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화
LOL이란 게임은 크게 두 가지다.
진짜 롤과 그냥 양학.
구웅!
부왁―!
공간을 격하며 흩뿌린다.
파사딘의 전매 특허와도 같은 일방적인 딜교환.
―딜 봐
―9분 로아ㅋㅋㅋㅋㅋㅋㅋㅋ
―파사딘 캐리각이네
―여기까지 크면 질 수가 없음!
차후에는 특허가 박탈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유효하다.
침묵과 둔화가 반격을 사전에 차단한다.
'물론 언제나 어려운 건 과정이지.'
라인전을 무난하게 넘긴다.
킬을 먹고 1코어를 띄운다.
이런 평화로운 구도가 보통 나오지 않는다.
구웅!
부왁―!
반대로 나오면 게임을 혼자 할 수 있다.
두 번째 RQE.
적의 코앞에 떨어진다.
자드가 조금 곤란한 지경에 처한다.
서걱!
치지직……!
스킬을 쓸 수 없으니까.
점화를 걸고 평타로 썰어버린다.
입이 열리게 됐을 때는 이미 죽어버린 후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깔끔한 솔킬.
물론 자드 입장에서는 변명거리가 있을 것이다.
―파사딘으로 자드를 솔킬 따네;
―방금 뭐 어케 한 거?
―더 플라잉 파사딘 ㄷㄷ
―오정환 파사딘은 날아다님ㅋㅋㅋ
사소한 잡기술이다.
수차례 사용한 적이 있다 보니 일부 애청자들은 알고 있다.
'이런 것도 라인전 구도가 무너지지 않았으니까 가능한 거지.'
로우큐.
내 점수보다 낮은 점수대가 잡힌 게임.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이 전반적으로 달라진다.
화락!
챠라락―!
특히 챌린저 구간에서는 유효하다.
라인에 복귀한 자드.
WQE가 조금 뻔한 느낌으로 날아온다.
구웅!
적당히 피한다.
그리고 앞궁으로 접근해 딜교환을 거는 척.
자드는 조급하다.
침묵을 맞으면 반항도 못 한다.
궁극기를 못 쓰고 죽기까지 했다.
구오오오……!
아니나 다를까 온다.
스킬을 날리는 척 연기한 낚시에 걸려들고 만다.
푸웅!
부왁―!
아껴둔 QE를 박는다.
침묵 + 둔화.
바보가 된 자드에게서 유유히 도망간다.
'딜교환이라는 게 결국 심리전이 절반이잖아.'
상성이나, 정글 차이나, 기타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기본기와 센스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냥 까놓고 말하면 실력.
―자드 바본가?
―궁 허공에 날렸네ㅋㅋㅋㅋㅋ
―개이득
―이러면 또 처맞지
맞라인전을 서보면 대략적인 감이 잡힌다.
게임을 하다 보면 누구나 느끼는 부분이다.
한 줌밖에 안 되는 챌린저에서는 영향이 더욱 크다.
'현 시점에서 나랑 맞라인전이 가능한 사람이 손가락에 꼽히는데.'
그 다섯 손가락이 모두 접힌 것이다.
프로들과 일부 아마추어들의 사정으로 인해 그러한 환경이 조성됐다.
구웅!
부왁―!
즉, 상대가 무조건 만만하게 걸린다.
챌린저에서 그렇다는 건, 한국 서버를 통틀어도 그렇다의 동의어니까.
─오정환님이 학살 중입니다!
파사딘 선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카운터픽인 자드가 나와도 농락해버린다.
이는 곧 하드 캐리.
캐리력 원탑인 파사딘의 승리 공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15:00] 오정환 (파사딘)님이 테자이의 영혼약탈자 아이템을 구입했습니다!
그럴 수 있는 방법.
그럴 수 있는 챔피언.
누구보다 빠삭하게 알고 있는 입장이다.
"이제 점멸도 돌아오기 때문에 적당히 사리면서 책장 넘기면 게임 끝나죠?"
―왜 이렇게 쉬워
―와
―이거 못 막습니다……
―파사딘이 날아다닌다ㅋㅋㅋㅋㅋㅋ
솔로랭크도 결국 잡히는 큐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이렇듯 빈집털이 시즌이 되면 그것이 엄청나게 낮아진다.
상관없지 않나?
적이 못하는 만큼 아군도 못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크롸라라라―!
상당히 유의미하다.
