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385화 (385/846)

385화

별 게 아니다.

'나도 여러 가지 생각은 많았지.'

요즘 프로씬 답답하다.

이러쿵저러쿵 했으면 좋겠다.

왜 프로들은 하지 않지?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팀을 꾸려 도전해본 적도 있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다. 한대 처맞기 전까지는.

Everyone has a plan 'til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

타이슨 센세의 격언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눈에 보이는 전략 등은 다음 이야기다.

─코물쥐님이 학살 중입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크게 걱정이 없다.

미래의 절대무관 씨지맥 감독이 있기 때문이다.

'롤이라는 게임이 결국 사람이 하는 거잖아.'

정말 진부하기 짝이 없는 소리지만, 모든 스포츠에서 강조되는 이유가 있다.

결국 팀은 합이 맞아야 한다.

의견을 조율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조율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생각을 전부 알 필요성이 있다.

"바텀 한 라인 더 밀어볼래?"

"귀환 타이밍 잡으려고 했는데."

"탑에 정글 올 수 있단 말이야. 근데 나 안 죽을 수 있어. 아래에서 이득 봐줘!"

씨지맥이 가장 잘하는 일.

선수들이 가진 생각을 알기 때문에 보다 그에 맞춰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스타판 출신 감독들은 그런 걸 할 수가 없어.'

2017년까지만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개인의 기량보다 팀의 합을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추세였다.

무난하게 커서 한타.

LC게이라고 불리는 운영 방식이 최고로 치부됐다.

2018년 이후로 점점 변화하게 된 건.

쿠워어어어?!

씨지맥의 말카림이 궁극기를 쓴다.

CC기 면역의 장거리 돌진기는 이니시 스킬로도 탁월하지만, 생존기로 쓰면 목숨 1회분을 넉넉히 보장받는다.

적 정글러의 갱킹을 흘린다.

정 정글러의 위치가 확인되는 셈이다.

아래쪽에서 이득을 본 근거가 확립된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바텀 라인.

3인 다이브가 이루어진다.

초반에 워낙 터트렸다 보니 별 무리도 없이 성공한다.

'코치진이 선수 생각을 알고 맞춰주니까 운영이 훨씬 타이트해지지.'

그렇게 빠르게 굴리는 팀을 만들면 어떨까?

BJ들을 모아 팀을 창단했을 때 가졌던 생각이다.

당연하게도 현실은 어림도 없다.

실시간 게임에서 합을 맞춘다는 것은 근거가 충분하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평소 훈련 과정에서 조율이 돼야 한다.

톱니바퀴가 딱딱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이거 용까지 먹고 튈 수 있겠는데?"

"나 바텀 갈게."

"우리가 올라가서 1차 돌려 깎을게."

게임 내 가치관이 일치할 수 있도록 감독이 이끌어준다.

지도자 DNA라는 말이 있는 이유일 것이다.

'남에게 자신의 말을 이해시키는 것과 따르게 만드는 것은 다른 개념이니까.'

내가 저질렀던 실수다.

나 하나 잘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내가 무슨 페이커나 레전설처럼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다.

2부 리그에서는 그럭저럭 먹혔다.

1부 리그와 스크림을 잡으며 쎄한 조짐을 느꼈다.

테디의 더 플라잉 사미라는 사실 결정타였을 뿐이다.

─아군이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그러한 팀단위 코칭.

씨지맥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지난 한 달간이 의미가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물론.'

씨지맥도 완벽한 건 아니다.

그랬으면 우승을 한 번이라도 했겠지.

선수는 잘 키우지만, 게임 디테일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나의 역할.

정글러의 초반 교전 지역을 선택해줬다.

그렇게 첫 단추가 꿰어지자 씨지맥이 원하는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상대팀의 기량이 썩 나쁘기 때문도 있다.

e스포츠팬이라면 인상이 구겨질 만한 세 글자 중에 두 글자가 있기 때문이다.

두구두구두구?!

씨지맥의 말카림이 달린다.

유체화를 켠 빠른 속도는 상대로 하여금 반응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씨지맥(말카림)님이 손스틸(토이치)님을 처치했습니다!

하물며 못 큰 원딜.

브루저에게 걸리는 순간 찍소리도 못 하고 찢어진다.

바텀에서 파밍을 하려다가 죽은 이는.

