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59화 (359/846)

359화

엎질러진 물.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잠에서 깨어난 씨지맥은 헝클어진 머리를 긁으며 기억을 되짚는다.

어젯밤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오정환이 악인이다.

그래서 폭언을 했다.

그것이 하필 방송을 타고 시청자들에게 노출됐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폭언이겠지.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인과 관계라는 게 있잖아.'

어째서 자신이 격노할 수밖에 없었는지 말이다.

이를 이해시킨다면 정상 참작의 여지가 생긴다.

아니, 상황이 반전될 수도 있다.

오정환이 해온 짓거리들을 시청자들이 알게 되는 순간 분명.

타닥, 탁!

마음먹은 씨지맥은 행동에 나선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그것은 당연히 방송을 키는 것이다.

「LOL) cGvMax. 할 말이 있음」_ ?0명 시청

평균 1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들어온다.

아직 점심 시간대다 보니 평소만큼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충분하다.

―헐

―할 말이 있음 ㄷㄷ

―실망입니다……

―왜 패드립? 왜 패드립? 왜 패드립? 왜 패드립? 왜 패드립?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오정환 녀석이 치사하게 방송을 키고 있던 탓에 소문이 많이 퍼진 모양이다.

'오히려 좋아.'

방송 어그로가 끌릴 것이다.

그렇게 많은 시청자들이 들어올수록 해명을 하기가 더 쉬워진다.

─맥라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으악 폭언맥이다!

"맞아. 새벽에 굉장히 불미스럽고 안 좋은 일이 있었지. 근데 니가 이 상황의 몇%나 이해한 거 같아?"

―오우 흥미진진한데

―정면 돌파 가나요?

―C언어 ON

―씨지맥 입장도 들어봐야지 ㅇㅇ;

많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으니까.

한숨 자고 일어난 맑은 머리가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타닥, 탁!

메모장을 켠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

타임 라인 순대로 정리해서 보여준다.

『? *제목 없음― Windows 메모장』

파일(F) 편집(E) 서식(O) 보기(V) 도움말

1. 처음 만났을 때부터 부캐라고 확신

2. 러너리그에서 의아한 패배

3. 최근 솔로랭크 만나면서 느낀 점

그제서야 시청자들도 반응이 온다.

특히 자신의 애청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처음 오정환을 만났을 때 뭐라고 했는지.

"너희들이 자꾸 의자를 보고 냉장고라고 하니까 내가 답답해서 저격까지 했었잖아. 여기서부터가 이미 복선이었던 거야."

―복선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아직도 모르겠는데

―대황맥! 대황맥! 대황맥! 대황맥! 대황맥! 대황맥!

―뭐지? 오정환 잘못인가?

아무런 이유 없이 욕을 한 게 아니다.

인과 관계를 봐라!

처음부터 의심이 있었고, 사건들을 겪으며 확신을 한 것이다.

'오정환은 분명히 무언가 숨기고 있어.'

그래서 답답한 나머지 욕을 했다.

하지만 그 원인은 오정환에게 있고, 해명을 해야 될 건 내가 아니라 오정환이다.

─급식개꿀맛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결국 패드립은 한 건 맞으면서 추하네ㅋㅋ

"본질적으로 접근해보자. 내가 시청자들이 속는 것이 답답해서 총대 멘 거잖아. 심지어 뺨을 때려도 기절한 사람을 깨우려는 목적이면 폭행이 아닌데."

―하긴 좋게 말하면 안 듣는 게 사람이지

―설득 당한다……

―그래도 패드립은 좀

―머호형이 원래 말을 험하게 하긴 해 ㅋㅋ

다소의 비난은 받을 수 있다.

패드립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무겁다.

깨끗한 이미지였다면 굉장히 난감했을지 모른다.

'내 시청자들은 알 테니까.'

방송 초창기에는 욕설을 가감 없이 했다.

트롤 컨셉 방송을 하는 등 철없는 짓도 많이 저질렀다.

"이게……, 나에게 실망하는 씹선비들은 애초에 내 팬이 아닐 거야. 어디서 주워듣고 온 거겠지. 제발, 제발……, 내가 아무 이유 없이 감정을 쏟아낸 것처럼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해서 말하지 마."

―이유가 있으면 욕을 해도 된다?

―맞음 사실 욕하려고 온 거임

―이걸 들키네

―너는 하면서 왜 우린 하면 안돼~~~~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과거의 흔적들이 떠돈다.

