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41화 (341/846)

341화

촤락―!

쾅!

카직트의 미사일이 발사된다.

부채꼴로 퍼지는 그 널따란 범위는 무조건 한 명은 걸려들게 돼있다.

'글자 그대로 포킹 스킬이지.'

깡뎀 400에 계수까지 포함하면 500이 넘어간다.

용한타의 대치 구도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가진다.

촤락―!

쾅!

5초마다 뿌려댄다.

혼자서 저지선을 구성하며 상대의 체력을 깎아내는 사기적인 위엄을 과시한다.

쿠! 챠앙!

「버거킹!」

반대로 말하면 그뿐이다.

포킹 하나로 게임을 조질 수 있는 순수한 메이지는 아니다.

적 차르반 4세의 강제 이니시를 막을 수가 없다.

성장 못 한 아군은 그대로 쓸리는 듯한 구도.

'암살자가 가장 답답한 상황인데.'

5 대 5의 꽝한타가 벌어지면 할 수 있는 일이 지극히 제한된다.

들어갈 각만 보는 구경꾼 신세가 되기 일쑤다.

이 한 몸 날려서 원딜과 동귀어진 한다?

그 정도는 딱히 어려울 것도 없지만 내가 해야 될 건 캐리.

─아군이 당했습니다!

그것도 하드 캐리다.

어리석은 중생들과 함께해야 하는 것은 모든 롤유저들의 숙명이다.

사르륵……!

그렇기에 의미가 있는 게 꿀챔.

어둠 속에 녹아든다.

은신 상태로 적진을 향해 발을 내디디며.

푸드득!

물어뜯을 먹잇감을 향해 날아오른다.

반피의 케이클린.

그 주위에 호위병들이 서성이고 있어도.

촤락―!

쿠직!

상대할 예정이 없으니 문제가 없다.

공중에서 WQ를 갈기자 케이클린은 그대로 터져버린다.

'날아가면서 W를 쓸 수 있다는 게 초창기 카직트의 최대 강점이지.'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 순간 누킹.

현재 시점의 카직트가 가진 능력을 백분 이끌어냄과 더불어.

―?

―입체기동???????

―뭐야 방금

―더 플라잉 카직트 ㄷㄷ

차후에는 기본적으로 하는 잡기술이다.

날아가는 도중에 적을 죽여서 한 번 더 추진력을 얻는다.

'2단 점프라고.'

중국의 카직트 장인이 처음으로 선보이며 컬쳐 쇼크를 선사했다.

그 충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채팅창 반응이 이해는 가지만.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직 한타는 끝나지 않았다.

한 명 잡은 것 정도로 극복할 수 있는 불리함이 아니다.

사르륵……!

어둠 속에 녹아들며 다시 한번 진입각을 살핀다.

상대도 이제는 나에 대해 의식하고 있다.

'상관없지.'

그것이 가능하면 챌린저에 있을 테니까.

이미 이니시를 걸어 앞쪽으로 시선이 쏠린 상황이다.

쿠직!

콰흑!

측면은 가드가 휑하다.

점멸 평Q로 내리찍자 적 서포터 힐라카가 나무 쪼개지듯이 찢긴다.

'반응이 될 리가 있나.'

극소수의 재능러를 제외하면 한타 중에는 자기 모니터의 1/4밖에 못 본다.

케이클린을 자른 시점에서 보고 있던 큰 그림.

푸드득!

킬리셋에 성공한 이상 쇼타임의 시작이다.

잘 성장한 바텀 듀오가 죽은 적팀은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다.

─트리플 킬!

쿼드라 킬!

메뚜기 월드의 하지마루다.

적을 죽이면 E스킬이 초기화된다.

적진을 날아다다니며 잔당을 싸그리 소탕한다.

푸드득!

아직도 제정신을 못 차린 닭대가리도 말이다.

코앞에 착지하자 깜짝 놀라 점멸로 내뺸다.

점멸 위치조차 넌센스.

앞라인에서 혈투를 치르는 동안 동료가 점멸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듯하다.

"닭은 머리를 잘라도 한동안 살아서 움직인다는데 마치 그 광경을 보는 것 같네요."

―악마가 빙의했나요?

―악마 드립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팀 왜 없음??

―이건 나도 놀라겠다……

사실 이건 대부분의 유저들이 마찬가지다.

의도적인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지 않는 이상 말이다.

'나도 연 단위로 연습한 성과야.'

흥분하면 시야가 좁아지는 건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극소수의 프로게이머들은 다르다.

예를 들어 페이커는 모니터의 2~3배.

