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화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
대부분의 방송인들이 최소 한 번씩은 겪는 사소한 사고다.
―탈모갤에서 왔습니다
―정환이 많이 힘들었겠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았겠네 ㅠㅠ―고자에 이어 탈모라……
어처구니없는 오해.
시청자들은 방송의 화면이나, 지인의 언급 등 단편적인 정보만 보고 판단할 때가 있다.
침착하고 의연하게 대처함이 옳다.
어그로에 휘둘리는 것은 분탕종자들의 속셈에 놀아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오메가3]
[오메가6]
[비타민B]
[비타민E]
[비타민C]
[비오틴]
[MSM]
[아연]
[라이코펜]
[판토가]
[항산화제]
.
.
.
몇 가지의 영양제들.
얼핏 보면 유난스럽다.
그렇게까지 챙겨서 먹을 필요가 있나?
그것은 일반적인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BJ는 남들에게 보여주는 직업이고, 건강 관리 또한 의무 중 하나다.
"야구 선수들이 팔 보험을 들고, 축구 선수들이 다리 보험을 들잖아?"
"그런 거예요?"
"그래."
"오빠는 머리 보험을 들었어요?"
"……."
이렇듯 단편적으로 볼 부분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우리 봄이의 경우 아직 직업 방송인이 되지 않아서 잘 모를 수 있다.
'건강이라는 게 잃고 나서 후회하면 늦는 거라 평소부터 관리를 해야 돼.'
특히 이런 건강 보조 식품.
과다 복용해서 부작용이라도 생기는 게 아닌 이상 챙겨 먹는 편이 무조건 좋다.
나는 프로BJ다.
컨디션 문제로 방송 스케줄이 꼬이거나, 텐션이 떨어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영양소라는 게 우리가 식품으로만 섭취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생길 수 있거든. 그래서 오빠가 따로 챙겨 먹는 거야."
"알 것 같아요!"
"그래."
"우리 아빠도 머리가 빠진다면서 이것저것 챙겨 드시고 계세요~"
"……."
그 양이 다소 많다.
보통 사람들이 먹는 양이 아니다 보니 오해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별일 아니다.
남이 먹는 영양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 BJ가 채팅창을 녹였습니다.
채팅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
설명이 충분히 전달됐는지 모르겠다.
얼렸던 채팅창과 후원 기능을 풀어놓음과 동시에.
─충신지빡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담배 걸린 여캠도 이것보단 변명이 짧을 텐데
"닥쳐 이 새끼야! 블랙 당하고 싶어?"
―열사 지빡좌 ㄷㄷ
―할 말은 한다 지카콜라!
―추정환 오하다
―그냥 인정하지 혀가 기넼ㅋㅋㅋㅋㅋ
분별력을 가지지 못한 일부 시청자들이 보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 일이 돼봐야 정신을 차리지.
'아니, 애초에.'
내가 지금 당장 위험한 상태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여유가 있는 편으로 이 정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유비무환이다.
영양제 본연의 효과만 따져도 섭취할 가치는 충분하다.
─갓블레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울지 말고 천천히 말해보라고 ㅋㅋ
"흐즈믈르그."
―흐즈믈르그!
―야 저 새끼 운다 ㅋㅋ
―진짜 탈모였던 거임?
―이거 가발도 킹능성 있다
분명 머리카락에 미치는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인 목적은 건강을 위함이다.
20대 중반에 건강을 챙긴다?
그것이 과하다는 것은 직업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안목이다.
악의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봄이야."
"봄이에요."
"봄이가 봐봐. 오빠 머리털 적어 안 적어?"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알라고 이 자식아!"
"꾸웨엑―!"
사건을 저지른 당사자.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댄다.
마음 같아서는 대가리를 확 씹어버리고 싶다.
'아무리 선의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면 안 되는 거지.'
이 얼토당토않은 오해를 바로잡아야 하잖아.
선동은 짤 하나로도 가능하지만, 반박하려면 수십 배의 증거가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BJ.
보다 가시적인 증거를 보여줄 수 있다.
글자 그대로 빼도 박도 못하는 Fact 말이다.
"자꾸 탈모다, 가발이다 유언비어가 유포되는데 제가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인증을 하고 끝내겠습니다."
