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84화 (384/846)

384화

오정손 vs 오정환

2013 LCK 스프링 시즌 정규 시즌 2라운드.

?오정환 나왔냐?

?선발 라인업 언제 뜨는데 ㅡㅡ

?제발

?몬타니카호 출항이다!

그 시작과 함께 채팅창이 소란스럽다.

인기팀의 경기날이면 드물지도 않은 일.

─ㄹㅇ 단두대 매치가 따로 없네

최하위권 대결^^

└꼴찌 대결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더 나은 병신인가!

└오정환팀 이것도 지면 답 없다

└팩트) 이미 졌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KTX Rolster A 대 팀 오정환.

A조의 5, 6위가 맞붙는 최하위권 매치업이다.

〔POINT OF THE MATCH〕

1. 1라운드 삐끗한 두 팀! 1승 챙긴 KTX A vs 무력하게 전패한 팀 오정환

2. 서로를 밟고 올라가야 한다! A조 최하위를 결정짓는 매치

3. 전술적 다양함? 새로운 전략과 밴픽 보여줄 수 있을지

중계 화면.

관전 포인트가 비춰진다.

화면이 바뀌며 해설진이 나타나고, 추가 설명을 덧붙인다.

<조금 잔인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최하위권 대결입니다.>

<양팀 모두 1라운드에서 아쉬웠거든요~>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팀 오정환은 오정환 선수가 출전하며 분위기 전환을 노릴 줄 알았는데 그 점은 조금 의외네요.>

김서준 해설이 인상을 살짝 찡그린다.

강팀준이라는 별명답게 약팀의 경기를 보기 싫은 그는 심기가 불편하다.

'내가 왜 이런 경기를 해설해야 되지?'

해설 일정이 하필 자신에게 잡있다.

가장 눈썩 경기를 하는 두 팀을 해설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을 쉰다.

'후우…….'

KTX 롤스터의 감독 또한.

현재 LCK는 형제팀이라는 시스템을 차용한다.

한 게임단이 두 개의 팀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KTX B팀은 B조에서 공동 1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KTX A팀은 간신히 꼴찌를 면하고 있는 신세다 보니 마음이 무겁다.

"애들아 1라운드는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알지? 오늘 경기 이기고 기세 잡으면 충분히 플옵 가능성 있어."

""예, 감독님!""

하지만 반전은 가능하다.

2라운드에서 호성적을 거둬 4위 이내로 진입만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어차피 플레이오프만 가면 결과는 같아.'

대회의 시스템.

영리하게 이용할 생각이다.

이를 해내기 위해서는 일단 이겨야 한다.

「태용이가 보기에 씨지맥팀 약점은 이미 다 드러났음」

「롤딩크) 씨지맥팀 쉽게 이기는 밴픽 총정리. txt」

박지훈 감독은 밴픽 노트의 맨 뒷장을 슬쩍 본다.

커뮤니티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내용들이다.

'이걸 참고하길 잘했어.'

KTX A는 1라운드에서 팀 오정환을 이겼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였고, 반대로 졌어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승패가 갈렸던 건 밴픽.

전날 별 의미 없이 본 커뮤니티 글 하나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일단 매미비아, 트페, 토이치 자르고."

"예, 감독님."

"우리 준수 토이치 할 줄 아나?"

"당연히 하죠 감독님~ 근데."

"응?"

"요즘 1티어는 케틀인데 케틀 가져오는 게 낫지 않을까요?"

밴픽이 시작된다.

원딜러인 준수가 의아한 듯 물어온다.

감독인 박지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받는다.

'괜찮아.'

스타판 출신이다.

LoL에 대해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솔직하게 선수들보다 아는 바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감독직을 맡다 보니 스스로도 답답하다.

특히 밴픽을 할 때 자신감이 떨어진다.

"야, 토이치 하는 게 맞아."

"아니, 왜? 1티어 케틀을 냅두고."

"롤딩크 밴픽론 못 봤어? 쟤네 원딜 케틀, 배인 줘도 못해."

"아~ 롤딩크!"

"……."

그 점이 해소된다.

팀원들의 장난스레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이번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선수들도 다 아나 보네.'

고작해야 커뮤니티.

신뢰를 하기에는 미심쩍다.

평소였다면 당연히 콧방귀를 뀌며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했다.

지난 1라운드에서 말이다.

승리의 요인이 그것인지는 몰라도, 성공이라는 기억을 가지게 됐다.

