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화
처음도 아니다.
─하얀쿠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 LCK 도전하는 거임? ㄷㄷ
"그렇습니다. 지금 염탐하는 BJ분들 분명 있으실 텐데 이거 기회예요. 밑져야 본전입니다."
―어머 이건 해야 돼!
―홍보 효과만 해도 뭐……
―이왜진?
―진짜 로그아웃하고 보고 있는 BJ들 많을 듯 ㅋ
BJ들이 프로씬에 도전하는 일은 말이다.
과거 한 번 그 문을 두들겨 본 적이 있다.
'더 플라잉 사미라의 벽이 막막하긴 했지.'
당연하게도 쉬울 수가 없다.
실력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과정도 엄청나게 복잡하다.
PC방에서 진행되는 3군 리그를 통과하고, 2군인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우승/준우승해 승강전에 가고, 승강전에서 LCK 하위팀을 이기고 나서야 1군인 LCK에 발을 디딜 수 있다.
그마저도 2021년부터는 프랜차이즈화가 되어 도전이 불가능해진다.
"BJ분들 중에 최상위 전력을 규합해서 LCK에 진지하게 도전해볼 생각이거든요? 그렇죠?"
<어, 네. 네!>
―헐
―씨지맥 말 더듬는데?
―팩트) 원래 더듬는다
―챌린저BJ팀 ㄷㄷ
현재는 방식이 간소하다.
각 시즌 LCK는 예선전을 치른다.
이를 뚫을 수만 있다면 아마추어팀도 본선 참가가 가능한 구조.
'BJ들끼리도 못 할 것이 없다는 거지.'
롤판 초기에는 그런 규합이 일어나지 않았다.
실력파BJ의 수가 적기도 하거니와, 애초에 스케일이 너무 크다.
LCK.
그 세 글자가 가지는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못 오를 나무를 쳐다보다가 담이 걸리는 건 사양이다.
<어……, 제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예, 말씀하세요."
<지금 지원자분들이 듣고 있을까 모르겠는데 티어 높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롤은 제가 가르칠 테니까.>
가능성이 충분하다.
씨지맥이 디스코드를 통해 입을 연다.
그가 선수 겸 감독으로서 모든 걸 통제할 예정이다.
'믿고 맡길 만하지?'
능력은 보장돼있다.
선수 키우는 재능 하나는 LCK 감독 중에서도 탑.
씨지맥이 원하는 대로만 하게 해주면 문제없을 것이다.
"씨지맥님이 최근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는데."
<…….>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 총대 메고 주장을 맡으셨습니다. 씨지맥님이 변화하는 모습 지켜봐 주시고, 혹시라도 패드립 하면 알려주세요."
<…….>
―패드립ㅋㅋㅋㅋㅋㅋㅋㅋ
―^맥^이누
―씨지맥이 주장?
―정환이는 그냥 팀원이야?
문제는 내부 사정.
그것만 컨트롤해 주면 어지간한 프로팀보다 훨씬 강력한 전력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난 안 할 거니까.'
플라잉 더치맨호에는 선장이 필요하다.
팀게임이라는 게 러너리그 때도 겪었지만 보통 일이 아니다.
프로씬으로 들어간다면 더더욱.
자칭 세계 최강 롤잘알이 있으니 알아서 잘 극복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LoL) 오정환. LCK 스프링 예선부터 우승까지 함께 할 BJ를 모집합니다」_ ?26, 974명 시청
내가 해주는 건 홍보.
더불어 방송적 접점이다.
소위 말하는 미끼 상품 같은 역할이 있다.
─피닉스김2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PD도 참가 가능한가요?
―피닉스김이라고?
―본인이야?
―굽
―배달의 악마……
롤판에서 쌓아온 입지.
그 이전에 대기업BJ로서 나팔수만 불어줘도 차고 넘친다.
'콘텐츠란 면에서 봐도 흥행이 보증돼 있으니까.'
굳이 거창한 목표까지 안 따져도 메리트가 충분하다.
BJ들이 하나둘 참가 의사를 표명한다.
<안녕하세요. 방송을 하는 피닉스김입니당.>
"네."
<평소 오정환님과 씨지맥님 방송 즐겨보고 있는뎅 팬이라서 몇 번 저격한 점 마음 상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당.>
"괜찮아요. 유튭각도 잘 나왔고."
진짜 전력이 될 만한 이도 말이다.
씨지맥 못지않은 사고뭉치도 있지만, 팀장이 씨지맥인 만큼 괜찮을 것이다.
