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37화 (337/846)

337화

배달의 악마

이따금 있다.

국민 정서가 용납하지 않는 대사건.

"사장님."

"말해."

"소주 한잔하시겠습니까? 저 오늘 시간 빕니다."

"그러지."

이는 기업의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 굽니치킨은 사건 초기 주가가 5% 이상 급락했다.

하지만 재판의 과정을 거치면 10% 이상 떡상.

노이즈마케팅 효과는 수백억 원대에 이를 거라 추산되고 있다.

'미리 팔아둘 걸 그랬나…….'

그런 굽니치킨과는 사정이 다르다.

파프리카TV는 똑같이 구설수에 올랐다.

하필 사고 친 사람이 BJ인 바람에 말이다.

"소주 말고 양주로 한잔할까요?"

"그건 주가 올랐을 때."

"죄송합니다……."

"자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 BJ X발 새끼들 때문이지!"

주가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 뿐.

피해자 포지션인 굽니치킨과 달리, 파프리카TV는 가해자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이데일리― 「'생방송 중 범죄 자랑' 도넘은 인터넷 개인방송 대책 시급해」

디지털데이― 「핫해경 "거지 방송 논란 파프리카TV, 방송 윤리 짓밟아"」

한강타임즈― 「방심위, 파프리카TV 등에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제시」

뉴스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안 그래도 낮은 플랫폼 이미지가 더욱 훼손됐다.

최대 주주인 남수길은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

'크으…….'

소주가 달다.

곱창집에서 기름 범벅이 되며 하는 한 잔만큼 나가버린 정신을 달래주는 것이 없다.

"철꾸라지 그 새끼가 없어져서."

"아쉬우십니까?"

"미이쳐었뉘이?"

"……실언이었습니다."

꼬부라진 혀와 나가버린 정신으로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네 글자가 있다.

눈치 없는 비서 때문에 인상을 팍 쓴 남수길은 소주를 또 한 잔 삼킨다.

'무슨 병신 보존의 법칙도 아니고.'

근대 화학의 아버지 앙투안 로렌 라부아지에도 이건 몰랐을 것이다.

이제 좀 방심위의 눈치를 덜 보고 살 수 있나 했더니 새로운 병신이 나타났다.

『서비스 이용이 정지된 방송국입니다.』

정지일 : 2013―02―10 20:10:30

해제일 : ―

정지 기간 : 영구정지

정지 사유 : 미풍양속 위배

물론 철꾸라지와는 다르다.

크루도 없고, 업체와도 안 얽혀있다.

그냥 대가리 깨뜨려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

김종우는 무덤덤하다.

사회적 이슈를 생각하면 BJ 계정을 정지당하는 것은 예상까지도 필요 없다.

혹시나 해서 들어가 봤는데 역시나.

정지 기간이 ∞라는 점이 다소 씁쓸할 뿐이다.

'세상에 내 편이 없구만.'

그리고 억울함.

자신이 지은 죄는 인정한다. 하지만 재판의 과정도, 죗값도 너무 지나치다.

배달하다 치킨 좀 빼먹은 거?

다 합쳐도 100만원이 안될 텐데 그게 11억원으로 불어나는 게 말이 되냐고.

도저히 억울해서 잠이 안 올 지경이다.

그보다 더 가슴을 졸이는 건 악의.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욕한다.

「핫해경의 라디오하하」

7시간 전。

하태) 자영업자·소비자들의 분노 앞에 배달악마가 결국 무릎을 꿇었습니다.

어제 2심에서 배달악마가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증거 없이 주장을 맞받아치더니 결국 이렇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것은 정의가 승리한 것이고 국민 여러분들이 승리한 겁니다. 배달악마가 마지막에 사과했더라도 이미 저지른 과오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만약 잘못을 조용히 덮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제가 다시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말로만 듣던 국회의원조차.

자신이 악마라면서, 자영업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면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에 불을 지폈다면서, 경제 불황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등.

'몰라, 뭐야 그게 무서워…….'

너무 배고파서 몇 개 빼먹었을 뿐이다.

빼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든 굽니치킨이 잘못했다.

자신이 재판 과정에서 항변한 것은 우발성이었다.

딱히 죄 자체를 부정한 적은 없다.

그것이 여러 의미로 곡해되어서 물어뜯기고 있는 것을 보면 소름끼칠 따름이다.

Channel 윤시민의 알릴레오―「5회. 배달의 악마,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막는다!」

썰전에 나오는 아저씨도 자신을 오체분시한다.

