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화
탑 라인전은.
콰릉!
생각이라는 게 없다.
그런 귀찮은 과정을 거치면 세밀한 각이 나오지 않는다.
미니언에 해머Q를 찍는다.
그 원형 범위에 말카림이 살짝 휘말린다.
터엉!
「천둥의 힘을 느껴봐라!」
한 발자국 내디디며 번개 강타.
바로 원거리폼으로 바꾸고 밀쳐진 적에게 확정 QE를 넣는다.
'상대가 맞아주겠습니다~ 하고 맞는 게 아니니까.'
빈틈이 나올 때 박는다.
똑같은 구도를 몇 번이고 하다 보면 그 찰나를 캐치하는 능력이 강해진다.
―살벌하게 때리네;
―말카림 개빡치겠닼ㅋㅋㅋㅋㅋㅋ
―딜교 싸가지 없다
―근데 마나 너무 막 쓰는데
물론 때릴 때는 즐겁다.
뒷감당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탑신병자라는 단어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
탑은 어려움과 쉬움이 공존하는 라인이다.
전형적인 대충 하기는 쉽고,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케이스다.
정글 신경 쓰고, 라인 관리하고, 합류 타이밍 보고~
그런 거 다 해도 빅웨이브에 다이브 박히는 순간 인생이 망한다.
S급 프로 선수들도 솔랭에서 10데스씩 박는 이유가 있다.
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가속!」
그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 꿀챔프.
귀환하는 척 부쉬에 몸을 숨기고 CS를 받아먹는 말카림에게 QE를 발사한다.
'마나가 떨어졌으니 집에 갔을 거라 생각했겠지.'
맞는 생각이다.
견제형 챔피언들은 자원 관리도 필수라서 맞는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다.
너 이제 마나 없지?
같이 귀환하면 딜교환 이득은 없던 셈이 돼버린다.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
챔피언 일반 변경사항
다음 스킬들은 이제 여제의 눈물 관련해 스킬 사용으로 판정되지 않습니다.
? 앨리스 ? R
? 미달리 ? R
? 제이스 ? R
마나를 만들어내면 된다.
현재 제임스는 그것이 가능하다.
폼 변환이 스킬 사용으로 판정되는 덕분이다.
콰릉!
치지직!
부쉬에서 R을 쓰며 여눈 스택을 쌓았다.
그렇게 모은 마나와 해머폼 평타.
한 번 더 라인을 박고 여유롭게 귀환한다.
―CS 2배 차잌ㅋㅋㅋㅋㅋㅋ
―씨지맥 오열
―진짜 씨지맥을 이긴다고?
―탑에서도 이기는 건 너무 잔인한데;
물론 그뿐이다.
상대를 두 번 강제 귀환시켜 웨이브 이득을 보긴 했지만 결정타인 솔로킬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포탑 방패가 없어서.'
차후였으면 최소 2개는 뜯어냈다.
시즌3에는 그것이 없고, 라인전을 밀려도 웨이브 손실이 전부다.
콰라락!
띠링!
그리고 상대도 6레벨.
밀려온 포탑 CS를 받아먹자 찍힌다.
Tab키를 눌러보니 닌자의 장화도 완성돼있다.
말카림의 첫 번째 전성기 타이밍이다.
아이템 골드는 밀릴지언정 코어템 효율이란 면에서 만만히 볼 수가 없다.
'탑이 그래서 ㅈ같애.'
자칭 남자의 라인 ㅇㅈㄹ 하면서 온갖 잡기술은 다 끌어 쓴다.
말카림은 이동 속도가 곧 공격력.
닌자의 장화가 방템임과 동시에 공템 역할까지 해버린다.
생각보다 단단하고 세다.
속도도 빨라서 어설프게 패다가는 역으로 당할 수 있다.
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짜릿할 걸?」
솔킬각을 꿈꾸고 있을 말카림에게 먹인다.
미니언과 함께 적셔진 QE가 말카림의 체력바를 깎아낸다.
그 양이 속시원하지 않다.
레벨이 오르고, 방어 아이템이 갖춰지며 단단해졌다.
궁극기 갱호응도 까다로워지는 시점이 왔다.
콰릉!
터엉!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실력.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둔 밑천이다.
미니언에 해머Q를 찍으며 둔화시키고 밀쳐낸다.
툭! 툭! 툭!
카이팅을 함과 동시에 온다.
그 사실이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슬슬 맞기만 하는 것도 빡쳤고, 유체화 쿨타임도 돌았기 때문에.
쿠워어어어!
선궁극기로 진입해온다.
가해자는 기억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굉장히 많이 패다 보면 대략적인 반응이 예상된다.
