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화
─맘카페회장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배달의 악마를 때려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맘카페 일동―
"맘카페회장님 500개 감사합니다! 역시 회장님이라 통이 크시네요."
―회장님ㅋㅋㅋㅋㅋ
―회장님은 ㅇㅈ이지
―주부들도 봄?
―요즘 정환이 유명하긴 함!
최근의 방송.
얼마 전 화제의 여파로 시청자 평균 연령이 다소 증가했다.
'물론 반짝 효과지.'
인터넷 방송을 즐기는 세대가 아니다.
일부는 적응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 다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BJ로서의 시청자 상승 효과는 미미하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저지른 진짜 이유는.
[오정환] 구독자 2.10만명
「상대가 배달의 악마? 솔로킬로 정의구현 갑니다」 ― 조회수 32.9만회 · 2일 전
유튜브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단 하나의 영상으로 2만 명이면 제법 수지타산이 맞는다.
'유튜브 콘텐츠는 타이밍이 중요해.'
유튜브 시스템은 특정한 알고리즘을 가진다.
해당 이용자의 관심사뿐만 아니라 기타 여러가지를 반영한다.
그중 하나가 트렌드.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다.
세계 최대의 포털 사이트인 구글과 연동돼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했다! → 전쟁 나면 어떡하지? → 핵을 맞으면 어떡해야 되지??
간접적인 방식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직접적이라면 따질 것도 없다.
─애국청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나 20대 청년인데 내 동년배들 전부 롤 헌다 홀홀홀, , ,
"100개 팬가입 감사합니다. 저도 20대인데 반갑네요."
―말투가 청년이 아닌데?
―어우 쉰내
―컨셉에 먹힌 놈들……
―진짜랑 컨셉충을 구분 못하겠엌ㅋㅋㅋㅋㅋㅋ
다소의 부작용은 있지만 말이다.
충분히 감수할 만한 수준으로 시간이 지나면 자정될 것이다.
'생각보다 크긴 했어.'
뉴스까지 탄 건 당연히 예상 밖이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세워둔 계획 안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즉, 반드시 뜨게 돼있다.
구독자를 단기간에 모을 기회다.
겸사겸사 사회 공헌도 한 가지 쌓아 놓는다. 좋은 쪽의 미담은 있어서 나쁠 것이 없다.
BJ는 특히 이미지가 중요한 직업이다. 여러가지 의미로 말이다.
'나중에 만약 사고 같은 걸 쳐도 면죄부 같은 게 생기니까.'
굉장히 진지한 이야기다.
러이갓 등 갑자기 몰락한 BJ들.
그 흔한 미담 하나 없었기 때문이 결정타였다.
바른 생활 청년 이미지까지 쌓을 필요는 없지만, 기회가 있을 때 받아먹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빌게이츠의 명언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쿠웅!
솔로랭크.
여전히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해프닝이 일어난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그러하다.
* * *
탁!
탁!
얼음 부숴지는 소리.
매미비아의 평타가 날아간다.
―ㅈㄴ 찰지게 패네
―오정환 숨도 못 쉬는데?
―이게 챌린저지
―김종우! 김종우! 김종우! 김종우! 김종우!
아주 집요하게 말이다.
오정환과 피닉스김의 리벤지 매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피닉스김 잘하네」
「오정환 털어줄 건 김종우뿐임」
「ㄹㅇ」
「초반 실수만 안 하면 무조건 이겨」
「오정환의 악마를 물리치자!」
「그건 뭥미?」
「아무튼 악마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연이 아닌 필연.
까까오팟TV의 팟수들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이전의 패배는 쓰라리지만, 100% 실력에 의한 것은 아니다.
"내가 카직트는 상대를 안 해봐서 그랭. 파사딘은 라인전 지옥으로 만들 수 있어."
―지옥ㄷㄷ
―악마시여……
―악마군주 김종우!
―라인전은 언제 봐도 느낌 있네
상대법을 몰랐다.
카직트가 미드로 쓰이는 건 듣도 보도 못 했기 때문이다.
파사딘은 비주류여도 가끔 쓰이고, 자신도 수차례 해본 적이 있다.
탁!
타악!
6레벨 이전에 조져 놓으면 된다.
CS를 먹을 때마다 허락 맡아야 한다는 게 무엇인지.
'내가 얘한테 실력으로 진 게 아니라니까?'
