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60화 (360/846)

360화

BJ는 감성적인 직업이다.

콘텐츠다 뭐다 여러가지 하지만 결국 요지는.

'시청자와의 소통이니까.'

사람 대 사람의 대화.

계산이 가미되면 그것만큼 딱딱한 것이 없다.

그래서 유명BJ일수록 솔직하고 감정적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는 대개 정답이다.

가식적인 모습보다 털털한 편이 중·장기적으로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보세요 씨지맥씨. 제가 어째서 바론을 쳤는지."

<…….>

씨지맥과 두 번째 전화 연결.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커뮤니티의 여론이 좋지 않다.

어제처럼 전화를 끊고 잠수를 타기는 슬슬 쫄리는 모양이다.

콰릉!

퍽! 퍽! 터엉! 퍽!

망치로 내려찍으며 3연타.

중간에 E평을 섞는 제임스의 기본적인 콤보다.

0.5배속의 리플레이는 그 순간 폭딜이 자세하게 보인다.

"마나소드랑 블클 뜨면 딜미터기가 터져요. 원딜도 이즈라서 바론 칠 근거는 충분했죠."

<…….>

―씨지맥 저 새끼를 쳐야 하는데

―^맥^빠지겠누ㅋㅋㅋㅋㅋㅋ

―사쿠라네?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말아야지

씨지맥이 의문을 제기한 부분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있다.

일단 가장 최근에 만났던 솔로랭크 게임부터 말이다.

「가속!」

다음 장면.

제임스의 QE가 날아간다.

말카림에게 맞아 풍선처럼 터지며 체력바를 깎아낸다.

콰릉!

치지직!

그 기세로 달려가 망치를 내려 찍는다.

최근 커뮤니티에서도 언급 빈도수가 있는 장면이다.

"망치 내려치는 모션이 좀 짧죠?"

<…….>

"Ctrl+3 춤동작 누르면 모션이 캔슬돼요. 망치로 찍으면 역공당할 거 같아서 일부러 한 거거든요?"

<아.>

―ㅁㅊ

―그래서 짧게 내려쳤구나

―아니 저런 것도 생각하면서 게임을 한다고?

―이건 좀 억울할 만하네

역지사지 해보면 놀라울 것도 없다.

물몸 새끼가 대놓고 들어오면 사지를 찢어버려야지.

'나야 뭐 경험이 많으니까 아는 것도 있긴 한데.'

결론은 매한가지다.

상대가 뭘 할지 알고 있으면 의도를 받아치는 것도 가능하다.

잡기술을 활용해 보다 원활하게.

심리전이 기본 바탕인 대전 게임에서는 드물지도 않다.

"이 게임은 보시면서 다 납득을 하셨죠? 이견 있으신 부분 없죠?"

<…….>

"대답 좀 해주실래요?"

<아, 네;>

이를 이해시키고 있다.

방송으로 의구심을 제기한 부분을 전부 말이다.

적어도 첫 번째 게임은 반박할 말이 없는 듯하다.

자신의 착오인 걸 깨달았는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침 삼키는 소리만 간간히 들리는 게 어찌 보면 처량하다.

'근데 뭐 어쩌겠어.'

실언.

과거부터 미래까지 씨지맥에게 항상 따라붙는 꼬리표다.

오죽하면 팬들도, 팀도 제발 방송 좀 하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을 한다.

굳이 안 해도 될 이야기를 해서 창조 손해를 보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실언 역사는 당연하게도 방송 초창기가 훨씬 더 심했다.

"이제 그 이전 게임 봐볼게요."

<저기.>

"왜 다른 할 말이 있어요?"

<아니. 그게, 그게 아니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 말이 있음'

―너만 할 말 있는 게 아니라고!

―할말하않^^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그 순간을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e스포츠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일 수도 있다.

'큐트남이라는 e스포츠 관계자가 있는데.'

간단하게 말해서 e스포츠판의 적폐다.

선수 팔아먹는 정말 나쁜 놈으로 그 실체가 팀의 감독이었던 씨지맥의 내부 고발로 밝혀지게 된다.

하지만 그 뿐.

큐트남 본인은 무혐의를 선고 받는다.

그리고 정작 씨지맥은 폭언·폭행으로 감독직 정지 처분을 당한다.

"님이 롤을 잘 알 거예요."

<잘 아는 게 아니라 아~~ 이걸 뭐라 해야 하지.>

"롤에서 님이랑 다른 건 틀린 거라고요? 방금 게임을 보면서도 그런 소리가 나와요?"

<…….>

그 이유가 실언 때문에.

안 해도 될 말 굳이 해서.

감정적으로 대처한 탓에 법정 싸움이 불리하게 진행됐다.

'이게 진짜 BJ들이 많이 하는 실수야.'

소위 말하는 인방충 말이다.

이 감성적인 직업이 가지는 고질적인 직업병의 일종이다.

자신의 감정과 시청자들의 동조.