진짜 롤이 아닌, 양학을 할 때는 캐리력을 비약적으로 올릴 수 있다.
구웅!
부왁―!
대치 상황에서 REQ.
적의 체력을 일방적으로 갉아먹는다.
반복하다 보면 홧김에 이니시를 걸어오는데.
'점멸로 흘리는 순간 끝나잖아.'
파사딘이 이렇게 잘 큰 것도.
상대의 대처법이 안이한 것도.
양학에서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꽈아앙─!
말화이트의 궁극기.
의식하고 있으면 점멸로 피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 순간 한타가 끝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같이 휩쓸린 아군이 한 명쯤 당하지만 상관이 없다.
적의 앞라인과 진영이 무너져있기 때문에.
구웅!
부왁―!
뒷라인에 파고들어 EQ.
싹 쓸어먹는 구도가 나온다.
한타 이해도라는 측면에서 차이가 너무 난다.
─오정환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 앞라인과 함께 적진을 쓸어버린다.
말화이트도 곧 정리가 되며 한타를 대승한다.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점멸 반응 지렸다
―ㅁㄷㅊㅇ
―챌린저에서 이런 캐리를 다 보네;
시청자들이 호들갑을 떠는 것만큼 대단한 상황은 아니다.
파사딘으로 너무 지나치게 잘 풀렸다.
'옛날 파사딘이 OP였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실제로도 OP가 맞긴 하지만 그런 것치고 승률이 높지 않았다.
특히 챌린저 구간과 프로씬에서는 말이다.
진짜 롤에서는 상대가 봐주지 않는다.
무조건 초반에 말리려고 든다.
그래서 픽도 제한되고 여러 가지 신경 쓸 게 많다.
양학은 그 약한 타이밍이 수월하게 넘어간다.
캐리력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으니 고승률을 뽑는 게 가능하다.
─쿼드라 킬!
마지막 적 처치……!
빈집털이 시즌이 점수 올리기 쉬운 이유다.
OP챔피언으로 책장까지 넘겨버린 이상 변수는 없다.
『승리』
깔끔하게 이긴다.
그리고 달성한다.
BJ의 챌린저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말이다.
─초코초코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그저 갓정환……
─오정환사랑해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우리는 오정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치즈●님, 별풍선 5000개 감사합니다!
메이플 만렙도 아니고 진짜로 찍어버리네;;
.
.
.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그러하다.
씨지맥도 챌린저이긴 하지만 1위는 달성한 적이 없다.
'약간 야매로 달성한 감은 있는데.'
원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다.
실제로 유명한 솔로랭크 유저인 압도가 많이 써먹는 방식이다.
일정 이상의 실력.
시간 빌게이츠라는 점.
이 두 가지 전제만 있으면 생각보다 훨씬 쉽다.
─리오레아재님, 별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마음 같아선 더 쏘고 싶은디 ㅎ
"회장님 3만 개 쏘신 지 얼마 되지도 않으셨는데……. 마음만으로 저는 이미 6만 개 받았습니다."
―?
―이미 헐었겠지?
―(2만 개 내놔)
―왜 별풍 쏘는지는 알겠다 ㅇㅇ
물론 BJ다.
괜히 학과를 바꿔가면서까지 서울대에 가는 게 아니듯 한국 사회에서 1위라는 타이틀이 가지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
'그래도 압도처럼 노양심으로 찍진 않았어.'
나는 그나마 애들이 게임을 할 때 찍었지.
롤드컵 시즌부터는 진짜 존나게 쉽다.
그때는 그냥 솔랭 1위가 공석이다.
왜?
찍을 만한 프로들이 다 롤드컵 치르러 갔거나 번아웃 와서 즐겜하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경쟁 상대가 기껏해야 2군급 아니면 아마추어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오정환 1위 달성 ㄷㄷ
─BJ가 솔랭 1위를 찍는 날이 다 오넼ㅋㅋㅋㅋㅋㅋㅋㅋ [3] +1─분석) 오정환이 러너리그 우승한 이유가 있음 [5] +12
─아니 진짜 1위를 찍었다고? [2]
.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먹힌다.
거의 치트키급으로 말이다.
BJ로서 이용할 만한 부분은 당연히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대단한 것이 맞기도 하고.'
압도가 써먹는 인기몰이 방식.
아마추어 최고수의 타이틀을 선점한다.
내가 그리는 큰 그림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e스포츠가 인터넷 방송에서 차지하는 파이는 굉장히 크다.
