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69화 (369/846)

369화

크루라는 것은 폐쇄적이다.

'소속된 이들이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부르짖어도.'

외부의 시선에서 보면 친목 단체에 불과하다.

그리고 고인물이라는 것은 반드시 썩기 마련이다.

크루장으로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어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

그리고 열린 마인드로 어떤 인재도 차별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스무 살요!>

"만?"

<그냥 스무 살이에요 오빠.>

"아……."

―헐

―파릇파릇하네

―너무 어린데?

―얼마 전까지 ㅈ고딩이었다는 거 아니얔ㅋㅋㅋ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 때가 있다.

면접 시간.

한 여캠의 PR이 나와 시청자들의 골머리를 썩게 만든다.

"졸업식 언제 했어?"

<5일에요!>

"이번 달?"

<네! 근데 왜요?>

"……."

생기긴 참하게 생겼다.

쫙 달라붙는 하얀 티로 드러나는 몸매는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제대로 나왔다.

짧은 스커트 밑.

허벅지도 잘 빠졌다.

전체적으로 어린 티가 나긴 하지만, 그래서 더 좋은 게 여캠이다.

'신입 여캠이라고 방제에 무조건 써있긴 한데.'

그건 그냥 하는 소리고.

정말 신입인 경우는 보기 드물다.

어디서 굴러먹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레시골드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저게 봄이랑 2살 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며칠 전만 해도 봄이 선배였네요. 이거 참 어떡해야 되지."

―어쩌긴 뭘 어째ㅋㅋㅋㅋㅋㅋㅋ

―봄이는 왜 ㅠㅠ

―어떻게 스무 살이 저래?

―요즘 애들은 ㄹㅇ 모르겠다

고등학교에서 굴러먹은 모양이다.

물론 나이를 속이는 경우도 있지만, 99% 맞는 내 감에 의하면 거짓말은 아니다.

'요즘 애들이라 착각했네.'

너무 어리다.

내가 아무리 열린 마인드라고 해도 사회적인 기준으로도, 내 개인적인 기준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다.

"본인이 너무 어리신 거 아시죠?"

<저 어른인데……, 술 마셔도 되는 나인데.>

"그럼 오빠랑 한잔할까?"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 새끼얔ㅋㅋㅋㅋㅋㅋ

―오빠랑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배는 진작 폈을 거 같은데?

하지만 But 보수적이어야 한다.

크루장인 내가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기준이 가지는 의미 자체가 퇴색된다.

'크루에 봄이도 있고, 서은이도 있는데 그 중간 나이가 안 된다면 남들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

명확한 기준.

그에 따르자면 문제가 없다.

아무리 내가 내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켜야 한다.

<저 오빠 찐팬이에요.>

"너무 입 바른 소리다."

<진짠데! 저 방송 시작한 것도 오빠 때문이에요.>

"나 때문이야? 오빠가 책임져야 돼?"

<꺙♡>

―책임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

―경찰 아저씨 요기요……

―응 성인이야

―성인이면 ㅇㅈ이짘ㅋㅋㅋㅋㅋ

어쩔 수가 없다.

크루라는 게 친목 단체의 성격도 있다 보니, 이를 동경해서 들어오고 싶은 인재도 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꼰대 마냥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될 일이다.

'요즘 애들이라는 말이 꼭 나쁜 말이 아니야.'

고등학생 때 여친을 사귀어야 된다.

그 시절이 지나면 반드시 후회한다.

개인적으로 헛소리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안 그랬으니까.

대학생 누나들이 이뻤지 동갑내기는 그냥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 오빠 방송 거의 2년 봤어요.>

"학생일 때도 봤다고?"

<네!>

"거짓말."

<진짠데?!>

"학생일 때 사진 보여줘."

<사진요? 잠시만요…….>

요즘 애들의 성장 상태.

뉴스에서나 떠들던 한국의 선진국 입성이 와닿는 순간이다.

확실히 라떼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면접, 그리고 콘텐츠다.

최근 롤판에서 러너리그, 솔로랭크 등에서 입지전적인 기록을 써 내렸다.

더 이상 정착 수준이 아니다.

롤판의 중심이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즉, 내 방송에 순수한 롤청자의 비중이 매우 많다.

그렇다고 롤 방송만 할 수는 없다.

롤판 시청자들도 재밌어할 만한 다른 방송을 물색하고 있었고.

─단국대물소킹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정환아 이건 잡아야 한다……

"진짜 본인 맞네. 껌을 좀 씹은 거 같긴 한데."

