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화
먹방의 비극
욕망에 솔직한 아이다.
"피고."
"봄이에요……."
"너의 죄를 알렸다."
"아니에요. 저 정말 잘못하지 않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딱 걸렸네
-봄이야……
-자수해서 광명 찾자!
그리고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잔머리가 잘 굴러간다.
'다 알면서 봐주는 거지.'
처음에는 눈치를 보다가 며칠 지나면 긴장의 끈을 풀어버린다.
이때 기습해버리는 재미는 끊을 수가 없다.
딸캉!
딸캉!
250ml 용량의 캔.
하나하나 쌓자 어느새 산더미 같다.
일탈의 증거물을 바라보는 봄의 눈동자도 점점 더 무거워진다.
"오해가 있어요! 오해가 있는 거예요."
"피고는 발언권 없이 발언하지 말도록."
"힝……."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인다.
시청자들과 함께 세어보자 그 양이 무려 아홉 캔.
"이 많은 콜라를 마시면서 똑바로 운동하셨습니까?"
"그치만!"
"예, 아니오로 대답하십시오."
"하지 않았어요. 그치만 억울해요……."
-애 데리고 뭐 하는 거얔ㅋㅋㅋㅋㅋㅋ
-봄이 청문회
-콜라 좀 먹었을 뿐인데 ㅠㅠ
-좀 많이 마시긴 했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수치다.
눈감아주기에는 너무 많은 양을 복용하고 말았다.
'무슨 마약도 아니고.'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이토록 혼날 만한 사안인지.
하지만 이 즉석 재판을 괜히 연 것은 아니다.
"익명의 제보자에 의하면 증거물을 분리수거함에 은닉하였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허걱!"
"피고는 대답을 하십시오."
"이건 모함이에요. 누가 제보했는지 알려주세요."
재밌으려고 연 거지.
우리 봄이 볼따구 터지려고 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질리지를 않는다.
─봄이사냥개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저는 아니고 제 친구가 봤는데 스무 캔이나 마셨대요 (속닥속닥)
"봄이사냥개!"
"신념에 근거한 정의로운 증언 감사합니다."
"정말 나쁜 아이예요. 모르는 척해 달라고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
-봄이사냥개 배신
-역시ㅋㅋㅋㅋㅋㅋㅋ
-편집자 증언은 신뢰도가 높지 ㅎㅎ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누
든든한 조력자도 있다.
우리 봄이의 일거수일투족은 일찍이 감시하에 놓여있었다.
'월급을 내가 주는데.'
법은 멀고 근로자 계약서는 가까운 법이다.
굳이 그런 게 아니더라도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까?"
"……."
"지금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
재판 특유의 압박스러운 분위기에 봄이의 고개가 푹 숙여진다.
하지만 튀어나오는 볼따구는 그 속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볼따구 터지겠네 증말.'
얼마나 꾸역꾸역 먹었으면 피부에 기름기가 좔좔 흐른다.
그것이 콜라를 마셨기 때문이 아니라고 피고는 주장하고 있다.
"피고측 발언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요, 저요, 저요, 저요, 저요!"
"그래, 말해봐."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보셔야 되는 거예요. 제가 마신 콜라는 칼로리가 제로에요. 때문에 저도 죄가 제로에요!"
-완벽한 논리인데?
-설득 당했다
-제로코크는 ㅇㅈ이지
-봄이 영악해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에서 일부 배심원들이 동조하는 분위기를 보인다.
우리 봄이도 용기를 얻은 듯 두 눈 땡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어딜 감히.'
고작 그 정도의 논파를 준비하지 않았을 리 없다.
애초에 콜라캔이 검은색.
현재는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지만 차후에는 일반적인 초이스가 된다.
2017년 디자인 리팩토링을 기점으로 말이다.
그때부터 성분이 바뀌어서 맛이 크게 개선되었다.
물론 현재도 충분히 마실 만하고, 건강에도 문제가 없다.
"0칼로리인 거에요 0칼로리!"
"그래."
"오빠는 억울한 죄인을 만드신 거예요. 반성을 해야 되는 거예요~"
"그렇구나."
우쭐해진 봄이가 위풍당당하게 따져온다.
부풀었던 볼따구 대신 씰룩대는 입꼬리가 나의 심기를 자극한다.
