅만 하던 저지만, 저의 유입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재밌는 영상 올려주신 제작자님께, 계기를 담아서 감사의 말씀이라도 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이렇게 전화를 드립니다.>

이따금 있다.

광고 제의.

쪽지를 보고 연락을 하자 입에 바른 소리로 말문을 터온다.

'커뮤니티에 숱하게 올라와 있을 만한 그런 글귀네.'

구구절절 적당하다.

진심이라고는 한 올도 담겨있지 않다.

달콤하게 구슬리면 넘어오겠지~ 생각하고 있을 게 뻔하다.

"제의는 감사한데 마음만 받겠습니다."

<지금 대리인이시죠?>

"보호자입니다."

<아, 예 보호자 분! 다시 생각을 해보셔도 좋은 게 딱히 까다로운 조건 같은 게 없거든요~.>

다 이런 식이다.

공짜로 물건을 주겠다.

그걸 사용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한 마디로 뒷광고지.'

차후 2020년에 크게 터질 뿐.

이전부터 비일비재했고, 당사자들 사이에서 큰 죄책감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방송 아이템이다.

어차피 필요한데 누가 준대.

안 쓰는 게 더 어색하다.

"죄송한데 거절하겠습니다."

<아니, 자 잠깐만요! 유튜브를 하시는 여성 방송인의 의사가 고려된 결과인가요?>

"조선된 결과입니다 이만."

뚜―

전화가 끊긴다.

쇄국 정책을 실현해버린다.

'이번만큼은 흥선대원군이 맞아.'

시답잖은 소리가 아니라 진지하다.

얼핏 별거 아닌 거 같아도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아니, 문제가 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허들이 낮아진다.

이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누구나 처음부터 중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다.

바늘 도둑 소도둑 된다는 속담은 1년에 한 번 정도 되새겨볼 만하다.

『받은 편지함입니다. (읽지 않은 쪽지 30통)』

「BJ님께 괜찮은 제안 하나 드리려고 합니다~ 한 번 쭉 읽어보시고」

「건강식품 '힘이나' 광고 문의 드리려고 합니다. 관심 있으시면……」

「안녕하세요! 저희는 바이럴마케팅 진행 중인 광고대행사입니다.」

「북조선식품에서 연락 드립네다. 우리 민족끼리 사업 하나 합세다」

BJ라면 하루에 한 번.

그런 유혹을 받기가 쉬운 업계다.

대기업BJ들은 광고 문의가 심심하면 온다.

나뿐만 아니라 봄이에게도 말이다.

먹방이 흥행하다 보니 식품 관련해서도 빈도가 상당하다.

'근데 세상에 대가 없는 돈이 어디 있겠어.'

주는 쪽도 남는 게 있으니 하는 장사다.

공짜돈 먹을 수 있다고 가볍게 받아들였다가는 큰코다친다.

가짜 바이럴마케팅, 사기 광고, 저품질 업체 등.

잘못 얽히는 순간 나무위키에 논란 항목이 거하게 추가된다.

위이잉―!

내 잘못 아닌데?

무책임한 행동이다.

광고 관련해서 어지간하면 단호박인 것이 낫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저희가 무상으로 드리는 건데…….>

"아, 네~ 괜찮습니다."

<아니, 그 100만 원! 신뢰를 쌓자는 취지에서 이번에만 특별히 3배의 협찬비를 드리겠습니다.>

특히 PPL(간접 광고).

다시 걸려온 전화를 억지로 받자 역시나 했던 반응이 흘러나온다.

<광고인 게 꺼려지신다면 굳이 알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

<먹방 하실 때 먹기만 하셔도 저희가 광고한 셈 칠 테니까~.>

초보BJ들이 잘 넘어간다.

양심의 가책.

혹시나 하는 부담감.

'그걸 덜어주거든.'

받는 금액에 비해 하는 일도 간단하다.

그렇게 한 번 하는 순간 두 번, 세 번은 예정된 미래나 다름이 없다.

눈 가리고 아웅일 뿐.

알리지 않아도 광고는 광고고, 소비자 우롱은 소비자 우롱이다.

아니, 오히려 더 악질이다.

나중에 몰랐다고 잡아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속은 먹방BJ들 잘못이 있지만, 기업쪽도 결코 올바르지 않다.

