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62화 (362/846)

362화

새로운 둥지.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다.

씨지맥은 아쉽게도 롤드컵 우승에 미치지 못한다.

─우승을못함님 1, 000원 감사합니다.

으악 무관귀신이다!

"헤헤헤 그래도 준우승하고 저런 소리 들으면 괜찮은데 준우승도 못 해서 아쉽네."

―히히 못 가

―꺄아악!?! 저리 가 이 무관귀신!!!

―바보형

―무관귀신이 들러붙어서 초비가 우승을 못하네 ㅠ

당연히 쉬울 수가 없다.

1년의 시행착오는 상정하고 있었다.

정비를 해서 다음 시즌에 우승을 노려보려고 했는데.

―초비 어캄

―어캄 나이트?

―머호형 초비 언해피라는데 아시는 거 있으시나요

―초비 무슨 일 있음?

채팅창이 소란스럽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초비 발언 전문 그대로 받아 적음. txt

"그 사람 때문에 피해를 받아서 너무 스트레스 받아요."

"당연한 건 안 하면서 바라는 게 너무 많아."

"제가 말하는 사람은 인간 취급하기도 싫어요."

└씨지맥 저격이냐 이거?

└딱 봐도 "그 감독" 이네 ㅆㅂㅋㅋㅋㅋㅋㅋ

└냉정하게 씨지맥이라는 애들은 분탕이고 그냥 프런트 사람 중 한 명일 듯 └씨지맥 옷만 봐도 자기 관리 안 하는데 자잘한 걸로 초비한테 잔소리 하겠냐

커뮤니티를 한 번 둘러보면 되니까.

시청자들이 하도 언급을 해대니 안 볼 수도 없다.

그리고 실제 심각한 일임도 맞았다.

─오른이되게세요님 1, 000원 감사합니다.

왜 감독이 모르는 거예요 ㅠㅠ

"아 근데 자가격리 했잖아. 귀국하고 나서 바로 2주 동안 헤어져서 알 수가 없어."

―감독이 모르면 어떡해

―???: 솔직히 좀 애같긴 하잖아

―좀 씻고 다니지 얼마나 냄새가 나면 ㅉㅉ

―대단하다 애새끼맥!

DRF의 미드라이너.

그것도 핵심 선수인 초비가 팀에 큰 불만을 품고 있다.

그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 커뮤니티에서는 난리가 났다.

─포고스턱2님 1, 000원 감사합니다.

근데 진짜 머호는 아니지?

"나, 난가? 는 농담이고 한 번 진지하게 따져볼까? 롤드컵 우승을 못 해서 피해를 줬고, 조이를 해달라고 요구하긴 했지."

―난가? 는 좀

―조이를 요궄ㅋㅋㅋㅋㅋㅋㅋㅋ

―씨지맥이었네!

―무관귀신 네 이놈~~

정작 당사자인 씨지맥은 바보처럼 웃고 있다.

커뮤니티의 여론이 씨지맥을 질타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

─애새끼맥 그냥 놀리는 말인 줄 알았는데

지 팀 선수가 저렇게 힘들어하는 걸 모른다고?

난가? ㅇㅈㄹ하는데 내 군대 후임이었으면 쪼인트 깠다 └고문관맥ㅋㅋㅋㅋㅋㅋ└나, 난가? 나가 이 새끼야!

└정보) 감독이다

└진짜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지 모르겠지만 감독이란 사람이 뭐 이리 가볍냐

선수 관리는 감독의 책임이다.

이를 아예 모르고 있었다니 팬들 입장에서 한심하게 느껴질 만도 하다.

하물며 씨지맥.

불과 1년 전에 몸담고 있던 팀이 터졌다.

또 한 번 같은 사태가 일어나면 감독의 소질부터 의심받는다.

─DRF 프런트가 범인인 이유

[퓨식이 울면서 나가는 짤. jpg]

[DRF 유튜브 머프트 오열 영상. avi]

1. 섬머 결승 패배 직후 방송 켜서 선수들 강제로 인터뷰 시키고 패배 소감 물어봄

2. 롤드컵 탈락 후 귀가 버스에서 머프트 혼자 울고 있는데 그걸 몰카 찍음

선수들 일거수일투족을 죄다 공개하고 홍보에 이용하는데 선수들이 제정신일 리가 있나

└진심 ㅁㅊ 새끼들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였네

└와 우는 거 좀 짠하다

└???: 머프트님 유튭각 나오게 좀 더 오열해주세요

씨지맥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커뮤니티에서는 대략적인 추측이 완료된다.