처음에는 너무 과민반응하는 거 아니냐?

생각했던 김종우도 다른 생각이 인다.

'어쩌지.'

그런 유명인들에게도 언급되자 스스로도 잘못을 했나 싶다.

가슴 한 켠에 억울한 마음도 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빚.

11억에 달하는 초―거금을 납부해야 한다.

한 번 더 항소해서 시간을 끈다고 해도 언 발에 오줌 누기밖에 안된다.

타닥, 탁!

돈을 벌어야 한다.

어떻게?

갑자기 천재가 돼서 의대에 합격한다 하더라도 개업의가 되려면 최소 10년은 필요하다.

"안녕하세용. 파프리카TV에서 방송을 하던 피닉스김입니다. 처음 오신 분들 잘 부탁드립니당."

―찐임?

―ㅁㅊㅋㅋㅋㅋㅋㅋㅋ

―'배달의 악마'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애초에 천재도 아니다.

자신이 잘하는 일은 단 하나.

게이밍 의자에 멍하니 앉아 게임을 하는 것뿐이다.

'여기밖에 없엉.'

파프리카TV 계정이 정지당했다.

까까오팟TV에 부랴부랴 부캐를 팠고, 미움받지 않기 위해 짧은 혀로 최선을 다한다.

─평범팟수님, 쿠키 10개 감사합니다!

어디서 싸가지 없게 존댓말이누ㅋㅋㅋㅋㅋ

"아 구래? 나도 사실 반말이 편하긴 행."

―어서 오십시오 폐하!

―여긴 겜 잘하는 놈이 왕이야

―ㄹㅇ 왕이지

―왕이시여……

그럴 걱정이 없었다.

세간에서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곳 까까오팟TV는 가치관부터가 전혀 다르다.

「피닉스김 까까오팟TV 왔음!」

「그 배달의 악마?」

「그런 사고를 치고 방송할 생각을 한다고?」

「존나 멋지네……」

「나도 그런 역사에 남을 만한 대형사고 치고 싶다 ㄹㅇ」

깜방에서 형량이 높은 죄수들이 큰 형님으로 대접 받듯, 까까오팟TV도 악질인 스트리머일수록 더욱 높게 쳐준다.

─궁금팟수님, 쿠키 100개 감사합니다!

정말 고전파 솔킬 따봄?

"모르겠엉. 몇 번 따봤는지능. 100개 고마워!"

―오

―말하는 포스 봐 ㄷㄷ

―지능은 살짝 딸리는 거 같긴 한데 무력이 여포네

―왕의 재목이지!

그리고 실력.

무려 솔로랭크 2위에 빛난다.

최근 재판 등으로 바빠서 신경을 쓰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실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엄청난 환영을 받는다.

까까오팟TV 제1의 스트리머로 단숨에 부상한다.

여러가지 걱정을 안고 온 김종우로서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여기 애들 착하넹.'

당분간 생활비 걱정은 덜었다. 방송 수익이 생각보다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빚을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비록 닭대가리라는 별명이 있는 그이지만, 그건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착각이다.

얼마나 똑똑하고 현명한지.

─콜라팟수님, 쿠키 10개 감사합니다!

근데 여기서 푼돈 모아서 11억 가능?

"10개 고마워! 내가 계획이 있엉. 프로게이머를 해서 롤드컵을 우승하는 거지!"

―말투 개웃김ㅋㅋㅋㅋㅋ

―생각도 웃긴데

―뭐가 웃김? 근엄하기만 한데^^

―광대시여……

마치 적벽대전의 제갈량이다.

재치를 발휘해 10만 개의 화살을 모았듯, 자신은 게임으로 10억 원을 넘게 벌 것이다.

'롤드컵 우승하면 많이 주더라구. 나도 해야지.'

자신의 라이벌인 고전파도 SKY T1이라는 팀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SKY T1은 너무 듣보팀이다. 롤드컵 우승을 노리기 위해서는 강팀에 영입되어야 한다.

솔로랭크 1위를 찍고, 얼밤이나 나진 소드에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

* * *

평소 일상.

우리 봄이의 쳇바퀴도 굴리고, 크루원들의 관리도 하고 있지만.

─롤보러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늘 다1 조지나요?

"진작에 달았어야 했는데 봄이랑 놀다가 좀 늦어졌네요."

―봄이는 못 참지ㅋ

―요즘 봄이 엄청 예뻐짐!