아주 철저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드 주도권은 물론, CS 차이까지 유의미하게 벌렸다.
"파사딘이 좀만 더 나대면 벽 치고 솔킬각도 잴 수 있는데 아쉽넹."
―저게 킬각이 나와?
―챌린저가 나온다면 나오는 거짘ㅋㅋㅋㅋㅋㅋㅋ
―솔킬 따면 100개 쏨!
―쏜다는 놈특) 절대 안 쏨
게임을 이기고 있다.
다른 라인도 유리하고, 이대로 굳힐 수 있을 만한 분위기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또 당했습니다!
분명 그래야만 했다.
눈치챘을 때는 게임이 돌이킬 수 없게 터져버린 후였다.
"미아핑을 찍었는데 왜 자꾸 당하는 거야? 이러면 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징~."
―가는 대로 다 당해줌
―파사딘 2킬이네
―니도 가던가
―못하는 미드특) 적이 사라졌다고 알림, 잘하는 미드특) 가고 있다고 알림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적 파사딘이 자꾸 킬을 먹는다.
열심히 벌린 CS 차이가 의미가 없어진다.
쏴아아─!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궁극기로 라인을 밀어주는 것 뿐이다.
구웅!
부왁―!
그조차 막힌다.
파사딘의 REQ.
침묵 투사체가 닿기 전에 맞Q를 반응하지만 의미가 없다.
우워엉!
꾸웡!
어느샌가 도착한 콜라베어가 자신을 넘긴다.
침묵이 풀렸을 때는 이미 알까기를 진행 중이다.
'아 Q가 아니라 점멸을 쓸걸.'
때늦은 후회.
그 후회의 시점은 고작 5초 전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피닉스김은 알 수 없었다.
Channel 오정환― 「배달의 악마를 케이크처럼 쉽게 먹는 방법!」
영상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인터넷 서핑을 하던 김종우는 우연히 이를 보게 되었다.
'왜 하필 케이크처럼 쉽다는 거징?'
유튜브.
영상 저장 플랫폼이다.
고화질을 지원하다 보니 자신도 가끔 이용한다.
메인 페이지에 떡하니 떠있다.
처음에는 흠칫했지만 오정환이라는 석자가 자존심을 박박 긁는다.
'이 새끼 내가 털리는 모습 팔아서 조회수 벌고 있었네. 이 조회수의 악마 같은 녀석!'
대체 어떤 내용을 올렸는지.
궁금해서라도 보게 된다.
처음 느끼는 것은 순수한 빡침이었다.
"내가 어제 유튜브에서 영상을 하나 봤는데 오정환 그 녀석이 날 이긴 걸 박제 해놨더라구. 나 지금 완전히 화가 났엉."
―나도 봤음!
―그거 유명함ㅋㅋㅋㅋㅋㅋ
―그냥 유튜브 들어가면 나오던데?
―어? 나는 왜 안 나오지
자신이 털리는 모습.
개인 방송으로 나오는 잠깐도 아니고 동영상으로 박제가 되었으니 그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오정환만의 특권이 아니다.
자신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단 1승이라도 챙긴다면.
쿠웅!
저격을 하면 되니 기다릴 필요도 없다.
핸드폰으로 오정환의 방송을 보면서 동시간에 큐를 잡는다.
─사악한팟수님, 쿠키 10개 감사합니다!
종우도 오정환 잡고 영상 올리자 ㄱㄱ
"안 그래도 그러려구. 이 자식이 어딜 치졸하게 이긴 판만 골라서 올리고 있엉."
―ㄹㅇㅋㅋ
―오정환 정글이다 기회야
―이겨서 박제하자!
―근데 이긴 판밖에 없지 않아?
같은 시간대 매칭이 많아봐야 2개인 천상계의 특성상 웬만하면 성공한다.
팟수들의 부추김까지 더해지며 승부.
이~쿠우!
축구공 신세가 된다.
오정환의 리심에게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며 드리블 당한다.
Channel 오정환― 「배달의 악마←를 배달하는 방법ㅋㅋ」
해당 게임 또한 하루 후 유튜브에 올라가며 댓글창에서 달달 볶이고 있다.
잼민이 3일 전
정말 시원하게 날아가네요ㅋㅋㅋㅋㅋㅋ
────────────
치킨매니아 3일 전
으이구~ 너무 꼴 좋다 깔깔깔!