"꾸웩!"
"봄이야."
"아파요. 너무 아파요……."
-?
-까불대다가 결국 맞네
-선 넘네
-아니 때리는 건 좀 아니지 ㅡㅡ
홧김에 머리를 쥐어박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 봄이의 단단한 두개골 때문에 내 주먹만 아프다는 사실을 채팅창 배심원들은 알아주지 못한다.
"방금 맞았지? 근데 난 때리지 않았어."
"??? 아니에요! 저 분명 모니터 캠으로 봤어요."
"이상하네? 난 안 때렸는데."
"꾸웩!"
"아프지? 뭔가 분하지?"
"오빠 너무 미워요."
봄이의 볼따구가 또 터지려고 한다.
이는 결코 폭력을 통해 사태를 무마시키려는 치졸한 행위가 아니다.
'제로콜라가 대충 이런 거야.'
분명 0kcal다.
엄밀히 따지면 4kcal 미만을 제로칼로리 음료라 통칭하는 거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런 인공감미료 음료를 마시다 보면 식욕이 돋아서 결국 도로아미타불이야."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해주세요."
"이 자식이?"
"꾸웩!"
-이건 진짜로 때렸네ㅋㅋㅋㅋㅋㅋㅋ
-봄이야……
-봄이 혹 생기겠다
-그만 때려 미친놈아!!!
결국은 눈속임이다.
목 마른 조난자가 바닷물을 퍼마시듯 무한한 갈증을.
'그 정도는 아니지만 물 마시는 거랑 똑같지는 않아.'
자기 통제가 개쩌는 인간이 아닌 이상 말이다.
대부분의 인간, 특히 봄이는 배가 고프면 먹는 생물이다.
─과학적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단맛만큼의 칼로리가 몸에 들어오지 않으면 단맛과 당의 불일치가 일어나서 열량을 더 섭취하게 된대요!
"그런 연구도 있죠."
"힝……."
그리고 반대의 연구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물 대신 마셔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저런 연구는 식품 회사의 입김이 무조건 들어가.'
안 들어갈 수가 없다.
담배만 해도 불과 수십 년 전까지는 건강 식품이라며 의료계에서 장려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실제로 식품계에는 그런 로비가 활발하다.
나중에 다 밝혀진 후에는 늦기 때문에 소비자로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
"봄이야."
"봄이에요……."
"볼따구 토실토실해."
"그치만, 그치만…… 전 정말 0kcal인 줄 알았어요. 저도 피해자예요."
ㅋㅋㅋ
다행인 건 적어도 건강에 나쁘지는 않다.
일반 콜라를 마시는 것보다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피해자의 볼따구가 증거입니다.'
스무 캔의 콜라가 일반 콜라였으면 더 탱탱했을 테니 말이다.
고무고무 열매의 각성 단계가 우려되는 수준이다.
그렇게 유튜브각을 하나 뽑아준다.
우리 봄이도 보다 경각심을 가지고 눈치를 보면서 콜라를 마실 것이다.
「형 오늘 재판 영상 만들어서 올릴 건데요」
-결과물만 보고해
-너도 짬이 쌓였는데
「네!」
「근데 한 가지 상담 드릴 게 있어서요」
-뭐
딱 그 정도의 의미.
스트레스도 풀고, 콘텐츠도 만들고 님도 보고 뽕도 딴다.
'딱히 그런 의미의 뽕이 아니라.'
우리 봄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세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건 슬슬 본인도 알 것이다.
그래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먹방BJ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 길라잡이를 자처하고 있는데.
「유튜브는 무난하게 잘 크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감 있게 말해
「네!」
「문제는 파프리카TV인데」
「이건 제 일은 아니긴 하지만 요즘 커뮤니티 둘러보다가 신경 쓰여서……」
혹시나 하던 징조가 벌써 보이고 있었다.
