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화
이따금 한다.
치이익……!
단순한 먹방.
철판 위에서 고기가 먹음직스러운 소리를 내며 익어간다.
"봄이야."
"봄이에요!"
"먹고 싶어?"
"오빠."
"그래."
"먹을 걸로 장난 치면 안 된다고 했어요. 소고기는 더 익으면 맛이 없어져요."
-봄이야 애절해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
-필사적이야……
-봄이도 아는구나?
ㅋㅋㅋ
그 광경을 참을 수가 없다는 듯 봄이가 맑은 침을 질질 흘리려고 한다.
'이건 못 참지.'
스테이크도 좋지만 한국인에게 잘 맞는 건 구이다.
얇게 잘라서 한 점 한 점 빠르게 먹어치운다.
와구와구!
땡그랗게 뜬 봄이의 눈동자가 그 맛을 짐작케 해준다.
먹방BJ로서의 능력은 보증이 된 바다.
「먹방) 하와와. 한우 채끝살 구이 먹방! 봄이도 한잔합니다」_ ?19, 112명 시청
약간의 방송 어그로를 보태면 흥행은 따 놓은 당상이다.
오랜만에 봄이와 먹방을 진행하고 있다.
─봄이의쳇바퀴님, 별풍선 300개 감사합니다!
봄이랑 자주 합방 좀 해!
"300개 감사합니다! 저도 그러고는 싶은데 너무 참견하면 안 되니까."
"저 잘하고 있어요. 열심히 하고 있어요;;"
-같이 산다면서 너무 뜸하긴 함
-콜라 압수!
-한창 참견 받기 싫을 나이긴 하지 ㅋ
-정환이 은근히 대인배인데?
사실 방송을 할 때가 아니면 맨날 보는 사이다.
하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뜸했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있지.'
팬덤의 규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
나의 방송적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이는 분명 유의미하다.
또르륵……!
그런 머리 아픈 이유때문만이 아니다.
나도 가끔은 힐링해야지.
유리잔 안에 짙은 황금색 액체가 가득 채워진다.
─매우불편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애 앞에서 술은 좀;;
"가족 회식 하면 아버지들 다 술 마시잖아요. 이런 걸로 선비질 하지 마세요."
"와구와구!"
-그건 맞지
-별 게 다 불편하네
-'봄버지'
-봄이한테 술냄새만 풍기지 말자
나의 몇 안 되는 취미다.
방해하지 않았으면 싶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봄이는 폭식 중이다.
'나도 마셔야지.'
따가운 액체를 목구멍에 넘기고 고기 한 점을 혓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목 안에서 올라오는 알코올 + 향.
조미료 없이도 고기의 맛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봄이야."
"봄이에요."
"오빠 먹을 것도 남겨 놔야지."
"이건 경쟁이에요. 약한 자는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그렇구나."
"꾸웨엑……."
우리 봄이의 대가리도 말이다.
봄이 18년은 와일드터키 101과 어울리는 마리아주일지도 모르겠다.
─술좋아함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매번 다른 술 꺼내던데 초이스법이 있나요?
"100개 팬가입 감사합니다. 그런 것도 있는데 지금 마시는 와턱은 그냥 무난하게 다 어울리는 느낌?"
"제, 제 머리는 무난하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
-봄이 머리맛= 무난
-봄이 머리 좀 그만 깨물어;;
-솔직히 맞을 짓함 ㅋ
와일드터키 101.
미국에서 생산되는 버번 위스키다.
와일드터키는 상표명이고 101은 미국의 독자적 도수 단위 프루프로 55도에 해당한다.
'미국 사람들이 유럽 사람들처럼 격식 차려 먹는다는 이미지는 없잖아.'
술이라는 건 음식과 같다.
해당 지역의 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패스트푸드의 본고장 미국 술이라 웬만한 음식과는 다 어울린다.
특히 매운맛이 많은 한국 음식과 잘 맞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셰리 위스키나 피트 위스키는 음식 잘못 선택하면 역해지기도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
"후~ 저는 이해를 못 하겠어요."
"너도 알 날이 올 거야."
"그치만, 그치만 냄새만 맡아도 코가 따가워요. 아빠 소주처럼 몰래 마실 엄두도 안 났어요."
"……."
동거의 부작용.
우리 봄이의 호기심이 선을 넘을 뻔했던 모양이다.