어떻게 꿈틀댈지.
바로 점멸로 피하며 카이팅 한다.
관문 이속으로 거리를 벌리며 들어오는 순간에 QE.
─적을 처치했습니다!
동성장이었다면 피하고 싸워도 졌을지도 모른다.
견제형 챔피언은 성장 격차를 벌리는 게 베이스고, 상대의 발악 타이밍을 흘러 넘겨야 한다.
'언제까지 참겠냐고.'
반드시 폭발하게 돼있다.
경험적으로 알으니 더 수월하게 터트린다.
앞서 두 번 라인을 박아둔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탑의 상징 폭파
―솔로킬+포탑이면 라인전 이겼짘ㅋㅋㅋㅋㅋㅋ
―진짜 개패버렸는데?
―말조련 제대로 해버리누
포탑 방패가 없는 만큼 깨는 것은 훨씬 쉽다.
라인전 승리의 두 가지 상징적 증표를 가져온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적이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그것이 꼭 게임의 승리로 이어지지 않을 뿐이지.
탑을 하면 바텀이 터지는 게 LOL의 국룰이다.
'그 이전에.'
해석하기 나름이다.
말카림이 두 번 귀환을 했던 게 위험한 타이밍을 넘겼다(?)고도 보여질 수 있다.
솔킬을 따인 것도 탑의 희생!
그런 억울한 상황이 나오지 않기 위한 완벽한 선택이다.
* * *
탑 라인전.
─오정환님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포탑이 밀린 것이 가지는 의미는 그 어떤 탑솔러에게도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쟈뎅아워티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미드한테 라인전을 지네……
"어? 이게 왜 내가 라인전을 진 거야. 적 정글은 계속 오는데 우리 정글은 안 왔잖아."
―???
―네?
―솔킬도 인정 안 한다고?
―대단하다 애새끼맥!
사고방식이 조금 다를 뿐.
일반인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독특한 관점에서 게임을 분석한다.
'나의 눈에는 보인다니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그것이 맞다.
씨지맥의 머릿속에는 미니맵에 하나 더 펼쳐져 있다.
적팀의 정글러.
그 예상 위치가 촉이 온다.
귀환을 했던 건 다이브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비록 격차가 누적되어 솔로킬을 당하긴 했지만, 팀적으로는 이득이라는 결과가 도출된다.
하체가 이기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구두구두구―!
해석하기 나름이다.
탑 라인전을 진 것도, 탑 포탑이 파괴되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쿠워어어어!
고삐가 풀린다.
미드 로밍.
빠른 속도로 달려가 코리아나에게 궁극기를 박아버린다.
─착한미드님이 학살 중입니다!
나이즈가 호응하며 깔끔하게 잡는다.
말카림은 로밍과 합류전에도 큰 이점을 가진 챔피언이다.
―갓맥! 갓맥! 갓맥! 갓맥! 갓맥! 갓맥!
―이게 탑 차이지ㅋ
―아 라인전 이기면 뭐하냐곸ㅋㅋㅋㅋㅋㅋㅋ
―씨지맥 믿어
라인전 재미만을 위해 뽑은 제임스와 다르다.
게임의 전체적인 판도를 쥐고 흔들 수 있다.
그것이 씨지맥이 지향하는 스타일.
'포탑을 부순 건 운영적인 관점에서 너의 실수야.'
라인이 포탑에 안 박힌다.
라인을 신경 안 쓰고 돌아다닐 수 있다.
자신의 뇌지컬로 게임을 풀고도 남는다.
파앙!
콰릉!
하지만 사이드 라인.
라인을 미는 제임스는 거슬린다.
감정 이전에 게임을 굳히는 과정에도 말이다.
"지금 제임스가 약해. 잡으려면 지금이 타이밍이야."
―?
―제임스 존나 센데요
―C언어가 또
―님 5분 전까지 처맞고 있었는데
귀환 타이밍을 꽤 오랫동안 못 잡았다.
수중에 있는 골드가 아이템으로 치환되지 않았다.
두구두구두구―!
1대1 쇼부각이 충분히 나온다.
라인전에서의 실점을 만회할 기회가 찾아왔다.
'어차피 딜만 세지.'
몸은 종잇장인 것이 제임스.
라인전은 체력이 깎이고 시작해서 졌지만, 사이드에서 풀피로 만나면 이야기가 다르다.
퍼억!
터엉!
말발굽을 박음과 동시에 밀어낸다.
여기까지는 머릿속에서 상상을 돌려본 그대로.
「가속!」
문제는 이다음이다.
유체화를 켠다.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며 날아오는 QE를 피한다.
'그럴 줄 알았어!'
