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화
가끔씩 듣는 어이없는 질문이다.
─늙고병든사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렇게 머리 굴리면서 게임 하면 머리 안 아픔?
―ㄹㅇ
―스트레스 풀려고 게임하는데 스트레스 받음ㅋㅋㅋㅋ―그러니까 천상계지 ―다이아 유저들은 머리가 똑똑할 듯!
동시에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유튜브 같은데 보면 게임 운영이다 뭐다 해서 여러 가지 복잡한 잡지식들이 많다.
'그게 뭐야 무서워.'
물론 영상을 끊어서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시간 게임에서,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같은 결과를 도출하는 건 다른 이야기다.
설사 된다고 하더라도 마스터, 그마, 챌로 올라갈수록 게임 속도가 곱절이다.
한가하게 머리 굴리고 있으면 육체파들이 인실ㅈ을 시전한다.
「가속!」
그러니까 생각보다 대충이다.
제임스의 QE가 아링을 적중시킨다.
상체 주도권을 바탕으로 게임을 굳히고 있다.
"직감적인 걸 말로 풀어서 제가 설명을 한 거지. 진짜 머릿속에서 계산을 하는 건 아니에요. 무슨 알파고도 아니고."
―알파곸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거였음?
―내가 들은 롤강의는 뭐지
―영어 문법 같은 느낌인가
영어 선생님이라고 원어민과 대화할 때 S + V + O + OC (주어 + 동사 + 목적어 + 목적보어)를 의식해서 말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에서나 문법 X랄 맞게 따지지.'
일본식 영어의 영향이 짙게 남아있다.
정작 그 나라가 영어를 ㅈ같이 못하듯 인생도 영어도 게임도 실전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그러한 머릿속 계산이 훨씬 함축돼있다.
이른바 두뇌파 게이머들이 가지는 특징이다.
[16:10] 화난백정 (앨리스): 람블 ― 21초 후 재생성
[16:10] 화난백정 (앨리스): 람블 ― 21초 후 재생성
[16:12] 운식당점주 (람블): 진짜 죽을지 몰랐음
[16:14] 운식당점주 (람블): 죄송……
[16:17] 입터는도구 (한나): 먹방BJ 아니랄까 봐 탑이 맛집이네
사이드에서 람블이 죽었다.
정글과 포위망을 구성해 말카림을 싸먹으려던 의도가 역이용당한 것이다.
─꼬치구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근데 저분은 챌린저면서 왜 먹방을 하는 거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의진맨의 운식당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프로게이머도 자주 찾는 맛집이라던데
―정환이도 곧 챌린저 아님?
―하나만 제대로 해도 대성하겠다ㅋㅋㅋㅋㅋㅋㅋ
―탑 차이 지리긴 하네
탑을 풀었던 것도 잠시.
씨지맥의 말카림이 날뛰고 있다.
이는 흡사 피지컬 유저처럼도 느껴진다.
'분명 뇌지컬 유저인데 그렇게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거지.'
딱히 드물지도 않다.
전자 두뇌로 유명한 클끼리도 정작 본인은 되는 대로 하는 스타일이라고 대답하여 팬들에게 충격과 놀라움을 선사한 적이 있다.
공부에서도 꼭 한 명씩 있는 케이스다.
정답은 귀신 같이 맞히는데 과정은 잘 모르겠어.
그런 천재과에 속하는 두 게이머의 다른 점이 있다면.
두구두구두구―!
말발굽이 땅을 박찬다.
람블을 잡고, 아군 레드 정글을 역질주해 퇴로를 모색한다.
휘리리리링~!
이를 놔줄 리 없다.
풀차징한 회오리가 맞이한다.
아군 바텀 듀오가 위쪽에서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퍼억!
콰라락!
말카림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커브를 꺾는 무빙으로 피한다.
그리고 원딜러인 이즈레알을 박는다.
치지직……!
점화까지 걸자 위험하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한나가 궁극기로 밀자 죽을 일은 사라지지만.
[16:32] 입터는도구 (한나)님이 지원 요청을 보냄!
[16:33] 입터는도구 (한나)님이 지원 요청을 보냄!
퇴로가 생긴다.
밀린 위치는 왼쪽.
동귀어진을 노리는 척 움츠려 들게 만들고, 미드 2차 포탑 앞으로 빠져나간다.
마치 그곳만이 생로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이다.
머릿속 한구석에 적의 위치가 잡혀 있었을 것이다.