집단 지성이 동원되자 단 며칠만에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 DRF BL물 기사 떴다 ㅋㅋㅋㅋㅋ [271] +741

─? 초비 유튜브에 FA 떡밥 올렸다…… [315] +1221

─? ★전격비교★ 큐트남 vs DRF 단장 [503] +2020

─? 현시각 DRF 프런트 근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2] +892.

.

.

오피셜도 하나둘 올라온다.

윤곽이 잡히고, 실체가 드러나고, 당사자들이 인정하는 데까지 카운트 다운이다.

─초비가 프론트한테 불만 있는 건 확실해졌는데

씨지맥 이 새끼도 이제 모르겠다

지 좋아서 따라온 초비가 저 지경될 때까지 대체 뭐한 거임?

└뭐긴 인방 했지

└아 방송해야 한다고요 다 비키라구요~~~

└에혀 애새끼맥

└철없어 보이는 게 아니라 진짜 철이 없는 거임ㅋㅋ

씨지맥에 대한 비난도 점점 커진다.

직접적인 책임까진 없지만, 간접적인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니까.

팬들이 느끼는 것 이상으로 당사자들은 훨씬 더 민감했다.

'내가 무관귀신도 참았는데 애새끼맥은 도저히 못 참겠다.'

초비는 커뮤니티 반응을 둘러보며 쓴웃음을 삼킨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해주고 있다.

감독이란 사람이 대체 뭐야?

팀에서 가장 신뢰가 가고, 의지가 되어야 할 어른이 아무것도 모른다.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다.

그러니까 상담할 생각조차 안 든 거다.

팀을 나오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원인이다.

―형 나 칰으로 가려고

「ㅡㅅㅡ」

―형도 같이 가자

―우리 언제까지 이런 게임 할 수 없잖아

DRF는 미드&원딜 난이도가 높은 팀이었다.

라인전도 이기고, 초반 갱킹 받아주고, 플레이 메이킹 하고, 한타 캐리까지 도맡는다.

그런 고점 플레이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 리 없다.

선수의 입장에서 부담감이 엄청났고, 결국 시즌 후반에 갈수록 폼이 무너졌다.

'어째서 모르는 거야 김머호!'

씨지맥은 자신들에게 희생적인 플레이를 강요했다.

게임 내외적인 불만과 인간 씨지맥에 대한 실망이 합쳐지게 된다.

그를 믿고 왔던 DRF.

더 이상 믿을 사람조차 없어진 이상 팀을 나가는 결정을 내린 건 필연이었는데.

「LoL) cGvMax. 할 말 정리해옴」_ ?0명 시청

씨지맥의 방송.

초비는 자신도 모르게 클릭한다.

심층 의식에서는 여전히 그에 대한 한 가닥 신뢰가 남아있었다.

<우선 오늘 방송은 평소처럼 막 켠 게 아니고 하고 싶은 말들 정리해왔어요.>

평소와는 다른 모습.

아니,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1년 전 그리핀도르 사태가 터졌을 때 말이다.

─초비아님님 1, 000원 감사합니다.

왜 몰랐냐고 애새끼맥!

<아……, 평행세계의 애새끼맥은 몰랐을 수도 있는데 저는 알았어요. 초비한테 듣고 안 거 아니냐고? 하하, 몇 달 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내용이에요.>

―ㄹㅇ??

―뭐지 오늘 느낌이 좀 다르네

―큰 거 온다

―대체 뭘 준비하길래 몇 달 전부터 ㄷㄷ

헛기침을 내뱉으며 목을 가다듬은 씨지맥은 말한다.

DRF 프론트가 선수들에게 저지른 만행의 실질적 증거들.

<이미 상부와 협상이 거의 끝났고 문제를 저지른 프론트 멤버……, 그러니까 회사 내부에 파벌이 있는데 뿌리부터 뽑힐 거예요. 제가 그렇게 만들 거예요.>

―와

―아니 스케일 뭔데

―응가 누나 잘림?

―응가 그 년이 선수들한테 BL물 찍게 만들었다몈ㅋㅋㅋㅋㅋㅋㅋㅋ

이는 놀라운 것이었다.

과정은 물론 해결까지 어른스럽다.

방송을 보고 있는 초비의 마음이 흔들린다.

'아니, 그래도…….'

이적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된 건 고작 한 가지 이유가 아니다.

게임 내적으로도 마음이 맞지 않게 되었다.

최소한 알아주기라도 하면 모른다.

자신과 머프트가 얼마나 고생을 하고, 팀을 위해 헌신을 하는지.

─세상이기적임님 1, 000원 감사합니다.