'포브스 선정 KTX팬들이 가장 찢어 죽이고 싶은 코치진 오정손의 손이지.'

오정손 때문에 엄한 오정환이 피해본 적이 있어서 조금 민감하다.

오정손의 오도 현재 KTX 롤스터의 코치.

전략적인 수를 받아치지 못하리란 믿음이 있었다.

그 믿음을 실망시키지 않고 스노우볼이 빠르게 굴러간다.

* * *

최하위권 대결.

소위 말하는 ㅈ밥 대결.

─??? : 이번엔 어떻게 보십니까, 김서준 해설위원?

[김서준 인상 찌푸리는 짤. jpg]

몰라요 X발~ 또 ㅈ같이 질질 끌다가 던지고 끝나겠죠 뭐(네 정말 기대되는 매치업이네요!)

└속마음이랑 반대로 나왔누ㅋㅋㅋㅋㅋㅋ

└(두 팀 다 정말 승리가 간절하거든요)

└그래도 방송이라고 순화해서 말했네

└그 와중에 정확한 분석 보소 역시 무당준이야!

그런 경기가 있는 날이면 매번 화제가 된다.

경기의 내용이 아닌 김서준 해설위원의 심기쪽.

수준 낮은 경기는 대충 해설한다는 밈이 있다.

실제로 말수가 적어지다 보니 팬들은 반쯤 믿고 있는데.

<치나요? 치나요??? 쳤어요!! 먼저 칩니다!>

조금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김서준 해설이 잔뜩 고양된 어조로 소리친다.

현재 흘러가는 게임의 상황.

?이걸 쳐?

?에반데

?이러다 애무하고 말 듯 ㅇㅇ

?너무 근거 없이 치는데

팀 오정환이 바론을 친다.

햇바론.

15분에 나오는 말랑말랑한 바론은 보다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좌시할 리가 없어서 문제지.

눈치 챈 KTX 롤스터 A가 모여든다.

연습 과정에서 숱하게 겪은 바가 있다.

"쟤네 조급해."

"천천히 들어가자. 천천히!"

"바론 주고 싸움 보자 차라리."

상대가 무리하게 바론을 치는 경우.

약소팀, 혹은 아마추어팀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이 새끼들 운영할 줄 모르니까 무리수 두는 거 아니야.'

원딜러인 손승욱은 입술을 잘근 씹는다.

초반에 상대가 거세게 몰아친 탓에 바텀이 박살 났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롤이라는 게임은 운이 안 좋으면 불리한 스타트를 끊을 때가 있다.

「살금살금……!」

하지만 중후반 운영은 실력.

아마추어팀들은 그 방법을 모른다.

솔로랭크 하듯이 무리하게 오브젝트 치다가 자멸한다.

이~쿠우!

호롱! 콰드득!

아군이 이니시를 건다.

그 난장판 속에 숨어든다.

적절하게 포지셔닝을 잡고 풀딜을 박을 생각.

「피할 수 없을 걸?!」

성장을 잘하지 못했다.

그래도 토이치는 토이치고, 궁극기를 켜고 쏟아 넣는 프리딜은 매섭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워낙 난장판이기도 하다.

바론을 치다가 체력을 깎였다.

아군이 먼저 진입해 양념도 제법 쳐줬다.

'이게 운영도 안 되는 것들이 까불어.'

결국 이렇게 되기 마련이다.

초반에 조금 굴리는 것 같아도 중후반 운영 단계에서 반드시 실수를 저지른다.

<아~ 이거 아~ 너무 안일했는데요?>

<쓰렉귀 전사! 앨리스 전사!>

<원딜러의 리치 차이 때문에 크레이브즈 딜각도 안 나오고…….>

?김서준 딥빡ㅋㅋㅋㅋㅋㅋ

?멸망

?그걸 왜 치냐고

?ㄹㅇ 아마추어팀인 게 티가 난다

흥분해서 경기를 중계하던 김서준 해설의 목소리도 점점 흐려진다.

수준 낮은 플레이나, 근거가 없는 판단을 할 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데.

두구두구두구?!

화면 저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뛰어오고 있었다.

씨지맥의 말카림이 유체화를 켠 빠른 속도로.

─씨지맥 (말카림)님이 손스틸 (토이치)님을 처치했습니다!

토이치를 박는다.

속도가 곧 공격력.

말카림의 말발굽에 짓이겨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의미는 나머지 3명에게 더욱 와닿을 수밖에 없다.

