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52화 (352/846)

352화

『출석 요구서』

제 2013―04338호

오정환 귀하(닉네임―오정환)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사기죄) 사건(접수번호:2013―04338)에 관하여 문의할 일이 있으니 2013.03.10. 13:00에 수사과로 출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따금 있다.

BJ 생활을 하다 보면 말이다.

'사실상 공인이잖아.'

대기업BJ쯤 되면 까놓고 연예인급 인지도다.

물론 유재석, 강호동 같은 천외천급과는 거리가 멀지만, 웬만한 급은 된다고 자부한다.

BJ로서 가지는 자부심이다.

유명해서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서 문제지.

별일도 아닌 걸로 시비 털리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

─갠방갤수사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 씹새끼들이넼ㅋㅋㅋㅋㅋ

"어떡하죠 저 고소 당했는데. 매콤한 게 좀 더 좋은데."

―뒷광고한 먹방BJ들이 천사네

―하나도 안 긴장한 거 같은데?

―죄가 없는데 왜 무서움ㅋㅋㅋㅋㅋㅋㅋ

―아재 개그는 좀;;

실제 연예인들도 자주 겪는다.

대외적인 이미지와 방송 활동 때문에 사실은 자신이 피해자여도 고멘나사이로 일을 갈무리하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BJ는 편해.'

방송사와 소속사 등 귀찮은 관계가 엮여있지 않으니 행동에 제한이 없다.

오히려 시청자 어그로를 끄는 콘텐츠로 활용할 수도 있다.

─먹방매니아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벌금 나오면 말해 메꿔줄 테니께

"500개 감사합니다! 에이~ 죄 지은 것도 없는데 벌금 먹으면 법이 잘못된 거죠."

―ㄹㅇ

―근데 회사 차원이면 몰라

―기업이랑 싸우는 거 아니랬음

―저분 정환이 열혈 달 기세네

방송은 곧 어그로.

BJ에게는 당연한 상식이다.

연예인에게는 독이지만, BJ는 그 독조차 씹어 삼키다.

심지어 억울한 일이다. 이견이 갈리지 않는 수준으로 말이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의기투합이 격하게 이루어진다.

'사실 별 걱정은 안 해도 되는데.'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본다.

그 반대의 측면도 있다는 이야기다.

광고 업자들과 어울리다 보면 알게 된다.

그들의 평소 언행.

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어떤 부분을 신경 쓰는지 말이다.

《시청자들에게 좋은 쪽으로 장점만 어필하면 되는 거죠?》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방송에 잘 녹여주시는 편이 좋지만요. ~.》

당시 나눴던 대화.

자신들이 허위 광고를 시켰다는 법적 책임을 모호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우리는 그저 홍보를 부탁했다.

제품 설명이 누락된 것도, 광고라는 사실을 안 말한 것도 BJ 책임이다!

'반대로 말하면 나도 꼭 맛있게 말할 의무가 없다는 거지.'

너희 요구대로 솔직하게 했을 뿐인데?

가위바위보에서 똑같이 바위를 냈으면 당연히 서로 무승부다.

괜히 쫄거나, 정신적으로 힘들어할 이유가 없다.

고소 자체는 죄가 없어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그쪽이 주목적인 경우도 존재한다.

일반인이 기업에게 고소를 당하면 재판을 하기도 전에 무너져 내린다.

무겁게 생각할 이유가 1도 없다.

애초에 샘플 정도 정도로 책임을 씌우는 것도 힘들겠지만 말이다.

─리오레아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저런 악질 새끼들을 봤나……

"회장님 천 개 감사합니다!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네요. 처음부터 광고를 해달라고 하던가 하지."

└공짜로 받았으면 좋게 말해달라곸ㅋㅋㅋㅋㅋㅋ

└다른 BJ들한테는 먹혔나 보지

└눈치 레전드……

└진짜 광고하는 새끼들은 양심이 없음 ㅉㅉ

그렇게 민감한 일일수록 방송에는 더 도움이 된다.

소위 말하는 수금 방송.

딱히 감성을 판다기보다는 세상일이라는 게 만에 하나가 있다.

재판으로 가면 꼬투리 한두 개 잡힐 수도 있는 것이다.

승소를 한다고 해도 변호사 선임료부터가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뭐 변호사도 아닌데 당연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정도로 여론이 기울면 광고회사 측도 썩 유쾌하진 않을 것이다.

사장님에게 혼날지도 모르겠다.

* * *

뒷광고 사태.

그 여진은 여전히 커뮤니티를 뒤흔들고 있다.