<저도 게임을 머리로 하는 스타일이거등요.>
"아~"
<두 분이랑 스타일이 잘 맞을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습니당.>
<할 말이 있음.>
―시즌 2호 할 말이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
―대환장 파팈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되냐?
―머리로 하는 스타일 vs 머리로 박는 스타일
씨지맥의 주도하에 주전 선수들이 골라진다.
선수 피드백을 그가 하게 되는 만큼 당연한 권한이다.
그럴듯한 팀이 완성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수많은 시청자들 앞에서 선언한다.
<안녕? 내가 너희들에게 롤챔스 우승을 안겨줄 사람이야.>
LCK 우승의 꿈을 향한 포부를 밝힌다.
* * *
개똥도 약에 쓸 수 있다.
인터넷 방송에서는 딱히 드물지도 않은 개념이다.
─롤챔스 우승 선언ㅋㅋㅋㅋㅋㅋㅋ
─프로들 피껏솟ㅋㅋㅋㅋㅋ
─킹능성 있는 거 맞냐?
─너무 ^꿈^만 같은 도전인데?
관심의 방향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바꿀 수만 있다면 말이다.
커뮤니티에서는 삽시간에 화제가 된다.
─씨지맥이 인성은 좀 말아먹었어도
실력은 ㄹㅇ
원조 천상계BJ인데 LCK에서도 먹힐 만하지
└확실히 실력은 있지
└패드리퍼가 프로 해도 됨?
글쓴이― 인게임 제재받은 것도 아니라 규정에는 안 걸릴걸 └프로팀이면 몰라도 BJ팀이니 뭐
씨지맥에 대한 부정적 여론.
이는 분명 그의 실언 때문이다.
하지만 챌린저BJ라는 배경도 깔려있다.
그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한 번 욕 먹는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화제가 불거지는 과정에서 더욱 알려진다.
─씨지맥 인방충이라고 무시하는 사람 있는데
러너리그 시즌1 우승 출신임
그때 프로팀들도 참가했는데 다 잡고 우승한 게 씨지맥 ㅇㅇ└티몽 쿼드라 킬 소름이었지……
└얼밤도 참가하지 않았나?
└오정환만 안 만났으면 시즌2도 먹었다 ㅋㅋ
└천상계 이단아 소리 들을 만하네
그가 어떠한 사람인지.
잘 모르던 사람들도 기억한다.
인성과 반비례하는 실력을 가진 챌린저BJ라고.
즉, 실력적인 면은 확실하다.
LCK 도전이라니 재밌어 보인다.
부정적 여론이 뜨거운 관심으로 치환되고 있다.
<물쥐야. 팔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한테 박수를 치라고 하면 그 사람이 이상한 게 맞아.>
<…….>
<근데 너는 팔이 다 있는데 박수를 치려고 안 해. 그래서 내가 너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박수 칠게요…….>
―그냥 욕을 하자;
―C언어 ㄷㄷ
―오정환도 이 정도로는 안 갈궜는데
―그립다 오정환!
방송적 재미가 있다면 더더욱.
씨지맥 특유의 4차원 화법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단순한 남탓이나 욕이라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팀원들에게 하는 피드백은 긍정적인 방향이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는 언제 같이 연습해요?
<정환님은 그러니까 흐……, 조커 카드? 일단은 팀부터 완성할 거야.>
―오
―조커환
―ㄹㅇ 바텀부터 사람 만들어야지
―싸우더니 친해졌네 ㅋㅋㅋ
잘못을 저질렀던 상대.
오정환과도 잘 지내는 모습을 보인다.
인성에 대한 비난은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춘다.
─씨지맥 게임 보는 눈은 진짜 좋은 거 같지 않음?
코물쥐 안 들어가고 앵기는 거 답답했는데
한타 끝나자마자 팩폭 갈기네
└좋은 거 같은 게 아니라 좋은 거 맞음ㅋㅋㅋ
└말을 좀 ㅈ같이 해서 그렇지 틀린 말은 안 해
글쓴이― ㄹㅇ
└전공 찾은 듯?
BJ들의 LCK 도전.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대사건이다.
인방판이 확대되는 최근 추세와도 맞아떨어진다.
씨지맥을 향했던 비난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커뮤니티의 주요 화제로 단숨에 부상한다.
일부 챌린저 유저들에게도 말이다.
─요즘 갑자기 챌린저 방송 많이 생겼네
BJ프로팀 참여하려고 방송국 판 거 같은데
이거 꼼수 아님?
└상관없을걸?
└상관없댔음
└아마리그도 아니고 LCK인데 실력이 먼저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땡큐지 ㅋ
모든 실력파 아마추어들이 BJ를 하는 게 아니다.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유명해지는 과정은 더 귀찮다.