"감독님 롤딩크랑 생각이 똑같으시다!"

"감독님이 설마 롤딩크인 거 아니야?"

"……헛소리 그만하고 집중해라."

당시에는 조금만 반영했다.

이번에는 똑같이 하고 있으니 보다 높은 승률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지.

'유일한 변수가 오정환이었는데.'

오정환에 대해서는 박지훈도 알고 있다.

러너리그라는 아마추어 대회에서 돋보였다.

영입 의사를 전달했던 적도 있으니 모를 수가 없다.

충분히 요주의할 만한 대상이다.

그가 나왔다면 롤딩크의 밴픽론을 재고해야 했다.

다행히 2라운드에 들어서도 선발 멤버를 변경하지 않았다.

* * *

"아~ 진짜 밴 또 ㅈ같이 하네."

"그놈의 롤딩크!'"

진행되는 밴픽.

벤치에 앉아 적당히 관전 중이다.

안타깝게도 팝콘은 취식이 불가능하다.

'깐깐해.'

상대의 밴픽 또한.

최근 커뮤니티에서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어떤 밴픽론을 그대로 따르는 모양이다.

"어쩌지……."

"일단 나이즈 가져와야 하지 않을까?"

"그러게 나이즈 살았네."

"맥형 어쩔까요?"

"어, 음……."

그리고 씨지맥은 밴픽을 못한다.

그것도 드럽게.

아니, 생각이 지나치게 많다는 표현이 맞다.

'나도 뭐 밴픽을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씨지맥처럼 멘탈이 잘 나가는 타입은 아니다.

적어도 이런 상황에서는 훨씬 더 잘할 자신이 있다.

"헷갈리면 제가 할까요?"

"정환이가?"

"벤치따리라서 한가하거든요."

상대의 목적을 아니까.

그 밴픽론이 우수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노골적인 전략은 맞받아치는 것이 가능하다.

"난 찬성!"

"정환이형이 아는 거 많더라."

"……."

"머호형이 아는 게 없다는 건 아니고~"

팀에 든든한 신봉자도 있다.

밴픽 권한을 가져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일단 상대의 의도대로 가지 않는 게 중요하지.'

롤딩크의 밴픽론.

비슷한 사례가 2020년에도 있었다.

몇몇 관계자들이 봤다는 소문까지 퍼지며 화제가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헛소리다.

저격밴을 해서 안 약해지는 선수가 있을까?

오히려 너무 의식하다가는 제 발에 걸려 넘어진다.

"나이즈 가져오지 말고."

"나이즈를 줘요?"

"형 못 믿어?"

"당연히 믿죠~! 형 하란 대로만 하겠습니다!"

상대가 롤딩크 밴픽론을 참고했다는 것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는 소리다.

특히 미드 저격밴인 매미비아, 트페, 나이즈 중 하나가 산 케이스에 대해.

'카운터 치려고 하겠지.'

상대의 생각대로 놀아나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일단 앨리스."

"탑으로요, 정글로요?"

"먼저 뽑아 놓으면 우리가 상황 맞춰서 돌릴 수 있잖아."

"아 그런 방법이……."

상대의 생각을 역이용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라인 스왑 심리전.

'차후에는 일반화가 되는데.'

2018년 이후에 말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거의 없었다.

밴픽 수준이 높지 않은 현재에는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쓰렉귀를 가져오면 쟤네는 바텀픽을 보강할 수밖에 없단 말이야?"

"그래요?"

"토이치 같은 약한 원딜을 가져갔으니 당연하지."

'으음……. 오? 진짜네."

앨리스의 다이브도 신경 쓰일 것이다.

불안을 느낀 상대는 서포터와 정글픽을 보강하게 된다.

'쟤네가 우리한테 맞출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지.'

내가 감독이나 유명 선수도 아니고.

밴픽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경험해본 바는 있다.

그때 느낀 가장 큰 것은 끌려 다니면 안 된다.

상대가 우리의 의중을 신경 쓸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림자 군대의 위력을 똑똑히 봐라!」

그러고 나서 강력한 픽을 뽑는다.

크레이브즈와 말카림.

칼챔에 해당하는, 현 시점에서는 더욱 드문 판단이다.

'이러면 쟤네는 또 수비적인 픽을 뽑을 거란 말이야.'

CC기가 매우 많다.

나이즈를 가져가는 패기로운 선택은 저지르지 못한다.

아무리 롤딩크의 밴픽론이 신경 쓰여도 말이다.

"무난한데?"

