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화
동성상응 동기상구(同聲相應 同氣相求).
같은 부위나 같은 성질은 상호보완 작용한다는 한의학 이론이다.
물고기 눈을 먹으면 시력이 좋아진다거나.
딱히 믿지는 않지만 의심해서 나쁠 것도 없는 이야기다.
'그래서 먹이는 건 아닌데.'
닭가슴살.
우리 봄이가 매일 아침마다 해치우는 주식이다.
샐러드랑 해서 먹으면 칼로리도 낮고, 맛도 그럭저럭 있다.
아무튼 고기라서 좋아하는 면도 있다
하지만 그 윗부분인 닭대가리에 대해서는 썩 기억이 좋지 못하다.
─피닉스김님이 학살 중입니다!
썩 나쁘지도 않다.
저런 캐릭터도 있구나.
글자 그대로 별 생각이 없다.
"확실히 라인전 하나는 감탄스럽긴 하네요."
―라인전 하나만ㅋㅋ
―러너리그때 개발랐는데
―닭대가리좌……
―역시 솔랭은 다른가?
반대로 별 생각을 하는 게 더 이상하다.
BJ라는 간판 떼고 보면 그냥 솔랭 유저A인데.
'그리고 머리가 나쁘다는 게 안 좋은 의미도 아니야.'
삼국지를 보다 보면 한 번쯤 생각한다.
만약 여포의 지능이 정상인에 가까웠다면 역사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마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돈 많은 사람이 가성비를 신경 쓰지 않듯, 힘 센 사람이 귀찮게 머리 굴릴 필요가 없다.
콰아앙!
미드 라인.
레오네의 궁극기가 떨어진다.
적 헤일의 위치가 중앙 지점을 살짝 벗어났다.
샤라랑~!
슈웅~♡
하지만 둔화는 걸렸다.
라인에 복귀한 아링이 황천질주로 달려가 매혹을 뿌린다.
「전진하라!」
이를 피해낸다.
그리고 앞무빙을 밟는다.
불꽃 싸다구가 아링에게 한 대.
파앙! 파앙!
두 대, 세 대 정신 없이 누적된다.
레오네가 부랴부랴 검을 던져 막으려고 하는 걸.
촤앗!
파앙!
점멸로 뛰어넘으면 Q평.
타들어가는 점화가 아링의 숨통을 미리 끊어놓는다.
그 길로 자연스럽게 도주까지 완벽하다.
─피닉스김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상대의 스킬을 전부 피하며 역킬각을 잡았다.
아무리 적팀이지만 감탄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레오네 뭐함?
―저건 헤일이 잘할 거 같은데
―오우 ㅁㅊ;
―전 국민을 상대로 악마짓을 할 배짱이 있네
여러 의미로 그러하다.
애초에 CC기를 풀 정화를 들었거나, 그전에 집타임을 잡았다면 저런 똥꼬쇼를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피지컬은 중요하지.'
하지만 관우처럼 자신의 무력을 활용할 줄 아는 것과, 여포처럼 무력만 믿고 나대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안타깝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누군가 롤을 가르쳐줬다면 상당한 선수가 됐을지도 모른다.
마치 씨지맥을 만난 초비처럼 말이다.
하아!
일단 나부터 만나야 한다.
수풀 안.
왠지 멍청하게 집 갈 것 같아서 와드 방호로 벽을 넘어 음파를 던져보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오정환님이 피닉스김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추가 골드 : +432G)
진짜 있으니까 보람이 없다.
방금의 똥꼬쇼가 허무할 정도로 쉽게 목숨을 내준다.
"진짜 여기서 집을 가네. 당황스럽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대가리
―왜 쭉 안 뺐지?
―쟤는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차후의 시점으로 보면 그런 생각도 들 뿐이다.
계기가 주어진다면 변할 수도 있지 않을지.
'아님 말고.'
어디까지나 생각이다.
* * *
─적에게 당했습니다!
조금 기분 나쁜 상황.
그것이 아무런 상관이 없을 정도로 게임은 크게 유리하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바텀 라인.
아군 바텀 듀오가 다이브킬을 따낸다.
적 서포터 레오네가 장시간 바텀을 비웠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뇌지컬이라는 거야. 알겠어 애들앙?"
―?
―사후 해석 ㄷㄷ
―안 죽었으면 더 이득이었을 거 같은데
―챌린저가 말씀하시는데 말대답 하는 놈들 뭥미?
한마디로 미드 차이.