이를 단박에 해결할 기회.
LCK 도전이 실패로 끝날지라도 BJ로서의 인지도는 고스란히 남게 된다.
'괜찮은데?'
'이 참에 나도 BJ나 할까…….'
'진지하게 도전할 거면 나 같은 챌린저가 들어가는 게 맞지~'
BJ라는 직업이 가진 메리트.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다.
인방판의 확대와 일련의 화제로 앞당겨진다.
"BJ들도 예선전 참가한다더라?"
"걔네 잘하긴 해."
"아 러너리그?"
"진짜로 예선 뚫고 올라오면 재밌겠다 크킄.“
일부 프로게이머들도 흥미를 느낀다.
고작해야 아마추어들의 소꿉장난.
그렇게 진지한 수준까지는 아니다.
'…….'
팀원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다대기로서는 다른 생각이 일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게 한번 데어본 적이 있다.
오정환은 물론 씨지맥에게도 말이다.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챌린저 구간의 특성상 잘하는 사람은 기억한다.
'말리면 웹툰 보러 가는 쓰레기 새끼이긴 한데.'
잘 풀렸을 때의 캐리력은 인정할 만하다.
그런 씨지맥과 오정환이 뭉쳐 팀을 만들었다.
피드백도 살벌하게 하는 게 장난은 아니어 보인다.
'기왕 돌려줄 거면 솔로랭크보다는.'
얼마 전에 겪었던 사소한 굴욕.
프로게이머로서 아마추어와 비교된다는 건 자존심이 상한다.
안 그래도 벼르고 있던 차에 좋은 기회다.
대회 무대.
수십 만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자리.
격의 차이를 가르쳐주기에 더할 나위 없다.
"감독님 저 스크림 풀로 뛰고 싶습니다."
"어……, 그래? 솔로랭크는?"
"이미 아시잖아요."
"아니, 뭐 알긴 아는데. 알았다. 알았어! 열심히 하고 싶다는데 당연히 도와줘야지!"
프로게이머에게 있어 솔로랭크는 개인 연습임과 동시에 휴식 시간이다.
진짜는 팀단위 연습인 스크림.
'프로의 게임이라는 게 뭔지 깨닫게 해줘야겠는데?'
예선전만 넘어온다면 본선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다가올 그날을 다대기는 칼을 갈고 기다린다.
* * *
생각 이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씨드백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씨지맥 피드백 봤어요? 존나 날카로움 ㄷㄷ
"그래요? 천직인가 보네."
―진짜 진짜임
―자신한테 한없이 관대하고 남한테 엄격한 게 ㄹㅇ
―티어가 높잖아
―다른 챌린저들보다 말 잘하던데?
그도 그럴 게 씨지맥.
지도자 DNA라는 면에서 아주 적절한 인선이다.
그의 능력을 알고 있는 만큼 전적으로 신뢰한다.
'멤버도 꽤 좋고.'
챌린저 지원자들이 줄을 섰다.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된 덕분에 홍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LoL은 팀게임.
비슷한 실력대라 할지라도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좋은 팀이 될 수도 있고, 아쉬운 팀이 될 수도 있다.
인재가 많다는 건 선택지가 많다는 의미다.
씨지맥이라면 좋은 멤버를 추려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쿠웅!
그리고 나는 내 할 일 한다.
솔로랭크.
1위를 찍는다는 목표는 당연히 잊은 적이 없다.
1픽: 오 2픽 챌린저네
오정환: ?
1픽: 요즘 자꾸 로우큐만 잡힘
1픽: 챌린저들이 큐를 안 돌려;
그 과정이 보다 수월해질 예정이다.
곧 스프링 시즌.
프로게이머들은 바쁠 수밖에 없다.
"프로들이 대회 준비하냐고 큐를 잘 안 돌려서 그런가 보네요."
―아
―하긴 50명밖에 없으니까
―ㅁㅊ 챌린저라서
―진짜 그들만의 세계넼ㅋㅋㅋㅋㅋㅋㅋ
딱히 드물지도 않다.
솔로랭크 꿀을 빨 수 있는 기간.
아마추어들이 보다 점수를 올리기에 편한 시기다.
'그 아마추어들도 바쁘다고 하고.'
챌린저 유저의 상당수가 공백 상태다.
경쟁자가 확 줄어들게 된 셈이다.
양학을 할 실력만 가졌다면 천혜의 환경.
「힘의 균형은 유지되어야 한다!」
마침 가지고 있다.
게임을 혼자 할 수 있는 챔피언 폭도 말이다.
빈집털이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