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화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보는 개소리다.
"멍멍!"
"잘 지냈어?"
"멍……, 헥! 헥! 헥!"
현관문을 열자 잔뜩 흥분한 서은이 반긴다.
개가 인간을 마중 나오는 건 늑대과 동물의 습성이라고 한다.
핥고, 냄새를 맡고, 반가워하고.
너 괜찮니? 아무 일 없었니? 뭐 먹을 거 가지고 온 거 없어? 킁킁킁!
"인간 말도 까먹었어?"
"멍멍♡"
"그래, 그래."
그런 짐승의 본능이 내재돼 있는 건지는 모른다.
적어도 요염하고 귀여운 강아지 흉내는 아니다.
'그냥 개지.'
애교조차 아니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부끄럼도 없이 드러내고 있다.
엄지손가락을 쑤셔 넣은 입술 사이로 침을 줄줄 흘린다.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볼을 맡긴다.
"하, 참."
"왈왈."
"목줄은 빼먹지도 않고 잘 차네."
내가 선물해줬던 물건.
볼 때마다 정말 잊지 않고 잘 차고 있다.
하얀 목에 줄을 그어주는 초커는 개인적으로 취향이다.
'섹시하다기보다는 개목줄 느낌이긴 한데.'
그래서 좋아하기도 한다.
차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 소유라는 생각이 진하게 든다.
다만 좀 늘어졌다.
"멍멍! 아, 낑낑……."
가죽 벨트 같은 구조다.
끝부분을 당겨서 조일 수도, 반대로 헐겁게 풀 수도 있다.
'여러 의미로.'
조금 막 쓰다 보니 많이 헤졌다.
가죽 부분이 늘어져서 도저히 못 써먹겠다.
"야."
"멍멍!"
"죽을래?"
"히익, 끄힑! 끄르륵……."
목과 초커의 틈새에 손가락을 욱여넣고 당긴다.
아주 강하게.
고통스러워하는 서은의 입술을 거칠게 삼킨다.
'최근에 좀 심심하게 뒀어서.'
엇나가지 않게 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을 육체와 정신에 새겨주려고 한다.
투둑- 툭!
낡은 초커가 악력을 이겨내지 못한다.
이음매가 툭툭 끊어지며 마지막 순간만을 앞두고 있다.
"하아, 하아……. 끄흙."
산소 부족으로 제정신이 아니게 된 서은의 입가를 핥으며 초커를 풀어준다.
워낙 목이 얇아서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다.
본인은 오히려 원한다는 듯 반항조차 없다.
말 잘 듣는 장난감 같은 서은을 들쳐 매듯이 업고 안쪽의 방으로 옮긴다.
털썩!
내가 잡아준 집이다.
방 위치는 대략 알고 있다.
침실로 들어가 침대 위에 던지듯이 눕힌다.
"낑낑."
"그래."
"멍멍……, 시무룩."
잠깐 정신을 못 차리고 바짓가랑이를 킁킁 대더니 허전해진 자신의 목을 손으로 더듬는다.
목줄 풀린 개가 자유롭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지직-!
그래서 하나 사왔다.
천연 가죽 재질이라 아까처럼 당겨도 손상되지 않고, 두꺼워서 보다 개목줄스러운 디자인이다.
"잘 어울리네."
"가, 감사합니다……."
"개 같아서."
"헤헤, 멍멍! 왈왈♡♡"
침대 위에 네 발로 앉아 연기력에 힘을 준다.
BJ 활동을 제법 해서 그런지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 신경 쓰고 있다.
짧은 반바지.
드러나는 허벅지를 강조하며 하얀 티셔츠 안쪽이 일부러 보이게 목을 쭉 뻗은 자세를 잡는다.
'음, 뭐.'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목 부분을 잡자 맥박이 빠르게 뛴다.
무언가 기대하고 있는 것이 굉장히 많은 눈치다.
"졸라 두근대네."
"저, 저 엄청 잘하고 있어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오빠 말씀 다 지켰어요."
"그래서?"
"헤헤헤……."
"잘하면 앞으로도 키워줄 테니까 계속 열심히 해."
"오빠 집에서 키워주세용♡♡"
"……."
최근 관리가 소홀했다.
잠시 짬을 내서 놀아주고 있다.
성격과 취향이 특이하다 보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이런 애가 주위에 있으면 정서 교육에 좋지 않지.'
