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화
그저 꿈
잔잔한 느낌의 방송일수록 더 그러하다.
<오빠가 하라는 대로 하고 있는데요.>
"어."
<열심히 해서 그런지 오늘 승급했어요! 실력이 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진도가 팍팍 나가진 않지."
?벌써 승급했다고?
?유민이 씐남ㅋㅋㅋㅋㅋ
?말투 귀여워졌누
?둘이 진도나 빼……
여파가 길게 남는다.
디스코드로 연결한 유민의 목소리는 척 봐도 들떠있다는 게 느껴진다.
'도도한 연기가 가능할 짬은 아니지.'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과몰입 시청자.
그들이 이상하기보다는 보다 보면 되는 것이다.
─갤럭시70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유민이 정환이 많이 좋아하는 거 같던데……
"100개 감사합니다. 저도 좋아해요."
??
?(친구로서)
?처자의 입술을 훔쳐 놓고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요 ㅡㅡ? 유민이는 겁나 신경 쓰는 분위기임!
이렇듯 말이다.
드라마만 봐도 죽일 놈, 살릴 놈 하는 판국에 보다 리얼리티에 가까운 보라는 따질 것도 없다.
'면역도 없는 겜청자들이면 더더욱이고.'
표정이나 행동, 몇 가지 결과 등을 근거로 온갖 추측을 쏟아낸다.
그것이 바로 과몰입이라고 불리는 행위.
<근데요. 한 가지 고민이 있는데요.>
"왜. 키스한 걸로 애라도 생겼을까 봐?"
<저 그 정도로 애 아니거든요;;>
일상 속에 묻어나기에 시청자들은 빠져든다.
이를 연기나 방송 대본으로 한다면 힘들지만, 자연스럽게 살리는 것은 어렵지도 않다.
"음~ 너무 빡겜 하니까 소통이 어렵다고?"
<네, 그렇게 고민까진 아닌데. 좀 신경 쓰여서.>
"아냐, 아냐. 게임BJ면 누구나 한 번씩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지."
글자 그대로 말이다.
그냥 평소처럼 말을 섞으면 된다.
연애와 전혀 상관없는 잡담이라 하더라도.
"BJ가 떠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게임에 애정을 가지고 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
<네.>
"시청자들도 바보가 아니야. 진심이라는 건 다소 느릴지라도 언젠가 전해지게 돼있어."
<오~ 좋은 말이다.>
?그냥 이쁘면 좋지
?개청자들 무시하세요!
?알고 끄덕이는 거임?
?콩깍지 씌어진 거 같다 ㅋㅋ
과몰입 시청자들의 뇌는 폭발하게 돼있다.
당사자들은 별 생각 없는 대화에도 의미 부여를 한다.
'원래 의심하고자 하면 한없이 의심스럽게 보여.'
그런 재미가 있다.
보라라는 것이 리얼리티 드라마 느낌을 내포한다.
과몰입해서 보는 것도 즐기는 방식.
<오빠 첨에는 껄렁껄렁한 줄 알았는데.>
"왜 껄렁한 남자는 싫어?"
<게임 가르치실 때도 그렇고 생각보다 진지해서 놀랐어요.>
"당연하지. 시시한 마인드로 어떻게 솔랭 1위를 찍어. 사람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지."
<아……, 알 것 같아요 왠지.>
적당히 MSG를 스까준다면 효과가 더 좋아진다.
나는 그렇다 치고 유민이의 감정선이 솔직하고 담백해서 호응이 보장돼있다.
'여하튼.'
신인BJ다.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지다가는 고꾸라진다.
부추기지 않고 할 수 있을 만큼 하게 둘 생각이다.
─우리집강아지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혹시 유민이랑 또 합방 예정 없나요 ㅠㅠ
"500개 감사합니다. 제가 뭐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할 수 있음??
?깨가 떨어지잖아ㅋㅋㅋㅋㅋ
?그냥 사겨……
?유민이 천연이라 커여운데
자연 발화되는 것만 해도 어지간하다.
게임 크리에이터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BJ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다.
* * *
오정환의 방송.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19) 옷 다 벗고 날뛰는 ㅗㅜㅑ. gif [3] +17
─유민좌 방송 정말 50명도 안 봤음? [9]
─진짜 사랑에 빠진 소녀인데ㅋㅋㅋㅋㅋㅋㅋ [2] +3
─오정환 능력 있누 [1] ?2
.
.
.
보라판 팬덤은 물론 롤 시청자들에게도 화제가 되고 있다.
애초에 방송 분류가 LoL.
─진짜로 롤할 때 마인드가 의미가 있음?