김종우는 가슴이 뿌듯하다.
신경이 쓰이는 상대를 이기기 직전이다.
찰칵!
코어템이 갖춰졌다.
비록 한 번 죽었어도 4킬이나 먹었고, CS도 매우 잘 먹어 성장을 잘했다.
적을 죽이기 좋다.
자신이 훨씬 더 세다.
라인에 복귀하자마자 딜교환을 건다.
「전진하라!」
W를 쓰고 빠르게.
아링이 던지는 스킬을 슥― 피하며 불꽃 싸다구를 때린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궁극기 쿨이 아직 안 돈 모양이다.
내셔가 나온 덕에 평타 몇 대만으로 가볍게 패죽인다.
─평범팟수님, 쿠키 10개 감사합니다!
근데 아링 상대로 왜 정화 안 듬?
"아니, 그걸 왜 들어 그냥 피하면 되는데. 너희 너무 멍청한 거 아니야?"
―?
―패기 보소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지?
―잘하니까 자뻑하는 거지ㅋㅋㅋ
멍청한 시청자들이 훈수를 둔다.
게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바보들이다.
'머리가 멍청하니까 손발이 고생하는 거지~.'
그에 반해 자신은 스마트하다.
아주 영리하게 라인전을 이겼고, 게임을 굳힐 차례만 남아있다.
[14:50] [전체] 나쁜도구 (레오네): 오픈 ㄱ
[14:52] [전체] 나쁜도구 (레오네): 겜 안 함
그것이 훨씬 쉬워질 전망이다.
적 서포터 레오네가 멘탈이 나간 듯 아이템을 전부 팔았다.
─빠는팟수님, 쿠키 100개 감사합니다!
김종우! 김종우! 김종우! 김종우! 김종우! 김종우!
─존엄팟수님, 쿠키 50개 감사합니다!
왕이시여……
─시원팟수님, 쿠키 20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을 패버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게임을 승리한다.
그 의미는 김종우 본인뿐만 아니라 까까오팟TV 유저들에게 뜻깊게 다가온다.
「방금 김종우 오정환 처바름」
「챌린저 2위가 ㅈ으로 보이냐곸ㅋㅋㅋㅋㅋㅋ」
「솔직히 기대 안 했는데」
「러너리그때 털렸었지……」
「대회랑 솔랭이 같냐? 솔랭이 진짜 실력임!」
불과 얼마 전.
오정환은 팟수들의 공공의 적이었다.
그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났을 정도로 여론은 달아올랐다.
하지만 실패.
지금은 입소를 한 킹혐식을 꼬셔 저격까지 시켰음에도 압도적인 차이로 털리고 말았다.
─자킹님, 쿠키 100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을 이기다니 대단하구나
"아앙! 아아아아앙! 자킹님 1000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쌌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ㄹㅇ 쌌네
―10만원은 못 참지 ㅋ
―신음 ㅗㅜㅑ
식었던 열기가 다시 달아오른다.
팟수들은 솔로랭크 초고수 김종우를 내세워 오정환을 배제할 계획을 세운다.
'이게 바로 일석이조지.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는 뜻이잖아~.'
김종우로서도 나쁘지 않다.
오정환에게 패배했던 수모를 갚는다.
동시에 돈도 벌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무리 프로게이머라는 목표가 있어도, 인생이라는 게 또 모르는 법이다.
별일 없이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 사건이 11억이라는 빚으로 돌아온 것처럼.
─자킹님, 쿠키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저격해서 이기면 1000개 콜?
"자킹님! 자킹님! 미션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여~!"
―예의 바른 거 보소
―패드립 박던 혐식이랑 다르네
―악마 아니었어?
―마녀사냥 당한 거지 종우는 ㅇㅇ;
승리 또한 자신하고 있다.
비록 러너리그에서는 동네 똥개마냥 조련당했지만, 이곳 솔로랭크는 자신의 홈스테이지다.
'나의 지능적인 플레이를 팀원들이 받쳐주지 못했엉.'
팀게임은 특기가 아니다.
솔로랭크야 말로 기량을 백분 발휘할 수 있다.
방금처럼 뇌지컬을 활용해 게임을 승리할 것이다.
* * *
아무래도 기억에 있는 유저다.
'별 생각은 없는데.'
천상계가 좁다.
스트리머라는 직종으로 한정하면 더더욱이다.
러너리그라는 접점도 있었다 보니 기억이 대충 난다.