한타 포지셔닝과 포커싱이 지나칠 정도로 좋은 비결일 것이다.

나 같은 일반인은 때려죽여도 불가능하다.

그래도 연습에 따라 늘릴 수 있고, 닭대가리도 어쩌면 모르는 일이다.

─펜타 킬!

마지막 적 처치!

자신이 죽는 과정을 세밀하게 살펴본다면 말이다.

알로 변한 매미비아를 갈고리로 내려찍어 프라이로 만들어준다.

─굽니치킨직원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악마 녀석부터 죽여주지 ㅠㅠ

"악마 녀석이 한 번 죽어도 부활하는 게 특기라서 마지막에 죽여야 했습니다."

―부활은 킹쩔 수 없지ㅋㅋㅋㅋㅋㅋㅋ

―오호라 악마의 약점이구나!

―허이고 당최 악마놈들은, , ,

―슬슬 컨셉충도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국민을 우롱한 배달의 악마를 벌하는 일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이 만족한다면 BJ로서 보람이 있다.

'물론 꿀챔 보정을 받은 덕분이지.'

한타 큰 그림을 봤다고 해도, 이를 실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암살자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

한타가 좋지 않다.

아군이 판을 깔아줘야 한다.

이를 능동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사기성을 지녔다.

찰칵!

더욱 극대화된다.

3코어 최후의 숨결이 나온다.

그리고 여눈 상위템 마나소드까지 완성시킨다.

'유일한 단점이 Q진화를 안 해서 1 대 1이 의외로 약하다는 건데.'

한타형 암살자다.

포킹 능력과 킬리셋을 기반으로 한 쓸어 담기.

하지만 이제부터는 글자 그대로 암살자로서의 역할도 가능하다.

사르륵……!

적 배달의 악마.

카직트의 약점을 파악하고 아주 사악하게 미니언 사이에 숨어있다.

'아주 나쁜 녀석이지.'

아군 미니언에게 골드를 갈취할 생각이다!

마음 같아서는 마녀사냥도 재밌어 보이지만 그건 조금 불쌍하다.

쿠직!

콰흑!

고이 보내준다.

은신으로 달려가 평Q.

긋기가 무섭게 벽을 세우며 얼음덩이를 던져봤자.

사르륵……!

반응이 빠르고, 느리고 이전에 뻔하다.

궁극기 이속으로 뒷무빙을 치며 준비한다.

날아오를 준비.

―카직트 왜 공중제비 도냐?

―미쳤네;;

―저걸 어케 하는 거지

―카직트 날면서 Q쓸 수 있는데 그때 어시나 킬 주워 먹고 E쿨 다시 돌려서 한 번 더 점프할 수 있음 그거 사용한 거임ㅇㅇ

2단 점프의 재림이다.

알이 까진 매미비아를 잡고 두 번 날갯짓해 가뿐히 착지한다.

쿠직!

콰흑!

차르반 4세의 앞에.

내려찍자 체력바가 찢겨나간다.

안 그래도 강력한 고립딜에 마나소드딜까지 추가된 결과.

─더블 킬!

조금 심각하게 강력하다.

2천 골드 초반의 값싼 코어템 가격은 전성기 타이밍을 한층 앞당겨준다.

'옛날 챔피언들은 사기라는 소리가 꼭 있지.'

개인적으로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추억 보정이 조금 지나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카직트에 한해서는 예외.

차후에 나오는 사기 챔피언을 통틀어서 전무후무한 무결점의 암살자다.

―진짜 더 플라잉인데?

―카직트 졸라 세네 ㄷㄷ

―이 양반만 딴 겜하는 거 같아

―랭가가 이딴 놈이랑 싸워서 비겼다고……?

원하는 결과물을 찍어낸다.

* * *

촤락―!

쾅!

부채꼴 범위의 광역 슬로우.

카직트의 미사일이 한타의 저지선을 긋는다.

그 하나에 적 다섯이 쩔쩔맨다.

5초마다 쏟아지니 어떻게 물 수가 없다.

촤락―!

쾅!

포킹 챔피언이기 때문에 거리를 안 준다.

최선의 선택은 적팀 자체를 향한 강제 이니시.

쿠! 챠앙!

「버거킹!」

그 판단은 분명 옳다.

포킹 조합은 돌진 조합에 취약하다.

차르반과 잭트가 강제 한타를 걸어버리지만.

─전설의 오정환님!

암살 챔피언이기 때문에 잡아먹는다.

어느새 은신으로 진입해 힐라카를 한 방에 찢어버린다.