'와드를 안 박아도 보인다고 하잖아.'
선수 시절 클끼리는 피지컬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에 반해 씨지맥은 있는 편에 속한다.
이를 강화시킨다면?
맵리와 팀적인 콜을 머릿속 상상으로 커버하면 피지컬 플레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가속!」
그렇기에 생기는 약점도 있을 뿐이다.
프리즌 브레이크를 찍은 씨지맥을 맞이해준다.
대충 이쪽으로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정환님이 학살 중입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특이한 플레이다.
하지만 세상에 천재가 씨지맥 혼자도 아니고, e스포츠가 체계화되며 연구도 진행된다.
─와박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씨지맥 와드 안 사는 게 그래서였음?
"그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죠. 와드 안 사면 자신이 더 세지니까. 맵리는 상상으로 커버하면 되니까."
―씨지맥 맵리 안 한다는 게 드립이 아니고 진짜였어?
―맥락=씨지맥을 농락하다
―놀리는 건지 진지한 건지……
―^상상^출판사에서 꿈을 먹는 맥을 발행할 만했네요!
상당히 진지한 이야기다.
미드 탈론 교수님의 저서 '담원은 어떻게 강팀이 되었는가? 의 부록에 실려있다.
'어째서 프로는 근거를 가지고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였지.'
직감적인 플레이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너무 의지하면 변수가 생겼을 때 무너지기 쉽다.
컨디션 영향도 지나치게 받아버려서 기복이 심해진다.
딱 씨지맥이다.
방송 ON/OFF의 차이.
지금 씨지맥을 상대하고 있는 방법도 여기서 착안했다.
콰릉!
치지직!
그렇게 사이드의 망아지를 막는다.
그리고 나는 안정적으로 성장한다.
이후의 제임스라면 존재하지 않을 선택지.
'초반에 반드시 이득을 봐야 하는 챔피언인데.'
탑에서 씨지맥을 팼듯이 말이다.
하지만 현재 게임은 미드 제임스고, CS 차이를 제외하면 크게 유리하다고 보기 힘들다.
크롸라라라―!
무난하게 온 이유.
용한타 타이밍이 온다.
제임스에게는 가장 난감한 순간이다.
한타 난이도가 더럽게 높기 때문이다.
몸도 약하고, 하드CC도 없고, 가진 거라곤 포킹 하나.
「가속!」
그것이 매우 짧다.
10초마다, 쿨감템을 갖추면 6초마다 QE를 쏠 수 있다.
「가속!」
「가속!」
한 대만 맞아도 허리가 휘청이는 위력을 말이다.
단순히 데미지가 센 것만이 아니라 사거리 자체가.
'미달리 창보다 긴데.'
심지어 광역이다.
사거리 마지막 지점을 잘 계산해서 조준을 잡으면.
―ㅗㅜㅑ
―1타2피ㅋㅋㅋㅋㅋㅋ
―딜 미쳤네
―점심 나가서 먹을 거 같애~
상대 입장에서 정신이 나간다.
물론 이는 내가 잘 맞히기 때문도 있다.
'잃고 나봐야 소중함을 안다고.'
유저들이 워낙 대충 쐈다.
QE 당겨서 쏘는 것도 잘 못해서 엄한데 날아가기 일쑤였다.
「천둥의 힘을 느껴봐라!」
나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
포킹 제임스의 재미를 톡톡히 본다.
한타를 시작하기도 전에 걸레짝부터 만든다.
"한타를 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맞혀 놓으니까 상대가 그냥 빼버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혼자 하네
―포킹 하나 때문에 상대가 들어오질 못함
―제임스가 이렇게 좋은 챔피언이었나?
상대가 잘 맞아주기까지 하면 대치 구도를 혼자 정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나 혼자만 잘났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마부터는 애들이 지킬 걸 지켜줘.'
구간마다 게임을 캐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기본적인 상식이 있는 그마는 게임 구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군이 AP 비중이 높다.
AD미드가 성장을 잘해줬다.
희생적인 포지셔닝을 잡아주니 내가 포킹할 각도 나온다.
그래서 택한 미드 제임스이기도 하다.
강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무난하게 초반만 넘기면 캐리각이 보인다.
두구두구두구―!
자신만의 게임을 하는 씨지맥에게는 별 관심 없는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사이드에서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라인 관리하면서 게임 길게 끌고 가고 싶겠지.'