―운동은 해야 됨 ㅇㅇ

―정환이가 옳았어……

나의 콘텐츠도 진행해야 한다.

최근 하고 있는 건 솔로랭크 등반.

이~쿠우!

용의 격노가 작렬한다.

적 한 명에게 강력한 공격을 선사하며, 점멸의 3배에 해당하는 거리를 밀쳐낸다.

―미쳤다……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오네

―미포 개불쌍해

―나랑 같은 게임 하는 거 맞음??

활용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나로서는 도저히 손에 익어서 안 하기가 더 힘들 지경이다.

'한타때 리심으로 뭐 안 만들고 방호 셔틀할 거면 초식해야지.'

그것이 보다 효율적인 승리 공식이다.

하지만 리심으로 초반 재미를 보고, 한타까지 잘할 자신이 있다면.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캐리력이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궁점멸.

배달된 미스 포텐이 아군 나이즈의 속박에 붙들린다.

그대로 떡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일러스트부터 그쪽 분야의 재능이 탁월한 챔피언이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마지막 적 처치!

용한타를 승리로 이끈다.

불리했던 상대는 전의를 잃고 순순히 항복 투표에 서명한다.

――――――――――――――――――――――――――――+『승급전 업데이트』

개인/2인전 랭크 게임에서 승급전 자격을 얻으셨습니다! 지금 이후로 플레이하는 게임은 승급 여부를 결정짓게 됩니다. 승리를 기원합니다!

+――――――――――――――――――――――――――――

그 결과.

다이아1로 가는 승급전을 달성한다.

워낙 압도적으로 올라온 탓에 반응이 덤덤하다.

─갤럭시S3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는 정글을 더 잘하는 거 같음!

"100개 감사합니다. 라이너가 기본만 해주면 캐리하죠."

―정환이가 다 풀었지

―ㄹㅇ 초반에 바텀 솔킬 따였을 때 개망하는 줄

―리심은 진짜 명품이야

―프로보다 잘하는 거 아님?

이는 팀운이 받쳐준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판의 경우 시작 전부터 이기는 그림이 보였다.

'내가 정글 가면 나머지가 라인이 딱 맞았거든.'

솔로랭크, 특히 이 시기는 라인이 자주 꼬였다.

포지션 선택 시스템이 없어서 생기는 고질적인 문제.

쿠웅!

반대로 이용할 수도 있다.

라인을 양보하면 팀운이 상승한다.

그러한 이유로 정글이나 서포터로 가끔 빠진다.

2픽: 내가 라인 정리해줌

2픽: 1픽원딜 3픽정글 4픽미드 5픽서포터 가면 딱 맞음

1픽: 싫은데

2픽: 이게 제일 효율적임

2픽: 닥치고 받아들여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이른바 '정리충'.

꼭 한 명이 fow에서 전적 검색한 다음 모스트 보고 팀원들 포지션을 배정한다.

'내가 여기서 안 한다고 하면 전라인이 꼬이니까.'

정말 이 시기의 솔로랭크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어쩔 수가 없다.

「당신의 뜻대로, 싸우겠소.」

그편이 낫기도 하고.

정글도 잘하기 때문에 딱히 아쉬울 부분이 없다.

'딱 하나 아쉬운 건 캐리력인데.'

아무리 기교를 발휘해도 리심은 리심이다.

챔피언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라는 게 있다.

그 점을 팀운으로 커버한다.

이렇듯 라인을 양보하면 정글을 갈 때 마음가짐이 편해지는데.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또 당했습니다!

미드 라인이 매우 심상치 않다.

실수를 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버티지도 못하고 있다.

―미드 왜 저럼?

―꼭 양보해주면 못함ㅋㅋㅋㅋㅋ

―에혀

―오정환식 팀운 ON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

아군이 똥을 싸는 일.

하지만 조금 의아함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양보를 해줘도 진다고?'

그래도 지는 녀석도 있다.

게임이라는 게 늘 원하는 대로 풀리진 않고, 정신병자 같은 녀석들도 드글댄다.

그걸 감안해도 심각하다.

아예 게임이 성립되지 않는 수준.

그러한 직감이 머릿속에서 스치려던 찰나.

─팟수아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상대 미드 피닉스김이래요!

'러너리그에서 만났던 그분?"

―ㄹㅇ?

―재판 끝난지 얼마 안됐을 텐데

―정신 못 차리고 게임하네

―닭대가리

닭가슴살의 윗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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