『010―××××―×××× 연락처의 수신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충신지빡이도 당하지 않는 영구 차단을 걸어 놓는다.

이번 기회에 우리 크루원들도 심각성을 알 수 있도록 교육을 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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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 광고 관련 쪽지 주의

웬만하면 받지 말고

정말 혹할 내용이면 나한테 보내서 검수 맡아

함부로 받다가 걸리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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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 공지.

우리 크루원들 중에 돈욕심 있는 녀석은 딱히 없지만 돌다리도 두들겨서 나쁠 것은 없다.

'한두 푼도 아니고 100만 원을 성큼 주면 흔들릴 만해.'

날 모욕할 셈인가!

나를 돈으로 사려고 하는 겐가!

라고 꾸짖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이었다ㅋㅋ

만화의 한 장면 같은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의외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들린다.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닌데~.

합리화를 하자면 방법은 쌔고 쌨다.

방금처럼 꼰대 같은 아저씨가 꼬드기면 더더욱이다.

리아―「아 그런 일도 있구나」

쥬아―「나 받아본 적 있는 듯?」

쥬아―「그냥 쓰라고 준다고 했는데 그것도 광고?」

서은―「오빠한테 죽고 싶어요♡♡」

머릿속에서 잘못된 사고방식이 싹틀 수 있다.

그게 실수였다는 것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해도 늦는다.

'이미 살짝 늦어 보이는 년도 있긴 한데.'

적어도 광고에 대한 화제는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유명BJ들조차 잘 모르는 부분이다 보니 설명이 어렵다.

―알겠어?

서은―「오빠 명령이니까 해야죠♡♡」

리아―「나 요즘 페북하다 보니 그런 거 많이 오던데」

리아―「화장품 PPL.jpg」

리아―「이거」

리아―「혹시 몰라서 안 받길 잘했네」

―그건 받아 썅년아

리아―「왜 욕이야 ㅡㅡ」

쥬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어설픈 회사랑 하면 피 볼 수 있다는 거지, 어설프지 않은 회사는 컨셉만 잘 맞으면 괜찮다.

'어쩐지 장난감을 하도 써서 피가 안 보이더라.'

특히 브랜드쪽 커넥션은 기회가 흔하지 않다.

무상 제공으로 찔러본 수준이라도 긍정적으로 고려해봄 직하다.

이미지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 브랜드 광고도 받네 대단하다!

팬들 입장에서 동경심이 생기게 된다.

SNS는 허세가 9할.

시작은 허세라 할지라도, 잘 소화한다면 상위 브랜드에서도 오퍼가 올 수 있다.

단계를 밟아 커나가는 과정이다.

『kim_yu_bin』

게시물 17 팔로워 8.9천 팔로우 5

성장 속도가 꽤 가파르다.

리아의 경우 고급과 신비 두 가지의 컨셉을 밀어 붙일 생각이기 때문에 브랜드 광고가 잘 맞는다.

'그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웬만하면 안 받는 게 낫지.'

SNS는 양지이다 보니 좋은 광고도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은 아직 음지고, 괜찮은 광고는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

눈앞의 달콤함에 눈이 멀면 안 된다.

지금 광고는 단가가 썩 높지도 않고, 그에 반해 리스크는 너무 크다.

그냥 아예 안 하는 게 맞다.

"헉!"

"봄이야."

"저도 가끔은 이런 제가 싫어요."

ㅋㅋㅋ

물론 달콤한 콜라는 참기 힘들다.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 살금살금 방에 들어가려던 봄이와 눈이 마주친다.

'기본적인 건 내가 다 제공하잖아.'

올드BJ들은 처음부터 형편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광고 업체들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차후에 큰 사건들이 터지는 계기가 된다.

다이어트 보조제 허위 광고나 뒷광고 사건 등.

적어도 나의 주변인들에 한해서는 그런 일이 없게 할 것이다.

"맛있게 마시고 30분 더 뛰어."

"제가 방금 칼로리를 계산해봤어요. 20분이면 다 태울 수 있는 거예요!"

"30분."

"힝……."

특히 봄이.

자꾸 영악해진다.

저렇게 잔머리 굴리다가 따끔하게 데이는 것이다.

'잔머리를 굴리는 건 나 혼자면 족해.'

그것이 내 컨설팅 방향이다.

봄식당이 흥하고, 먹방도 부상하다 보니 본래의 시대적 흐름보다 빠른 감이 있다.