잘린 프론트 월급으로 에이밍 사면 안됨? 머프트 퇴물 됐던데

<아니, 어이가 없네 진짜. 내가 평소 같았으면 무시하고 넘어갔을 텐데 오늘은 한마디만 할게요. 제발 경기 결과랑 해설들 말만 믿고 선수들 평가하지 마.>

―아닌데? CS도 보는데?

―코건 맞지 ㅋ

―아아아악! 초비상!!!!

―응 솔랭 점수도 봐^^

씨지맥은 따듯한 커피로 목을 축이고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시청자들이 DRF에 대한 의문점을 전부 받아준다.

─날먹챔만함님 1, 000원 감사합니다.

도인비도 마린도 두란은 절대 캐리 못하는 탑솔러라는데 왜 자꾸 캐리롤 시키는 거임?

<이게 생각의 차이……, 아니 까놓고 말할게. 걔네는 선수잖아. 팀에 못하는 선수 있으면 그냥 바꾸거나 다른 팀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선수.>

하지만 자신은 감독이다.

주어진 자원으로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한다.

아니, 이 팀으로 반드시 롤드컵 우승을 하고 싶다.

<두란이 캐리롤을 못하면 언젠가 반드시 구멍이 생겨. 그리고 최고의 팀은 그 약점을 절대 봐주지 않아. 8강따리든 4강따리든 조금 더 올라갈 수는 있어도 우승은 못 하는 팀이 돼버려.>

―오

―우승은 못 하는 팀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듯한데?

―절대 우승을 못 하는 감독이 할 소리는 아닌데

충신지빡이2님이 블랙리스트에 추가되었습니다!

시청자는 물론 선수들과도 관점이 다르다.

한 팀을 이끄는 감독으로서 내려야 하는 결단이었다.

─머프트아님님 1, 000원 감사합니다.

결국 미드원딜을 희생해서 탑정글을 키운 것 아밈미까?

<생각보다 오래 걸린 건 맞아. 올해에 완성되지 못한 건 아쉬워. 하지만 내가 선수들과 약속한 롤드컵 우승을 해내기 위해서는 이게 맞아.>

선수로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만큼 억울한 일은 없다.

안타깝게도 매 시즌 수도 없이 일어난다.

커뮤니티에서 말이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선수에 대한 평가가 극적으로 바뀌는 일이 다반사다.

'…….'

감독은 그러한 세간의 평가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선수의 가능성을 보고, 팀의 시너지를 일으키는 최선의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너희들 RPG게임할 때 만렙부터 찍고 그다음 풀템 맞추잖아. 그런 것처럼……, 신인 선수들 경험치는 쌓을 만큼 쌓았어. 내년 DRF는 진지하게 롤드컵 우승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이야.>

―C소리 ON

―그놈의 경험칰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두란 테라버닝 안 해도 됨?

―도대체 몇 번째 롤드컵 도전이야

그런 씨지맥의 방송을 보며 초비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또다시 그를 믿어도 될지.

갈등을 하던 초비의 핸드폰이 별안간 거세게 울린다.

"여보세요?"

<어, 나야 재훈아! 잘 지내?>

국제 전화였다.

한때 같은 팀에 소속되어 커리어의 최전성기를 달렸던 탑솔러.

'스워드형이 왜?'

그리핀도르 사태때 다소 어색해진 감은 있어도 과거의 일이다.

연락을 안 할 만한 사이는 아니지만.

"갑자기 무슨 일이야?"

<그냥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

"어……."

<너 왠지 고민이 있을 것 같아서.>

시기가 워낙 묘하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초비는 털어놓게 된다.

이러저러한 일로 머프트와 DRF를 나갈 생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꾸짖을 갈!!!!!!>

"형 목소리가 너무 커요……."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더냐! 나는 비록 바다 건너 이국에서 프로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한국에 있는 너만은 머호형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들려오는 대답은 호통.

한때 씨지맥을 배신하기 직전까지 갔던 스워드는 이전과 180도 달라져 있었다.

<머호형이 평소 애새끼처럼 보여도 얼마나 속이 깊은 사람인지 너도 사건을 겪다 보면 깨닫게 될 거다.>

"근데 형."

<어?>

"목소리가 조금 취한 거 같은데 착각이죠?"

<크흠! 숙소 근처에 좋은 와인바를 발견했거든. 종종 드나드는데 너도 어른이 되면 이 맛을 알게 되겠지.>

"……."

비슷한 모습도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사람의 내면이란 측면에서 오해를 하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씨지맥의 발빠른 대처와 스워드의 조언이 분기점이 되어 DRF는 극적인 잔류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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