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72화 (372/846)

372화

여캠을 상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물론 나야 뭐 워낙 베테랑이긴 한데.'

그 점을 감안해도 말이다.

여자라는 생물은 거짓말을 숨 쉬듯이 한다.

선의와 악의를 떠나서 그냥.

─배고픈봄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암만 봐도 순진한 타입은 아닌뎈ㅋㅋㅋㅋㅋㅋ

"어허. 그런 말 하시면 안 됩니다."

―지도 웃고 있으면섴ㅋㅋㅋㅋㅋㅋ

―ㅎㅎ?

―아 ㅈㄹㄴ

―빼박 룸빵에서 구르던 언니임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하물며 여캠.

말이 BJ지 화류계나 다름이 없다.

남자한테 눈웃음 깨나 쳐본 애들이 수두룩하다.

캠으로 볼 때는 그럴 듯한데 실제로 만나보니 흠…….

지난 달 약속을 잡았던 여캠의 시청자 평가가 썩 좋지 않다.

'그래서 재밌어.'

자극이 된다.

적당한 자극.

본격적인 합방은 아니고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가지고 있다.

"저도, 시청자들도 주영씨에 대해 잘 모르거든요?"

"저에 대해 알고 싶어요?"

"네, 그러니까 간단한 Q&A 진행해보겠습니다."

나를 쳐다보며 능글맞게 웃는다.

그 각도가 카메라를 명백히 의식하고 있다.

야망이 있는 타입.

여캠 중에서는 드물지도 않다.

대기업과의 합방을 통해 성장을 노린다.

합방이라는 게 기브&테이크인 만큼 이상할 건 없다.

눅진한 발전을 기대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름이 뭐예요?"

"주영이에요."

"BJ 하기 전에 뭐 했어요?"

"저 쇼핑몰 모델 했어요."

―오 모델!

―퍄퍄

―눈나 전 믿고 있었습니다

―룸빵 ㅇㅈㄹ하던 놈들 어디 감? ㅋㅋ

여캠들의 단골 대답이다.

모델.

잘 모르는 입장에서 보면 대단하게만 느껴지는 직업이다.

실상은 별 게 없다.

예쁘고 잘생긴 애들만 할 수 있는 고수익 알바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

'시발.'

나 같은 일반인은 몰라도 생긴 사람한테는 기회가 흔하게 온다.

그냥 옷걸이 해주는 거라서 간단하게 찍고 끝.

"키가 몇 cm이에요?

"163?"

"방송 끝나면 뭐 해요?"

"자거나 쇼핑!"

"주량 몇 병이에요? 소주 기준."

"반병도 못 마셔요~."

"친한 친구 몇 명 있어요?"

"음……, 5명?"

물론 진입 장벽이 낮다는 거지.

본격적으로 하면 정말로 어려운 직업이다.

그렇기에 티가 날 수밖에 없다.

'몸매만 봐도 그냥.'

옷걸이로서 필요한 스펙이라는 게 있다.

쇼핑몰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 말이다.

기본적인 수준부터가 미달.

맞다고 쳐줘도 땜빵이었을 확률이 높다.

정말 룸빵이 아니라면 다행일 것이다.

여캠 중에서는 흔한 케이스다.

"가족이 몇 명이에요?"

"저 포함해서 3명이요!"

"남자친구는 몇 명이에요?"

"1명. 아! 아니, 아니, 아니……;;"

―1명

―남친 있었네 ㅋ

―이걸 갑자기 유도 심문한다고?

―2명 아닌 게 어디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십중팔구 수준이 낮다.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됨됨이.

말을 섞다 보면 어떤 사람인지 대략 파악된다.

'이런 간단한 낚시에 걸려들면 같이 방송 못 하지.'

술이라도 마시면 사고 치기 딱 좋다.

시청자 민심도 적잖이 기울어졌고, 점심 식사만 마치고 헤어질 생각인데.

"아 별꼴이야 진짜!"

"네?"

"대머리 새끼 만나줬더니 지X하고 앉았어. 짜증나게 시X!"

"……."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버린다.

대화를 엿듣기라도 했는지 직원이 서둘러 코스 요리의 첫 접시를 내온다.

─울디마오정환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혼자서 코스 2인분 먹방 레전드……

"마침 많이 먹고 싶었는데 잘됐네요. 코스 시키면 항상 쥐꼬리만큼 줘 가지고 답답했거든."

―응 니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써 태연한 척하는 중)

―(논점을 잡지 못하고 무관한 이야기를 하는 중)

―하필 머머리라 ㅠㅠ

일식 코스의 첫 접시.

