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7화
엉망진창인 팀에 들어가 새 역사를 써 내린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지.'
세상일이라는 게 그리 만만할 수가 없다.
팀게임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 더더욱이다.
─집사야밥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가 선발 출전함?
"저도 슬슬 팀이랑 합을 맞춰지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헐
?이거 완전 속보네 ㄷㄷ
?근데 어느 라인임?
?롤갤 터지겠누
엉망진창이 아닌 팀이라면 킹능성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확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야 뭐 알고 있으니까.'
상대팀인 SKY T1.
롤을 안 하는 사람도 모를 수가 없는, 정말 산속에서 도 닦고 내려온 게 아닌 이상 다 아는 그런 팀이다.
패배를 해도 부끄럽기는커녕 자랑거리가 1스택 적립된다.
승리를 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정말 돈으로 따져도 이상하지 않다.
─팬케익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고전파 개빡겜할 듯 러너리그 복수하려고 ㅋㅋ
"그럴 수도 있겠네요."
현재 시점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이지만 말이다.
어느 쪽이든 관전 포인트가 모아진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속보) 오정환 선발 [19] +33
─고전파 vs 오정환각 섰네 ㄷㄷ [3]
─러너리그 시즌2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발 밝히는 건 ㄹㅇ 멍청한 거 아님? [12] +1
.
.
.
물론 관심이란 양날의 검.
좋은 쪽의 이야기만 나올 수는 없다.
특히 대기업BJ라면 관심은 항상 상정을 해야 한다.
─삼성동치킨도둑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선발 밝히면 상대가 대응 전략 짤 거 같은데 ㄷㄷ
"그럴 수도 있겠고요."
?ㄹㅇ
?롤딩크의 국밥론도 봤을 듯!
?위험한데
?일단 미드밴 자르고 들어가겠네……
딱히 별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프로씬에 도전해본 바가 있다 보니 대충 안다.
'생각보다 별거 없어.'
프로씬에는 그런 게 있다.
눈치 게임.
지금까지 없었던 특별한 시도는 누가 먼저 하기 전에는 안 하려고 한다.
LCK에서 유달리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새로운 픽이나 전략이 안 나오는 이유가 그러한 관행 때문이라고 들었다.
서브 선수로 팀 색깔이 바뀐다?
이 개념이 도입된 게 15시즌이고,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한 게 18시즌이다.
남아도 한참 남았다.
─정환팀정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형 미드 겁나 잘해주세요 기대해주세요ㅋㅋㅋㅋㅋ
"출전할 수도 있다고 말만 해본 건데 오피셜을 해버리네."
?아 죄송…… 형이 이미 밝힌 줄;;
?헐
?찐성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어그로가 아니라 진짜라고??
밝혀져도 딱히 곤란할 건 없다.
오히려 방송 어그로와 흥행몰이라는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SKY T1.
바로 그 고전파가 있는 팀이다.
러너리그에서 한 번 이겨봤다고 안심을 하기에는 한참 이르다.
멤버가 완벽하다.
팀으로서도 훨씬 완성돼있다.
무엇보다 장난이 아닌 진지하게 임한다는 점.
?고전파 라인전 괴물이던데
?앰빠따도 솔킬 땄지
?그 진화……
?정환이가 테이커 막아야 승산 있음!
채팅창에서 우려 섞인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그 정도로 현재 고전파의 기량은 물이 올라있다.
'그렇기에 더 써먹을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알고 있다는 것은 정말 써먹기 나름이다.
상대가 더 강수로 나올수록 빛을 발할 수 있는 전략.
"두 번째라 쉬울 거 같은데?"
기름을 조금 끼얹는다.
* * *
용산 e―Sports 스타디움.
"꺄아악??! 무승귀신이다!"
"아니야. 요즘 유승귀신 다 됐어~."
"근데 오정환은 어디 있어?"
약 200석의 좌석.
그중 오른편의 100석은 바글바글하다.
경기를 보러 온 수많은 팬들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팀 오정환이 신생팀도 아니고 사실상 아마추어팀이잖아요~?>
<맞습니다. BJ들로 이루어진 팀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죠.>
<그런데 저희가 경기를 중계하면서도 늘 보지만 팬석이 만석이 되는 경우가 정말 드물거든요! 그만큼 오늘 경기가 기대된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진용준 캐스터가 침을 튀길 만도 하다.