────────────
국민학생 3일 전
상산의 조자룡과 같은, , 파죽의 기세로구나, , ~~
진정한 피바람은, , 지금부터 시작이다, , !!
────────────
.
.
.
자신의 챔피언 위에 화살표가 박혀있다.
그것이 1초 후에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라도 클릭할 수밖에 없는 썸네일이다.
'…….'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에게 덕담을 박는다.
화가 난다.
동시에 다른 감정도 인다.
<하는 거 보니까 Q 쓰겠지? 쓰잖아요. 닭대가리라서 정글 생각을 안 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대가리
―Q 빠지면 죽음?
―와 개깔끔하게 잡네
영상을 보면 볼수록 말이다
미드 라인에 갱을 가면서 자신을 씹고 있다.
'아니, 니가 뭔데…….'
빡이 친다. 신경을 잔뜩 거스른다.
하지만 썩어 빠져도 일단 챌린저.
<미드 차이 나지 않냐고요? 어차피 라인전만 하는데 뭔 상관이야.>
―닭대가리니까
―그런가?
―ㄹㅇ 미드가 탑처럼 라인전만 하고 있음 안되지
―그럼 뭐 해야 됨
뭐라고 딱 잘라 이해는 안 돼도 대략적인 느낌이 온다.
자신이 저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했는지.
'아 꼴받네.'
그보다 아직은 감정이 앞선다.
자신을 바보 취급하며, 어떻게 행동할지 다 안다는 듯이 지껄인다.
─오정환님이 학살 중입니다!
실제로 다 맞아 떨어져서 문제다.
운이 안 좋아서, 사소한 실수로 당했다고 생각한 갱킹들.
'어?'
납득을 안 할 수가 없다.
어째서 당했는지 그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해준다.
<제 동선에 영향을 안 줬잖아요. 그럼 결국 얘는 발이 묶이는 픽이고…….>
보다 근본적인 부분까지 말이다.
끼워 맞추기다! 자신을 까기 위해서다!
그렇게 합리화를 해보려고 해도 외면할 수 없는 장면도 있다.
'…….'
한타.
자신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미지와는 다르다.
상대 시점에서 보니 얼마나 터무니없이 못 했는지 입감이 간다.
<닭대가리가 뻣뻣해서 고개를 못 돌려요. 이 새끼 앞만 보고 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안 보임?
―지 뒤질 각도 못 보넼ㅋㅋㅋ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암살을 당한 아군이 멍청하다.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분명 다른 방법도 있었다.
'내가 궁만 앞에 깔고 벽이나 Q를 아껴 놨으면 카직트를 막았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네.'
한타 지적은 보다 가시적이다.
황소고집인 김종우도 이것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첫 번째 단추.
하나가 꿰어지자 나머지도 자연스럽다.
오정환을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신뢰가 쌓여간다.
─일반팟수님, 쿠키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영상을 보고 배웠다고?
"거시기 좀 많은 걸 느꼈어. 내가 이때까지 맞다고 생각한 플레이가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
―ㄷㄷ
―흠터레스팅……
―팟수들을 배신하는 건가요??
―배신의 악마
팟수들에게는 반감을 산다.
둘의 싸움을 불붙이고 싶은데 오히려 감화되고 있으니 당연하다.
「김종우 이 새끼도 안되겠는데?」
「처발리고 쪽팔리니까 저러는 거지 ㅉㅉ」
「이제 후원하지 말자!」
「악마 녀석 키워줬더니」
「하는 거 보니 다시 챌린저도 못 찍을 듯 ㅋㅋ뤀ㅋㅋ」
자신들의 광대가 되어주길 바라는 팟수들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
이는 방송의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징.'
방송으로 먹고사는 스트리머에게는 치명타다.
시청자의 수와 호응은 수익에 직결되는 문제이니 말이다.
하지만 애초에 목표가 다르다.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고 있는 김종우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선입견이 나라는 사람의 발전을 막고 있었던 거 같아. 그래서 그냥 뇌를 다 비웠어. 신생아처럼 게임할 거야! 응애~ 이러면서 머리 비우고 게임하려고."
―네?
―그 판단 맞아?
―신생아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생아가 꼴초에요;
오히려 방송을 하기에 편한 환경이 조성된다.
악질 팟수들이 떠난 덕분이다.
진짜 팬들만 남으며 프로게이머 도전에 집중할 수 있다.
'응애~'
김종우의 새로운 도전이 하지마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