〔개인 방송 갤러리〕

─? 추천 요청) 오정환이 현재 고소 당한. EU [212] +198─? 바론광고기획<<이 새끼들이 씹악질인 게 민사로 물고 늘어질 생각임 [168] +322─?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한다 질문 받음 [98] +129

─? 현시각 오정환 방송 요약. txt [185] +297

.

.

.

특히 개인 방송 갤러리.

남 ㅈ되는데 희열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상주한다.

새로운 화젯거리는 새로운 장난감이나 진배없다.

그것도 이미 알려진 것이라면.

─지금 뒷광고 관련 게시글 쓰면 도탁스 추게 무조건 감개꿀임ㅋㅋ└ㄹㅇ?

글쓴이― 적당히 억울한 감성 자극해주면 100%임

└근데 진짜 억울한 거 아니누

└포인트 벌이 개꿀이네 나도 간다!

가지고 노는 방법을 알고 있다.

여론 또한 기울어져 있어, 정의의 사자 행세하며 놀기에 딱 좋다.

이슈가 터지면 지옥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그러한 개인 방송 갤러리의 습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종격투기 ― 「뒷광고 저격한 오정환 보복 고소 당함ㅋㅋ」

樂 SOCCER ― 「광고회사들의 악질적인 행태를. Araboza」

도탁스(DOTAX) ― 「오정환 고소 당하면 대한민국의 정의가 굽히는 거임!」

일반 커뮤니티에 일파만파 퍼진다.

그 효과는 단순한 정보의 전달을 넘어 반복 학습을 불러일으킨다.

[Best Comment]― 먹방BJ들 먹는 거 광고였어? 따라 샀는데 어쩐지 맛없더라 완전 속았네;; 乃129

[Best Comment]― 광고 보기 싫어서 퀵뷰 결제했는데 광고 방송 보고 있었음ㅋㅋㅋ 乃74

[Best Comment]― 이번 기회에 먹방BJ&광고회사 적폐 카르텔 청산하자! 乃69

기존 화제의 불길이 더더욱 번진다.

이는 사건의 당사자이자 악으로 낙인 찍힌 광고회사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속보) 오정환 고소 취하됐다고 하네요

여론 보고 꼬리 내린 듯?

바론광고기획이라는 회사인데 절대로 잊지 말죠

└고소하면 쫄아서 사과할 줄 알았나ㅋㅋㅋㅋㅋ

└정말 악덕 회사군요

└불매 운동 합시다!

└담당자 ㅈ되겠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소가 취하된다.

사태가 더 번지는 걸 막고자 하는 의도.

그 뻔한 속내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여론의 지탄이 이어진다.

기자들이 뉴스에도 퍼나르며 사태는 한동안 떠들썩할 전망이다.

그런 세간의 화제와는 별개로.

* * *

천상계.

글자 그대로 하늘의 세계를 의미하는 단어로 특히 스포츠에서 많이 쓰인다.

일반인은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프로들의 플레이를 보며 느껴진 솔직한 마음이 명사화된 것이다.

하지만 그 시초는 분명 스포츠가 아니었다.

두구두구두구―!

e스포츠.

특히 LOL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말발굽 소리가 전장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퍼억!

쿠워어어어!

짓밟는다.

속도를 실은 말카림의 돌격이 이즈레알의 체력바를 섬뜩하리만큼 깎아낸다.

이어지는 궁극기 연계는 폭발적이다.

주변의 적들까지 휩쓸며 난장판을 만든다.

샤라라락―!

얼핏 개판.

판단 착오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칼 같다.

이즈레알은 정화를 쓰며 R플을 시전한다.

―ㅈ됐는데?

―이즈 못 죽임

―클린즈 속도 ㄷㄷ

―아니 ㅅㅂ 자기 캐릭터는 보이나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놀랄 만도 하다.

자신의 티어였다면 왜 안 지킴?

서포터와 정글러의 머리 위에 빽핑이 10번씩 찍힌다.

이니시의 각도, 대응 능력도 일반 유저가 생각하는 최선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10명의 플레이어가 각자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판단력을 가졌기에 가능하다.

콰라락!

그런 천상계의 랭커 중 하나.

말카림은 언월도를 돌리며 무빙을 친다.

날아오는 이즈레알의 스킬을 피하며 쇈의 도발 거리를 예의 주시한다.

후욱―!

투캉!

참다 못한 쇈의 도발이 허공을 긋는다.

Q스킬 칼침을 박아 아군의 체력을 회복시키는데 소소한 도움은 주지만.