―껌ㅋㅋㅋㅋㅋㅋ

―일찐 눈나……

―룸망주 ㅗㅜㅑ

―룸망주 하느니 여캠이 낫짘ㅋㅋㅋㅋㅋ

어지간히 쫄여 입었다.

딱 달라붙는 셔츠에 굴곡져 내려오는 붉은 넥타이가 시청자들을 미쳐 날뛰게 만든다.

'아니, 뭐 그럴 수 있어.'

나야 뭐 전혀 개의치 않지만 학생 시청자들은 그럴 것이다.

아니,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고 확신한다.

롤판 시청자는 대부분 10대에서 20대 초.

현실적인, 그러면서도 비현실적인 연애 대상인 셈이다.

<저 엄청 착해요~ 친구들도 저한테 순둥이라 그래요.>

"아 못 믿겠는데."

<아 진짜!>

"그럼 그 친구들도 데려와 봐. 오빠랑 술 마실 때."

<아 진짜요? 방송이라고 그냥 하는 말 아니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인재다.

학생 시절의 풋풋함이 남아있고, 살짝 빨간 쪽의 콘텐츠 진행도 가능하다.

'과정이지.'

메이플 시청자들에게도 있었다.

보라쪽 콘텐츠는 자극적인 재미가 있지만, 그만큼 허들이 높다는 단점도 따른다.

그 거부 반응을 낮추는 과정.

그렇게 말하면 그럴듯하긴 한데 세세하게 계획을 세우고 하는 짓거리는 아니다.

<지금 부를까요? 근데 너무 갑자기라 안 될 수도 있긴 한데.>

"오늘은 오빠도 좀 곤란하고. 한 3월 2일?"

<어……, 왜요? 너무 멀지 않아요?>

"커험! 그런 게 좀 있어."

―아

―봄이 개학 날이네

―이 새끼 진짜 의식하는구나?

―봉풀환ㅋㅋㅋㅋㅋㅋㅋㅋ

방송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하는 거지 무슨 공중파도 아니고 방송 포맷을 짜고 있어.

'물론 건전한 것도 좋아.'

우리 봄이 입가에 밥풀 떼주는 것도 보람차다.

하지만 가끔씩 일탈도 필요하고, 본능적인 재미를 몸이 원한다.

"BJ빵순 3월 2일, BJ주영 3월 3일, 시원씨 3월 4일……. 다음 주 스케줄이 좀 바빠지겠네요."

―이게 된다고?

―카사노바 오정환 ㄷㄷ

―이 새끼 지금까지 어케 참았누

―네 다음 고자

충신지빡이님이 채팅금지 1회가 되었습니다!

방탕한 생활을 즐길 예정이다.

봄이에게 아빠 노릇한 만큼, 오빠 노릇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 * *

〔개인 방송 갤러리〕

─역시 갓정환 방송을 아네

봄이 개학날 다가오니까 바로 불건전 방송 시동 걺 ㅋㅋ└오정환이 방송을 모르면 방송을 누가 아는데 ㅄ아글쓴이― ㄹㅇ……

└당연한 걸 의심했눜ㅋㅋㅋㅋㅋ

└오정환 이 새끼 갠방갤 본다니까?

과몰입 시청자들이 상주한다.

유명BJ들에게 관심이 많고, 대부분은 달갑지 않은 방향이다.

그렇기에 특이할 수밖에 없다.

오정환의 여론은 팬/비팬 가리지 않고 호감이 압도적이다.

─오정환 볼 때마다 측은함

고자 아닌 척하려고

여캠한테 추근대고 별짓 다 하는데

이미 알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짠하기만 함

└오늘 새내기 여캠들이랑 달달갈 잘 잡던데?

└늒네들은 속지 ㅋ

└중견급 여캠들은 이미 다 아니까 못 건들고 ㅠㅠ

└얘는 컨셉이 아닌 거 같음

보라BJ 중에서는 굉장히 드물게도 이렇다 할 사건·사고를 치지 않았다.

여자 관계도 복잡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콘텐츠.

게임BJ로 시작했다 보니 보라판에서 활동하는 의도가 불순하다고 생각된 적이 없다.

─방송을 오래 보면 어떤 놈인지 대략 감이 오는데

마치 사람 사귀는 것처럼 ㅇㅇ

윾신은 과시욕 쩌는 새끼고

김군은 생긴 것부터 돈독이 올랐고

철꾸라지는 관심병 돋은 정신병자인데

오정환은 아직도 모르겠음

좋게 말하면 절제할 줄 알고, 나쁘게 말하면 욕심이 없음└사람 사귀듯이ㅋㅋㅋㅋㅋㅋ└사람은 모니터 밖에 있다구요 갠붕쿤!

