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49화 (349/846)

349화

덜컹!

덜컹!

현관문 앞에 묵직한 골판지 박스가 쌓여간다.

그 양이 워낙 많다 보니 테트리스가 생각 날 지경이다.

'옛날 생각 나네.'

콘텐츠를 진행하다 보면 가끔 겪는다.

팬들에게 받기도 하고, 소품을 과하게 주문하기도 하고.

물건 정리를 하는 게 정말 일이다.

노가다라는 게 으레 그렇듯 하다 보면 익숙해질 뿐.

"봄이야."

"봄이에요……"

"와서 들어야지."

"그치만, 그치만 저 저렇게 많은 건 들 수 없는 거예요."

"먹을 거야."

"갈게요!"

우리 봄이의 도움도 있다.

고사리손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얼마나 귀여워.'

지 몸뚱아리만 한 걸 낑낑대며 옮긴다.

코가 벌렁거리는 게 안의 내용물을 냄새로 추리하는 모양이다.

"오빠 안에서 신선한 냄새가 나요."

"그래."

"킁킁킁. 이건 고기의 냄새예요. 틀림없어요!"

"그렇구나."

ㅋㅋㅋ

애견을 키우지 않아도 어지간한 후각은 우리 봄이가 담당해준다.

물건 추리에 아주 신이 났다.

"킁킁킁."

"왜."

"이건 썩 좋은 냄새가 아닌 것 같아요."

ㅋㅋㅋ

포장지 뜯어보는 재미에 들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도 어렸을 적에 택배가 오면 꼭 뜯어봤던 것 같다.

지지직―!

그런 동심에 어울리는 일은 아니다.

사실 이렇게 광고가 오는 제품들은 상당히 높은 확률로 하자가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데.'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은 기본적으로 재생산이 된 것이다.

일정 이상의 판매량이 보장되어 해당 회사에서 밀어준다.

반대로 턱걸이도 못 하고 도태되는 제품들도 많다.

비슷한 제품이 1년에 수십, 수백 개씩 나오고 살아남는 건 극소수.

「형」

「시키신 거 다 끝났는데요」

「(BJ별 광고 품목. ppt)」

―수고했다

「네」

「필요하신 거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먹방BJ가 광고하는 제품들은 그런 것이다.

필연적으로 대다수의 제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좋은 제품도 있기는 하지만.'

드물다.

단순히 확률적으로 봐도 말이다.

신제품 수십, 수백 개 중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건 다섯 손가락 안에도 들지 못한다.

나머지 재고가 쌓인 제품들.

이를 처리하기 위해 광고를 시키는 경우도 많다.

어디서 광고 보고 샀는데 별로였다면 십중팔구 이 케이스다.

―비슷한 제품 중에 대표적인 제품군

「네」

―예를 들어 라면은 신라면, 카레는 오뚜기 3분 카레 이런 거 있잖아―최소 하나씩 조사해줘

「알겠습니다!」

물론 식품 회사측에서도 억울할 수 있다.

정말로 경쟁력이 있는데, 단순히 광고가 안 돼서 안 팔리는 제품도 있으니 말이다.

「먹방) 오정환. 20가지 제품 리뷰 초특급 스케일 Feat. 봄이」_ ?6, 974명 시청

그래서 한번 속 시원하게 확인해보려고 한다.

* * *

광고는 일상 속에 녹아있다.

〔뿌슝빠슝! 블로그〕

─한우를 삼겹살 가격에 먹는 방법이 있다?!

「짜잔! 라인 스티커. jpg」

오늘은 한국인이라면 모두 좋아하는 한우 구입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허걱! 라인 스티커. jpg」

「한우는 비싸서 큰일이죠!

「감동! 라인 스티커. jpg」

조아마트는 한우가 거의 삼겹살 가격이래요!

「따봉! 라인 스티커. jpg」

이상 한우를 삼겹살 가격에 구입하는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안뇽~♬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도 흔하게 있다.

제품을 추천받으려고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광고 같은 경우 말이다.

따르릉―♪

대부분 광고 회사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나는 건 특정한 규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블로거가 글을 대충 쓴다는 이유도 있다.

평소 쓰던 방식과 다른 스타일을 강요받다 보니 은연중에 일어난다.

<여보세요?>

"전화 받았습니다. 바론광고기획 이다윤입니다!"