들어보니 혹하긴 하는데
그냥 ㅈ대로 해도 올라갈 놈은 올라가지 않나
└그건 맞지
└못 올라갈 놈들은 노오오오력이라도 하라는 거잖아
글쓴이? 노오오오력이 부족했구만 ㅋㅋ
└마인드는 모든 스포츠에서 강조하는 거라 일리는 있지
정말 잔잔하게 시작했다.
보라를 알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의아할 정도로 말이다.
롤 시청자들에게는 평범하다.
예쁜 여캠이라는 짭짤한 소스가 부어져 훨씬 맛있다.
─지금 오정환이 하는 게 롤덕들의 이상 아니냐
챌린저 달고 여자 꼬시기 ㄹㅇ
└챌린저는 에반데
└나 다이아2인데 제발 ㅠㅠ
글쓴이? 아 다딱이한테 넘어가겠냐구 ㅋㅋㅋㅋㅋ
└응 잘생기면 브론즈한테도 넘어가^^
더욱이 콘텐츠.
일반적인 여캠 합방은 아무래도 익숙지 않다.
자극적인 맛이라 볼만은 하지만, 공감대가 형성되는 건 다른 이야기다.
그것이 있다.
롤여캠.
롤 강의에서부터 시작한 진지한 스토리텔링은 뭇 롤유저들이 한 번씩은 꿈꿔보던 이상이다.
─챌린저면 여캠 꼬실 수 있다고???
[前챌린저 인증. jpg]
ㅈㄹ 마라
나도 챌린저 찍고 신나 가지고
디코방이랑 롤카페랑 이곳저곳 쑤시고 다녀봤는데
일벌짓 하면서 느낀 게
여왕벌 새끼들 빡대가리임
사진도 뽀샵질로 ㅍㅌㅊ라 현타 와서 때려침
요약: ㅍㅌㅊ랑 친해질 수는 있어도 여캠급은 불가능
└ㅍㅌㅊ도 부러운데
└열심히 해서 챌린저 가야겠다 동기부여 되네 ㅇㅇ;
└그래서 결론은 못 먹는다고?
글쓴이? 그건 니 노오력에 달렸는데 난 빡대가리 ㅍㅌㅊ한테 물소짓 하느니 OP감
게임을 잘해서 여자를 꼬신다.
누구나 상상은 해보지만 어림도 없지 ㅋㅋ
실력을 키우는 것도 문제지만, 이후의 과정도 만만치 않다.
그것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방송.
롤유저들의 관심이 쏟아지게 된다.
그렇게 낮은 진입 장벽을 바탕으로.
─유민이 오정환한테 100% 마음 있음!
[오정환×유민 키스짤. jpg]
취했다고 해도 입술 내준 시점에서 끝났지
사귀자고 하면 튕기지도 않고 바로 OK 떨어질 듯
└헐 키스도 함??
└아 19금이라 못 봤는데 ㅠㅠ
└급식이 광광 울어욧
└난 엄마 아이디라 봤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정적인 화제.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드문 일이다.
단순한 썸 정도가 아니다 보니 어그로가 길게 끌린다.
〔'유민' 게시물 검색 결과〕? 3892건
─키스씬만 50번째 돌려보고 있다 ㅍㅌㅊ? [5]
─민이 오정환 겁나 의식하네 [1]
─유민방에 분탕 치러 갈 원정대 ㄱㄱㄱ [12] +2
─그래서 유민은 처녀냐 비처녀냐? +17
.
.
.
롤유저의 대부분은 10대에서 20대 초반.
챌린저×롤여캠의 자극적인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가 된다.
─오정환이 유민이 이미 먹었을 거 같은데 ㅋ
방송 끝나고 했겠지
니들 같으면 술이 떡이 돼서 입술까지 들이대는 년을 그냥 돌려보내겠냐?
└택시 태워서 보냈을 걸?
글쓴이? 아ㅋㅋ 방법이 있겠지
└팩트) 오정환은 얼마 전까지 고자 소리 들었다
└탈모약 먹어서 안 선데
그 방향이 좋을 수만은 없다.
BJ인 이상 감수해야 하는 숙명.
그러한 과몰입 시청자들의 난리법석은 다행히 오래 가지는 않았다.
* * *
<2013 LoL 스프링 시즌을 지금부터! 여러분의 뜨거운 환호! 함성과 함께 시자아아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
익숙한 외침과 함께 막을 올린다.
대한민국의 LoL 1부 리그 LCK는 최근 유난히 더 높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씨지맥팀 결국 예선전 뚫었넼ㅋㅋㅋㅋㅋㅋㅋ
[2013 LCK 스프링 예선 대진표. jpg]
대단하다 씨지맥!
