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화
어른이 되기 전
솔로랭크.
살짝 숙제 같은 느낌이다.
'좀 노가다야.'
무슨 프로할 것도 아닌데.
점수에 목 매듯이 게임할 필요가 없다.
─치즈●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는 챌린저 언제 감?
"그러게요. 저도 한 번 가보고 싶은데."
―?
―무슨 동네 개이름인 줄 아나;;
―딱 한 티어 차이인데 머네
―프로게이머 중에도 챌린저는 얼마 없엌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고 난이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BJ 입장에서는 정말 개짓거리인 게 사실이다.
'그래서 보여주기식으로 어떻게든 점수만 올리는 거고.'
점수는 실력의 향상과 함께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것이다.
이를 억지로 올리면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다.
유명한 아마추어 랭커들처럼 말이다.
챔피언폭이 극단적으로 좁아지거나, 플레이 스타일이 한정되는 악영향을 낳는다.
――――――――――――――――――――――――――――+아이디― 오정환
전적― 95승 23패
티어― DIAMOND Ⅰ 79LP
? 파사딘― 85%
? 리심 ― 78%
? 산드라― 69%
? 카직트― 81%
? 차르반 4세― 40%
+――――――――――――――――――――――――――――
굳이 그런 짓까지 안 해도 올릴 수 있다.
짬짬이 돌린 솔로랭크 점수가 제법 쌓였다.
'이제부터가 시작이긴 한데.'
시즌3의 솔로랭크는 굉장히 독특한 시스템을 차용한다.
다이아몬드 1티어에서 100LP를 모으면 챌린저 승격전을 치를 수 있다.
그 과정이 이하 티어와는 다르다.
반드시 챌린저 50위보다 MMR이 높아야 한다.
그보다 낮으면 게임을 이겨도 LP를 1점도 주지 않는다.
쿠웅!
극단적인 경우 99LP에서 10번을 이겨도 100LP가 되지 못하기도 한다.
굉장히 그지 같은 시스템이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또 아니다.
"레드팀이네요. 게임 빡세지겠네."
―레드ㄷㄷ
―혹시 레드준표인가요?
―정치충 뭔데
―빨갱이라니 실망입니다
블루팀과 레드팀의 득점 기준이 다르다.
블루팀에서 이기면 2~3점 획득, 지면 4~7점 소실.
레드팀에서 이기면 4~7점 획득, 지면 2~3점 소실.
'진영마다 점수 주는 게 달라서.'
특히 다이아1 구간에서는 차이가 심하게 적용된다.
레드팀에 걸렸을 때 이기면 점수를 따블로 받는 셈이다.
이는 게임 시스템의 영향도 있다.
전령이 없다 보니 용 지키기 좋은 블루팀이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실제로 블루팀의 승률이 훨씬 더 높았다.
엄청난 수준까진 아니지만, 역배라는 느낌이 분명 존재한다.
─어른이된씨맥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상대 탑 씨지맥이에요!
―ㄹㅇ?
―방금 확인하고 왔는데 진짜임!
―씨지맥 상대 2픽이네
―상대팀 멤버 존나 셈……
그리고 레이팅.
양팀 점수의 차등에 따라 점수를 더 주기도 하고, 더 잃기도 한다.
'이 두 가지가 복합되면 진짜 역배판이 되는 거지.'
물론 글자 그대로 역배당이다.
낮은 점수대와 달리 게임 승패에 운이 미치는 영향이 적다.
이기겠다 싶은 팀이 웬만하면 이긴다.
그래서 기형적인 득점 기준이 생긴 것이기도 하다.
반대로 말하면 이를 뚫어낼 실력이 있는 이에게는 기회.
3픽: 이거 닷지각인데
3픽: 5픽이 탑유저가 아님
4픽: 탑 되는 사람 없음?
3픽: 숨 쉬는 건 되는데 상대탑 씨지맥임
4픽: 아 그러네
4픽: 말카림 밴 좀 하지
2픽: 그 새끼 적팀일 땐 잘하는데;
기회라는 것은 잡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행운의 여신은 뒷머리가 없다는 속담이 생긴 이유일지도 모른다.
'끔찍한 소리네.'
여러 의미로 그러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안 될 것도 없다.
실질적인 실력을 갈고닦아 온 나에게는 말이다.
오정환: 인간 상성입니다 무조건 이겨요
3픽: 5픽을 믿으라고?
2픽: 러너리긐ㅋㅋㅋㅋㅋㅋㅋ
1픽: 나도 그거 봤는데
점수에 목숨 거는 구간이다.