* * *
최근 먹방판의 상황은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개인 방송 갤러리 일동은 선언합니다
[8.15 광복절 독립 만세짤. jpg]
롤프리카TV에서 독립했음을 선언합니다
파프리카TV는 더 이상 LOL의 독주 체제가 아닙니다
먹방판에 먹네상스가 도래했습니다
-개인 방송 갤러리 일동-
└개추
└먹네상스 ㅇㅈㄹㅋㅋㅋㅋㅋㅋ
└롱충 ㅅㅂ새끼들
└롤프리카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쇠퇴기인 보라판에서 유일하게 흥행을 이어가던 먹방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애청자 증가수』
1. 오정환 -
2. 고기맨 ↑ 10
3. 하와와 ↓ 1
4. 코코망이♪ -
5. 먹방맨 ↑ 5
파프리카TV의 동향을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애청자 증가수에 먹방BJ가 많아졌다는 사실은 유의미한 변환점을 시사한다.
─지금 먹방판이 확실히 이전과 다른 게
일단 반짝이 아님
오정환 따라충들이 비싼 고기로 어그로 끌던 때랑 달리 콘텐츠 지속성이 보인다 ㅇㅇ└ㅇㄱㄹㅇ임
└괜히 먹네상스가 아니지
└전반적으로 콘텐츠 투자비가 올랐음
글쓴이- 그게 큰 듯
대외적으로는 그러한 평가를 받는다.
먹방판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기존 세력의 지각 변동도 일어난다.
─먹방은의진맨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운식당은 또 힘드네
"100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뭐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에혀
-정직하고 담백한 콘텐츠가 외면 받으면 안되는데
-자극적이지 않아서 그런가?
-그냥 롤을 하라고 ㅄ아!!!
BJ업계는 잔인하다.
'경쟁'이 일상인 곳이다.
누군가가 뜬다는 건 누군가가 묻힌다의 동의어.
잘 나가던 BJ들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평생 갈 것만 같던 먹방BJ 1인자 하와와도 변화의 파도를 피해갈 수 없었다.
─요즘 하와와 퇴물된 거 같지 않냐?
다른 먹방BJ들 다 콘텐츠에 투자하는데
혼자 맨날 배달 음식 먹으면서 시청자들이랑 히히덕거림└응 예쁘고 여고딩이라 앞으로 10년은 수요 있음 ㅅㄱ
글쓴이- 이모 말고 이 육수 새끼야
└요즘 방송 좀 평행선이긴 하지
└여고생이라고 노력 면죄부 주는 게 더 웃기지ㅋㅋㅋㅋㅋ
먹방판의 세력 판도.
개인 방송 갤러리의 최대 화제다.
사실 일상적인 일로, 오히려 그동안이 잠잠했다.
BJ들에게 순위를 매긴다.
팬덤들끼리 X랄병이 난다.
그것이 보라판 시청자들이 벌리는 일례 행사.
─하와와단들이 웃긴 게 무슨 신성 불가침 영역을 만듬ㅋ타팬덤이 뭐라고 하면 봄이는 여고생이라구요 빼애애애액!!!
나이 어린 게 무슨 깡패야
└맞말추
└이거 주작 아님 내가 추천함
└가만히 있는 하와와한테 왜 X랄이지?
└하와와는 건들면 안된다구욧!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
BJ하와와는 그 중심에 있다.
먹방판에서 가장 유명하며 영향력 있는 대기업BJ라는 건 결코 축복 받은 일이 아니다.
틈을 보이면 가장 먼저 물어뜯긴다.
덩치가 크다는 건 먹을 것도 많다는 의미다.
─나는 하와와 걔 절대 인정 못 하는 게
진짜 고생 한 번 모르고 컸음
오정환 아니었으면 이 정도로 뜰 수 있었겠음?
둘이 친하다고 포장해주는데
까놓고 말해서 똥받이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신 발언 개추
└솔직히 본인 능력 하나 없긴 하지 외모랑 나이 빼면 └왜 갑자기 하와와한테 X랄임??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다.
팬덤의 실드가 물론 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오정환에 대한 공격은 힘들겠지만……."
"그 주변인은 문제 없겠죠. 억까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일부 대기업들과 업체들도 그 전쟁에 참전한다.
경쟁BJ를 야금야금 깎아내리는 건 업계에서 스탠다드한 공격 방식이다.
'어딜 다 해처먹으려고.'
안 그래도 배알이 꼬였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오정환을 업계에서 배제할?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도 모든 영역에서 활동하는 건 아니고, 오지랖을 부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먹방판은 하루가 다르도록 커간다.
그 1위 자리가 가지는 가치도 함께 말이다.
더러운 수단을 써서라도 손에 넣을 가치가 차고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