즉, 이제 와서 심각한 거부 반응이 생기진 않을 것이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쟁점은 오정환의 비리.

시청자들을 속이는 기만 행위를 해왔다.

씨지맥은 증거 자료가 될 리플레이를 실행한다.

"봐봐. 게임이……, 이상해. 내가 설명을 할 거지만 전체적인 플레이가 정상이 아니야."

―오

―여캠이랑 놀 때부터 알아봤음 ㅉㅉ

―어쩐지 여자가 많더라

―님도 정상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요?

충신지빡이님이 블랙리스트에 추가되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준다.

자신이 하려고 했던 플레이.

오정환이 되받아치는 이상한 방식.

'마치 내 플레이를 알고 있다는 것처럼.'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

게임 내에서 느꼈던 이상의 불쾌함을 리플레이에서 느껴진다.

비합리적인 판단.

결과적으로 맞는 판단.

오정환의 의아한 구석은 한둘이 아니다.

─먹방칼럼니스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블루팀 탑 오정환이랑 러너리그 나간 사람 아님?

"아 그분이네. 내가 그때도 탑 맛집으로 만들었던 거 같은데?"

―운식당 원래 맛집이긴 함

―소름 끼친다

―오정환이 그냥 비선실세였네

―자기 인맥까지 이용한 거임??

세세하게 따질 것도 없이 전부 말이다.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사람의 마음.

'나만 이상하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니까?'

그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씨지맥은 자각하지 못한다.

동조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더더욱 빠져든다.

"내가 여기서 바텀을 밀고 있는데 바론을 친다? 말이 안 되지. 다른 게임에서는 바텀 가자마자 부쉬에 대기하고 있더라고. 아군에 스파이가 있는 기분이야."

―세상에

―오정환 그 자식 봄이랑 맨날 노는 나쁜 놈임

―이게 다 짜고 치는 고스톱?

―씨지맥을 청와대로! 씨지맥을 청와대로! 씨지맥을 청와대로!

자신의 판단은 무조건 맞다.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때로는 아군이 의아한 판단으로 찬물을 끼얹는다.

시청자들은 그 차이를 알지 못한다.

이를 설명하여 공감대를 만들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려고 했는데.

─찬물을뿌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근데 이거 이미 새벽에 오정환이 다 정리함

"뭐?"

필살기가 통하지 않았다.

* * *

커뮤니티의 상황.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 개추좀) 어제 새벽 패드립 사태 요약. txt [502] +1221─? 씨지맥이 빡친 이유를. Araboza [217] +425

─? 롤붕이들한테 씨지맥이 호감인 이유 [99] +185

─? 욕에 대한 씨지맥의 평소 마인드 ㄷㄷ [184]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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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 잉벤 오늘의 화제〕

[LoL/e스포츠] 이번 사건 현직 변호사가 보고 올린 영상 [320] +305

[LoL 자유 주제] 씨지맥이 주장하는 건 [172] +113

[LoL/e스포츠] FACT 과연 씨지맥이 저 때만 흥분해서 욕을 박은 걸까??? [129] +201

[LoL 자유 주제] 오정환이 씨지맥을 벼랑 끝까지 몬 건 팩트임 [85]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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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사이트 가리지 않고 난리가 나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인 초대형 떡밥이다.

─진짜로 씨지맥이 패드립 한 거임?

진짜 좋아하는 BJ인데

사건 터졌다니까 난감하네

어쩌다가 욕설 한두 마디 실수한 게 아니고?

└그냥 쌍욕을 때려 박음ㅋㅋㅋㅋㅋㅋ

└실드 쳐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욕설 수위가 니가 상상하는 이상이야 글쓴이― 아니 딱히 실드 친다는 게 아님;

└이 질병겜에서 욕 한두 마디 정도로 난리가 났겠냐고!

그도 그럴 게 대기업BJ.

영향력이 어마무시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게임 유저의 상당수가 알고 있는 셈이다.

그런 대기업BJ 둘이 싸움을 했다.

그것도 언성을 높여가며, 선을 넘어가며.

그냥 싸움도 재밌는 마당에 관심이 안 쏠리기도 힘들다.

─씨지맥도 방송 켰는데?