미수에 그쳐서 다행이지만, 애주가로서 넘어갈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너 콜라 좋아하지."
"저의 최애 음료에요~."
"탄산 때문에 좋아하는 거잖아? 목구멍에 넘어가는 짜릿함."
"쾌감을 느껴요!
"그런 거야."
"그런 거예요?"
-어른의 맛……
-쾌감을 느낀대 너무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
-이게 공감대가 형성되네
-양주 그런 맛으로 먹는 거였음??
ㅋㅋㅋ
그렇게 복잡한 분야가 아니다.
고도수가 접근하기 힘들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의외로 별 거 없다.
'진짜 술을 맛으로만 마실 거면 막걸리 아니면 화이트 와인이겠지.'
+칵테일 정도.
그런 술들은 제정신으로 살 예정이 아니라면 음료수 대용으로도 괜찮다.
도수가 낮아서 잘 취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단맛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소위 말하는 어른의 맛.
고도수의 세계는 문을 두들길 만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봄이 건배!"
"저도 콜라 한 잔 하는 거예요~"
"탄산수랑 반반해."
"힝……."
칼로리적으로도 말이다.
달달한 술보다 알코올 대비 칼로리가 낮기 때문에 살 찌면 어떡하지~ 배 나오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다.
'아무튼 그럼.'
술 마시는 사람은 변명을 입에 달고 산다.
안 좋은 거 알지만 입에 맞는데 뭐 어쩌겠어.
꿀꺽!
이에 닿지 않게 한 모금 머금고 그대로 삼킨다.
뒤늦게 밀려오는 강렬한 향과 알코올은 중독성이 있다.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진짜 부녀지간 같아서 보기 좋아요 ㅎㅎ
"1000개 감사합니다. 봄이방 부회장님."
"감사함미담!"
"삼키고 말해."
-아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잘 먹어
-먹방BJ가 진짜 천직임!
-팩트) 50년 전에 태어났으면 식충이 소리 들었다^^
우리 봄이의 먹방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즐거움을 준다.
식비와 체중 관리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정말 무한정 먹이고 싶다.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는 부모님의 말씀이 뭔지 깨닫게 해주는 아이지.'
먹방BJ로서 발돋움한 것은 순수한 봄이의 능력이다.
나의 보조가 없었다 하더라도 시간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이 BJ업계를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 * *
먹방판.
보라 시청자들이 뿌리내리며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먹방퀸 입갤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봄이 조합은 치트키네 [1] +1
─이 악물고 하와와 까던 놈들 어디 갔누? [1] +5
─오정환은 봄이랑 어떤 사이냐? [7]
.
.
.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BJ다.
BJ하와와는 최근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 뜨거운 감자로 올라와 있다.
─하와와 퇴물이라고 놀리던 새끼들ㅋㅋㅋ
[생방송 시청자 수 짤. jpg]
생방 1위에 2만따리 찍으니까
바로 버로우 하는 거 꿀잼이누ㅋㅋㅋㅋㅋ
└갠방갤럼들이 원래 그렇지
└시청자 많으면 바로 아가리 다뭄
└오정환빨인데?
└응 합방 안 하면 바로 5천따리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BJ를 멋대로 평가하고, 팬덤들이 대리 전쟁을 펼치는 문화.
지금까지는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먹방판이 커지고, 경쟁자들이 대거 생기며 이야기가 달라진다.
「먹방) 하와와.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초밥 먹을 거에요」_ ?6, 321명 시청「먹방) 고기맨. 1+++ 초특급 한우! 굽고 있습니다」_ ?3, 522명 시청
「먹방) 먹방맨. 꿀맛피자 전메뉴 쓸어왔습니다 이거 실화냐?」
_ ?1, 875명 시청
시청자들의 평가 기준이 높아진 것이다.
대기업BJ들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게 있어야 되지 않느냐?
개인 방송 갤러리의 기본적인 스탠스다.
자신들은 노력하지 않지만, BJ들은 누구보다 피똥 싸길 원한다.
─하와와 방송이 원패턴일 수밖에 없는 게
여고생이 아는 게 뭐 있겠음?
날라리도 아니고 모범생이 노는 법을 알 리가 있나
하와와는 지금까지처럼 오정환한테 쭉 기생할 운명임
└딜 센 거 봐
└여고생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글쓴이- 여고생이 무슨 특권 계층임? X랄 났다
└팩트) 한국에서는 특권 계층이 맞다
오정환과의 합방 효과는 길게 가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와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들끓는다.