일본식 달걀찜인 자완무시와 참치 내장이 올라온다.

달걀찜은 푸딩 수준으로 부드럽고 해산물 향이 진하게 올라오는 게 특징이다.

'맛있네. 몸에도 좋을 것 같고.'

참치 내장은 참치 내장맛이었다.

쌉싸름한 게 식욕을 돋워줘서 벌써부터 메인 요리가 기다려진다.

이윽고 거한 상차림이 도착한다.

"까만 돌 위에 있는 건 농어구요, 얘는 광어, 얘는 참돔, 그리고 여기는 참치 뱃살, 대뱃살, 배꼽살 순입니다."

"감사합니다. 친절하시네요."

"일행분은 근데……."

"일이 있다고 먼저 나갔어요."

"아, 그러셨구나……."

"저 근데 잠깐 제 머리 좀 봐주시겠어요?"

"네??"

"저 대머리 아니죠? 머리숱 빽빽하죠. 그렇죠?"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대답을 못 하는데?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돌파구를 찾는 중)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다.

거짓을 사실인 양 믿는 우매한 이들.

나로서는 전혀 개의치 않지만 시청자들이 재밌어한다.

BJ는 자신의 치부조차 방송으로 승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실제 예능에서도 흑역사를 가진 연예인들이 흔하게 써먹는다.

"회가 1인당 한 점씩 나오는데 저는 2점을 먹을 수 있어요. 여기 참고로 혼자 못 옵니다. 주영씨 그래서 부른 거예요. 혼자 오기 좀 뻘쭘해서."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만 그만해

―우리가 미안하다고

―제발 현실로 돌아와!

회가 참 맛있다.

인당 5만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양이 평소의 두 배다 보니 페이스 생각 안 하고 먹을 수 있다.

치이익……!

직원분이 전복에 버터를 둘러서 구워준다.

고소하면서 향긋한 풍미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여기 혼자도 많이 와요?"

"아……, 보통은 2인 이상으로 많이 예약을 하시죠."

"다음에 봄이랑 한 번 와야겠다. 너무 맛있네요."

"아 감사합니다;"

보통 감질나게 맛만 본다.

코스 요리의 장점임과 동시에 단점인 부분이다.

후루룩―!

혼자인 덕분에 잘 먹고 있다.

전복 버터구이도 고소하고, 석화도 한입에 쏙 야무지게 들어간다.

후루룩―!

그걸 한 번 더.

순수 해산물만으로 포만감을 느낀다.

참으로 만족스러운 식사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이거 디저트 와인인데요."

"시킨 적 없는데요."

"서비스로 드리는 거예요~ 달콤한 거 드시면 기분이 풀리실 것 같아서."

"……."

―진짜 서비스라고?

―직원분 착해

―얼마나 처량해보였으면ㅋㅋㅋㅋㅋㅋㅋ

―머리가 안타까워서 주는 건가 보네 ㅋ

직원분이 애정 표시로 준 화이트 와인.

맛이 좀 저렴한 게 1만원 초반 대 보틀로 생각되지만, 여성분의 마음을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식지를 않네. 이놈의 인기.'

와인의 단맛이 입안에서 해산물 냄새를 씻어낸다.

안 그래도 맛있는 식사가 더욱 풍족해질 예정이다.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너 머머리라 까였다고 현실 직시하라고 ㅋㅋㅋ

"흐즈믈르그."

―ㅋㅋㅋㅋㅋㅋㅋㅋ

―열혈 일침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00개 쏘고 놀리면 ㅇㅈ이지

―이분 가발인가요?

봄이와 별거 하게 된 지 일주일.

3월부터 여캠들과 스케줄을 다수 잡아뒀다.

그것이 악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쎄하게 받는다.

'…….'

학교에서 급식을 해치우고 있을 웬수에 의해 어처구니없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 * *

BJ오정환의 방송.

〔개인 방송 갤러리〕

─대머리 새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영 딥빡ㅋㅋㅋㅋㅋㅋㅋ

─남친 있다는 거 아님?

─고독한 미식가 ON

.

.

.

보라판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BJ다.

그런 그의 3월 방송 예정은 개인 방송 갤러리를 흔들기 충분했다.

─오정환 보라감 안 죽었네

여캠 하나 바로 골로 보내 버리눜ㅋㅋㅋㅋㅋ

└죽은 건 모근뿐이지

글쓴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이 새끼 방송 존나 잘함 ㅋ

└직원 꼬시는 것까지 설계 미쳤더라

보라판의 쇠퇴.