한국의 e스포츠팬들은 현장 관람을 오는 것에 인색하다.
정규 시즌 기간에는 일부 인기팀을 제외하면 관람석이 잘 차지 않는다.
?그야 오정환이니까
?와 환순이 많네
?ㅈ정환 폼 미쳤누
?모근 빼고 완벽한 남자……
하지만 BJ.
선수 이전에 개인 방송인으로 이미 저명하다.
그가 선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티켓팅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직업의 특성상 팬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이렇듯 대회에서 간접적인 만남을 가지고, 경기까지 응원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인증有) 롤붕이 경기장 도착했다 질문 받는다
오정환팀 팬석 매진돼서
SKY T1팬석에 몰래 침투했다 ㅍㅌㅊ?
└들키면 맞아죽는다
└스파이가 있누 ㅋㅋㅋㅋ
글쓴이? 사람 별로 없어서 괜찮을 거라고 보임 ㅎㅎ
└나도 T1석 예매할 걸 까비
그에 반해 SKY T1 K.
온라인상에서는 일부 화제가 되고 있지만 오프라인팬층은 전혀 두텁지 못하다.
아니, 얇다.
"꺄아악??! 무패귀신이다!"
"아니야. 오늘 유패귀신 될 수도 있어."
"너 오정환팬이지?"
신생팀임에도 불구.
A조의 무패 1위라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안타깝게도 팬층이 없어 팬석을 채 1/3도 채우지 못하고 휑하다.
카메라는 이를 비추지 않는다.
비교적 밀집된 좌석만을 보여주기식으로 찍고 넘긴다.
시청자들은 몰라도, 선수들로서는 상심할 수 있는 상황.
'나도 저 심정 알지.'
모자를 푹 눌러 쓴 다대기는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LCK를 휘젓고 있는 신인 고전파가 신경 쓰여서?
"이거 완전 솔랭 1위 대결 아님?"
"인정하는 부분이구연~!"
"오정환 솔로랭크도 1위임? 씹오지네."
"다대기를 다데기로 만들어버리고 1등 찍었잖아 키키킥!"
"……."
뒷자리 잼민이 그룹이 더 신경 쓰일 정도다.
프로팀들은 외부 스크림을 반드시 돌리고, SKY T1 K도 수차례 상대해본 적이 있다.
'이 새끼들이 어디서 유언비어를 유포해.'
고전파를 상대로 밀렸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정환을 상대로도 단순히 솔랭을 안 해서 밀려났을 뿐이다.
구구절절 떠들기도 민망한 일이다.
티어도 낮고, 학교에서 성적도 나쁠 철없는 아이들의 착각에 불과하다.
"애들아, BJ에 너무 빠져들지 말고 재밌게 즐겨."
"아저씨는 뭐임."
"요즘 오정환이 짱임! 그것도 모름??"
"늙어서 모르네 낄낄!"
"……."
분명.
철없는 아이들을 훈계하다 정체가 탄로 나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다대기는 경기 관람에 집중한다.
'오정환이 이 씹새끼 ㅈ망해라.'
매우 거슬린다.
대회에 참가하나 했더니 솔로랭크 1위를 찍어버렸다.
어느새 또 마음이 변했는지 자신과 같은 무대에 서있다.
자신은 아직 얻지 못한 인기를 독차지하며 말이다.
다대기 스스로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오정환을 라이벌로 여기게 되었다.
어쩌면 고전파도 말이다.
커뮤니티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내용에 대해 김서준 해설이 입을 연다
?고전파를 도발했다고?
?내용이 조금 왜곡돼있는데
?선동준이 또
?김서준의 뉴스공장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둘의 악연.
아마추어 리그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고전파팀을 오정환팀이 꺾고 우승했다.
─환피셜) 고전파 ㅈ밥 선언ㅋㅋㅋㅋㅋㅋ
[러너리그 우승짤. jpg]
이미 한 번 해봐서 두 번째도 쉽겠다 선언 ㅇㅇ
└패깈ㅋㅋㅋㅋㅋㅋㅋ
└한 번 해봤으면 ㅇㅈ이지
└러너리그에서 다딱이들 데리고 이기셨제
└고전파 담당 일찐!