남이 잘되는 것에 한없이 인색하다.
날로 먹는 꼴은 죽어도 못 본다.
그러한 갠방갤의 분위기.
"흐음……, 그렇단 말이지.'
양날의 검이다.
이용하기에 따라서는 득이 된다.
보라BJ들도 눈에 불을 켜고 하는 일.
먹방BJ라고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먹방맨은 그것이 가능한 크루에 소속돼있다.
"상옥아."
"네, 김군 형님!"
"니가 나처럼 잘나가고, 대중에게 인정받는 BJ가 되기 위해서는 방송만 잘해서는 안 돼."
"네, 알고 있습니다!"
"내가 뒤를 봐주니까 니가 클 수가 있는 거야."
김군과 아이들.
철크루가 사실상 해체되고 나자 이전 상태로 되돌아왔다.
그 성세는 이전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보라판 자체가 쇠퇴기다.
크루장인 김군도 슬럼프를 겪고 있다.
"근데요 형님."
"뭐 질문 있어?"
"아뇨, 그게 형님도 쿤식당 진행하지 않으셨습니까? 저 그거 완전 팬이었는데 왜 요즘은 안 하세요?"
"……."
BJ에게는 드물지도 않다.
텐션을 높여야 되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그것이 안 될 때가 있다.
"쿤식당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
"무슨 전설인데요?"
"몰라."
"지금 그랬잖아요, 쿤식당에 슬픈 전설이 있다고."
"난 전설 같은 건 믿지 않아."
"……."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렇지.
오정환에게 빅엿을 먹은 이후 흑역사 취급을 하고 있다.
'젠장할.'
그 후에 형동생 하면서 풀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법이다.
롤프리카 시대가 되며 오정환은 더욱더 잘 나간다.
그에 반해 자신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런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
문안 인사나 간간히 보내지, 같이 합방이나 콘텐츠를 진행하자는 권유를 안 한다.
"형이 너를 키워줄 테니까 하라는 대로만 해."
"당연하죠 형님!"
자존심 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김군의 안에는 악감정이 싹튼다.
개인 방송 갤러리의 여론을 이용할 생각을 하고 있다.
따르릉-♪
그런 김군과 이해 관계가 일치한다.
아날로그한 벨소리가 사무실 책상 위에서 울린다.
"여보세요~?"
올드한 취향 탓에 여전히 전화기를 사용한다.
이다윤은 귀인의 전화를 간드러진 목소리로 받는다.
<접니다.>
"아~ 김군님! 잘 지내셨어요?"
파프리카TV의 먹방BJ들을 섭외하는 일.
그것이 꿀이란 건 알았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은 또 별개의 일이다.
그 많은 BJ들을 어떻게 관리해?
일일이 연락하고, 사업을 제안하고, 광고를 하게 만드는 건 너무나도 까다롭다.
<덕분에 요즘 발 뻗고 자고 있습니다. 우리 애들이 보내주신 아이템들이 너무 좋아서 방송이 잘된다고.>
"아~ 그래요? 저희야 그럼 좋죠. 얼마든지 더 보내드릴 테니 말씀만 하세요!"
때문에 김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먹방BJ들을 개개인별로 섭외하는 것보다 업계를 잘 알고 있는 한 사람이 관리해주는 게 편하다.
'이야기도 잘 통하고.'
매번 설득할 때마다 뒤가 켕긴다.
자신이 하는 일이 합법적이지 않다는 사실.
광고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다윤이 모를 리가 없다.
독소 조항을 포함시켜 꼬리 자르기가 가능해야 한다.
그 사실을 상대가 몰라야 해서 빙 둘러 말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제품 질은 충분히 괜찮은데.>
"예!"
<썩 내키지 않아 하는 애들이 있어서 그걸 어떻게 설득하는 것도 일이네요~ 만나서 밥 한 끼 먹으려면 돈도 들고, 교통비도 들고…….>
이를 김군이 해결해준다.
파프리카TV에서 입지가 상당하다고 한다.
듣던 대로 일처리를 매우 훌륭하게 해주고 있다.
'한 사람 정도면.'
최대한 쓸데없는 지출을 아끼고 싶다.
하지만 한 명에게 몰아주는 구조라면 광고비를 효과적으로 절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