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3화
2013 LCK 스프링 시즌.
진행 방식은 차후보다 조금 간단하다.
「12강 A조」
1. SKT T1 K
2. 불밤
3. 삼선 갤럭시 블루
4. Majin Sword
5. KTX Rolster A
6. 팀 오정환
본선에 올라온 12팀이 2조로 나뉜다.
각 조의 상위 4팀이 8강으로 진출해 녹아웃 스테이지를 치른다.
팀 오정환은 A조 소속.
전원이 아마추어이며 BJ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졌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연일 뜨거운 화제다.
각자가 개인 방송까지 하는 탓에 새로운 떡밥이 계속해서 샘솟는다.
<사실 역대 LCK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아마추어팀이 본선에 올라온 것은 드문 일까진 아닙니다.>
개인 방송뿐만 아니라 LCK에서도 말이다.
롤팬들이 관심을 워낙 가지자, 해설진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상향 평준화가 되고, 프로들에게도 세대교체의 흐름이 이어진 올해 들어서는 처음 있는 일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죠~ 작년에는 아마추어팀들도 꽤 눈에 띄었거든요~!>
<가장 유명한 선수로 황충아리가 있었죠.>
<아 황충아리~~!!>
?황충아맄ㅋㅋㅋㅋㅋㅋ
?케빈스파이시!
?그립읍니다……
?ㄹㅇ 30대 틀딱의 희망이셨제
그 전망이 솔직하게 밝지가 않다.
지금까지 참가했던 아마추어팀들.
운 좋게 예선을 뚫고 올라온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예선전의 시스템 때문이다.
오프라인 예선은 실력이지만, 온라인 예선은 정말 철저하게 운에 달렸다.
<온라인 예선전에서 프로팀을 만나면 십중팔구 진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팀 오정환은 아마추어팀을 뚫고 왔기 때문에 실력 검증이 덜 되었다.>
김서준 해설의 정리.
정식 창단한 프로팀들은 오프라인 예선전을 건너뛰고 온라인 예선부터 치른다.
운이 좋으면 안 만날 수 있다.
팀 오정환은 운이 좋은 케이스고, 설레발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다.
『패배』
『패배』
『패배』
실제로 맞아떨어지며 정규 시즌 전패를 기록 중이다.
뜨거웠던 관심만큼 커뮤니티의 비아냥도 높아지게 된다.
─태용이가 보기에 씨지맥팀 약점은 이미 다 드러났음!
미드 라인전 하나밖에 없는 팀임 ㅋㅋ
그거 바탕으로 용싸움 유리하게 가져가는 거임 ㄹㅇㅋㅋ자 그러면 이 병신팀 약점이 뭐냐~~「차르반 4세. jpg」
「레오네. jpg」
ㄹㅇ 그냥 딱 이런 챔프
숨도 못 쉬는 강제 이니시 ㅋㅋㅋ
씨지맥팀 상대로는 초반만 안 당해주면 됨 ㅇㅇ
어차피 탑 정글 폐기물에
원딜 후반 캐리 능력 없으니까
이것만 대처하면 병신됨ㅋㅋ
└태용이는 개추지
└태용이 맞말추!
└운영자 씹새끼야 횡령 작작하고 주작 막으라고 ㅡㅡ└개소리를 길게도 써놨네
패배의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이들도 생긴다.
이는 팀의 특성상 더욱 극심할 수밖에 없다.
BJ이기 때문이다.
연습의 과정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일반팬들도 마음만 먹으면 시청이 가능하다.
관심이 집중된다는 건 좋은 일만이 아니다.
선수들 각자가 개인 방송을 하고 있다 보니 정보가 쉽게 유출된다.
─확실히 프로게이머는 방송하면 안 됨 ㅇㅇ
LCK팀들이 개인 방송 통제하는 이유가 있음
태용이 같은 ㅈ문가도 분석하고 있는데 진짜 전문가들은 어떻겠냐?
└심지어 미드도 고전파 만나면 개처맞음ㅋㅋㅋㅋㅋㅋ└ㅇㄱㄹㅇ임└태용이한테 분석당하는 씨지맥 대단하다!
└그냥 딱 아마추어팀이야. 인터뷰 어그로에 선동당했을 뿐이지
현재의 LCK 프로팀들.
정보 유출을 이유로 선수들의 개인 방송을 막고 있다.
그와 반대의 행동하며, 성적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비판을 받게 되는 건 자연스럽다.