생각보다 괜찮은 광고도 오지만 만족할 수준은 되지 못한다.

먹방판은 크기도, 영향력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성장할 것이다.

단순한 인기를 말하는 게 아니다.

접근성이 높다 보니 광고도 잘 들어오고, 공중파 진출 기회도 생길 수 있다.

먹방 1인자 타이틀을 지켜나간다면 그 최대 수혜자는 봄이가 된다.

봄이몬 마스터로서 사뭇 진지하다.

"저 절반만 마실 테니 15분만 뛰면 안 될까요?"

"남은 건 버려?"

"오빠도 짜릿한 콜라 한 잔 하시면 되는 거예요~"

ㅋㅋㅋ

그냥 키우는 재미도 있고.

* * *

수원지방법원.

"판결."

먼지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법한 법원 안.

판사의 엄숙한 한 마디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피고인을 더욱 무겁게 짓누르다.

"피고측의 항소를 기각한다. 자사의 제품을 배달 중 훼손한 행위가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피고측 주장은 근거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측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재판을 완전히 패배했기 때문이다.

판사의 입에서 판결 내용이 읊어질 때마다 중력 500배, 1000배가 현실에서 재현된다.

"주문1 피고는 원고 굽니치킨사에 10억원 또는 이에 준하는 2013년 2월 10일부터 납부가 끝날 때까지 연간 5%의 이자를 지불할 것. 2 피고는 원고 배달원 노조에게 1억원 또는 이에 준하는 2013년 2월 10일부터 납부가 끝날 때까지 연간 5%의 이자를 지불할 것. 3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피고인의 부담으로 한다."

마지막 말미가 떨어짐과 동시에 원고측에서는 부둥켜안는다.

재판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다소의 소란은 엄근진한 판사도 눈감아준다.

"정의가 승리했다!"

"자영업자 만세!"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게 다 법치사회가 구현됐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정말 많은 것이 걸려있었다.

금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가장들,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녹아있던 재판이다.

"KBS입니다. 승소 축하드립니다! 이번 재판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셨는지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기쁩니다. 그저 기쁩니다! 저희 자영업자들도 기쁘고, 소비자 여러분들도 이제 안심하고 배달 음식 받아 드셔도 됩니다. 아무도 뺏어 먹지 않습니다!"

배달.

배달의 민족이라는 어플도 있을 만큼 대한민국에서 음식 배달은 보편적이다.

하지만 일부 배달 기사들의 몰상식한 행위로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신뢰는 금이 가 있었다.

쿠키뉴스― 「"어? 닭다리 하나 어디 갔지?" 굽니치킨, 빼먹기 논란」

전자신문― 「배달업계 물 흐리는 미꾸라지…… 결국 민사 소송까지 번졌다!」

아시아경제― 「배달 음식 빼먹는 '배달 거지' 안심 스티커 등 자구책 속속 등장」

이를 대표하는 사건이다.

한 개념 없는 인터넷 방송인이 굽니치킨의 이미지를 실추한 사건은 전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본사는 물론 배달원 노조 측도 적극적.

이 재판을 승리해야 제2 제3의 악마가 탄생하지 않는다.

악의 싹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상징적 사건으로 주목 받고 있다.

'…….'

그 당사자.

떠들썩한 법원을 몰래 빠져나간다.

아이러니하게도 높은 관심으로 인해 자신의 작은 체구를 숨길 수 있었다.

뭐지? 개꿀잼 몰카인가?

어안이 벙벙하다.

내딛는 발끝은 전혀 힘이 없어 현실감이 와 닿지 않는다.

'어쩌지?'

하지만 알고 있다.

이건 꿈이 아니라는 걸.

앞으로 이 엄청난 빚을 갚아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성실히 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웬만한 직업으로는 원금은커녕 이자도 낼 수 없다.

김종우는 바싹 마른 입으로 절박함을 삼킨다.

─인터넷 방송이 낳은 대악마 피닉스김 판결문 떴네

[김종우 판결 뉴스jpg]

거의 11억 상당 물어내야 한다는 듯

└다 거르고 불쌍한데?

└지금 여론몰이 장난 아니라 실드 치면 ㅈ됨

└떼법에 당했네

└무법지대 까까오로 오자 ㄱㄱㄱ

그런 악당일수록 더욱 환영받는 플랫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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