이를 믿고 과격한 발언 및 행위를 우발적으로 저지른다.

"님 목에 만약 영화 쏘우에 나오는 폭탄 목걸이가 걸려 있다고 쳐봐요."

<네.>

"그리고 판단을 잘못하면 터지는 거야. 그래도 님 말이 무조건 맞다고 할 수 있어요? 방금 리플레이 동안 최소 3번은 터졌는데?"

<…….>

―폭탄 목걸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환소리 ON

―정환이 진짜 착하다 그냥 롤알못이라고 하지

―무슨 애 달래는 것도 아니고

팬들이 맞다, 맞다 해주면 진짜로 맞은 줄 알아버린다.

그렇게 마음이 붕 뜨면 설사 능력이 있는 사람도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범한다.

'딱 씨지맥이지. 딱 씨지맥이야.'

같은 BJ로서 안다.

차후 씨지맥이 감독직을 맡은 이후로 저지르는 모든 실수가 BJ 시절 버릇을 못 고쳤기 때문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이는 결코 BJ라서가 아니다.

철꾸라지 같은 하찮은 놈들이나 사건·사고 달고 다니지.

짬을 먹다 보면 이성이라는 이름의 브레이크가 생기게 된다.

"씨지맥님."

<네.>

"또 할 말이 있어요?"

<……조금.>

―있다 있다!

―이 새끼 또 있엌ㅋㅋㅋㅋㅋㅋㅋㅋ

―할 말은 많은데! 할 수는 없고! 눈치 보이고!

―씨지맥은 정말 최고의 BJ다^^

물론 BJ라면 어느 정도는 용납받는다.

나무위키 검색해서 논란 항목 하나쯤 없는 BJ를 찾는 게 더 힘들 것이다.

'근데 당신 BJ로 끝날 거 아니잖아.'

정말이지 안타깝다.

씨지맥이 아니라 e스포츠판이 말이다.

씨지맥의 실언 때문에 사건 자체가 산으로 간다.

철없는 선수 한 명에게 괜히 폭언을 했다가 그 선수가 앙심을 품고 고소한다.

당연히 억울하다.

그런데 뭐 어째?

'군대에서 이등병한테 그인 병장이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애?'

선수와 감독도 같은 맥락이다.

애초에 그 지경까지 가면 안됐다.

더 안타까운 건 해당 선수도 고소할 마음이 없었다.

<욕설이라고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럴 의도로 한 말이…….>

"설사 그게 사실이라도, 그걸 상대가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자기중심적인 해석이에요."

<…….>

"협박성으로 느껴지는 발언을 해놓고 받아들인 사람이 이상하게 받아들인 거라고 하는 건 철저한 본인 입장이죠."

―이걸 설명까지 해야 한다고?

―그냥 정환이도 패드립 박자

―보모네 보모

―대단하다 애새끼맥!!!

그렇게 감독직을 정지 당한다.

선수도 힘들고, 본인도 힘들어진다.

진짜 문제는 그 과정에서 큐트남에 대한 포커싱이 풀린다.

무혐의를 선고받는다.

씨지맥을 고발하기까지 한다.

가장 나쁜 놈만 살판 나는 지극히 현실스러운 엔딩이다.

'정말 소설 같은 일이야. 주인공이 좀 멍청한 소설.'

소설로 그런 일을 쓰면 고구마 먹는다고 악플이 1000개는 달릴 것이다.

아주 약간만 감정 조절이 됐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참사.

"심지어 게임 내용도 님이 틀렸잖아요."

<…….>

"이것도 인정 안 해? 부검 더 들어가요?"

<게임 내용은 제가……, 인지하지 못한 정보가 있었던 것 같아요.>

―ㅣㅣㅣㅣㅣ발 자존심 ㅈㄴ게 세네

―아ㅋㅋ 정보만 알았으면

―애초에 욕을 왜 해? 욕 없이 대화 못해?

―그냥 오해했다고 미안하다고 한 마디 하면 되는 걸 가지고;;

쉽지 않은 일인 건 맞다.

BJ가 시청자들에게 휘둘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팬이니까.'

자신을 좋아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말을 하는데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게 이상하다.

그렇기에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그들이 과연 자신의 팬인지.

그냥 누군가를 욕하고 싶은 사람들이 아닌지.

"제가 낮에 씨지맥님 방송을 봤어요."

<네.>

"시청자들이 호응해주니까 신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

무언가 사건이 터졌을 때.

몰려오는 사람들은 결코 평소 자신의 방송을 좋아해주는 팬들이 아니다.

'솔직히 우리나라는 그런 게 좀 심해.'

무슨 사건인지도 모르면서 우르르 몰려간다.

누군가 나쁜 놈이 있다 싶으면 매타작부터 한다.

3줄 요약이라도 보면 다행인 수준.

스트레스 풀이용 땅콩으로 여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되도 않잖아요."