유저마다 스킬을 쓰는 패턴이 있다.
오정환은 밀쳐낸 후에 반드시 QE를 박아온다.
이를 미리 읽고 주요 스킬을 피해냈다.
다시 접근해 언월도를 돌리다 코앞궁을 먹이면 킬각.
─적에게 당했습니다!
―?
―뭐해 형
―궁 안 쓰고 뭐함??
―화려한 자살쇼;
완벽했던 머릿속 상상이 중간 단계에서 끊어진다.
뭘 해보기도 전에 평타를 얻어맞고 죽는다.
'…….'
딜이 좀 많이 셌다.
* * *
두구두구두구―!
달려오는 말 한 마리.
퍼억!
터엉!
번개 강타로 밀쳐내며 바로 폼을 바꾼다.
W를 켠 평타로 툭툭 치며 섞어 쏘는 QE.
「가속!」
허공을 때린 것은 아깝지만 상관없다.
제임스의 주력딜은 이제 그것이 아니니까.
「마나소드」 ― 2100 Gold
마나 +1000
공격력 +20
5초당 마나 재생 +7
최대 마나의 2%에 해당하는 공격력을 얻습니다.
단일 대상 스킬 및 기본 공격이 현재 마나의 3%를 소모하여 그 두 배에 해당하는 물리 피해를 입힙니다.
제임스의 성장 기대치를 끌어 올려주는 코어템이다.
차후에도 평범하게 가는 아이템이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툭! 툭!
콰릉!
15분 타이밍에 완성된다.
평타를 툭툭 치며 망치Q로 내려 찍는다.
그 세 번의 공격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후반에 나와야 할 데미지가 말이다.
마나소드의 폭딜을 감당하지 못한 말카림이 터져버린다.
"느리구나. 쓰러지는 것조차."
―이걸 맥여??
―씨지맥은 맥여야짘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정환이도 한 중2병 했지
―아이젠 환스케 ㄷㄷ
조금 심각할 정도로 강하다.
폼 변화으로 여눈 스택을 꾸준하게 쌓아주면 전성기 타이밍이 앞당겨진다.
'그 전까지가 조금 문제였는데.'
다행히 다른 라인에 마실을 갔다.
갱 걱정 없이 스플릿을 돌며 전투력을 축적했다.
찰칵!
두 번째 코어템.
시즌3의 대표 OP아이템 블클이 일시불로 나온다.
게임을 캐리하기 위해서는 일단 강해야 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멘탈이.
탑라인은 어째서 게임의 승패와 연관이 없는지 탑을 하다 보면 깨닫는다.
"근데 이게 팀운도 팀운인데 어쩔 수가 없어요. 역배판이라서."
―레드팀이잖아
―천상계는 원래 저럼?
―지면 점수도 덜 깎임
―레드준표가 못 이기는 이유가 있네
괜히 점수를 이길 땐 많이 주고, 질 땐 조금 깎이는 게 아니다.
그만큼 이기기가 어렵게 설정돼있다.
하물며 천상계.
게임에 체계가 잡히기 시작한다.
게임은 운이 아닌 실력이라는 사실이 와 닿게 된다.
'그게 꼭 형편 좋은 이야기만은 아니지.'
체계가 잡히기 시작한다는 건, 이를 벗어난 행동을 하기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다.
포지션별 역할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탑은 캐리와는 동떨어져 있다.
LOL은 구조적으로 딜러 게임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탑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17:03] 잘하는도구 (랄라): 이번 용 줌?
[17:06] 잘하는도구 (랄라): 또 주면 힘든데
[17:07] 그냥숟가락 (토이치): ㄱ
[17:07] 그냥백정 (이블퀸): 탑 차이 많이 남
일반적으로는 말이다.
그 딜러 챔피언으로 잘 성장했다.
라인전을 이기고 사이드 CS를 쓸어 담았다.
'그걸 감안해도 쉽지가 않지.'
제임스라는 챔피언.
강력한 라인전과 탱커마저 때려잡는 지속딜을 자랑하지만 한타 난이도가 높다.
캐리형 챔피언보다, 안티 캐리형 챔피언으로 분류된다.
멱살 잡고 날뛰기에 좋은 픽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천연사이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제임스 포킹챔인 줄 알았는데 무슨 칼챔처럼 쓰네 ㄷㄷ
"그러게요. 저는 이렇게 써도 좋은 거 같은데."
―ㄹㅇ
―뒤에서 EQ만 날리는 챔 아니었나?
―정환이가 잡으면 뭔가, 뭔가 다름……
―또 날아다님? ㅋㅋ
당연하게도 이 시절 제임스의 꽃은 포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