「LOL) cGvMax. 할 말이 있음」_ ?1, 557명 시청

근데 왜 둘 다 방송 제목이 할 말이 있음이냐

둘이 짜고 친 거면 참방송인 ㅇㅈ

└개꿀잼 몰카였던 거임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대가리에 뇌세포가 있으면 BJ가 폭언을 했겠냐고~└팩트) 1월경에도 패드립 쳤다가 박제 당함└차라리 몰카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판이 커지면 단발성 화제로 끝나지 않는다.

사건의 본질.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한 손에 팝콘을 들고 지켜본다.

먼저 주목받는 건 당사자들의 해명.

세상일이라는 게 양측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

그리고 BJ라는 직업은 이를 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씨지맥 해명 방송 보고 왔는데

이해는 되네

왜 패드립 했는지

오정환 방송 보기 전이었으면 설득당할 뻔

└ㄹㅇ

└오정환의 '할 말이 있음'이 더 설득력 있었음

└그냥 지 혼자 오해하고 발화한 거지

└부캐 드립 재미로 한 줄 알았는데 그게 스노우볼이 굴러갈 줄이야

할 말을 따박따박 정리한 오정환과 달리, 씨지맥은 되는 대로 두서없이 늘어놓았다.

그것이 방송에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보다 감정적으로 와 닿는다.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지기 쉽다.

하지만 정리가 되어 글의 형태로 올라가면.

─추천부탁) 현재까지 씨지맥 패드립 사태 정리. Real

1. 오정환이 전부터 의심스러움

2. 솔로랭크에서 만나면서 폭발함

3. 전화로 니 엄마 없냐?, 니 애미 업소녀냐?, 니 아빠도 없지? 다 뒈졌지, 존나 역겨운 새끼, 애미 뒤졌잖아, 그게 너의 지능, 진짜 뒈졌다. 뒈졌어 등의 폭언을 함

4. 1, 2번은 오정환이 방송에서 설명함

5. 씨지맥이 받아들일지만 남음

왜곡된 발언하지 말아 달래서 100% 순수 오피셜만 과장 하나도 없이 적어봤음└깔끔추└왜곡하지 말라니까 필터링도 없이 적어버렸누 ㅋㅋ

└1, 2번은 이해되는데 왜 갑자기 3번으로 건너뛰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C언어의 C가 Curse였던 건가

정보와 정리 두 가지만이 남게 된다.

그렇게 요약된 결론은 대중들의 사건의 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커뮤니티의 여론은 오정환에게 기운다.

상당수 유저가 패드립에 반감이 있다.

씨지맥을 지지하는 극성 팬덤이 일부 있기는 해도.

─씨지맥 방송국 구경 갔다가 존나 웃겨서 캡처해옴 ㅋㅋㅋ. jpg ――――――――――――――――――――――――――――+ Olxzz(Olx0503) 2013―02―23 15:10:11재판까지 가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법률상 가해자라 믿어줌근데 씨지맥이 법 안에서 가해자라고 해서 법 밖에서도 악인인 건 아니지 +――――――――――――――――――――――――――――억지 실드 치다가 뇌절까지 함└???

└이게 그 대가리 깨졌단가 뭐시긴가?

└국평오, 정몽주니어 연전연승!

└이런 놈을 팬이라고 믿고 재판 가는 ㅄ짓은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

사람인 이상 욕을 할 수도 있다.

그 수위라는 면에서, 선이라는 점에서 너무 지나치게 넘어버린 탓에 지탄을 피하지 못한다.

'…….'

커뮤니티의 반응.

씨지맥은 바싹 마른 목을 찬물로 달랜다.

어느 정도 반발이 있을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심하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짐작이 간다.

오정환이 이미 자신보다 앞서 해명 방송을 진행한 탓이다.

'…….'

상상조차 못 한 일이다.

다시 해명 방송을 한다고 진화될 불길이 아니다.

최소한 시청자들이라도 믿어주면 모를까.

〔cGvMax님의 방송국〕

─씨지맥님, 주제 넘는 건 알지만 애청자로서 한 말씀 드릴게요 [7] +22─자수해서 광명 찾자 [2] ―1

─자 연습해 볼게요~ "미안해!" [5]

─머호형 방송 초창기부터 봐왔는데 실드가 불가능하다 ㅠㅠ [11]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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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의 민심도 썩 좋지가 않다.

사태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너무 크게 번진다.

해명 방송을 진행했던 것이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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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환」님에게 온 메세지

할 말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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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씨지맥의 눈앞에 쪽지 한 통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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