과거의 커리어를 언급한 것이다.
개인 방송이라는 다른 선수들에게는 없는 스피커를 통해 선언했다.
현재 커뮤니티에서 최대 화젯거리다.
<물론 공식 경기에서 상대 전적은 없는 두 선수지만 아마추어 시절부터 라이벌 구도가 형성돼있기 때문에 오늘 경기 기대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관전 포인트 때문이다.
해당 경기의 의미.
간략하게 추려 설명하는 것은 모든 경기에서 있는 일이다.
언급됐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LCK의 화제는 일반 유저들에게도 공식적인 파급력을 가진다.
"승혁아, 우리 한타 볼까? 라인전부터 굴릴까? 네가 선택해. 존중해줄 테니까."
당사자인 SKY T1에도 말이다.
도발을 당했다.
그것도 아마추어팀.
썩 유쾌할 수 없는 일이다.
'고작 아마추어 대회의 일이긴 한데…….'
팀의 코치인 김다균.
선수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보내는 믿음이 아니다.
前프로로서 객관적으로 실력을 평가했다.
SKY T1 K를 구성하는 전원을 직접 뽑았을 정도다.
"저는 뭘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래? 그럼 밴픽 보고 뽑는 걸로 가자."
그렇게 고르고 고른 원석들 중에서도 에이스.
팀의 에이스인 고전파가 도발을 당한 건 다소 신경 쓰인다.
'승혁이는 뭘 잡아줘도 잘하니까 걱정은 안 되는데…….'
이런 경기는 선수 입장에서 신경 쓰인다.
받쳐주는 픽을 하면 승패를 떠나서 뒤끝이 매우 찝찝하다.
前프로이기에 가능한 코칭 방식.
김다균은 자신이 뽑은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내 안에 무한한 힘이 넘친다!」
강력한 픽을 뽑아주는 것이 옳다.
승혁이가 스스로 말은 안 해도 아마 이것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실수를 하면 내가 바로 잡아주면 되는 거고.'
선수의 가능성을 믿는다.
피드백을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다.
신뢰와 피드백.
그 당근과 채찍이야 말로 김다균 코치가 걸어가는 길이다.
* * *
아무래도 많은 감흥이 들 수밖에 없다.
'용산이라.'
차후에는 오프게임넷이 롤리그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게임사가 직접 주관하며 경기도 롤파크에서 열린다.
이러한 역사를 직접 경험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와 고전파 산드라 가져갔네……."
"저격밴을 해야 됐나?"
"그럼 또 다른 게 살았겠지!"
"답이 없어 답이."
역사 그 자체가 눈앞에 있어서 문제다.
현재 시점에서도 악명을 떨치지만, 차후 시점에서는 어떻게 넘을 수가 없는 태산.
'쉽지가 않지.'
팀을 바꿔준다면 가능성을 논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팀에는 코가 큰 사람도 있고, 평생 애새끼인 분도 계신다.
그러한 악조건.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있다.
상대에게는 없고, 나에게는 있는 어드밴티지 말이다.
"랄라 잡아줘 랄라."
"랄라요? 서폿 선픽?"
"아니, 내가 할 거야."
"혀, 형이요?"
"??"
밴픽을 하고 있다.
의문 섞인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구태여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
'어차피 챔피언 자체는 특이할 게 없으니까.'
현재 메타의 서포터 1~2티어 픽이다.
스킬 구조는 모르는 사람이 없고, 미드로 쓴다는 사소한 변경점만 남아있다.
꿀챔프.
메타를 앞서가는 픽이면 격차를 좁힐 수 있다.
그것만으로 어떻게 해볼 만큼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만 말이다.
"진성아."
"네, 형."
"이 게임은 니가 캐리해야 돼."
"어……."
"너를 믿는 나를 믿어."
미드 라인전을 이겨야 한다.
실낱 같은 돌파구가 있다면 그 하나.
고전파를 억제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고양이 목에 어떻게 방울을 달지.
하나쯤 짐작 가는 방법이 있다.
상대를 알고 있기에 가능하다.
'알고 있다는 건 정말 이용하기에 달린 거지.'
고전파는 치명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