<일전에 광고 대행 맡겼던 마블링몰인데요. 또 다른 제품도 맡길 수 있나 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 효과는 쏠쏠하다.

이다윤은 단골 업체의 전화를 받으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이 바닥은 노하우가 전부지.'

검색 시스템의 상위에 노출되는 방법이 있다.

동영상을 첨부시키고, 관련 검색어를 태그로 달고, 후한 평점의 댓글을 단다.

└한우 정말 맛있겠네요!

└우와 정말 도움이 되었어요~

└마블링몰 한우를 먹고 암이 나았습니다

└들어가 보니 별로 안 싼대?

지금까지는 잘 먹히던 방식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날이 갈수록 변화를 요구한다.

└내용 어디 갔누 시X려ㄴ아

└제목으로 어그로 끌고 정작 내용은 ㅈ도 없네ㅋㅋㅋㅋㅋ└뚜방뚜방└블로거님 한우를 사드시고 치과보험 드세요. httqs://www.dental.com♡♡♡

블로그 광고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추세다.

그래서 이다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요즘은 먹방BJ들한테도 광고를 맡기고 있거든요?"

<블로그가 아니라요?>

"시대가 변하다 보니까 여러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먹방BJ.

시청자들에게 전혀 의심을 안 받는다.

적어도 향후 몇 년은 우려먹을 꿀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근데 곧 단종될 제품이라 대대적인 광고는 피하고 싶은데…….>

"괜찮습니다! 저희가 누굽니까? 다 신경 써서 진행하죠."

<그런가요? 하하, 그럼 믿고 맡기겠습니다!>

자신들의 의도대로 말이다. 그 과정이 척척 진행되고 있다.

광고 루트가 많아지면 더 많은 광고를 소화할 수 있다.

건당 평균 100~300. 많은 것은 1천 이상을 호가하기도 한다.

뒤가 켕기는 것들일수록 수입은 더 짭짤하다.

"리스트에 마블링몰 고기 하나 더 추가해."

"어? 이번 달 식품 대행 포화인 걸로 아는데요."

"다 방법이 있으니까 그렇지. 까라면 까."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식품쪽 대행 최대한 다 받아 놔."

문제는 BJ의 확보.

아직 미개척 시장이다.

광고 효율도, 광고 회전율도 검증이 덜 끝났다.

'27개 중 절반만 소화해준다고 해도 흐흐…….'

그렇기에 오정환에게는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대기업BJ일뿐더러 엄청난 양의 광고를 싹쓸이 해갔다.

절반인 13개만 해도 약 2천만 원어치다.

심지어 샘플만 받고 진행해주니 이윤이 고스란히 남는다.

「먹방) 오정환. 20가지 제품 리뷰 초특급 스케일 Feat. 봄이」_ ?11, 892명 시청

마침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10개만 돼도 괜찮았는데 무려 20개.

'좋아, 아주 좋아. 그렇게 일을 잘 처리해주면 우리도 대우를 올려주는 거지.'

조금 정도 떼주면 된다.

광고 효과가 좋다면 광고주에게 그 이상을 받을 수 있고, 수익은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 일은 없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발견한 셈이다.

묵묵히 맡은 일만 하는 바보 같은 부하 직원들은 모를 것이다.

'이렇게 실적이 잘 쌓이면.'

삼성에서 좌천되어 온 광고기획사.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광고 업계는 능력을 최우선으로 본다.

다시 삼성에 돌아가 업계 최고 대우를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부푼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는데.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 걸까요?>

<그래.>

<후~~ 이거 만드신 분은 반성 좀 하셔야 돼요. 간도 짜고 비린내도 장난이 아니에요.>

<그렇구나.>

―봄이 피도 눈물도 없네?

―이미 표정에서 드러남ㅋㅋ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아이……

―연어장은 걸러야겠다

공짜로 받는다는 것.

전화를 통한 심리적 압박.

이 두 가지면 십중팔구도 아니고 열에 열이다.

'아니, 이 멍청한 새끼가 진짜 솔직히 말하면 어떡해?!'

업계의 관행이 무너지고 있다.

* * *

잘 먹는 아이다.

조금 우려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미련하기 짝이 없어 가지고.'

가끔 걱정이 될 때도 있다.

모르는 아저씨가 사탕 준다고 따라가면 어떡하지.

"식감이 물러요."

"그래."

"씹는 맛이 없는 거예요~"

"그렇구나."

요즘에 와서는 그럴 걱정이 없다.