└와 요즘 안 보인다 했더니
└^꿈^을 이뤘네
└BJ들 데리고 LCK 시드권 따냈으면 ㅇㅈ이지
└확실히 능력은 있음
현재 LCK는 기존의 9팀과 더해 예선전을 거쳐 올라온 3팀이 시드권을 받는 구조다.
즉, 아마추어팀도 실력만 있으면 참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룰.
오프라인과 온라인 예선을 둘 다 뚫고 올라오는 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은 어려운데.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일동은 선언합니다
[악수하는 짤. jpg]
씨지맥이 개과천선 했음을 인정합니다
묵묵히 실력으로 증명한 씨지맥 외 BJ들의 LCK 선전을 응원합니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일동?
└개추
└이걸 진짜 해내네ㅋㅋㅋㅋㅋㅋㅋ
└그래봤자 광탈하긴 하겠지만 충분히 대단하긴 함
└인성과 반비례하는 실력……
한 아마추어팀이 해냈다.
팀 오정환과 주장인 씨지맥은 주목받고 있다.
참가 전부터 LoL 커뮤니티에서 떠들썩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구설수는 있었지만 실력과 결과로 면죄부를 받는 분위기다.
딱 그 정도.
훈훈한 응원 메세지가 오갔다.
<세간의 예상을 뒤집고 예선전을 뚫고 올라오셨잖아요? 아마추어팀으로서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것 같은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예쁘장한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건넨다.
팀 오정환의 주장 씨지맥의 입에서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온다.
<허황된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진지하게 말해서 2013년 롤드컵 우승이 목표예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전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번 스프링 시즌을 우승해서 서킷 포인트를 얻을 거예요. 그 뒤에 LCK 섬머를 우승하고 롤드컵 시드를 확보, 2013 롤드컵에서 우승할 겁니다.>
<……네?>
허황된 꿈.
뜬구름을 잡아도 정도가 있다.
아나운서의 멍때리는 표정이 백미가 되어 퍼져 나간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씨지맥 미친 새끼얔ㅋㅋㅋㅋㅋㅋㅋ
─아나운서 찐텐으로 당황했는데?
─그저 꿈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꿈도 스케일이 다루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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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팀의 아름다운 도전이 더욱 멋있게 포장된다.
안 그래도 악명이 자자한 씨지맥의 인지도가 더 급상승하게 된다.
「LoL) cGvMax. 할 말이 있음」_ ?30, 892명 시청
이에 기름을 붓는다.
BJ는 그것이 가능한 직업이다.
양지에서 주목받게 된 씨지맥의 금의환향.
─졸렬잎마을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믿고 있었다구!
"어? 졸렬잎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주신 별풍선을 제 사리사욕을 위해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와
?넌 영웅이야, 씨지맥!
?고맙다!
?수고했어!
그도 그럴 게 개인 방송.
잘 쳐줘도 음지라고밖에 볼 수 없다.
프로판에서 정말 먹힐 거라고 예상하기 힘들었다.
이를 해낸 것이다.
논란을 낳고 있는 인터뷰의 내용은 파프리카TV에서는 오히려 어그로로 작용한다.
─아무개에요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근데 롤드컵 우승은 에바 아님? ㅋㅋ
"그때 정신이 없어서 다 말을 못했는데. 우리가 윈터 시즌을 참가 못 했잖아? 서킷 포인트 채우려면 최소 우승/준우승을 해야 돼. 근데 그럴 바에는 우승/우승이 폼 나잖아? 그래서 그렇게 말한 거야 흐흐."
―지금도 정신이 없는 거 같은데?
―C언어 ON
―그걸 물어본 게 아니잖앜ㅋㅋㅋㅋㅋ
―아무튼 패기는 ㅇㅈ
현재 LCK가 롤드컵 시드권을 주는 방식.
1년 동안 진행된 윈터, 스프링, 섬머 시즌 동안 최고의 성적을 거둔 최상위 2팀을 뽑는 것이다.
윈터 시즌을 불참했다.
스프링, 섬머 시즌에서 그만큼 더 잘해야만 한다.
그러한 의중을 감안한다 치더라도 애초에 목표치가 지나치다.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씨지맥의 방송은 축제 분위기.
그의 패기에 매료된 시청자들도 수많은 별풍선으로 씨지맥의 앞날을 축복했지만.
〔2013.03.20(금)〕
? 3일차 1경기
2013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정규 시즌
Majin Sword vs 삼선 갤럭시 블루
? 3일차 2경기
2013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정규 시즌
SKY T1 K vs 팀 오정환
바로 담당 일찐을 목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