"배고파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 은근히 계속 신경 긁네
―저러다 한 대 맞겠다
―탈모인은 화가 많다던데 혹시 화를 내진 않으시겠죠? ^^
그냥 보여주면 된다.
내가 얼마나 튼실한 모근을 자랑하는지.
주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할 증인도 눈앞에 있다.
'밥을 먹고 싶으면 일을 잘해야 될 거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기만 하면 된다.
봄이가 나의 정수리를 유심히 지켜본다.
별 관심 없는지 이내 눈을 뗀다.
"냄새가 나진 않아요."
"……."
―그거 말고 봄이야ㅋㅋㅋㅋ
―관심이 없나 본데?
―봄이 이미 배고파서 들리지도 않음
―오정환은 필사적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 봄이의 장래가 걱정될 때가 있다.
나의 화를 돋아서 대가리가 깨지지 않을지.
'물론 아니라고 한다고 순순히 믿을 개청자들이 아니지.'
이미지라는 건 한 번 씌워지면 탈피하는 것이 힘들다.
때문에 초기 대응을 반드시 잘해야만 한다.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당해 있다.』
괴벨스틱한 격언은 확실히 일리가 있다.
유명BJ가 탈모다, 가발이다?
그런 자극적인 정보는 입소문을 타기 쉽다.
"아주 간단하게 인증이 가능해요. 탈모 있는 분들은 머리카락의 굵기부터가 달라요."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두께가 얇고, 쉽게 뽑히고, 잘 갈라져요. 근데 저처럼 킹반인은 전혀 문제가 읎즈?"
―킹반인이신데 너무 잘 아시네요?
―그걸 왜 아냐곸ㅋㅋㅋㅋㅋㅋ
―봄이의 역습
―참는 거 보니 아닐 수도 있겠는데?
자극적으로 해결을 하면 된다.
시청자들이 두 눈 똑똑히 확인하고, 과학적인 근거까지 뒷받침된다면 이견의 여지가 나올 수 없다.
'나오면 싸그리 고소를 때리면 되겠지.'
봄이의 작은 앞발이 정수리를 간지럽힌다.
손길이 썩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불안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친다.
"하나만 뽑아. 하나만 뽑으라고 했다? 아!"
"헐, 세 개가 한 번에 뽑혔어요. 대박!"
"대박 같은 소리하네!"
"꾸웨에엑―!!"
* * *
BJ에는 서열이 있다.
각각의 방송적 특색과 애청자 충성도 등 숫자만으로 정리할 수 없는 지표도 분명히 있지만 가장 압도적인 최상위층은 티가 나는 법이다.
〔개인 방송 갤러리〕
─오정환 탈모였넼ㅋㅋㅋㅋㅋㅋㅋㅋ +2
─일반인이 머리 3가닥 뽑았다고 화 안 내지 ㅋ [5] +10
─오정환특) M자 이마 [1]
─스물 중반에 탈모면 어떤 기분이냐? [3] ―1
.
.
.
그중에서도 오정환의 취급은 각별했다.
이미지적으로도 깨끗해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도 고평가를 받았지만.
─개인 방송 갤러리 일동은 선언합니다
[악수하는 짤. jpg]
오정환은 프로 정신을 갖춘 BJ입니다
일부 보라BJ나 여캠들처럼 날로 먹지 않습니다
머리가 빠져라 고생하는 오정환의 지병이 꼭 완쾌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자라나라 머리머리 ―개인 방송 갤러리 일동―
└(ㅋㅋㅋㅋ만두콘. jpg)
└완쾌 불가능 씹새얔ㅋㅋㅋㅋㅋㅋ
└오정환 저 나이에 벌써 흑흑……
└이 새끼 뜰 만했네 ㅋ
더욱 팬층이 두꺼워진다.
BJ는 오해 받기 쉬운 직업이다.
잘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쉬운 면만 보인다.
어? 잡담하고, 게임 하면서 돈을 벌어?
어렵게 성장한 과정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속단이 내려지기도 한다.
─오정환은 진짜 많이 고생하긴 했지
이 새끼 방송 초창기에도
철꾸라지랑 김군한테 견제 많이 당하지 않았나?
그때 생각하면 머리털 빠질 만도 함
└철꾸라지한테 머리털 다 뽑혔누 ㅠㅠ
└갠붕이의 친구
└오정환 머리카락 정도면 철꾸도 그냥 가진 않았네
└현실적이라 불쌍하넼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에 한해서는 면죄부가 주어진다.