"이러면 나쁘진 않네."

"롤딩크의 밴픽론에 근거하면 우리가 이긴 거 아니야? 크크."

원딜 토이치를 빼면 나머지 주요픽을 전부 가져온다.

물론 그 말이 게임을 이겼다의 동의어는 절대 아니다.

'애초에 헛소리니까.'

저격밴이라는 간단한 발상이 한 선수에게 먹힐 순 있어도, 팀 차원으로 보면 유의미한 수단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게임 내용을 어떻게 풀어갈지.

그 점에 관해서 큰 걱정은 없다.

상대팀은 A조 최약체 중 하나.

구성원도 썩 인상적이지 않다.

"나 크레이브즈로는 캐리 못 하는데……."

우리팀 또한.

코물쥐가 코를 벌렁벌렁하며 못마땅한 듯 불만을 내뱉는다.

'확실히 대회 게임은 원딜 중요도가 높긴 해.'

과거 대회는 더 그러한 감이 있었다.

서로 안정적으로 크다가 한타 싸움을 하는 메타.

원딜러의 힘에 좌지우지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챔피언의 성장 기대치 영향이 크다.

"우리가 바텀 조합이 세니까 선푸쉬할 수 있거든?"

"그렇겠죠?"

"두 번째 웨이브 박고 상대 레드 정글에서 백업 싸움을 봐야 돼."

현재의 1차원적인 게임에서 탈피한다.

* * *

진행되는 게임.

'후우…….'

KTX 롤스터의 감독 박지훈은 얕은 한숨을 쉰다.

밴픽의 결과가 생각만큼 썩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감독님 근데 괜찮을 겁니다."

"그래?"

"원딜만 무난하게 키우면 결국 이기는 그림이에요!"

"흐음~"

코치인 오창석이 자신감 있게 설명을 한다.

현재 게임을 자신들이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

"우리가 역버프를 했거든요."

"그렇네."

"바텀 캐리 조합일 때 봐주는 동선이라 대각선의 법칙만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가 무조건 유리합니다."

"대각선의 법칙?"

정글러의 반대쪽 동선에서 사고가 나는 것.

선수들에게 숙지시키는 팀게임의 기본기다.

'상대는 그래봤자 아마추어고.'

사고가 확률은 낮다.

사고가 난다고 해도 스노우볼로 연결시키지 못할 것이다.

오창석은 자신의 전략에 스스로 탄복한다.

"토이치와 크레이브즈는 성장 기대치 차이가 엄청납니다."

"그건 당연히 알지."

"지금 CS 약간 차이 나봤자 어차피 시간 지나면 좁혀질 테고……."

이러한 팀게임.

아마추어인 상대팀은 미숙할 수밖에 없다.

밴픽이 살짝 엇나간다고 좁혀질 수 있는 격차가 아니다.

'롤딩크인지 뭔지 이상한 놈이 애들 배려 놨어.'

최근 커뮤니티에서 떠드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다.

프로팀의 코치로서 신경이 쓰인다.

그딴 게 없어도 이긴다는 사실.

이번 경기를 통해 증명할 생각에 가슴이 들떠있었는데.

"저 녀석들이 우리 정글에 들어오는데?"

"아니, 이거 좀만 사리면……."

상정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블루팀 레드 정글.

라인을 먼저 민 적 바텀 듀오가 올라오고 있다.

역버프 동선으로 내려온 리심의 정글링이 방해 받는다.

설상가상 적 정글러까지 합류하며.

─퍼스트 블러드!

적 더블 킬!

레드를 지키기 위한 교전이 일어난다.

십중팔구 패배하게 되는 교전을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본다.

"같이 오든가 줄건 주든가 하지!"

"너무 큰 사고 아니야?"

"제가 그래서 말했잖아요. 초반에 손해 보면 안 된다고. 애들이 제 말을 안 들어요 증말."

"끝나고 잔소리 좀 해야겠네."

코치진은 당연히 게임의 상황에 관여할 수 없으니 말이다.

실점하는 광경을 보며 깊은 탄식을 내뱉는다.

'B팀이랑 똑같이 가르쳤는데 A팀 이 새끼들은 잘하는 꼴을 본 적이 없어! 물갈이를 하든가 해야지.'

KTX 롤스터 A팀의 코치 오창석.

차후 오정손의 첫 번째 머리가 되는 그로서는 몹시 불만이다.

선수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롤을 해본 적 없는 스타판 출신인 그는 모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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