푸드득!

어쩌면 실낱같았을 빈틈이 패배의 분기점이 된다.

딱 한 명만 죽여도 나머지가 도미노.

─더블 킬!

트리플 킬!

혼잡한 전장을 제집 드나들 듯 날아다닌다.

혼자 한타를 메이킹 해버리는 사기 챔피언의 위용보다.

지나가던행인 3일 전

비록 게임상에서라도 정의가 구현되는 모습을 보니 통쾌하네요^^────────────

치킨왕 3일 전

치킨업계 종사자로서 속이 시원합니다!

좋아요 누르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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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반인 3일 전

이 영상이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분들께 한 줄기 오아시스가 되길 ────────────

20대애국청년 3일 전

두고 봐라, , ㅋ

편히 죽지는 못할 것이다

국민이, , 지켜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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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가 되고 있는 건 그 자체의 사이다다.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고혈을 빨아먹은 배달의 악마를 벌하는 영상.

Channel 오정환―「상대가 배달의 악마?! 솔로킬로 정의구현 갑니다」

최근 유튜브 인기 영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 하루 만에 무려 20만회가 넘어가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 달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BJ의 허위사실 방송으로 피해를 보지 않게 법과 제도를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 여파는 공중파에도 미친다.

안 그래도 국민적 관심이 모아진 화제로, 당사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

하지만 법의 울타리 내에서는 벌금 이상의 형벌이 불가능하다.

한 대 후려쳐 줬으면 하는 염원을 속시원히 들어준 것이다.

<해당BJ는 2심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항소를 제출해 공분을 사고 있죠. 그런 철면피 BJ를 때려주는 동영상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MBS 뉴스의 짤막한 코너.

2분 남짓 짚고 넘어간 정도지만 의미는 깊다.

일반 커뮤니티에도 해당 영상이 자연스럽게 공유된다.

─주부닷컴) 한 BJ가 배달의 악마를 정의구현(?) 해줬네요

[오정환 채널 영상. avi]

그 사고를 쳐놓고 한가롭게 게임 중이었나 봐요~

같은 게임을 하는 BJ가 화가 나서 아주 떡이 되도록 패줬어요└저도 본 건데!

└정말 철이 없어도 유분수지……

└속이 다 시원하네요^^

└무슨 게임인지도 모르는데 몰입해서 끝까지 봤어요 ㅎㅎ

대리만족을 느낀다.

잘 알지도 못하는 스포츠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잘한다고 하면 관심이 쏟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힘든 일상에 스트레스를 주는 악한을 단죄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달의 악마 정의구현 영상은 큰 호응을 얻는다.

물론 한계는 명확하다.

일발성의 단기 화제에 지나지 않다.

게임 자체를 모르니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BJ라고 다 같은 BJ가 아니었네요

얼마 전에 게임에서 배달의 악마 때려준 BJ 있잖아요?

방송하는 걸 들어보니 똑똑한 친구네요

같은 BJ로서 부끄러웠나 봐요

└BJ는 철꾸라지처럼 개념 밥 말아 처먹은 놈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신기하네요 글쓴이―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런 거겠죠. 좋은 놈이 있으면 나쁜 놈도 있고……

└좋은 BJ인가 봐요!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봄식당 하는 남자BJ였군요?

파급 효과는 유의미하다.

BJ가 저지른 잘못을 BJ가 규탄한다.

자정 작용이 이루어지는 청정한 업계로 비춰지게 된다.

"사장님."

"말해."

"오늘 한잔하시겠습니까?"

"소주? 양주?"

"양주입니다."

"그래, 가지!"

파프리카TV의 주가.

5% 이상 급락했던 것이 정상 궤도를 되찾는다.

세간의 화제도 포커싱이 점점 BJ에서 벗어나고 있다.

'드물게도 똑 부러진 친구야.'

남수길 대표이사로서는 만족스럽다.

BJ로 인해 사건이 터지긴 했어도, 같은 BJ가 수습했으니 되었다.

이전처럼 허구헌 날 사고만 치지 않는다.

그 주축에 있었던 철꾸라지가 영구정지 먹은 이후로 편안하다.

'일단 급한 불은 끄긴 했는데.'

이병권 비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

상장 회사이긴 해도 남수길 대표이사가 사실상 절대 권력자다. 호칭도 여전히 사장으로 부를 정도.

하지만 직원들은 파벌이 갈려있다.

병권은 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원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조금만 더…….'

그 커넥션은 철꾸라지의 목숨을 질기게 잇는 생명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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