└이래야 갠방갤이지

└오정환은 프로 정신이 있긴 해

개인 방송 갤러리는 반응이 좋다.

자신들이 좋아해주는 콘텐츠를 적절히, 그러면서 부러움이 들지 않는 선에서 끊는다.

선망이라 쓰고, 시기라고 읽는 질투의 감정이 피워 오르지 않는다.

긍정적인 면만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뭐야 롤갤 인방충 극혐 아니었음?

왜 오정환만 특별 대우함

└씹잘하니까

└챌린저 1위

└솔랭 정복한 사람이 하는 말씀인데 무조건 새겨 들어라 글쓴이― 그럼 ㅇㅈ이지

롤팬들도 반응이 좋다.

이는 사실 드문 일이다.

게임 커뮤니티는 게임 이외의 화제에 거부감이 있다.

오정환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진다.

솔로랭크 1위.

이는 단순히 유명해진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오정환 여캠 탐방 하는데 대단하네 ㄷㄷ

대체 뭔 깡으로 여캠한테 말을 걸지?

입구컷각이라 조마조마했는데 오히려 여캠들이 보픈을 하네 └보픈ㅋㅋㅋㅋㅋㅋㅋㅋ

└그야 오정환이니까

글쓴이― 돈이 많아서 그런가? 잘생긴 것도 아닌데 여캠들은 왜 좋아하는지 모르게뜸└니가 롤만 하니까 모르지

이름에 무게감이 생긴다.

아마추어가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인 솔로랭크 1위에 올라선 BJ.

일반 유저들도 리스펙트하게 된다.

평소 이미지가 좋고, 인지도가 높다 보니 자연스럽다.

─오정환 말고 다른 BJ들은 왜 여캠 탐방 안 함?

오정환만큼은 아니더라도

시청자 많고 돈도 많을 텐데 대쉬할 만하잖아

└겜덕후들이 그게 되겠누

└팩트) 여캠이 더 번다

└오정환이 쩌는 거지 보통은 안됨

└그저 ^꿈^

그리고 선망.

게임도 잘하고, 여자까지 잘 꼬신다.

롤판 시청자들에게 먹힐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다.

이를 보란 듯이 해내는 오정환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다.

게임에 이어 보라판의 명성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 * *

방송이라는 건 확실히 그런 게 있다.

'유명한 걸로 유명하다는 헛소리가 먹히는 이유가 있어.'

한 분야에 정진한다는 것은 물론 멋지다.

일본의 장인 정신이 떠올라서 그럴듯하지만, 그 나라가 괜히 잃어버린 30년을 겪는 게 아니듯 21세기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오정환? 저분이 누군데? 아 진짜 유명한 분이야? 엄청 유명하다고? 죄송해요 제가 방송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괜찮습니다^^ 대신 BJ님 연락처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찐정환이라고?

―여기 여캠 아닌데

―미안하면 춤 춰야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BJ에게는 필요하다.

자신의 인지도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 말이다.

─행동대장킹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여기 그냥 토크 방송임ㅋㅋㅋㅋㅋ

"진짜? 너무 예뻐가지고 당연히 여캠인 줄 알았지."

―ㅋㅋ?

―사실을 알았던 거 아닐까

―ㄹㅇㅋㅋ만 치라고!

―오정환 인지도가 치트키네

파프리카TV.

적어도 이곳 내부에서는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잘만 쓰면 즉석에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자 방송인의 카톡을 즉석에서 얻어낸다.

'나만 좋자고 이러는 게 아니야.'

시청자들도 재밌어하는 만큼 엮이는 방송인도 홍보가 된다.

소위 말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무튼 그렇다.

나도 재미 좀 봐야지.

봄이가 떠난 후에도 외롭지 않도록 준비를 해두고 있는데.

─치즈좋아하는사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가 정환님 큰 병 걸렸다고 곧 죽는다는데 진짜인가요?

"……뭐?"

―?

―ㄹㅇ?

―뭔 되도 않는 어그로야

―방금 방송에서 말한 오피셜임!

단순한 어그로라고 치부하기에는 채팅창이 소란스럽다.

발원지도 어그로와는 굉장히 상관이 없어 보이는 어린 양.

'나 죽어?'

말년 봄이의 꼬장에 휘둘리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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