─화가난롤유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김종우 저 새끼 진짜 나쁜놈임!
"그런 일이 있었어요? 너무 철없는 짓을 하셨네."
―철없는 정도가 아님
―배달의 악마 모름?
―대한민국 자영업자, 소비자들을 눈물 나게 만든 장본인 ―실업자가 1만 명이나 생겼대요!
배달거지짓을 했다고 한다.
그걸 하필 방송에서 자랑스럽게 떠벌린 탓에 굽니치킨 본사와 배달원 노조에게 10억 원 상당의 고소를 당했다.
'이전 세계에서는 어찌저찌 잘 풀린 걸로 아는데 이쪽 세계선에서는 영 신통치 않았나 보네.'
물론 본인의 잘못이다.
동정의 여지는 없다.
그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 정도는 든다.
─통계충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게 진짜 심각한 일인 게 통계청 조사 결과 배달음식점 수입이 평균 10%나 줄었음!
"상당히 큰 사건이 됐네요."
―자영업자들 줄도산이래
―안 그래도 경기 힘든데 ㄹㅇ
―뉴스 안 봄?
―배달의 악마는 진짜 전설이다……
도화선이 돼버린 모양이다.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높아지고,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고조되는 가운데 분풀이를 할 만한 사건이 터졌다.
'가끔 있어.'
돌이켜 생각해보면 별일 아니었는데 그 당시에는 왜 그랬지?
커뮤니티, SNS, 뉴스를 통해·2차 3차로 퍼져 나가며 전 국민적 화제가 되는 일 말이다.
한국 사람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무슨 사건이 생겼을 때 단합하게 해주는 힘이 되지만, 별 사건이 아닌데도 단합해서 조지는 경우도 생긴다.
─롤른이에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국회의원들도 이번 사건 벼르고 있대요
"정치인들도 많이 한가한가 보네요."
―진짜 큰일인데
―사건의 심각성을 모르네
―치킨 좀 빼먹은 게 문제가 아님!
―빼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든 굽니치킨의 잘못도 있지 않을까?
하필 후자.
정치인들이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표몰이에 도움이 되거나, 자신들의 치부를 덮으려는 목적으로.
'이 정도로 화제가 커졌다는 건 여러가지가 복합된 결과겠지.'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다.
딱히 알고 싶지도 않다.
보나마나 한두 달 지나면 거품 꺼질 만한 화제인데.
하지만 장본인의 인생은 그렇지 않다.
갑자기 11억이나 되는 빚이 생기면 많이 슬플 것이다.
어쩌면 나의 잘못일 수도 있다.
이번 생에서 내가 행한 일의 나비 효과였을 가능성을 부정하기 힘들다.
――――――――――――――――――――――――――――+아이디― 오정환
전적― 32승 5패
티어― DIAMOND Ⅱ (???)
+――――――――――――――――――――――――――――
그렇다고 봐줄 생각은 없지만.
무려 승급전이다.
승승장구하다 막혀버리면 그것만큼 김빠지는 일이 없다.
─리오레아재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1만 개 미션! 저 고얀 녀석 혼 좀 내줘 ㅡㅡ
"회장님 오랜만에 미션 감사합니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회장님 회사도 손해를 보셨구나."
―와 회장님도?
―배달의 악마 ㅡㅡ
―정말 나쁜 녀석이네!
―자영업자들 죽을 맛이래요
그렇기에 더 좋은 측면도 있다.
러너리그에서 이미 실력을 검증받았고, 워낙 압도적으로 올라오다 보니 미션이 잘 안 걸렸다.
'오히려 좋아.'
대의명분을 확보한다.
방송 어그로 끌기에도 최적화.
세간에서 지탄받는 악마를 퇴치하는 콘텐츠는 뽕을 뽑을 만하다.
─염탐하고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피닉스김 미션 받고 님 저격 중이래요!
"그런가요? 11억을 갚기 위해서 열일 하시나 보네요."
―헐
―진짜 쓰레기네 쓰레기
―돈이라면 눈 돌아가는구나?
―대악마! 대악마! 대악마! 대악마! 대악마!
마침 상대팀에 걸렸다.
알아서 이랏샤이마세를 해주고 있다고 하니 나로서는 감개무량하다.
'오해가 오해를 부르는 그런 상황이 있어.'
사정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 텐데 말이다.
한동안 고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본인 하기 나름에 달렸다.
벽을 느낀다는 것은, 벽의 존재를 깨달았다의 동의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