성적이 부진한 건 분석되었기 때문이 아니냐?
밀도 높은 글들이 올라오며 주장의 신빙성을 더한다.
─롤딩크) 씨지맥팀 쉽게 이기는 밴픽 총정리. txt
탑: 말카림 주지 말아라
라인전 약하다. 뜬금 로밍만 조심하면 된다
정글: 리심, 앨리스 주지 말아라
초반 세고 후반 지키기 좋다
미드: 매미비아, 트페, 나이즈 주지 말아라
이거 세 개 말고 다른 거 주는 순간 꽁승이다
원딜: 토이치 주지 말고 케틀, 배인은 밴 안 해도 된다. 어차피 못한다 토이치만 그나마 1인분이다
서폿: 쓰렉귀 주지 말아라
쓰렉귀 원챔이다 다른 챔프 하면 뇌절 겁나 한다
└이게 바로 롤딩크의 밴픽론인가요?
└포브스 선정 롤 베스트셀러 1위 ㄷㄷ
└이걸 보고 암이 나았어요!
└수능을 만점 받았어요!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두 필자.
'롤딩크'와 '롤태용'을 중심으로 팀 오정환의 전력이 낱낱이 분석된다.
적어도 팬들은 그러한 느낌을 받는다.
이 팀이 극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들지 않는다.
─오정환팀은 이미 분석 끝났음
롤딩크 밴픽대로 주요챔 봉인하고
롤태용 분석대로 초반 안 싸워주면 끝임
미드 교체된다고 뭐 바뀌겠냐?
나머지팀이 그대로인데
└아마추어의 한계지
└롤딩크+롤태용으로 분석 끝난 팀 ㅋㅋㅋㅋㅋㅋㅋㅋ
└갠방이라도 안 해야 되는데
└전문가들은 더 잘 알 걸?
그런 최악의 상황.
구원 투수로 오정환이 합류했다.
과연 새로운 바람을 불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은 낮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오히려 패착.
잘 쳐줘도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총체적 난국이다.
그나마 잘하는 미드까지 교체되면 도찐개찐일 확률이 매우 높다.
「2013 LCK 스프링 A조 순위표」
1. SKT T1 K 5승 0패
2. 불밤 4승 1패
3. Majin Sword 3승 2패
4. 삼선 갤럭시 블루 2승 3패
5. KTX Rolster A 1승 4패
6. 팀 오정환 0승 5패
1라운드 전패를 기록하며 민심은 가을철 갈대숲에 불붙듯 통제가 안 되게 번져나간다.
* * *
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그것이 즉시 전력이 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적응 기간이 필요하지.'
팀의 상황이 어떠한지.
합숙을 하며 알아가고 있다.
게임 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까지 말이다.
─승리를못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으악 무승귀신이다!
"히히 못 가."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롤드컵은 커녕 1승도 못하눜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동네 바보형
?그저 ^무^
씨지맥의 바보 같은 일상도 포함된다.
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소리다.
'당연하다면 당연한데.'
팀게임이라는 게 그냥 단순히 같이 게임 하는 게 아니다.
게임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간관계라는 것도 포함된다.
"머호형이 좀 멍청하긴 하죠."
"요즘 보면 정말 무승귀신이 들러붙은 것 같다니까요?"
팀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승승장구할 때는 몰라도, 연패를 하자 능력 자체를 의심받는다.
'확실히 애새끼맥이긴 해.'
능력이 있음에도 사건·사고를 달고 다니는 이유일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도 그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듯하다.
"방송 키고 어그로 끄는 것부터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자꾸 전략 노출된다면서 커뮤니티에서도 말이 많지."
팀의 정글과 서폿.
진성과 민형은 불만이 많다.
씨지맥에 대한 뒷담을 가끔씩 털어놓는다.
'어차피 우승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니까.'
파프리카TV에서 BJ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인맥이 필수 조건이다.
개천에서 용 나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꿩 대신 닭.
프로씬의 쓴맛도 본 마당이다.
인방판의 인맥이라도 만들려는 의도가 뻔하게 느껴진다.
"커뮤니티에서 떠드는 걸 믿어?'
"아니, 뭐 저희도 걸러 들은 건 걸러 듣는데 그럴듯한 것도 있더라고요."
"있지. 롤딩크라던가!"
흔들리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실력이 과연 먹히는지.
도저히 확신을 가지기가 힘든 여건이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롤딩크 밴픽론 ㄹㅇ 지리네
─씨지맥한테 롤딩크 물어본 갤러 있음?