4 대 4였던 한타에 탑라인이 끼어들며 균형이 와장창 무너진 셈이니까.

─더블 킬!

트리플 킬!

그것도 말카림이.

전장을 휘젓고 다닌다.

분명 애매했던 한타가 한순간에 기울기 시작한다.

<이거 난리 났어요. 난리 났습니다! 말카림이 혼자 합류하면 한타 끝났죠~!!!>

김서준 해설의 목소리가 되살아날 만도 하다.

단순히 한타를 이겨서.

그런 승리한 병신이 아닌, 명백한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약소팀들이 초반에 이득을 봐도.>

<운영에서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을 못 참아서 바론을 치다가 자멸하는 경우가 꽤 심심찮게 나옵니다.>

<바론 괜히 쳤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거거든요~!>

대회 게임의 운영.

서로 더 긴장을 하고, 안정적으로 하려다 보니 필연적으로 교전이 적다.

이러한 팀게임에 익숙하지 않으면 실수를 저지른다.

두구두구두구?!

방금 전 팀 오정환의 상황이 그러했다.

리플레이를 보자 근거가 충분했다는 사실이 말카림의 화면을 통해 보여진다.

<말카림이 먼저 라인을 밀고 올라오고 있었어요. 사실 좀 늦었습니다.>

<이미 바론을 쳤잖아요~?>

<그런데! 그런데!>

빠르다.

LoL에서 속도 하면 손꼽히는 챔피언 중 하나.

조금 늦긴 했지만 한타 막바지에 합류했고, 한타를 극적으로 비빌 수 있었다.

─레드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높았던 리스크만큼 큰 스노우볼이 되어 굴러간다.

햇바론을 먹는 데 성공한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글골 8천 차이 ㄷㄷ

?오정환팀 미쳤는데?

?완전 딴팀 됐네

?이제 무승따리라 못 놀리겠누……

시청자들은 훨씬 가시적으로 보인다.

글로벌 골드.

양팀이 가진 골드 격차와 킬 스코어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팀 오정환의 경기들을 살펴보면 저점만 보여준 케이스가 많았어요.>

<밴픽부터 불안하다는 소리가 많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점멸이 없는 말카림이 갱킹을 당한다던지, 바텀 CS 차이가 20개씩 난다던지. 동급의 프로 경기에서는 나와서는 안될 실수들이 발목을 잡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해설진의 포장이 더해진다면 더더욱이다.

일반 시청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해설가.

경기 중이기에 더욱 머릿속에 쏙쏙 박힌다.

지금까지 저점만 나오긴 했지만, 이렇듯 고점을 보여줄 수 있다면.

<초반 레드 지역 설계부터 시작된 운영이 물 흐르듯이 여기까지 이어졌고! 혼자 동떨어져 성장하던 말카림도 전성기가 왔습니다. 이대로 몰아치면 못 막을 것 같은데요 KTX?!>

게임이 어떻게 되는지.

한 끗 차이가 만들어낸 마술 같은 경기력이 김서준은 물론 시청자들의 이목까지 사로잡는다.

"어떡하지?"

"꽝한타 붙으면 못 막을 거 같은데……."

"우리가 먼저 걸자. 한 명 끊고 시작하면 해볼 만해."

그에 반해 KTX 롤스터 A.

정규 시즌 1라운드에서 죽을 쒔다.

정규 시즌 2라운드의 시작도 패배로 열 수는 없다.

「내가 왔다!」

어떻게든 변수를 만들려고 한다.

은신한 토이치를 필두로 별동대를 구성한 KTX 롤스터 A는 요행을 기대해보지만.

─코물쥐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씨지맥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마지막 적 처치!

잔머리나 나름의 노련미가 먹히기에는 차이가 너무 벌어졌다.

일방적으로 쓸리며 안타까운 장면만 연출한다.

여러모로 말이다.

경기의 초반부터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러한 질 낮은 경기력에 대한 질타.

<이거 너무 무리수 아닌가요?!>

<배짱만큼은 세계 최고네요.>

?김서준 찐텐으로 빡쳤네

?해석 : 이야 이 새끼들은 이걸 처들어가네요

?쌍둥이 끼고 버티든가ㅋㅋㅋㅋㅋㅋ

?자 이제 누가 아마추어팀이지?

팀 오정환이 첫 번째 승리를 알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