가장 큰 요인은 인기BJ의 부재다.

철꾸라지가 영구정지를 먹고, 김군이 슬럼프를 겪는 등 삼대장이 휘청인다.

오정환마저 롤판으로 넘어갔다.

대체할 만한 끼 있는 BJ도 나타나지 않자 업계가 휘청이게 된 건 당연한 결과였다.

─삼대장급은 그냥 스토리텔링부터가 다름

방금 다른 BJ였다?

어설프게 젖 팔다가 폭동 났지

낌새 느끼자마자 손절각 잡고 스토리 바꾼다?

이게 바로 삼대장의 '품격'임

└보라의 神

└이거 ㄹㅇ이다

└저걸 어떻게 살리나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직원이랑 어케 됨?

오정환의 복귀에 보라판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자연스럽게 활성화가 되고,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게 된다.

아니, 그 이상.

기다렸던 만큼 반응은 더 폭발적이다.

오정환의 방송은 타 방송과 확실한 차별점을 가진다.

─분석) 오정환은 여자를 싫어하는 게 아님

[※칼럼※ 탈모약이 발기부전에 미치는 영향. jpg]

단지 박을 수가 없기 때문임

└씨 없는 수박

└씨 없으면 박기라도 하짘ㅋㅋㅋㅋㅋ

└여캠 앞에서 태연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네

└여캠한테 휘둘리지 않는 건 좋음 ㅋ

선정적이지 않은, 그러면서도 짜임새 있는 방송을 추구한다.

보라판 쇠퇴로 떠났던 시청자들이 복귀하며 보라판은 제2의 전성기 조짐을 보인다.

"오정환 이 녀석 요즘 너무 말을 안 듣습니다."

"크흠."

"어떻게 이미지라도 조져 볼까요? 이 새끼 안 그래도 탈모에 고자라고 소문이 자자한데."

"안 닥쳐?"

"네?"

심익태는 작금의 상황이 썩 유쾌할 수만은 없다.

오정환과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의 존재감이 커져도 너무 커졌다.

'그래도 그런 걸로 놀리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컨트롤 타워를 되찾고 싶다.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 중이다.

탈모약을 복용하고 있다 보니 부하 직원의 제안은 수용하기 힘들다.

"게임한다, 뭐 한다, 하면서 저희 쪽 일을 거절하고 있는데 대안도 없고 막막합니다."

"……."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보라BJ를 한 명 키우려고도 해봤지만 마음처럼 되지를 않는다.

'방송이라는 게 띄워줘도 안 될 놈은 안 돼.'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오정환은 확실히 될 놈이다.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삼대장 자리에 올라섰다.

철꾸라지가 없어진 후로는 아예 독보적이다.

그렇게 가치가 높아진 오정환은 분명 자신의 휘하.

"제 선에서는 이제 어떻게 안 됩니다. 형님이 해주시는 수밖에 없어요."

"뭘?"

"아니 뭐……, 아시지 않습니까? 철꾸라지형도 형님 말이라면 껌뻑 죽는데."

"……."

철꾸라지와는 다르다.

콜팝TV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던 걸 구제해줬고, 여러 가지 약점도 잘 잡고 있다.

그에 반해 오정환은 깨끗하다.

털면 먼지 하나둘 정도는 나오겠지만, 그건 시비 거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대체할 만한 인재가 없다니까.'

대체BJ를 키울 수 있었다면 우격다짐으로라도 했을 것이다.

자신이 전폭 지원해주면 제아무리 오정환이라고 해도 밀린다.

그것이 없다.

오정환의 가치는 이전과 비교가 안 된다.

자신의 사람이라는 생각에 긴장을 풀고 있던 것이 독이 됐다.

"제가 주제넘게 한 말씀 드리자면 이거는 형님과 오정환의 기 싸움 문제입니다. 대가리가 더 크면……, 형님 우습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녀석은 아니야."

"철꾸라지는 처음부터 막장이었겠습니까? 돈맛 보면 사람이 달라지는 거죠."

"커험."

물론 최악의 경우 카드는 있다.

최근 BJ로도 활동하고 있는 서은.

오정환과 긴밀한 관계고, 협박 재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렇게까지 가버리면 안 된다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최후의 수단은 아껴 놓는 것이 옳다.

그조차도 써먹을 수 있다는 전제를 잊은 것은 아니다.

"연락해봐."

"다시요?"

"최대한 맞춰줘 보고, 그래도 안 된다고 하면 네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아닌 거지."

"어……, 알겠습니다.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심익태의 미간이 M자로 주름져진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