집에 손님이 묵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만남을 자중하고 있던 이유이기도 하다.
주위에 있는 여자 중에 정상인을 찾기가 힘들다.
물론 애완견 사육이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사례도 있지만 무작정 신뢰하기는 뭣한 일이다.
애완견은 애완견대로 축사에서 잘 놀아준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학교는?"
"일단 수강신청은 해놨는데요."
"X간신청? 미쳤냐?"
"헤헤헷……, 멍♡
입이 풀린 서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보드라워서 말티즈의 털을 헤집는 듯한 기분이다.
'컨셉을 생각해서라도 다니는 게 좋지.'
여고생BJ는 현재 시점에서 희소하지만, 여대생BJ는 찾아보면 드물지도 않다.
여캠 중에서는 특히 굴러다닌다.
그럼에도 가치는 충분하다.
게임판 시청자의 절대 다수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 학생이다 보니 공감대가 연결된다.
그것도 과탑 수준.
어느 대학 다님? 실물은 어떰? 성격은 어떰?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오빠는요?"
"난 됐어."
"오빠랑 같은 강의 들으면 행복할 것 같은데~ 헤헹."
"……."
대학생 때라면 조금 혹했을지 모른다.
말 잘 듣는 후배에 대한 로망은 남자라면 가지고 있을 만하다.
물론 지금도 재미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귀찮다.
남자BJ는 그 정도로 컨셉에 충실할 필요가 없다.
'남고생, 남대생 생각만 해도 존나 가치 없잖아.'
공감대도 방송 경력이 있는 나에게는 의미가 없는 일이다.
적당히 놀아주고 턱을 쓰다듬으며 헤어진다.
"방송 열심히 해."
"충성 충성!"
"학교 가면 여름이도 챙겨주고."
"……네."
서은의 집에서 나온다.
갈 때마다 재미는 확실히 보장한다.
빨리 걸으면 채 10분도 안 되는 거리인데 너무 버려뒀던 감이 있다.
타닥, 탁!
다른 개소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짜 개소리가 아닌 비유적 의미.
살면서 한 번씩은 들어본다.
《야구로 보답하겠습니다.》
《팬들께 죄송……, 연기로 보답할 것.》
대충 듣기만 해도 뭔 쌉소리인가 싶은 변명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효과가 없다고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어디서 수근수근 대는 소리 들리잖아.'
아무리 죄가 있어도 능력이 있으면 커버된다.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알 만한 형님이나 라디오☆ 등 재밌게 본다.
스포츠계나 연예계에서 통용되는 논리.
인방판에서는 보다 일상적이라는 사실은 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제가 코물쥐를요?」
「에반데;」
-왜요?
-싫어요?
「걔는 너무 폐급이에요」
「사람이 못해도 적당히 못해야 되는데 그냥 쓰레기잖아요」
철꾸라지나 김군 등 말이다.
그런 병신들은 당연히 지하 깊숙이 묻혀야겠지만, 약간 꺼내줄 만한 애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냥 애가 좀 덜떨어지는 경우도 있어.'
딱히 코물쥐를 말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이야기다.
씨지맥의 경우도 어떻게 보면 너무 솔직했다.
급식들 말싸움 수준이라 문제지.
-쓰레기라뇨
-말이 심하시네
「아, 네;;」
-생활 폐기물이라고 해주세요
「생활 폐기물이라서 가르친다고 사람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의심 자체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같은 말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러면 오해가 생기더라도 풀 수 있는 건데.'
너무 선을 넘었다.
후속 대처도 안 좋았다.
최근 커뮤니티에서 큰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한다.
내가 용서해준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그도 그럴 게 화제가 그 정도로 커지면 당사자들의 손을 떠난다.
-커뮤니티에서 자꾸 이야기가 나오시잖아요
「끝난 일 가지고 어그로 끄는 시청자들이 있어 가지고」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님 관점이고
-제가 그때 말했듯이 사람들 생각은 다르니까
「…….」
국민적 정서에 위배된다.
그런 사건을 일으켰으면 최소한 반성하는 시늉이라도 취하고 있어야 했다.
'일반인도 아니고 BJ잖아.'
연예인들이 흔히 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대중의 인기로 먹고 살기 때문에 응당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BJ도 큰 틀에서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숙을 하는 게 맞다고요?」
「정환님이 보시기에도?」
-글쎄요
-초기 상황이었으면 그게 맞는데 너무 일을 벌리셔 가지고
「…….」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판이 커진 이상 대충 수습하긴 글렀다.