딱 그 반대로만 해주면 된다.
그럴 수 있는 구도가 조성돼있다.
아군을 전원 바론쪽에 불러 모은다.
파앙!
툭! 툭! 툭!
그리고 친다.
캐리 중이 아니라면 듣지 않았을 만큼 노골적인 오더지만 먹힐 거라는 확신이 선다.
'상상 속의 바론은 그렇게 약하지 않은데.'
설사 친다고 하더라도 본대가 어찌저찌 막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인생도 게임도 실전.
머릿속 정보에 오류가 있으면 계산 결과도 달라진다.
「너흰 끝났어!」
직감에 의존하는 천재과 유저들은 더욱 그런 경향이 크다.
말카림이 아예 합류할 생각도 않고 있다.
어슬렁거리는 적팀은 포킹으로 쫓아낸다.
버스트할 근거를 확충하고, 모든 딜을 쏟아부어 잡아낸다.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AD미드픽이 가지는 가치를 최대로 살린다.
더불어 한 가지 잡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마나소드라서 작정하고 치면 금방 잡는데 방심하셨네."
―헐
―바론에 마나소드 딜이 들어감??
―미니언에도 들어가는데 뭘
―몬가 몬가 세……
상대가 쫄아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포킹을 하도 맞으니 심리적으로 위축돼버린 허점도 파고들었다.
'솔랭은 아군 사정도 고려해야 돼.'
씨지맥이라면 안 올 거라고 확신을 했다.
덕분에 바론을 편하게 먹었고, 게임을 굳히는 과정만 남았다.
콰라락!
여전히 혼자 날뛰는 망아지.
상대를 안 해줘도 되지만 일부러 마주쳐준다.
'점수를 너무 빨아 먹어서.'
최근 본의치 않게 그렇게 됐다.
적어도 억울한 패배가 안 되게끔 매듭을 짓는다.
「가속!」
멀리서 QE를 박아 넣는다.
아픈 데미지.
그럼에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척하고 있다.
망치로 찍어주면 다를 것이다.
지금까지 당한 것도 있거니와 게임도 불리하기 때문에.
'솔로킬만큼 면죄부가 되는 게 없지.'
팀원에게든, 스스로에게든 말이다.
십중팔구 내가 밀쳐내기 전에 선궁을 박는다.
쿠워어어어!
아니나 다를까.
바로 점멸로 피한다.
번개 강타로 밀치며 카이팅을 시작한다.
―뭔데
―저걸 뭐 어케 알고 피해?
―환친놈아;
―이건 매드무비감이다
이미 뒤돌 생각이 없다.
유체화에 점화까지 걸고 필사즉생을 외친다.
본인이 이순신이 아니라서 문제지.
'딱히 반응한 건 아니고.'
코앞궁은 예측이지, 반응의 영역이 아니다.
무슨 레전설급 미친 피지컬이라도 가진 게 아닌 이상 말이다.
다만 꼬을 수는 있다.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서 내리치는 망치Q 모션.
이를 캔슬시켜서 상대가 타이밍을 잡기 힘들게 만들었다.
─오정환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잘하는 상대이기에 통하는 방법도 있다.
어차피 만에 하나 나를 잡았어도 게임의 승패에는 영향이 없었겠지만 말이다.
[22:15] [전체] 화난백정 (앨리스): 말카림 또 무조건 이긴다고 안 함?
[22:17] [전체] 적팀백정 (차르반 4세): 했음
[22:18] [전체] 적팀백정 (차르반 4세): 살려줘
[22:20] [전체] 화난백정 (앨리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상계 민심에는 있는 모양이다.
독단적인 플레이를 하는데 결과까지 못 만들면 화가 날 만도 하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지.'
하물며 씨지맥.
개노답 삼형제 중에서도 특히 악명이 높다.
이단아라는 게 멋있어 보여도 팀원들 입장에서는 뒷목 땡긴다.
이참에 팀원들의 마음을 이해하면 본인에게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적어도 천상계의 평화에는 이바지할 거라 생각했는데.
[22:30] [전체] cGvMax (말카림): 010―××××―×××
[22:33] [전체] cGvMax (말카림): 전화 걸어 당장
―설마 정환이한테 하는 소리임?
―뭐야? 진짜야?
―씨지맥 개빡쳤나 보넼ㅋㅋㅋㅋㅋㅋㅋㅋ
―불안한데……
생각보다 조금 크게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