어중간한 될 거 같은데~ 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팀원이 닷지각을 재지 않을 근거를 제시한다.
─오메가3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러너리그 시즌2 가나요? ㅋㅋ
"제가 씨지맥님을 상대로 진 적이 없죠."
―그건 맞지 ㅋ
―옛날에 씨지맥이 부캐 드립할 때 생각 나넼ㅋㅋㅋㅋㅋ―그래도 탑은 힘들 텐데……
―유튜브각 재는 거임?
겸사겸사 스토리텔링.
BJ로서 방송을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쉬울 수는 없는 일이지만.'
픽창부터 불안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
마스터 구간을 지나 그랜드 마스터라 할 수 있는 구간에 왔다.
이곳부터는 주라인과 부라인의 차이가 심각하다.
아무리 잘하는 미드 유저도 탑에 가면 기를 못 편다.
상대가 잘한다고 소문난 유저라면 더더욱.
씨지맥의 홈그라운드인 탑에서라면 승리를 확신하기 힘들다.
「나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싸운다!」
그 두 가지 난점을 뛰어넘을 유일한 방법을 알고 있는 입장이다.
* * *
씨지맥의 방송.
두 가지 의미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른이되세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이 어른이 되라고 했대요 글쎄 ㄷㄷ
"뭐? 이 새끼 양심 뒤졌네."
―안 그랬는데
―시청자들 이간질 봨ㅋㅋㅋㅋㅋㅋㅋ
―광기 ON
―오정환은 그냥 진 적이 없다고만 했음!
그도 그럴게 인연이 있다.
아니, 악연에 가깝다.
처음 그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부터 석연치 않았다.
'의자를 냉장고로 보고 있다니까?'
자신의 직감은 맞았다.
오정환은 러너리그에서 추악한 방법을 동원해 자신을 이기고, 종국에는 우승까지 해버렸다.
본캐가 있는 게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그런 과거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한 명의 롤유저로서 개박살을 내주고 싶을 뿐.
「그림자 군대의 위력을 똑똑히 봐라!」
팀게임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챌린저로서의 위엄을 과시한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말카림이 나오네
―씨지맥 요즘 앨리스 안 함?
―앨리스 너프 먹은지 꽤 됐지
―역시 동물 장인 ㄷㄷ
주력으로 삼던 앨리스가 너프됐다.
LOL이라는 게임의 특성상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고작 그 정도로는 나를 못 막지.'
저격 너프 하나로 퇴물이 된다면 그 정도의 인간밖에 안된다는 방증이다.
곧바로 새로운 챔프를 물색한다.
─씨맥사랑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승리시 1000개 미션 콜?
"이미 이겼는데 이걸 돈 낭비하려고 하시네. 주시면 제 사리사욕을 위해 감사히 쓰겠습니다."
―신이 와도 못 이긴다는뎈ㅋㅋㅋㅋㅋ
―말카림이 그렇게 좋음?
―제, 제발 어른이……
―그래 게임만 잘하자^^
꿀챔을 빠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다.
메타의 격변과 새로운 패치 사항이 이를 가능케 만든다.
? 말카림
게임 후반 생존력을 줄이는 대신, 게임 초반 정글 사냥 능력을 상향시켰습니다 Q ― 언월도 베기 피해량이 50/85/120/155/190에서 60/95/130/165/200으로 증가했습니다.
W ― 공포의 흡수
회복량이 레벨 별 10/15/20/25/30%에서 일괄 20%로 조정되었습니다.
정글을 위한 패치.
게임사의 패치 의도는 그러하지만, 꼭 그들의 입맛대로 움직여줄 이유가 없다.
'초반이 상향됐으면 라이너로 쓰면 되는 거잖아.'
반짝 떠올랐던 발상이 고스란히 맞아 떨어졌다.
근 2주에 걸쳐 실험을 했고, 이제는 손에 완전히 익어 새로운 무기가 되었다.
파앙!
툭!
상대도 그런 모양이다.
마주치자마자 받게 되는 인사 세례는 썩 놀랄 만한 부분도 아니다.
'아직도 제임스를 탑으로 쓴다고?'
작년 중순에 출시된 챔피언.
잠시 탑에서 쓰이는 연구가 있었다.
E선마의 일방적인 딜교환이 주목 받았다.
?제이스
E ― 번개 강타
기본 피해량이 40/70/100/130/160에서 0으로 조정됩니다. (최대 체력 비례 % 피해와 추가 공격력 계수는 유지됩니다) 밀쳐내기 지속 시간보다 오래 기절시키던 버그를 수정했습니다.