'곤란해.'
본래에도 인성 관련해서는 썩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와 얽히며 그 점이 훨씬 두각된 측면이 있다.
이대로면 미래가 바뀔지도 모른다.
인성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취업에도 당연히 불이익을 받는다.
-그래서 제가 제안을 드리는 거거든요
「코물쥐?」
-코물쥐 뿐만 아니라 팀을 꾸려서 LCK에 도전을 해보는 거죠-실력에 자신 있으시다면서요?
「…….」
감독으로서 활동 자체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그리는 큰 그림이 무산되면 곤란하다.
그런 현 상황을 타개할 유일할 방법.
'실력으로 보답하는 거지.'
놀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자극적인 방송은 인터넷 방송의 흥행 공식.
다소의 잘못은 덮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대회는 이야기가 다르죠」
「사람부터 모아야 되고」
-그건 제가 할 테니까
「당연히 돈도 들 테고;」
-그것도 제가 후원을 할게요
「…….」
그 스케일이 조금 크기는 하다.
하지만 가능성이란 면에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 선다.
'패가 있으면 이용해야지.'
컨트롤이 불가능한 천재.
차후 그가 무관귀신이 되는 이유.
그런 씨지맥의 목줄을 쥐게 된 마당이다.
* * *
LCK.
대한민국의 LoL 최상위 리그.
"야 너 점수 너무 빡세게 올리는 거 아니냐?"
"언제는 대충 한다며."
"아니……, 됐다. 폼 찾았다고 보는 게 맞겠지. 너니까."
그 소속 프로팀 중 하나다.
삼선 갤럭시의 주전 미드라이너 다대기는 한숨을 얕게 뱉는다.
'너니까라.'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한 것이었다.
솔로랭크 1위를 달성하는 것은 말이다.
그것이 의미가 없다.
3밴만 하면 팔다리가 잘린다.
프로씬에 데뷔한 다대기가 듣던 평가다.
----------------------------+
아이디- 다대기
전적- 135승 76패
티어- CHALLENGER 520LP
? 트와이스 페이크- 61%
? 자드 - 70%
? 나이즈- 58%
? 구리가스- 50%
? 카직트- 80%
+----------------------------
그때와는 다르다.
스크림은 물론 솔로랭크도 만전이다.
한 가지 사건이 다대기의 가슴에 불길을 일으켰다.
─다대기 솔로랭크 1위 찍었네 ㄷㄷ
[솔로랭크 순위. jpg]
솔랭도르도 못하게 된 줄 알았는데 역시 프로는 프로인가 이번 시즌 기대해봐도 되겠지?
└응 오정환선에서 컷
└3밴 당하면 BJ한테도 털리는데 무슨ㅋㅋㅋㅋㅋ
글쓴이- ㄹㅇ?
└얘는 다음 시즌에도 글렀음
오정환과의 만남.
프로가 아마추어한테 지는 일이 드물다 보니 다소 화제가 되었다.
'좋은 자극이 됐지.'
아마추어와 비교되는 게 싫어 연습에 박차를 가했다.
덕분에 슬럼프를 탈출할 수 있었다.
남은 것은 돌려주는 것뿐.
솔로랭크에서 오정환을 다시 만날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는데.
"근데 너 소식 들었어?"
"필요한 거야?"
"아니……, 까칠하네. 너 궁금할까 봐 그랬지."
"?"
동료 선수가 핸드폰을 뒤척인다.
무언가 검색하더니 자신의 앞에 들이민다.
기껏해야 여자 사진.
아니면 맛집이라도 발견했겠지.
별생각 없던 다대기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LCK 스프링 예선부터 우승까지 함께 할 BJ를 모집합니다
현재 멤버 : 오정환, cGvMax, 코물쥐
◈ 모집기간
선발시 종료
◈ 지원자격
다이아1 90점 이상 티어
BJ 경험이 있는 자
◈ 제출방법
이메일 : [email protected]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아마추어팀이 결성되는 건 말이다.
현재 LCK는 예선만 뚫으면 누구나 프로의 문을 두들길 수 있는 구조.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 보니 보통은 주시하지 않는다.
이번만큼은 프로인 다대기도 눈이 진지해진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오정환?'
그가 자신의 세계에 들어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