─cGvMax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이미 걸레짝이 된 이즈레알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말카림이 똥꼬쇼 끝에 적장의 목, 원딜러를 베는 데 성공한다.

"내가 방금 이즈 Q맞았으면 비전쿨 돌아오면서 역으로 죽었어. 하지만 나는 Q를 피하면서 동시에 쇈 도발까지 빼고 유체화 이속으로 따라가서 캬아아~!!"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갓맥! 갓맥! 갓맥! 갓맥! 갓맥!

―이게 챌린전가……?

―저걸 다 의식해서 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

이를 해낸 장본인.

씨지맥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화자찬을 할 만도 하다.

객관적으로 따져도 훌륭한 슈퍼 플레이였음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그런 날고 기는 천상계 랭커가 혼자가 아니라 문제지.

적 뒷라인과 씨름을 하는 사이 본진은 개박살이 나고 말았다.

『패배』

바론 한타에서 밀리며 게임을 내준다.

할 수 있는 최선 그 이상을 해낸 씨지맥으로선 아쉬움을 삼킬 만한 상황이다.

"앨리스가 정글 도는 법을 까먹어버려서 그때부터 게임이 터졌어. 탑 차이 진짜 심했는데 이걸 져야 되네."

―???

―챌린저가 정글 도는 법을 왜 까먹엌ㅋㅋㅋㅋㅋㅋ

―뭔 소리임 대체

―C언어가 또

시청자들로서는 그렇지 않다.

승부의 결과와 상관없이 눈호강을 했다.

천상계의 천상계라 할 수 있는 챌린저 구간은 과정만으로도 즐길 거리다.

─방금 씨지맥도 ㅈㄴ 잘하긴 했는데

다대기폼이 미쳤네

자드가 혼자 딜러 다 잡고 멱살 잡고 캐리함 ㄷㄷ

└다대기 자드는 ㅇㅈ이지

└응 3밴갓

글쓴이― 그래도 요즘 챔피언폭 좀 넓어짐

└자드로 한타 어렵던데 프로는 역시 프로더라

차고 넘칠 수준으로 말이다.

챌린저 구간의 동향은 최근 LOL 커뮤니티의 주요 화제이기도 하다.

이전까지는 베일에 쌓여있었다.

극소수의 랭커들에게만 허락된 비밀의 화원 같은 느낌이었다.

─요즘 BJ들 왜 이렇게 티어가 높냐?

다딱이는 명함도 못 내밀겠누

└러너리그

└다딱이 방송을 왜 봄?

글쓴이― 이러려고 러빡이 했나 자괴감 들어

└러이갓 브실골 양학 보다가 챌린저 보면 신세계짘ㅋㅋㅋㅋㅋㅋ

롤프리카의 분기점이 되었던 러너리그.

그 이후 실력파BJ들이 대거 부상하며 방송 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라갔다.

시청자들의 주된 화제가 되며 더더욱 주목받는다.

그런 챌린저 구간의 동향은 대략 굳혀져 가는 분위기다.

─어른이된씨맥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말카림 진짜 잘했는데 아쉽다 ㅠㅠ

"뭐야? 왜? 별풍선 묻혔어? 아 어른이된씨맥님 500개 감사합니다. 아이디가 조금 마음에 안 드네."

그 중심에 있다.

씨지맥의 방송은 롤 커뮤니티에서 가장 빈번히 언급된다.

현존하는 BJ 중 가장 점수가 높다.

그리고 챌린저의 왕좌에 가장 가까운 이 중 한 명이다.

'대한민국 넘버원 솔라이너 씨지맥. 이의 있나?'

아니, 이미 확신하고 있다.

최근 씨지맥은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러너리그 참패 이후 실력적으로도, 방송적으로도 부진을 겪었다.

이를 떨쳐낸 것이다.

"전판 아쉽게 지긴 했는데 어차피 올라가게 돼있어. 이미 끝났어. 새로운 무기 말카림이 완성된 이상 신이 와도 날 막을 수 없어."

―신이 와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중학교 2학년이신가요?

―이게 머호형의 매력이지…… 어디 내놓기 골 때리는 부끄러움……

―애새끼맥이 또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새 시즌 혼란을 겪었던 챌린저 구간은 점점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 모든 경쟁자를 제치고 1위를 먹을 확신이 섰다.

방송적으로도 말이다.

롤판 커뮤니티의 관심을 독차지한다면 롤BJ 1위 자리도 꿈이 아니다.

"안녕? 나는 너희들에게 챌린저 1위를 보여줄 사람이야."

씨지맥이 새 시청자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