방학 기간 동안 이것저것 주워 먹으면 입맛이 고급화됐다.

'내가 한 요리였다면 숟가락으로 한 대 때렸겠지.'

오리주물럭을 먹는 봄이가 대가리주물럭을 당하고 싶은 모양이다.

내가 한 요리가 아니니 상관없다.

광고로 받은 레토르트 식품 중 하나.

냄비에 적당히 끓여서 맛을 품평하고 있다.

"봄이 평점 몇 점이야?"

"후~ 저는요. 5점 드릴게요.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실패한 제육볶음 맛이에요~."

―실패한ㅋㅋㅋㅋㅋㅋㅋ

―봄이 냉혹해

―오리주물럭은 식당 가서 먹어야지 ㄹㅇ

―보기엔 맛있어 보이는데

시청자들에게는 까다로운 편이 더 좋다.

이래 봬도 최대한 좋은 쪽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원래는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야 하는 걸 냄비에 끓이기까지 했는데 맛이 없으면 말 다했지.'

그냥 맛이 없는 음식이다.

가격도 350g에 15000원.

20% 할인을 감안해도 장점을 어필하기 힘들다.

"다음 음식은 고기입니다."

"고기!"

"고기는 웬만하면 실패하기가 힘들죠?"

1+등급의 스테이크용 한우 안심이라 적혀있다.

100g당 7500원으로 가격면에서는 상당히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치이익……!

고기는 그것이 전부가 아닐 뿐.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

뜨거운 철판에 갖다 대기가 무섭게 물이 생긴다.

"물컹물컹해요."

"그래."

"봄이 평점 6점이에요. 그럭저럭 먹을 만해요."

―고기가 별로야?

―그럭저럭ㅋㅋㅋㅋㅋ

―6점이면 오리주물럭보다 높은데 괜찮은 건가

―육즙이 다 샜네

방학 기간의 수련이 없었다면 꾸역꾸역 처먹었을지도 모른다.

스테이크맛을 깨달았기 때문에 직감적으로 구별한다.

'이 새끼들 얼린 거 해동한 거네.'

가끔 있다.

냉동육을 냉장육으로 속여서 파는 경우.

제때 판매하는 데 실패하여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못 먹을 수준은 아니지만 당연히 맛이 떨어진다.

얼리는 과정에서 세포가 파괴되고, 이렇듯 구울 때 육즙이 새어 나온다.

─먹방보러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가격 감안하면 ㄱㅊ지 않음?

"100개 감사합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상품 설명에 써있으면 좋았을 텐데."

보통은 유통기한이 되기 전에 대형 업소에 넘긴다.

아니면 냉동육임을 표기하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거나 말이다.

'그렇게 손해 보기 싫을 거 아니야.'

양심을 속이는 업자들이 간혹 있다.

작정하고 광고까지 맡긴 거 보면 하루이틀 해먹은 일당은 아니어 보인다.

"마블링몰의 한우. 냉동육을 해동한 거라 품질이 1+등급치고 썩 좋아 보이진 않네요. 사드실 분은 사드세요. 개인적으로 추천은 안 합니다."

―와 사기꾼들이네

―해동하면 뭐가 안 좋은 거지?

―제품 설명에 안 써있었나요? 안 써있으면 심각한데

―고기는 왜 이렇게 사기 치는 놈들이 많지;

차후에는 그나마 규제가 빡세진다.

단속도 많이 하고, 시청자들의 눈도 높아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많이도 해먹었겠지.'

남 말할 일이 아니다.

나도 옛날에는 안심과 등심도 구분을 못 했다.

업자 입장에서 소비자가 만만할 만도 했다.

세키구치 쇼타: 시장은 양쪽 모두 일종의 승부를 하는 세계인 거야!!

세키구치 쇼타: 나쁜 물건을 팔았다 해도 그걸 모르고 산 쪽의 잘못이 큰 거라고!!

딱히 미스터 초밥왕의 주인공을 두둔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도 전통시장과 수산시장은 여전히 눈 뜨고 코 베인다.

'적어도 좋아하는 BJ에게 배신당하지는 않아야 될 거 아니야.'

그런 참극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하고자 하는 건 딱히 정의를 실현하는 거창한 짓과는 거리가 멀다.

─일반소비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거 혹시 고기맨이 맛있다고 칭찬한 그 한우 아닌가요??

결과적으로는 매한가지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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