<…….>

"정말로 님을 걱정하는 팬들이 고소로 연결돼도 이상하지 않은 사건을 두둔할까요?"

<…….>

일단 좀 참으라고 하지.

막말하는 성격인 걸 아니까.

부추기는 이들은 팬과 거리가 멀다.

'그냥 누군가 ㅈ되는 광경을 보고 싶어서 온 거야.'

그것이 너든 걔든.

그리고 이기는 편이 내 편이다.

정의의 입장에서 남을 편하게 욕하고 싶다.

당사자가 어찌 될지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만약 잘못되면 쓰고 있는 가면을 바꾸면 그만이다.

"제가 님보다 롤은 별로 안 했어요. 이번 게임은 제 판단이 맞았지만, 님도 인정했지만, 다른 게임은 아닐 수도 있어요."

<네!>

"대답이 빠르시네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바로 킹왕짱 롤잘알이라구~~~~!!

―롤부심 ㅅㅂ

―진짜 지는 거 싫어한다

항상 화제의 중심에 있는 BJ.

팬을 자칭하는 승냥이들한테 휘둘려서는 안된다.

이성이라는 이름의 브레이크를 한 손에 꼭 잡고 있어야 한다.

'말할 것도 없지만 한 팀을 책임지는 감독은 더더욱이고.'

그의 인생에 오지랖을 부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오해의 여지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고, 기왕 참견하게 됐다면 좋은 쪽의 결론을 맺고 싶다.

"근데 BJ로서는 님보다 선배예요. 보라판이라고 정치 개심한 곳 있는 거 아세요?"

<……네.>

"제가 작정하고 정치했으면 님 묻어버릴 수도 있어요. 고소는 고소대로 진행하고."

<…….>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말이다.

다행히 게임에 한해서는 그래도 냉정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른맥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우리 애새끼맥 말투가 공격적이어서 그렇지 본성은 착한 아이입니다……

"1000개 감사합니다. 씨지맥님 팬분이신 거 같은데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팬도 애새끼맥이라고 하눜ㅋㅋㅋㅋㅋㅋㅋㅋ

―대단하다

―그래도 걱정된다고 1000개나 쏘네

―1000개면 ㅇㅈ이지 ㅋ

게임 외적으로도 그래야 한다.

최소한 상식적인 수준 내에서는 반드시다.

'쉽게 믿는 사람들은 그만큼 쉽게 등을 돌려.'

애초에 사건의 본질에는 관심이 없다.

정의의 입장에 설 수 없다면, 욕을 할 수 없다면 나 몰라라 한다.

그런 사람들을 자신의 편이라고 착각하고 일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판단도, 책임도 오롯이 자신의 몫.

"이렇게 좋은 팬분들도 있는데 왜 이상한 시청자들 말을 듣고 자신감을 얻어요."

<…….>

"롤이 다수결이 아니듯이, 현실 판단도 절대 다수결이 만능이 아니에요."

<아.>

롤로 비유하면 이해가 잘되는 모양이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걸 수도 있지만 그래도 들어야 할 말은 들어야겠다.

"입감이 가셨어요?"

<네.>

"그럼 사과를 하셔야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존심! 자존심! 자존심! 자존심! 자존심!

―나의 '긍지'가 용납을 안 한다구우~~

―자 따라해 볼게요~ "미안해!"

패드립.

방송을 하다 보면 그 이상의 악질이 하도 많아서 솔직히 멘탈적인 타격은 없다.

'그래도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

입 밖으로 소리를 낸 것과 내지 않은 것은 천지 차이다.

씨지맥 본인에게도 좋은 교훈이 될 것입니다.

<패드립을 해서…….>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럼 이건 이쯤하고."

<…….>

진심이라는 측면에서도 말이다.

납득을 시키고, 무거운 입을 열게 만들었으니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건 그냥 내 개인적인 응분인데.'

나중 시점에서 들으면 화가 날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더없이 적절할 것이라 생각한다.

"오해는 풀린 것 같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요."

<네.>

"제발, 제발 어른이 되세요."

<…….>

―어른이 된 씨지맥ㅋㅋㅋㅋㅋㅋㅋㅋ

―plz, become an adult!

―이걸 용서해준다고?

―오정환 진짜 착하다

욱하는 감정을 조금만 통제했으면 싶다.

패드립이 습관인 악질한테 돌려주는 말치고 싱겁기는 해도.

'그럴 가치는 있으니까.'

차후 LCK 양대 팬덤의 축이 되는 씨지맥이라면 할 만한 투자다.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도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이때는 이 일이 그 정도로 스노우볼이 굴러갈 줄 몰랐다.

* * *

2019년 9월 26일.

롤드컵을 딱 1주일 남기고 일어난 일이었다.

e스포츠투데이― 「[오피셜] 롤드컵 앞둔 그리핀도르, 'cGvMax' 김머호 감독과 계약 종료」

한 편의 속보가 전세계 e스포츠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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