─지금 맥천지들이 화난 이유ㅋㅋㅋㅋㅋㅋㅋ
─대깨맥인데 무승 공격딜 0이긴 함
.
.
.
LoL 커뮤니티.
티어의 고하를 막론하고 둘러본다.
대세 여론이 완전히 기울어져 있으니 신경이 쓰일 만도 하다.
"형도 한번 봐보시면 수긍이 갈 걸요?"
"우리팀이 전략도 너무 획일화돼있고, 밴픽적으로 한계가 분명히 있어!"
그런 헛소리에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미드 탈론 교수가 '커뮤니티는 맞고, 전문가는 틀렸다'를 괜히 저술한 게 아니다.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럴듯할 수밖에 없어.'
글의 내용이 자극적이라면 더더욱이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도 누르고 동의하고 있으니 그 내용에 대해 생각도 안 하고 받아들인다.
"심지어 방송을 키고 하다 보니까 전략이 노출돼요."
"음……."
"딴 건 둘째 치고 그건 머호형 잘못이 맞더라. 프로팀들이 괜히 안 하는 게 아닐 텐데."
확실히 롤판 초기에는 논란이 있었다.
전략 노출 우려가 있으니 프로게이머는 개인 방송을 하면 안 된다.
'개씹소리죠.'
아니, 뭐 일리는 있다.
선수의 개인 화면을 보면서 챔피언폭이나 플레이 스타일, 한발 더 나아가 습관 등으로 약점을 파악한다.
그것이 되면 한국 전문가들이 펠레 소리를 안 들을 것이다.
매우 안타깝게도 그만한 수준의 분석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물론 해외에는 일부 있지.'
대표적으로 2020년 롤드컵의 젠지.
1렙 인베 패턴을 분석당해서 0:3으로 패배한다.
그 외에도 메타 이해도 차이로 엿 먹은 사례가 제법 있다.
"너희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 알아?"
"예."
"아, 뭐……."
"너희도 생각이 있겠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팀은 하나야."
당연히 한국에도 있을 것이다.
아니, 한국에 없다면 더 이상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롤드컵 최다 우승국인데.
'근데 우리나라 역사 알잖아? 전문가, 기술직 천대한다고.'
조선시대 이야기만이 아니다.
롤판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어서 해외보다 코치, 분석가 숫자가 1/5 이하로 적다.
심지어 시즌3.
롤판 초창기다.
프로팀 관계자들이 선수들 방송을 눈에 불을 켜고 보면서 분석할 리가 없다.
본다고 해도 스크림과 대회 경기지.
사륜안을 개안한 궁예가 아닌 이상 솔랭 몇 판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그런 거 쓴 새끼들이 잘나면 얼마나 잘났겠어. 뭘 진지하게 믿고 앉았냐."
"롤딩크 프로 관계자라는 소리가 있어서……."
"저희도 그건 알지만 그럴듯하긴 해요."
모르니까 무서운 법이다.
옛날 사람들이 미신을 믿었던 것처럼 말이다.
미래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웃겨도, 팀원들로서는 불안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내 역할이 필요하지.'
무관귀신이 무관귀신할 줄은 알고 있었다.
시행착오도 없이 뚝딱 성적을 낸다면 오히려 말이 안 된다.
내부 조율부터 임할 것이다.
이 팀에게 가장 필요한 건 팀원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형, 근데 저희도 머호형 말대로 하고 있는 거예요."
"맞아! 해도 안 되는 걸 어떡해."
불신이 짙게 깔려있다.
이것을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
말로 설득을 해봤자 진심에는 와닿지 않는다.
그렇기에 하고 있는 합숙이다.
팀원들의 진솔한 마음을 듣기 위해서는 함께 밥 먹고, 자는 것이 가장 빠르다.
'나도 슬슬 방송을 해야 되고.'
커뮤니티와 팀의 분위기.
본격적인 방송을 자제해야 했다.
나라도 신뢰를 얻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슬슬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특히.
인터넷 방송은 이를 만들기에 최적의 도구다.
"니들이 머호 말이 마음에 안 들면."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고요……."
"알아듣기 난해하다고 해야 하나."
"그럼 내 말은 들을 수 있지?"
""형 말은 당연히 듣죠!""
과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결과는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기회.
'자극적이고, 극적일수록 좋지.'
그것이 단기적인 내분을 초래한다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