현재 시점에서도 롤프리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배쭈쭈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씨지맥이랑 대회에서 프로까지 씹어 먹으면 레전드ㄷㄷ
"저는 프로 선수가 아니라, 프로 방송인이기 때문에 후보 선수로서 응원만 할 거예요."
―후보가 1위인 팀이 있다?!
―하긴 대회 준비하면 방송 못 하지
―헐……
―정환이가 LCK 우승하는 거 보고 싶은데
차후에는 훨씬 더 커진다.
상징적인 가치도 지금과는 비할 바 없이 올라간다.
'국제적인 수준으로 말이야.'
그만한 일을 이룩하는 것은 당연히 힘들다.
나 하나 노력한다고 어떻게 되는 일이 아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 없다.』
매일매일 낭낭하게 1승 하는 아저씨의 명언처럼 말이다.
때문에 내가 하는 것은 투자.
─야레야레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씨지맥이 님이 팀의 조커 카드래요!
"후보 선수를 좋게 잘 돌려 말한 거겠죠."
―벤치환
―구원 투수각 아님?
―그 사건 전이었으면 벤치따리라고 했을 텐뎈ㅋㅋㅋㅋㅋ―어른이 된 씨지맥 ㄷㄷ
e스포츠 역사의 한 조각이 되는 것이다.
이는 나중에 억만금을 투자한다고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잘되면 좋은 거고, 안돼도 시도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거고.'
연예인이 그러하듯 BJ도 결국 이미지로 먹고사는 직업이다.
e스포츠판에서 대표적인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 목표.
그 작업은 순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투자의 결과가 어찌 될지는 나오는 걸 기다리고 볼 일이다.
* * *
꼴깍.
꼴깍, 꼴깍, 꼴깍!
작은 목젖을 타고 정신없이 넘어간다.
콜라의 탄산이 점막을 간지럽혀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캬아아~~!"
상쾌함과 청량감이 주는 기쁨이 곱절이니까.
캔 안의 콜라를 단숨에 절반가량 비운다.
방송을 끝낸 후 마시는 콜라 한 잔은 서문봄의 삶의 낙이다.
평소라면 아껴 마시지만.
'후후후.'
머리를 굴렸다.
콜라 한 캔에 런닝 머신 30분형!
그렇다면 콜라의 용량을 늘리면 된다.
┌──────────┐
│코카·콜라 │
│1회 제공량 1캔(355ml)│
└──────────┘
한 사이즈 큰 캔콜라를 샀다.
이 정도 양이라면 30분을 뛰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1시간 뛰어."
"???"
"이건 큰 거잖아."
"아니에요.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거예요;;"
"그럼 50분만 뛰어."
"40분!"
"45분."
"힝……."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필사적인 항변도 무참하게 반려된다.
그나마 1시간에서 45분으로 깎인 게 다행.
오정환의 집에서 살게 된 이후의 일상이다.
식사와 운동 등 스케줄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다.
"뛰고 오면 오빠가 맛있는 고기 구워줄게."
"고기!"
"그래."
"헐, 저 열심히 할게요! 열심히 뛰고 올게요!"
그것이 썩 나쁘지는 않다.
집에서는 훨씬 더 못 먹으니까.
차라리 맛있게 먹고 운동을 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점 불만이 쌓인 것도 사실이다.
봐줄 수 있는 부분임에도 너무 까다롭다.
'오빠는 건강을 너무 신경 써.'
조금 의아할 정도로 말이다.
한 달이 넘어가는 시간을 같이 살면서 봄이도 느낀 바가 있다.
건강 외의 부분에는 노터치.
방송을 쉬어도, 침대에서 뒹굴뒹굴 굴러도 핀잔 한 번 주지 않는다.
건강에 대해서는 철저하다.
콜라 한 잔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그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지만.
'헐.'
운동 후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가는 길.
무심코 본 오정환 방의 문이 열려있다.
언제나 닫혀있기만 했던 장소다.
절대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딱히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봄이의 머리에 갑자기 반항심이 차오른다.
열려있으니까 들어가도 되겠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기분으로 방문을 확― 젖혀 안쪽을 본다.
끼익―!
단순한 침실이었다.
가구가 몇 점 있지만 그뿐이다.
김이 샌 봄이가 증거 인멸을 위해 방문을 닫으려던 찰나.
'헐!'
침대 옆의 작은 협탁.
산처럼 쌓인 약통을 목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