BJ에 대한 공격적인 여론이 들끓는 개인 방송 갤러리조차 동정 여론이 주를 이룬다.
물론 좋은 소리만 있을 수는 없다.
일부 철없는 유저들은 타인의 신체적 특징을 놀리며 마음에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오정환 이 새끼 고자인 이유가 이제야 이해되네
1일 3딸씩 칠 스물 중반에 여자 욕심이 없다?
그건 말이 안 되지 ㅋ
콤플렉스 때문에 못 만난 거면 이해 쌉가능
└리아좌가 선 그은 것도 Hoxy……?
글쓴이― ㄹㅇ 다 설명되지
└2세가 무조건 머머리인데 만나겠냐곸ㅋㅋㅋㅋㅋ
└고자+탈모 이해해주는 여자 만나기 힘들긴 하지
여러가지 억측이 쏟아진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다소의 이미지 손상은 피할 수 없으리란 전망이다.
* * *
「보라) 오정환. 할 말이 있음」_ ?31, 892명 시청
BJ로서 가장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다.
시청자들이 나의 진심을 믿어주지 않을 때.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만 치라고!
―아 넴ㅋㅋㅋ
자극적인 재미만을 좇는 시청자들이 BJ들의 진심을 즈려밟을 때가 있다.
가슴이 찢어지는 순간이다.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단순히 아팠을 뿐이다.
머리카락을 뽑힌 것에 민감한 게 아니다.
소란을 수습하기 위한 방송.
─팩트만말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영양소 때문이면 종합 영약제 하나 먹지 그렇게 많이 먹겠냐곸ㅋㅋㅋㅋㅋ
"아니, 진짜 뭘 모르고 떠드는데……. 종합 영양제는 비율이 자기들 마음대로에요. 비싼 건 조금 넣고, 싼 건 많이 넣어서 비율이 안 맞는다니까?"
―어이구 그러셨어요 ㅠㅠ
―필사적이네
―인정하면 편해……
―???: 내 기준으로 봄이는 악인이다
간편함의 함정이다.
사람마다 필요한 영양소가 다르고, 몸이 받는 정도 또한 다르다.
직접 먹으면서 조절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니, 진짜로…….'
회귀 전에 겪었던 과정이다.
알기 때문에 각각의 영양제들을 따로 사서 직접 블렌딩을 해서 먹는다.
있는 그대로 말할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단순히 많이 먹는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그러한 사실과는 별개로.
"봄이야."
"봄이에요."
"현 사태에 대해 뭔가 할 말이 없니?"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르크느."
"꾸웨엑……."
―애꿎은 봄이 갈구네
―봄이는 진실을 밝힌 죄밖에 없짘ㅋㅋㅋㅋㅋㅋㅋ
―열사시여
―봄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괘씸죄라는 웃기는 죄목이 어째서 있는 건지.
나 몰라라 하는 봄이는 전혀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겠지.'
남 일이니까.
와 닿지가 않으니까.
봄이 나이대면 그러는 게 더 당연하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보면 안다.
그 피를 말리는 감각을 한 번 경험해보면 있을 때 잘해야 했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머, 머리가 너무 아파요."
"마음 같아서는 호빵맨을 만들어버리고 싶었어."
"저 이제 알 것 같아요."
"반성했어?"
"오빠는 제 머리가 부러웠던 거예요. 그래서 만날 때마다 깨물었던 거예요!"
"……."
―앗
―그런 거였눜ㅋㅋㅋㅋㅋㅋ
―풍성한 모발이 부러웠던 거임!
―봄이 군자의 복숰ㅋㅋㅋㅋㅋㅋㅋ
다소 미리미리 준비했던 것이 악효과가 났다.
봄이는 악의가 없었겠지만 대가리를 물어 뜯어버리고 싶다.
'…….'
그마저도 한동안 자제해야 할 듯싶다.
짧은 방학 동안 봄이도 나름 얻어간 게 있을지도 모른다.
"오빠 있잖아요."
"왜."
"혹시 탈모는 옮는 거예요? 저도 이제 머리가 빠지는 걸까요?"
"안 옮아 이 자식아!"
―자폭
―탈모 전염병설ㅋㅋㅋㅋㅋㅋ
―인정했쥬?
―봄이 지능캐설 ㄷㄷ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