그것이 너프됐다.
LOL식 패치로 너프 + 버그 수정까지 받아 관짝에 못이 꽝꽝 박혔다!
간간히 미드로 쓰이긴 하지만, 탑에서는 완전히 사장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 궁여지책일 것이다.
"지금은 상성상 맞을 수밖에 없는데 시간 조금만 흐르면 어떻게 되는지 봐."
―찢겠지
―원거리 짤챔은 어쩔 수가 없음 라인전 재미 보려고 하는 픽이라 ―포션 넉넉해서 ㄱㅊ―어딜 미드챔으로 남자의 라인 탑에 올라오냐고 ㅋㅋ
솔로랭크에서는 드물지도 않다.
챔피언 숙련도 때문에 미드 챔피언을 탑에서 쓰는 일 말이다.
자신도 가끔 미드에 선다.
하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건 내 나와바리가 아니다.
마찬가지의 심정을 겪게 만든다.
'어딜 남자의 라인 탑에 기어와.'
포브스 선정 LOL에서 가장 어려운 라인.
이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팀원들을 만난 탓에 러너리그에서는 아쉽게 패배했다.
미드라이너였던 로랜의 독단적인 판단까지 겹치며 게임의 승패는 자신의 손을 떠났다.
이곳 솔로랭크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툭!
파앙!
야생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그리고 살아남는 자가 곧 강한 것이다.
탑에는 탑만의 룰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라인을 푸쉬한다고 다가 아니라고.'
지금 자신은 움츠리고 있는 게 아니다.
추진력을 얻기 위해 무릎을 구부리고 있는 것이다.
미드와 달리 라인이 길다.
한 끗 차이의 킬각이 언제든 나온다.
온실 속에서만 자란 화초는 모르는 영역.
두구두구두구―!
말발굽이 땅을 박찬다.
동시에 언월도를 돌리며 반시계 방향의 무빙을 친다.
미니언 막타로 레벨업.
제임스의 Q를 피하기 위함.
스스로 생각해도 감탄스러운 킬견적이다.
말발굽으로 박고, 유체화로 쫓아가 점화로 마무리한다.
그 머릿속 상상이 첫 단추부터 삐걱댄다.
퍼억!
터엉!
박음과 동시에 밀려난다.
제임스의 번개 강타가 절묘한 타이밍에 동시 맞시전되었다.
「너흰 끝났어!」
밀려난 위치에 포탄까지 박힌다.
유체화의 이속으로 따라가 보려고 하지만 상대도 빠르다.
툭!
툭! 툭!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3연타는 기억에 있다.
3회의 공격 속도를 최대치로 증가시켜 주는 W스킬.
'……어?'
문제는 그 과정에서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카이팅과 거리 조절이다.
계속 쫓아가면 따라붙긴 하겠지만.
―개뚜까 맞는데?
―???
―휴 살았네
―이거 마지막까지 싸우면 100% 졌다……
맞아도 너무 맞았다.
상정했던 것보다 적의 대응이 훨씬 더 좋았다.
씨지맥의 말카림은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여 포탑 안쪽으로 내뺀다.
「가속!」
끝이 아니다.
시야 바깥에서 날아오는 포탄을 만약 피하지 못했다면 그대로 죽었을지 모른다.
약간의 운.
그리고 반응 속도.
천만다행으로 살긴 했지만 귀환이 끊어지고 말았다.
'…….'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 * *
제임스.
숙련도빨로 하는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가속!」
그 단위가 다르다.
깔끔하게 날아간 QE가 미니언에 맞아 터진다.
―와
―보기만 해도 아프네
―미니언 먹으려는데 와서 맞아줌ㅋㅋㅋㅋㅋㅋ
―노리고 쏜 거 아니야?
근거리 CS를 먹으려던 말카림까지 휘말린다.
얼핏 뽀록 같아 보여도 철저한 설계다.
'많이 하다 보면 생기는 감이지.'
탑라인은 라인전 역량이 90%.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뇌지컬이고 나발이고 상대를 잘 패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런 결과론적인 상황이 많아서 게임이 까다롭다.
툭! 툭!
파앙!
맞는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소리다.
패는 입장에서는 재미만 있다.
평타 중간에 섞어 나가는 Q.
'고인물 제임스는 맛이 조금 다를 거야.'
견제형 챔피언들은 특히 그러하다.
한두 대를 더 때리냐 마냐로 라인전 구도가 180도 달라진다.
그 점에 있어 스페셜리스트.
패는 것은 많이 해본 놈이 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타작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